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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Sep 26. 2019

중국 민영 기업 수난 시대

그러나 민중들은 냉랭하다


이번 주 중국 저장성 항주에서는 매우 흥미로운 뉴스가 발표되었고 이는 중화권 전체에 큰 관심을 끌었다. 항주시 정부가 민간 기업들에 대한 행정 지원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100명의 공무원을 100개 중점 민영 기업에 보내서 현장에서 근무하며 지원하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방문하여 주재 근무를 할 공무원들이 직급들이 상당히 높은 사람들이어서 행정 서비스를 하러 간다기보다는 관리 감독을 하러 가는 것으로 보였다. 게다가 대장에는 알리바바나 지리 자동차 같은 거대 민영 기업들이 있어서 더욱더 그렇게 보였다. 수십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 대기업에 고위 공무원 한 명을 보내서 무슨 행정 서비스를 한단 말인가!  

http://www.epochtimes.com/gb/19/9/21/n11537762.htm

리엔상 그룹(레전드) 회장 류촨즈

그러지 않아도 최근 소위 2세대 민영 기업가들이 줄줄이 은퇴를 하면서 중국 정부가 민간 기업을 탈취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들을 많은 사람들이 갖기 시작한 시점이다. 가장 최근에는 레전드의 류촨즈 회장이 물러났다. 레전드는 IBM의 PC 부문을 인수하여 유명한 RENOVER의 모 그룹이다. 그 직전에는 텐센트의 마화텅 회장이 은퇴하였고 그 직전에는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은퇴를 한 바 있다. 마윈 회장 전에는 바이두의 창업자 리엔홍이 퇴직했으므로 소위 BAT 세 회사의 창업자들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BAT  창업자들 좌로부터 바이두의 리엔홍, 알리바바 마윈, 텐센트의 마화텅

이런 일이 있기 전에 중국 정부는 '국진민퇴'(국영 기업이 대두되고 민영 기업은 퇴출된다 라는 풍조)라는 말이 돌 정도로 국영 기업을 강화하였고 민간 기업에 국영 기업이 지분을 가지게 하는 혼합소유제, 일명 혼가이(혼합 소유제 개혁의 중국어 混合改革의 줄임말)를 추진하여 민간 기업을 탈취하려 한다는 의심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사실 중국의 민영 기업이 너무 커지면 그 말로가 좋지 않다는 인식은 중국 내에 널리 퍼져있는 생각이다. 중국의 성공한 사업가들은 어차피 권력과 가까이 있으며 좋든 싫든 권력과 같은 편이 되고 또는 그 반대 편으로 여겨지기도 하는 것이어서 그 불똥을 피하기 어려운 것 같다. 그간 권력의 눈에 나서 외국으로 도망간 사람도 많고 심지어 목숨을 잃었다고 여겨지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서로가 손가락질하는 가운데 결정적 증거는 없으므로 말하자면 심증은 있으나 물증은 없는 그런 상태라고 하겠다.

恒大集团의 许家印 회장

그간의 의혹들을 열거해 보면 꽤 많다. 조금 특이한 경우는 恒大集团의 许家印 회장 같은 경우다. 恒大集团은 중국 3대 부동산 개발 사업체 중의 하나로 막대한 규모의 부동산 개발 및 건축을 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부동산 경기의 침체에 따라 상당한 재정적 위기에 봉착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러한 사업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恒大集团은 전기 자동차에 올인하고 있었다. 지난 9월 17일만 해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전기 모터 분야의 세계적인 회사와 미팅을 가졌던 许家印 회장은 얼마 전 출국하려다 공항에서 임의 동행되었다는 소문이다. 恒大集团의 부채, 특히 외채가 1137억 달러라는 소문이어서 만일 恒大集团이 도산하거나 하면 중국의 국가 부채에도 심각한 영향을 준다. 그래서 이익을 내고 있는 알토란 같은 알리바바나 텐센트와는 달리 恒大集团의 경우 许家印 회장의 해외 도피 등을 막으려 한 조치로 보인다.

