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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Aug 21. 2019

홍콩을 압도할 심천?

중국은 심천으로 홍콩을 삼킬 생각이다

중국 당국은 이번 홍콩 사태에 관련하여 3가지 불요(不要)를 표명했다. 

홍콩 내부의 모순을 홍콩과 중국 사이의 모순으로 왜곡하지 말라

홍콩 민중과 행정부 사이의 모순을 홍콩과 중국 사이의 모순으로 왜곡하지 말라

홍콩 내부 모순을 국제적 모순으로 키우지 말라

등이다. 간단히 말해 이번 홍콩의 시위 사태를 홍콩 내부에서 민중과 행정 관청 간의 갈등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렇게 하여 중국 정부는 이번 시위 사태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취할 수 있으며 중국 민중들에게는 홍콩 시위는 일부 불만 세력이 홍콩 내부의 갈등을 외국 세력과 결탁하여 반중국 운동에 이용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이 시각에 100% 동의할 수는 없지만 자칫 무력 진압으로 치달리기 쉬운 강경파들이 이런 정도로 봉합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https://www.youtube.com/watch?v=PRaGyRqa3c0

 

무어라 해도 홍콩 인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는 것은 이번에 중국 공산당 중앙에서는 뼈저리게 느꼈을 터이다. 그리고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는 홍콩의 문제가 더 커지기만 할 것이라는 점도 이해했으리라 본다. 이번 홍콩 사태는 중국 공산당에 대한 반감과 불만이 터져 나온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그 결과는 결코 홍콩 시민들에게 있어 낙관할 수 없다.  먼저 8월 16일에 의도되었던 달러 인출 운동은 그 성과가 너무나 미미하였다. 비록 은행 쪽에서 이미 만반의 대비를 하여 많은 ATM이 사용 불능 상태가 되었다 하더라도 인출 규모가 수백만 HKD에 불과하다면 이는 의미심장한 일이다.(사람에 따라 3백만 HKD에서 9백만 HD까지 차이가 있긴 하나 천만 위안도 되지 않았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시위에 참여했지만 뱅크런 운동에는 참여가 너무나 미미했던 것이다. 또 하나는 8.18 시위도 집회 주최 측은 3백만을 예상했지만 170만이었다. 물론 170만이라는 숫자는 홍콩의 인구를 고려해 보면 어마어마한 숫자이다. 그러나 시위 최대치인 2백만에 못 미쳤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필자가 느끼는 것은 시위 군중들의 불안감, 그리고 결코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리라는 예감, 이에 따른 무력감 등이다. 홍콩 시민들의 얼마나 시위를 하던 중국 공산당은 자신의 사상과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 수 백만, 수천만의 시위는 중국 공산당의 이익과 바꿀 수 없는 사소한 일이다. 홍콩 시민들이 희망을 가지기 위해서는 중국 공산당과 싸워 이길 수 있으리라는 사상적 신념, 정치적 역량,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제 사회의 연대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번 시위는 주도하는 세력이 없었다고 한다. 사실은 그래서 시위가 계속될 수 있었으리라. 주도 세력이 있었다면 경찰이 그냥 두지 않았을 테니. 하지만 자유 민주주의의 가치는 모두에게 새겨져 있어도 군중의 의지를 모아 중국 공산당과 대적할 정치적 구심점은 마련되지 못했다.  그리고 실효성 있는 국제 사회의 연대를 이끌어내야 할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은 중국의 홍콩'이라는 말이 의미하 듯 적극적으로 개입할 뜻이 없었다.

그러니 홍콩 시민들은 시위를 계속하면서도 자신들에게 미래는 없다는 것을 알았으리라. 인간은 어떤 처지에서도 살 수 있지만 희망이 없이는 살 수 없다. 반송환 법을 외치지만 얼마 되지 않는 자신의 돈을 ATM에서 꺼내기에는 홍콩의 서민들은 너무나 약했다. 홍콩의 부자들은 이미 외국 국적도 취득했고 돈은 해외의 계좌로 빼돌려 놓은 터에 자신의 얼마 되지 않는 돈을 꺼내어 무엇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라는 자조감이 들었을 듯하다. 결국 뱅크런은 실패했다. 하지만 홍콩의 외환 보유고에 대한 세계의 주의를 돌리는 데에는 성공하였고 소수의 전문가들이 중국 정부가 이야기하는 외환보유고의 숫자는 믿을 수 없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 HSBC 경영진의 돌연한 사퇴는 중국 정부가 홍콩의 달러를 가져가서 돌려주지 않고 있다는 의혹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확인하기 어려운 일이며 결정적 증거가 나와서 홍콩의 외환 시장이 붕괴하지 않는 이상 진상은 알기 어려울 것 같다. 그리고 홍콩 외환 시장의 붕괴가 일어난다면 우리 모두에게 불행할 일일뿐더러 홍콩 시민들에게는 더욱 어려운 상황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대만의 한 정치 평론가는 이번 18일의 시위 군중의 수가 200만 보다 줄어든 170만이 된 이유로 많은 홍콩 사람들이 이미 홍콩을 떠나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외국 국적 또는 영주권을 확보한 홍콩 시민들의 수는 통계에 따라 차이가 크다. 어떤 이는 백만, 어떤 이는 3백만에 달한다고 이야기한다. 하나 분명한 것은 홍콩 시민들이 어떤 영연방 국가로 이민 신청을 하던 대부분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확인된 사실은 아니지만 홍콩에 거주하는 사람들 중 원래 중국 대륙에서 온 이들이 거의 1백만에 육박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7백 5십만 홍콩의 인구 중 대륙 출신 1백만을 빼고, 이미 또는 향후 이민 갈 3백만을 빼면 남는 것은 절반 정도의 인구이다. 아마도 가장 돈도 없고 해외 연줄도 없는 서민들 이리라. 이들은 프롤레타리아 속하지만 중구 공산당이 보호해 줄 것이라는 생각도 할 수가 없고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간다 해도 해당 자본주의 사회에서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이다. 한마디로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홍콩 기층 민중이 가질 분노를 생각해 보면 홍콩 젊은이들이 왜 거리에 나와 소리를 지르는지 이해가 된다.


