薩迦巴姆, 모든 빠무의 시작

by 이철

당신이 티벳을 여행한다면 무시무시한 여자 괴물의 전설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낮에는 평범한 여자이지만 밤에는 괴물로 변하는 빠무에 대한 이야기이다. 빠무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장통과 같은 곳에 많다고 한다.

스크린샷 2025-08-19 174122.png 빠무

티벳의 재신 자치나무(扎基拉姆)는 붉은 혀를 길게 빼고 인간을 노려보는 검은 얼굴의 무서운 형상을 하고 있다. 얼굴 및이 검은 것은 독을 먹고 죽어서이고 혀를 길게 뺀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자치나무(扎基拉姆)의 자치(扎基)는 티벳의 3개 사찰 哲蚌寺, 扎基寺, 甘丹寺의 하나에서 온 것이다. 라사 근처의 작은 절 써라사(色拉寺) 에서 라무(拉姆)라는 말이 나왔고 이 라무가 음이 변하여 빠무가 되었다고 한다. 이 말의 차이는 라무는 여신이라는 의미이고 빠무는 여귀라는 의미라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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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무는 원래는 귀신이지만 사찰에 모시고 오랜 기간 공양을 하면 점차 사람들에게 잘 대해 준다고 한다. 라무는 원래 재물울 좋아하여 라무에게 잘 대해주면 재물이 모인다고 한다. 그래서 재신으로 변했을 수도 있다. 라무 또는 빠무는 기운이 강하여 라무의 신물을 몸에 지니는 경우 사람의 건강이 좋고 기가 강해야 빠무의 기운에 영향을 입지 않고 건강 상태를 유지할 수 있지 그렇지 않은 사람이 몸에 지니면 점차 기가 쇄한다고 한다.


빠무 중에는 귀신 상태가 아니라 청천 백일 하에서도 정상적인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존재가 있는데 이를 싸자빠무(薩迦巴姆)라고 한다. 말하자면 생귀이다. 티베트 발음으로는 사가르마타 밤인 모양이다. '밤'은 티벳어로 못생긴 여자라는 뜻도 있다고 한다. 싸자 빠무는 몸이 초록색이다. 이것은 이상하거나 나쁜 의미가 아니다. 티벳에서는 사람이 원래는 오행에 따른 피부색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고 믿는다. 그래서 사람이 백인종, 흑인종, 황인종, 홍인종, 그리고 청인종 또는 녹인종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가면서 지금은 홍인종과 청인종이 없어져서 보기가 매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싯달타가 해탈하기 직전 고통받을 때 지나가던 뤼두무(绿度母, Bodhisattva Tara)가 싯달타를 도왔다고 하며 그 대가로 싯달타가 해탈하면 가장 먼저 자기에게 법을 알려 달라고 했다는 말이 전한다. 어떤 이들은 관세음보살의 화신이라고도 하며 티벳 불교에서는 기독교의 성모 마리아에 해당하는 매우 중요한 캐릭터이다. 이 뤼두무의 '뤼'는 그의 피부색이 녹색이어어 붙은 말이다. 왜냐하면 피부색이 빨간 홍두무가 따로 있기 떄문이다.

W020201206563395212588.jpg 뤼두무(绿度母, Bodhisattva Tara)


당연히 싸자빠무도 녹색 피부를 가진 캐릭터이다. 싸자빠무는 녹색 얼굴에 송곳니가 있고 망토를 두르고 가슴에 긴 혀를 내밀고 어깨에 가슴을 달고 있으며(보통 걸을 때 가슴이 땅까지 처져서 유방을 어깨에 메고 다닌다고도 함), 길고 날카로운 발톱을 가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들의 행태는 서구의 마녀와 매우 유사하다. 낮에는 평범한 사람과 다를 바 없었으나 특정 밤이 되면 악한 모습으로 변해 사람을 해친다. 또한 밤이면 라사의 골목 모퉁이에 모여 모임을 가졌으며, 각 집단마다 우두머리가 있었다고 한다.그들이 모일 때는 술을 마시고 노래하며 새벽까지 놀았으며, 때로는 사람을 잡아먹기도 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서구의 마녀 캐릭터는 이 티벳의 싸자빠무와 그 원친이 같을지도 모를 일이다.


믿거나 말거나 개혁개방 이전, 매년 사카 법왕(ས་སྐྱ་ཁྲི་འཛིན།,사캬트리진)은 라사에서 두 차례 법회를 열었는데, 법회 기간 동안 동물 지방이 함유된 티베트의 향을 태우면 현장에 있던 요녀들은 그 자리에서 미쳐 날뛰며 괴로워했다고 한다. 사카 법왕이란 사카 파의 법왕을 말하며 화화교, 즉 가사 색깔이 여러 색인 파벌이다. 주로 붉은 색과 하얀색을 위주로 가사를 만든다고 한다. 집회에서 사카 법왕은 참석자 모두에게 금강줄을 나누어 주는데, 일반인에게는 붉은 금강줄을 주지만 이런 여자들에게는 검은 금강줄을 주었다고 한다. 그러면 모두가 그 여자가 요괴임을 알게 되고, 법왕은 요괴들에게 해를 끼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악랄하고 해를 끼치며 힘이 센 몇몇 요괴들은 사카 사원으로 끌고 와 가면에 빙의시킨 후, 호법전에 쇠사슬로 묶어 가둔다. 사람은 귀신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엑소시즘을 행하는 것이다. 이 가면들은 사카 사원 지하에 보관되며, 라마들은 매일 가면을 점검해야 한다. 가면이 떨어지거나 쇠사슬이 풀리면 큰일이 나는 것이다. 영화의 장면들이 연상되지 않는가? 이럴 경우 사카 법왕은 반드시 사람을 급파해 라사로 달려가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이는 사카 법왕에게 귀신을 알아보는 천안통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티벳에서는 사람의 윤회가 아주 당연한 현실로 간주되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전설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으로 사람들간에 이야기되고 공유된다. 현 사카 법왕은 쿵가 린첸 카이엔세 도르지(贡噶仁千钦哲多杰, ཀུན་དགའ་རིན་ཆེན་མཁྱེན་བརྩེ་རྡོ་རྗེ། )성하이다. 2022년 3월에 제43대 사카 법왕의 자리에 올랐다. 화화교, 또는 화교는 흑교와 함께 매우 마주칠 기회가 적은 소수파 교단이다.


티벳에는 이 빠무의 이야기는 널리 퍼져있다. 우리나라에서 예전에 사람의 간을 빼 먹는 여우 귀신 이야기가 보편적이었듯이 말이다. 지금은 여우 귀신 이야기가 자취를 감춘듯 하다. 그러나 티벳에서는 지금도 어느 지방에서 버려진 여자 아이를 티벳 사원에 데려다가 키웠더니 나중에 빠무가 되었다는 등 이런 저런 빠무의 이야기가 많이 있는 모양이다. 빠무 중에서도 가장 힘이 강한 빠무가 사카빠무이다. 처음에는 귀신이었지만 점차 사람들의 공양을 받으면서 교화되어 나중에는 사람들을 위한 일들을 해주게 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돈이기에 사카빠무는 자신에게 정성을 다하는 사람들에게 재운을 가져다 준다고 한다. 하지만 그러다가 사카빠무에게 불경죄를 저지르면 그 검은 얼굴의 큰 입을 벌려 잡아먹는 모양이다. 역시 돈은 위험하다. 그래서 그런가 심약한 필자는 돈을 가까이 하지 않고 그러니 사카빠무를 가까이 할 일도 없다. 역시 이불 밖은 위험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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