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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Oct 06. 2019

PayPal 중국 시장 진입의 의미

중국의 금융안정위원회(金融稳定会)는 미국 PayPal의 중국 내 PG 사인 구어후바오(国付宝)의 인수를 허가했다. 이 회의는 사실 상 중국의 금융을 최종 관리하는 역할을 점점 수행해가고 있다는 관측인데 이례적인 것은 리커창 총리가 참석하지 않고 류허 부총리가 주재했다는 것이다. 리커창 총리의 불참이 어떤 정치적 의미를 가진 것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 인수는 구어후바오를 서비스하는 상하이의 인바오바오(银宝宝)라는 회사의 지분 70%를 인술함으로써 이루어진 것인데 PayPal의 자회사인 Yinbaobao Information Technology (Shanghai) Co., Ltd.(美银宝网络信息服务)를 통해 인수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미중간의 무역 전쟁에 이어 금융 전쟁으로 진입하는 미묘한 시기에 이루어진 것이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정식으로 이번 인수를 승인하였다.

https://techcrunch.com/2019/09/30/paypal-to-enter-china-through-gopay-acquisition/


사실 최근 알리바바의 AliPay와 텐센트의 wechat pay가 모두 사실 상 국유화된 것은 민영 기업이 국가 금융에 끼치는 영향이 지나치게 커진 것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대응이라는 것이 중론인데 이렇게 미국 기업의 진입을 허가한 것은 시장에서 볼 때는 다소 의외이다. 물론 미국의 개방 압력에 따른 굴복이거나 최소한 미국의 눈치를 본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현저한 외국 기업의 중국 투자 감소를 대면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고심에 찬 결정일 수도 있다. 물론 금융 시장의 대폭 개방을 얼마 전 선포하기는 했지만 미국의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작금에 현실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어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미국 정부 또한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을 제한하고 동시에 미국 기업의 대중 투자를 제한하려는 마당에 이런 투자가 일어난 것은 PayPal이 어떻게 정세를 읽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왜냐하면 중국 국내 제삼자 지불 서비스 시장은 이미 alipay와 wechat pay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이제 와서 2군의 서비스를 추진한다고 해도 큰 희망을 가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해외 구매를 위한 지불 서비스 영역이 PayPal의 전략 자원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으로 추정이 된다. 중국의 2018년 해외 온라인 구매 데이터 보고《2018年中国跨境电商市场数据监测报告》에 따르면 2018년도 중국의 해외 온라인 거래 규모는 4.5조 위안(한화 756조 원)에 달한다. 이는 중국인이 해외 온라인 시장에서 구매한 것은 물론 해외 고객이 중국의 온라인 시장에서 구매한 액수를 포함한다. 바로 이러한 국제 온라인 거래 시장이 향후 유력한 잠재 시장인 것이다. 2018년도의 동기 대비 증가율은 25%에 달했다. 이중 중국에서 해외로 수출되는 규모가 77.1%였다. 

현재 중국 내에서 국가 간 지불 서비스를 하고 있는 업체는 30여 개 정도이며 해외 시장을 개척하려는 중국 온라인 업체들은 속속 국가 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 업계는 원래 중대 규모의 B2B 거래 위주였던 것이 소매 B2B로 발전하고 다시 자영 B2C를 거쳐 전문적인 B2C 플랫폼을 위조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금년에는 8,8조 위안(1479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사실 국제 간 거래에 있어서 지불 수단의 신뢰성과 편리성은 매우 중요하다. 아래 링크에 보인 중국의 보도에서 68%의 고객이 지불 수단의 영향을 고려하여 다시는 해당 사이트를 방문하지 않겠다고 했으며 28%의 고객이 지불 수단의 결함으로 해당 회사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현재 국가 간 결재 서비스의 주요 회사는 미국으로 덴버에 소재한 Western Union이 200여 국가에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PayPal도 202개 국가에 25종 화폐를 지원하고 있다. 중국의 Alipay나 wechat이 여러 가지로 국제적인 신뢰도를 확보하고 있지 못한 지금 이 시장에 들어가 선점하려는 것이 PayPal의 의도로 보인다.

http://www.chinairn.com/hyzx/20190505/175314942.shtml


아마도 해외의 제품을 구매하는 중국 고객들에게 PayPal의 서비스가 통하기까지는 쉽지 않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제품을 구매하는 외국 고객의 비중이 77%를 넘으므로 PayPal에게는 충분히 의미 있는 시장 규모이다 그리고 중국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외국 고객들에게는 Alipay나 wechat pay 보다는 PayPal을 이용하는 것이 더 편리하거니와 신뢰에 대한 부담이 없을 것이어서 충분히 승산이 있어 보인다. 이로서 미묘한 시기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 진입을 감행한 PayPal의 결정은 나름 납득할 만하다.


문제는 이후 미중 관계가 악화되거나 두 국가의 경제가 분리되는 소위 de-coupling이 일어날 경우, 더 나아가 금융 제재가 발생할 경우 이 사업이 유지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PayPal은 미중 간의 갈등이 심해질수록 대면 거래나 오프라인 거래보다는 온라인 거래 중심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미국의 보호 하에 있는 미국의 대기업은 이런 리스크를 불사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우리나라의 기업이라면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미중의 관계 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에서도 사업가들은 새로운 기회를 찾아낸다. 우리 한국 기업도 새로운 기회 포착이 가능하기를 간절히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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