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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Aug 09. 2019

왕하오: 중국은 결심했다

미국과의 협상을 포기했다

왕하오(汪浩)는 중국에서 태어난 중국인으로 영국에 유학한 후 영국 국적을 취득했다. 현재는 주로 타이완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중국 대륙의 정서에 기본적으로 통하고 서방 세계에서 배우고 타이완에서 생활하여 나름대로 글로벌 시각과 무엇보다도 균형 잡힌 안목이 있는 점이 특징이다. 필자는 전부터 이 사람의 견해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었다. 그가 최근의 미중 관계의 양상에 대하여 나름대로의 해석을 내놓았는데 한번 참고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왕하오(汪浩)

미중 무역 전쟁

그의 해석을 상하이에서 있었던 12차 미중 무역 협상에서 시작해 보자. 그는 상하이 협상이 예정보다 일찍 끝나고 미국 측 협상단이 곧바로 공항으로 가서 비행기를 탄 후, 당일 저녁 6시 반경 중국 당국이 다음과 같은 내용을 보도한 것에 주의한다.

"쌍방 담판은 건설적이었으며 성공적이었다. 중국은 미국 농산품에 대한 구매를 재개할 것이다. 다음 협상은 9월 초 미국에서 있을 것이다."

물론 중국은 이 도보 내용에 이런저런 사소한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주된 내용은 중국이 미국 농산품 구매를 재개한다는 것이므로 왕하오는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 왕하오는 중국어 버전, 그리고 중국식 화법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이때의 보도 내용은 적극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 상무부 부장 종산(钟山)

그리고 같은 날 밤 미국에서도 동일한 내용의 보도가 나온다. 담판은 건설적이었으며 중국이 미국의 농산물을 구매할 것이며 9월 초 중국 협상단이 워싱톤을 방문하여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이다. 다음 날인 목요일 중국 상무부 부장 종산(钟山)은 기자 간담회를 열어 담판에 큰 진전이 있었다고 말한다. 왕하오는 본인의 판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부가할 것이라는 것이었지만 이러한 진전을 보고 아마도 크리스마스 상품이 수출되는 시기를 기다려 연말 정도에 관세를 부가하지 않겠나 하는 전망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다음 날인 금요일, 트럼프 대통령은 3250억 달러 분의 중국 대미 수출품에 10% 관세를 부과하였다. 그야말로 전격적이었다. 미국의 여러 매체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의 이 결정은 상하이 협상 팀이 백악관에 들어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그 자리에서 당장 이루어졌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고 받던 도중에 결정하고 그 자리에서 트위트를 날렸다는 것이다.  피터 나바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결정을 적극 지지했다고 한다. 하지만 협상에 참여했던 두 사람, 비둘기 파인 므뉘신 장관과 매파인 라이트하이저 대표 두 사람은 먼저 중국 정부에 통보할 것을 건의했다고 한다. 

미국의 미중 협상 지도부

중국 시간으로 목요일 밤 이 소식을 접한 중국 정부는 다음 날인 금요일 하루 종일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그리고 주말 내내 조용했다. 모든 매체가 기본적으로 미중 관계에 대한 어떠한 기사도 내지 않았다. 그리고 월요일 날이 밝자 위안화가 7을 돌파했다는 뉴스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그리고 중국 정부가 7이라는 숫자를 무조건적으로 지키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였다.


왕하오의 이런 맥락은 당시 상하이 협상에 실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데 필자는 상하이 협상은 사실 상 파국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한 바 있다. 하지만 왕하오의 이러한 해석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왕하오의 관측대로라면 상하이 협상은 아주 희망적인 것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비관할 이유는 없는 내용이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필자의 판단은 아직 상하이 협상 내용은 그렇게 좋았을 리가 없다는 쪽에 있다. 만일 상하이 협상이 실제 진전을 이루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 관세 부과하는 결정을 내렸을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의 이러한 대응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기민했다. 곧바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버린 것이다. 미 상무부는 이런 상황에 대비하여 이미 상계 관세 제도를 정비한 바 있다. 결국 미중 무역 협상이 워싱톤에서 계획대로 이루어질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 돌입한 것이라 하겠다.


왕하오는 바로 이 금요일부터 주말에 걸쳐 중국 지도부 내에서 협의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한다. 그리고 매파의 의견이 채택되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필자는 사실 매파의 의견이 채택되었다기보다는 매파의 의견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을 수 있다고 본다. 사실 상하이 협상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한국, 그리고 싱가포르 등의 국가를 지목하며 WTO에서 개발도상국가 정의를 정립해야 할 것을 촉구했는데 이때 90일의 시한을 제시했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조치는 아마도 이 90일이 지난 후에 취해질 것으로 다들 생각했던 것이다.