중국 권력형 비리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건은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안방 보험의 우 샤오훼이(吴小晖) 회장이다. 우 회장의 부인은 바로 등샤오핑 전 국가수반의 손녀이다. 중국에서 등샤오핑 일가의 영향력은 필자가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는 안방 보험이라는 조그만 보험회사를 창업하였는데 이사진이 바로 상하이 자동차 회장 胡茂原와 주룽지 전 총리의 아들 朱云来, 그리고 추진타오 전 주석을 필두로 하는 공청단 파의 전 총리 원자오바오(温家宝) 전 총리의 아들 温云松이다. 주룽지 총리는 장쩌민 주석에 이은 상하이 방의 이인자였다. 

좌로부터 주룽지 전 총리의 아들 朱云来, 상하이 자동차 회장 胡茂原, 원자오바오 전 총리의 아들 温云松

말하자면 자신은 등샤오핑 일가이며 이사진은 상해방과 공청단 파의 핵심이었던 것이다. 안방 보험은 2004년부터 시작된 전국적인 개발을 타고 많은 국영 기업과 대기업에게 보험을 들게 하여 돈을 버는 동시에 사모 펀드를 조성하여 처음에는 국내의 광산 등 자원투자에, 후에는 해외의 여러 자산 투자에 나선다. 미국 월도프 호텔의 인수는 80년대 일본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나 록펠러 센터 인수에 상응하는 상징적 사건으로 여겨진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건의 기업 인수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졌다.

 

그러나 달도 차면 기우는 법, 시진핑 그룹(속칭 시가군, 西家军) 입장에서는 눈에 가시였던 모양으로 어느 날 회장실에 일군의 공안들이 들이닥쳐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 끌려 나간 후 최근 법정에서 판결이 이루어졌고 천문학적인 액수의 벌금형도 받았다. 우 샤오훼이 회장의 경우는 권력이 바뀐 풍향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한 결과로 여겨진다.

구어메이 전기(国美)의 황광위(黄光裕) 회장

그런가 하면 권력에 밉보여 확실하게 밟힌 경우도 있다. 구어메이 전기(国美)의 황광위(黄光裕) 회장이다. 황 회장은 후진타오 주석 시절 쓰촨 성 인추안에서 발생한 대지진 때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간 웬자바오 당시 총리가 요청한 지원을 거절하였다. 그리고 만인이 보는 앞에서 국가 권력에 대항한 대가는 컸다. 그는 횡령 등의 죄목으로 구금되었다.

홍콩 장강실업 회장 리카싱( 李嘉诚)

반면 홍콩 장강실업의 리카싱 회장의 경우 운이 좋다고 할 수 있다. 리카싱 회장은 중국에서 모든 자산을 철수하여 홍콩으로 돌아왔고 2015년에는 홍콩의 자산을 차례차례 영국으로 이전하여 지금은 80% 이상의 자산을 영국에서 보유하고 있다. 소문으로는 당시 중국 정부 내에서는 리카싱이 자산을 이전하게 놓아두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홍콩에 끼칠 영향을 고려하여 허용했다는 말이 있다. 역시 소문이지만 리카싱은 향후 중국의 경제와 정세에 대한 나름대로의 판단을 하여 자산을 모두 영국으로 이전했다는 것이다.


좌경화의 길을 가고 있는 시진핑 그룹이 민간 기업을 국유화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최근 대부분 매체들의 시각이다 그리고 해외의 많은 매체들은 이러한 상황에 우려하며 또한 공산당 정권의 부도덕성을 비판하고 있다. 필자는 중국 공산당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중국의 많은 국민들이 이러한 공산당의 조치에 별 저항감이 없다는 것을 동시에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인들은 왜 큰 저항감이 없을까? 그것은 중국의 민영 기업이 일어나고 성장하고 쇄락하는 과정이 모두 권력과 정부와의 밀착으로 발생하고 그 과정에서 이들 민영 기업들은 대부분 국가의 자산을 사적으로 활용하였으며 엄밀히 말하면 그 자산은 국민들의 것이기에 국가로 귀속되는 것에 대한 저항감이 적은 것이다.


