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일기
집 창문 앞에는 나무 한 그루가 자란다. 그 나무를 통해 계절을 가늠하는데, 어느덧 새순이 돋고 있었다. 바야흐로 봄이 오고 있다는 증거다. 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순환한다. 마음도 마찬가지일까? 행복과 우울과 기쁨과 절망 사이를 순환할까? 그렇다면 이 우울에도 끝이 있음이 분명하니 좋은 일이다. 나는 인제 그만 우울하고 싶다.
심리상담에서 나무 한 그루를 그리라고 해서, 그린 적이 있다. 의외로 내 나무는 성실했다. 자아가 무척 건강했다. 상담 선생님은 내가 우울을 이겨낼 수 있으리라 장담했다. 하지만 난 내 자아를 뜻하는, 내가 그린 뿌리를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이토록 자아가 강해진 건 우울증을 이겨내기 위함이 아니라 여태껏 버텨내기 위해 그런 것일 수도 있잖아요. 이 정도로 강하지 않으면 정말 죽어버렸을지도 모르니까. 그 말을 집어 삼겼다.
내 감정도 순환했으면 좋겠다. 자잘한 행복 뒤에 언제나 큰 절망이 온다. 어째서 절망은 그토록 크고 무겁게 느껴지는 것일까? 행복은 그에 비하면 새의 깃털만큼이나 가벼운데. 압도되는 감정은 언제나 어두운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