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일기
회사를 그만뒀다. 얼마 다니지는 않아서 아쉬움도 없고 미련도 없다. 생각보다 일이 금방 구해져서 더욱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종종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최근 더욱 그렇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리란 사실쯤은 안다. 깊은 고독에 내 몸을 맡겨본다.
전 회사와 다음 회사까지 일주일의 유예기간이 주어졌다. 제법 알차게 쓰겠다고 다짐했지만, 첫날부터 오후 두 시에 기상했다. 밖에는 비가 마치 분무기처럼 챡챡 쏟아졌다. 저런 비를 좋아한다. 비를 맞지만 맞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는, 그런 하찮은 비를. 그래서 창문을 열고 한동안 밖을 바라보았다.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그렇기에 이토록 한 사람을 고독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일까. 차라리 비참하다면 죽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비참하지는 않았다.
언제까지 살아가게 될까? 그 생각만 하면 끔찍하다. 100세 시대라고 정말 100세까지 살지는 않겠지? 부어라 마셔라 내 몸 생각하지 않고 산 지는 꽤 되었다. 이런 몸이라면 60세가 될 때 망가질 대로 망가질 터였다. 그러라고 이짓거리 하는 거다. 나는 오래, 건강히 살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