사회주의 체계인 중국에서는 직장도 국가에서 안배를 했다. 그리고 모든 국민들은 어딘가의 국가 조직에 소속되어 있었다. 이 국가조직은 정부일 수도 국영 기업 또는 기타 기관일 수도 있지만 공통적으로 자율 경영을 허가하는 최소 단위를 말 그대로 단위(单位, Unit)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중국어로 큰 회사나 기관을 단위라고 하기도 한다. 당신이 만일 창업을 하고 싶다면 이 단위에서 나와야 한다. 하지만 이는 허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창업을 하려면 먼저 일신의 자유를 얻어야 하는데 대개는 기관의 높은 사람에게 부탁을 하여 출근하지 않아도 용인해 주기로 하고 그 대가로 이익을 약속한다. 급여를 높은 사람이 챙겨 가는 것은 기본이다.

일신 상의 자유가 주어지면 고객이 있어야 한다. 이 고객도 대부분은 민영 기업가 본인이 일하던 기관이 첫 고객이다. 대부분의 경우 민영 기업가 본인의 인맥이 해당 기관 정도이고 무엇이 필요한지도 잘 이해하거니와 영업이 쉽다. 그래서 초기에는 자기가 일하던 단위에 공급을 하는데 일 보아주는 사람들에게 봉투를 돌리는 것이 관행이므로 쉽게 말해 정경유착이 된다. 여기에 아무리 가성비 좋은 제품을 필자 같은 사람이 들고 가 봐야 팔 수가 없다.


사업의 규모가 커지려면 소속 단위 외로 다른 기관의 높은 사람들과 유사한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속칭 "꽌시"를 엮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 꽌시는 어느 하루에 며칠 만나서 로비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1년 이상 밥도 같이 먹고 놀러도 같이 가며 친분을 쌓아 이루는 것이다. 한국 기업의 경우 누가 이런 식으로 1년 2년 접대를 하겠는가? 처음부터 영업력으로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


그러다가 기술 개발이라도 하게 되어 정부의 정식 지원을 받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개인 친분 관계를 떠나 공식적으로 기업과 정부 간의 "꽌시"가 시작되는 것이다. 중국은 명목이 합당하고 필요성이 인정되면 사실 상 어떤 형태로도 돈을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민영 기업이 필요한 고가의 장비를 살 돈이 없을 때 정부가 그 장비를 사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사회주의 시절부터 내려온 전통이다. 단지 대상 기업이 국영 기업만 있다가 새로 민영 기업이 시작된 것이 다를 뿐이다. 미국이 중국의 보조금 제도를 문제 삼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BAT가 성장하면서 눈부신 기록을 보였지만 사실 상 이 들 기업 중 무엇인가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기술을 가지고 출발한 기업은 없다. 바이두는 구글을 모방하였고 알리바바는 아마존을, 그리고 텐센트는 카카오톡, 그리고 한국의 게임을 모방하였다. 이들 기업들의 성장이 과연 이들 기업 구성원들의 노력 만으로 가능했을까? 필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시사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안다. 하지만 공개할 내용은 아니다.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 기업들의 주인이 바뀌었다고 이야기하는데 법률 상으로 아무런 이슈가 없다. 예를 들어 지분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알리바바의 지주 회사뿐이다. 바이두, 텐센트, 레전드 등 원래부터 지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이들 창업주의 지분은 원래부터 매우 적었다. 거액의 투자를 받는 동안 자신의 지분율은 적어져 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있는 것처럼 들리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지분과 경영권을 마치 별개의 물건처럼 취급하기 때문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회사에서 쫓겨났을 때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던 것은 소유와 경영은 분리된 것이 현대 자본주의의 체계이며 주주가 이익에 반하거나 주주를 설득하지 못하는 경영자는 해고되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적은 지분으로도 무한의 권력을 누리고 행사하는 소위 '오너'들에게 우리 자신들이 세뇌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필자는 중국 공산당을 지지하지 않으며 지지할 생각도 없다. 그리고 최근의 중국 민영 기업인들이 하나 둘 자리를 떠나는 것을 보며 위기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국 공산당이나 중국 정부가 본인들이 짊어져야 할  몫 이상의 비난을 받아야 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중국 정부나 공산당의 생각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수많은 중국인들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 바로 이점을 우리가 알고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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