10대 때 나는
아주 조용하고 내성적인 친구
20대 때 나는
단정한 요조숙녀
부지런한 소개팅
30대 때 나는
사랑받는 내조의 여왕
주말부부에 두 아들
억척 스러이 잘 키워 내고
양가 부모님께
착한 우리 집 장녀,
살가운 막내며느리로
효부소리 듣고
40대 때 나는
그저 그냥 아줌마
한때는
하느작 여린 코스모스 같았던
나는 어디로
억세고 질긴
잡초만 남았네
50대 때 나는
그야말로 물 만난 자유 부인
애들 다 키워내니
내 할 일 다 끝났구나
이젠 갱년기와 투쟁하며
두려울 일이 없는 여자
세월이 흐르며
갈아입는 원피스
긴 세월 동안
함께 길어지는 원피스
사계절 같은.. 인생
강산이 변할 때마다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60대의 나는
어떤 마음의 옷을 입을까
이제 다음으로
옷을 갈아 입을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