트럼프와 시진핑은 상호 신용을 잃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번개 같은 기동력은 비록 그 자신이 말한 "우리는 예상을 불가하는 그런 국가가 되어야 한다"라는 명제에는 잘 부합할는지 모르나 신뢰를 잃는다는 단점이 있다. 심지어 우방 국가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믿어야 할지, 아니면 다른 의미, 다른 의도로 해석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 그리고 존엄성의 훼손을 꺼리는 중국에서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이미 수 차례 체면을 손상당했고 이제는 중국 내부에 대한 입장이 어려워진 상태로 보인다.


왕하오는 이제 중국과 미국, 그리고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는 상호 모두 신뢰를 상실했다고 말한다. 이제는 더 이상 협상도 어려울 것이고 협상이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없을 것으로 본다. 말하자면 이제 미중 간에  협상의 길은 깨졌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왕하오는 이제 중국은 대미 강경, 그리고 기타 전 방위로 강경파의 의견이 주도하는 국면에 진입하였다고 본다.


홍콩 문제

홍콩 문제에 대해서도 그간은 미국과의 협상, 홍콩의 자유 무역항으로서의 가치 등을 고려하여 강경 진압을 미루어 왔지만 이제 미국과 결별의 수순을 고려하는 이상 강경 정책을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왕하오는 말한다. 이미 광둥 성에 2만 명 정도의 무장경찰이 시위 진압 훈련을 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인터넷 매체 등에서는 이미 홍콩에 중국 대륙의 특무 대원들이 들어갔으며 홍콩 경찰의 제복을 입고 시위대에 대응하고 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대만 선거

또 하나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 대만 문제이다. 대만은 내년 총통 선거를 앞두고 이미 나라 전체가 시끄럽다.  문제는 대만의 총통 선거가 이제 단순히 대만 내정의 문제가 아니라는데 있다. 중국이 대만 독립을 지향하는 민진당과 공산당에는 반대하지만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공유하는 국민당, 그리고 민진당에서 뛰쳐나온 개혁 세력인 커원저(柯文哲), 국민당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한구어위(韩国于), 미중 양쪽에 통하다는 FOXCONN 회장 구어타이밍(郭台铭) 등을 두고 입장이 정해지고 있는 것이다.


대만 선거는 양안 관계에 결정적이며 양안 관계는 곧바로 동북아 정세에 영향을 줌과 함께 우리의 대중 관계, 대북 관계, 그리고 대미 관계에도 영향을 준다. 당장 미국이 추진 중이 중거리 미사일 정책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하지만 대만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너무나도 적다.

장지에스(蒋介石)

중국의 대만에 대한 입장 해설에 앞서 간단히 대만의 정치 국면을 총통 선거를 축으로 설명해 보겠다. 우선 대만의 기본 정당은 대륙에서 공산당과 패배하여 대만도로 넘어온 국민당과 이에 대항하는 민진당이다. 국민당은 중국의 국부 손문 선생이 설립하여 청나라를 무너뜨리고 공화정부를 수립한 정당이다. 그리고 장개석 총통이 계승한 후 중국 공산당과의 전쟁에 실패하여 대만으로 건너왔다. 그 후 대만에서 철권통치를 하며 대륙으로 돌아갈 기회를 노렸지만 그의 생애에는 기회가 없었다.

천쉐이비엔(陈水扁)

민진당은 철권통치를 한 국민당에 대하여 반동으로 태어난 내성인(원래부터 대만에 살고 있었던 한족들)을 기반으로 민주화 운동을 하였으며 진보 성향의 정당이다. 결국 장개석 총통의 아들인 장경국 총통, 그리고 리등훼이(李登辉) 총통까지 이어진 국민당 정권은 천쉐이비엔(陈水扁) 총통에게 선거 패배함으로써 정권을 민진당에 내어주게 된다. 그리고는 천쉐이비엔 정권의 부패 등이 나타나며 다시 국민당의 마잉지우 총통에게, 그러고 나서는 국민당의 무능으로 민진당의 차이잉위엔 총통에게 다시 넘어온다.

차이잉위엔(蔡英文)

대만의 표면적인 민주화는 상당히 진전을 이루었지만 그렇다고 정치인들의 수준이 많이 향상된 것은 아니어서 대만의 정치는 대면하고 있는 시대의 부름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가 많다. 그리고 국민당, 민진당의 구태에 국민들이 식상해하고 있는 이때 새로운 바람이 분다. 민진당의 매우 독특한 정치가 커원저가 바로 그 사람이다. 커원저는 심하지는 않으나 발달장애인이다. 그는 매우 총명하여 의사가 되고 대만 의학병원의 원장까지 지냈으나 복잡한 이야기는 잘 못 알아듣는 경향이 있고 속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바로 이 복잡한 이야기를 싫어하고 속내를 감추지 못하는 면이 대만 사회에 매우 어필을 해서 그는 민진당의 구태에 역정을 내고 탈당한 후 현재 타이베이 시장에 당선되었으며 차기 유력한 대선 후보의 한 사람이다.