여기에 중국 공산당은 장밋빛 계획을 발표했다. 수개월 전 뜬금없이 중국은 GBA, Greater Bay Area라는 프로젝트를 선전한 바 있다. 그리고 홍콩의 시위가 막바지이던 지난 18일 갑자기 심천을 세계적인 도시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 것은 누가 보아도 홍콩 사태에 대응하여 만들어진 프로젝트라는 것이 분명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qqEwvUJJMk

그러나 무엇보다도 무력시위가 걱정되었던 만큼 무력이 아닌 평화로운 수단이 강구된 것에 대해 안도하는 마음이 든다. 중국 정부가 이러한 통제력을 발휘한 것에 개인적으로 고마움을 표하고 싶을 정도이다. 일단 국무원에서 발표한 공문을 살펴보자

http://www.gov.cn/zhengce/2019-08/18/content_5422183.htm

먼저 전부터 발표해 온 GBA 프로젝트와의 연계 하에 (粤港澳大湾区战略) 새로운 핵심 단어로서 "일국양제"가 들어왔다. GBA는 전부터 공포해 온 것이며 심천은 그 계획의 일부이므로 GBA가 거론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심천은 중국의 영토인데 왜 "일국양제"가 강조되는 것일까? 역시 홍콩 사태가 이 심천 육성의 계기임을 시사한다. 하지만 어떻게? 


필자가 보기에 "일국양제"가 심천 양성에 거론되는  가능성은 세 가지이다.

홍콩에 심천의 세력을 덮어 "중국이 생각하는 일국양제"로 개편한다

심천에 홍콩의 요소를 도입하여 "홍콩과 별 차이 없는 심천이라는 일국양제의 모습"으로 개편한다.

홍콩을 GBA에 통합하기 위하여 일단 홍콩과 격차가 적은 "심천과의 통합"을 추진한다.

등이다. 즉 지금의 일국양제가 50:50이라면 첫 째 방식은 홍콩 3, 심천 7의 모습으로 홍콩의 모습을 개조한다는 개념이 되는 것이고 두 번째 방식은 홍콩 7, 심천 3의 모습으로 심천을 개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홍콩을 GBA에 흡수 통합하는 개념이다. 물론 세 방식 모두 장기적으로 홍콩을 지우고 심천 또는 GBA에 홍콩이 흡수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마도 구체적인 세부 계획은 아직 수립되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이번 홍콩 사태를 극복하는 방법으로서 중국 공산당이 채택한 것은 심천을 중심으로 홍콩을 각 분야별로 압도하는 수준의 발전을 심천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 내고 이를 통하여 가능하면 홍콩을 흡수 통합하고 불가능할 시에는 대체한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결국 어느 결과가 오던지 우리가 알고 사랑하던 홍콩은 미래 어느 시점부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리라.


중국 공산당은 이를 위해 여러 가지 단어들을 내세우고 있으나 하나도 참신하지 않다. 얼핏 보아도 하루 밤새 만들어진 계획이다. 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detailed reform plan이라고 기사 제목을 붙였지만 전해 디테일하지 않아 보인다. 계획은 3 단계 목표를 설정하고 있는데 

2025년까지 심천을 혁신, 공공 서비스, 환경 보호에서 선도적 도시로 개혁한다

2035년까지 심천을 포괄적 경제 수준에서 글로벌 수준의 도시로 육성한다

2050년까지 심천을 경쟁력, 혁신, 영향력 측면에서 세계에서도 벤치마크적인 존재로 자리한다

이다. 물론 세부적으로 5G, 빅 데이터, 법치 체계의 정비 등의 단어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런 단어들을 보면 물리적인 경제 계획 목표일런지는 몰라도 홍콩의 미래의 모습에 대한 본질적인 이야기, 사람과 체계에 관한 이야기는 없다. 그리고 이 계획을 추진하면서 홍콩과 마카오를 연계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고 새로운 자유무역항구의 건설 이야기도 나온다. 그래서 사실은 홍콩을 지우고 싶은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들이 나오는 것이다.


https://www.scmp.com/news/china/politics/article/3023330/beijing-unveils-detailed-reform-plan-make-shenzhen-model-city

그 뒤에 중국에서 나오고 있는 관련 보도들은 양은 많지 않지만 하나 눈여겨볼 만한 것은 "솔선"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잠재해 있어 보이는데 하나는 심천을 뒤이어 내륙 여러 도시들이  심천의 방식을 뒤따를 것이라는 의미이고 또 다른 하나는 시간이 급하다는 것이다. 신속하게 심천에 집중 투자해서 빨리 홍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다소 조급한 마음이 엿보인다.

https://news.sina.com.cn/o/2019-08-20/doc-ihytcitn0433955.shtml


이러한 중국 공산당의 계획은 하나하나 진행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심천에 대대적인 투자가 진행되고 사회 인프라가 건설되어 그들의 말대로 5G, 빅 데이터가 구축되어 가더라도 자유 민주주의가 없는 그곳에 과연 글로벌 자유 무역항, 글로벌 금융의 중심지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필자는 지금도 중국의 곳곳에 세워져 있는 귀성(鬼城), 사람 없는 신도시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사랑했던 홍콩이 하루하루 허물어져 가며 이러한 귀신이 사는 도시로 바뀌어가지는 않을지 우울한 마음을 지울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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