커원저(柯文哲)

또 한 사람이 한구어위이다. 그는 아버지가 장개석 총통과 함께 국민당 군인으로서 대만에 넘어와 군촌이라고 불리는 당시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살았고 나중에 정치에 입문하지만 총통이 되기 전의 천쉐이비엔 의원의 발언에 분개하여 폭력을 행사, 처벌을 받은 인물이다. 그는 십수 년을 어렵게 지내다가 작년 국민당으로부터 대만 제2의 도시 가오슝을 선거구로 지정받아 가오슝에 와서 시장에 당선된 인물이다. 가오슝은 중화민국 성립부터 한 번도 국민당 사람이 당선된 일이 없는 곳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광주 시장 선거에 나오는 자유 한국당 무명 후보 꼴이었다. 하지만 정치가들이나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과는 달리 서민들의 장소를 돈이 없어 당에 점심값 2000원 보조해 줄 수 업느냐고 하는 그의 성실한 모습에 민중들이 결집 가오슝 시장에 당선이 되었다. 그리고는 이제 본인의 의지보다는 주변과 민중의 성원으로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된 것이다.

한구어위

여기에 또 한 사람이 뛰어든다. 바로 대만 최대 재벌 중의 한 사람인 FOXCONN으로 잘 알려진 홍해 그룹의 구워타이밍(郭台铭)이다. 그는 자신이 중남해와 워싱톤 양쪽에 모두 통하는 인물이라며 대만의 앞길을 타개할 사람은 자신이라고 했다. 그는 국민당으로 정치에 입문한 것인데 대륙에 엄청난 자산을 보유하고 중국 공산당과 이해관계가 밀접한 사람이니만큼 국민들은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수완이 좋고 개인의 능력을 부각하며 국민당 대선 후보로서 강력한 입지를 단기간에 구축하였다.

 

구워타이밍(郭台铭)

구어타이밍은 대륙과의 관계를 자신의 큰 자산으로 삼는 듯했으나 실상 중국 공산당의 생각은 달라 보인다. 왕하오는 중국 공산당이 미국과의 협상 체결 가능성에 대한 생각을 접은 이상, 구어타이밍은 이용 가치가 없다고 단언한다. 대륙으로부터의 분리를 외치는 민진당 계열의 차이잉원이나 커원저를 지지할리 없으니 이제 남은 것은 한구어위 외에는 선택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만의 선거에서 중국 공산당의 작용은 왕왕 부정적이다. 중국 공산당이 누군가를 선호하는 것이 밝혀지면 그 사람의 인기가 내려가는 것이다. 이건 마치 우리나라에서 북한 김정은 정권이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반발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과 같은 이치다. 더구나 홍콩 사태는 대만 국민들의 생각을 상당 부분 바꾸어 놓았다. 과거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대만인이 아닌 중화민국인으로 규정해온 상당 수의 사람들이 작금의 홍콩 사태를 보며 민주와 자유를 상실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 것이다.


이런 풍향은 당연히 민진당의 차이잉원 총통에게는 유리하다. 차이잉원 총통은 보다 적극적으로 미국에 구애하며 중국 공산당이나 양안 통일 세력들에 대한 적대감을 들어내고 있다. 또 미국이 중국에 군사적인 압박과 포석을 진행하면서 기꺼이 적극적으로 미국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 또한 이러한 타이완의 움직임을 환영하며 대량의 첨단 무기 판매를 진행 중이다.

Mark Esper

미국의 신임 국방장관 Mark Esper는 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것이라고 하는데 과연 어디가 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이미 한국 정부는 부정적 입장을 밝혔지만 미국 정부는 포기하지 않아 보인다. 일본도 어떤 보도도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 가장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곳이 그래서 타이완이다. 차이잉원 총통은 미국의 군사 기지가 타이완에 들어오는 것은 곧바로 타이완의 안보 보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되면 민진당이 노리는 대만 독립도 꿈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중국 공산당이 왕하오의 관측대로 이미 강경 기조로 입장을 정했다면, 그리고 미국이 타이완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한다면 중국 공산당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다음은 전쟁이 될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사태를 원할지도 모른다.


왕하오가 타이완의 TV 방송에서 토로한 내용을 지접 보실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기 바란다.

https://www.youtube.com/watch?v=D-f95iO5r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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