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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Oct 29. 2019

사중전회와 권력투쟁

장수를 보려면 말을 보라

수를 보려면 말을 보라?

어제부터 중국은 사중전회가 시작되었다. 새 지도자 임기 5년 동안 열리는 중국 공산당 전체 회의를 순서대로 1중, 2중, 3중, 4중, 5중 이런 식으로 부르는데 대부분 해당 회의의 주제가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1중은 지도가가 취임 후 첫 회의이므로 공산당 조직을 구성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적이다. 2중에서는 행정부의 조직을 구성한다 등등이다. 반면 4중 전회의 경우 해당 시기의 현안을 다룬다. 신화통신은 4중 전회의 주요 주제로 '중국 특색 사회주의' 제도의 지속·개선, 국가 통치시스템과 통치능력의 현대화와 관련한 중대 문제 등이라고 소개했다. 그런데 이 주제는 이미 지난 임기인 18대에서 거론되었던 이슈이어서 전문가들은 실제 이슈는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 이번 사중 전회의 이슈는 무엇인가? 현재 중국의 이슈는 차고 넘친다. 미중간의 갈등을 비롯하여 홍콩 문제, 심각한 하강 국면인 경제 문제, 다가오는 타이완 대선을 비롯한 양안 문제 등이다. 그 하나하나가 한 시대의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의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결국은 이에 대한 대처와 그에 따른 인적 변화가 결국 주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중국 지도부의 변화가 가장 큰 이슈인 것이다.

후춘화, 왕치산, 자오러지

최근 갑자기 총칭 시 당서기인 천민얼(陈敏儿)의 시진핑 계승설이 떠돌더니 돌연 계승 구도에서 탈락된 것으로 여겨지던 후춘화(胡春华)가 천민얼과 함께 중앙 상무위원으로 발탁된다는 소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입각하는 두 사람 대신 누가 상무위원 자리에서 물러나야 되는 것이 아니냐는 추론이 돌기 시작했고 최근 시진핑 주석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는 자오러지(赵乐际) 상무위원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자오러지 위원은 시진핑 주석의 고향인 산시성 친링의 호화 빌라 건설 건과 1000억 위안 탄광 사건 등 여태껏 해결되고 있지 않은 두 개의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니 자오러지 위원이 실각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연령이 많고 이제는 시진핑 주석과 소원해졌다는 풍문도 돌고 있는 왕치산 부주석이 은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새로운 세대의 계승자가 나타나면 이번 세대도 아니고 지난 세대에 속하는 왕치산 위원이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기존 인물들을 유지한 채 상무위원회를 이 두 사람을 더하여 9인 위원회로 변경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각 파벌의 이해관계를 절충하고 타협해야 하는 시진핑 주석이 누구를 배제하는 조치를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의 연장선 상으로는 시진핑 주석의 권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관측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시진핑 주석이 '당 주석' 제도를 부활시켜 자신이 '당 주석'이 되려고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현재 '총서기'이다. 이 두 단어의 차이는 '당 주석'은 공산당 모든 사람들의 위에 있는 자리이다. 그리고 '총서기'는 등소평이 마오쩌둥의 독재 후 일인 독재의 폐해를 막기 위해 도입한 '집단 지도 체제'에서 주관자의 의미이다. 말하자면 당 주석은 반 학생들을 지도하는 선생님이고 총서기는 반장이라고 하면 비슷할까 모르겠다. 만일 시진핑 주석이 당 주석이 된다면 일인 체계를 확립한다는 말이 되어 시진핑 주석의 권력이 강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서로 모순된 소식이 중구난방 쏟아져 나오는 것은 중국 정치의 특징이기도 하며 암흑 상자 안에서 진행되는 폐쇄성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 가지, 다른 시기의 사중 전회와는 달리 계파 간의 갈등이 심해지고 그 파편들이 외부로도 전해지고 있다는 것은 이번 사중 전회에서의 권력 투쟁이 격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파벌 간 갈등이 심한 경우 주의해야 하는 것이 군부이다. 군부의 상황을 살펴보는 것이야말로 실제 파벌들의 실력을 평가하는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군부를 장악하고 있는 중국 권력의 핵심 중의 핵심이 준사위원회, 소위 군위(军委)이다.

전임 국방부장 창완취엔(常万全)

현재 군사 위원회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주석: 시진핑

부주석: 许其亮 공군 상장、张又侠 상장

위원: 魏凤和 상장(국방부장)、李作成 살장、苗华 해군 상장、张升民  상장


부주석 두 사람은 모두 1950년 생으로 군부 원로이다. 일선의 인물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네 사람의 위원 중 첫 번째가 현재 국방부장 웨이펑허(魏风和)이다. 전임 국방부장이었던 창완취엔(常万全)은  나이도 많고 능구렁이 같은 인물이었던 것 같다. 그는 시진핑 주석에게 매우 충성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능구렁이 같은 태도로 진심이 아니었다는 인상을 모두에게 준 인물이다. 그리고 작년에 국방부장이 된 웨이펑허야말로 시진핑 주석이 장성 진금을 시켜준 인물로 시진핑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 이제 웨이펑허의 국방부장 취임으로 시진핑 주석의 군부 장악이 완료되었다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라오타이쉰(饶开勋)과 쉬샹화(徐向华)

하지만 군부가 완전히 시진핑 그룹에 장악된 것은 아닌 것 같다. 지난 2019년 7월 31일 라오타이쉰(饶开勋) 인민해방군 지원부대 사령원이 '엄중한 기율 위반'으로 실각하였다. 시진핑 주석이 전매특허와 같은 '부패' 타이틀이 아닌 것은 이 조치가 상당히 정치적인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10월 26일 사중 전회 직전 인민해방군 서부 전구 육군 사령원 쉬샹화(徐向华)가 라오 타이 쉰(饶开勋)과 함께 인민대표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유는 역시 '엄중한 기율 위반'이다.


그리고 원래 중국의 고관들의 비리를 조사하고 처리하는, 말하자면 중국판 공수처가 기율위원회이다. 그런데 이 두 사람에 대한 조치는 기율위원회가 하지 않았다. 군위의 산하 기관인 중앙군사위원회 기율위원회에서도 발표하지 않았다. 바로 전인대에서 공표한 것이다.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점과 점을 이어가 보자. 일단 발표를 기율 쪽에서 하지 않고 전인대 쪽에서 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현재 기율 기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바로 자오러지(赵乐际)이다. 그리고 전인대 의장은 시진핑의 심복 리잔수(栗战书)이다. 따라서 이 두 사람에 대한 조치는 자오러지의 의향에 반하여 리잔수가 감행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팡펑휘(房峰辉)와 장양(张阳)

그러면 이번에 처벌을 받은 이 두 사함의 배경을 살펴보자. 이 두 사람은 모두 총참모부 출신이다. 군부 내에서도 총참모부는 가장 권력이 강한 지휘부이다. 생각해 보면 2017년에 군위 위원이며 참모총장이었던팡펑휘(房峰辉)가 숙청당했다. 그리고 장양(张阳)이 있다. 장양은 역시 군위 위원이었는데 팡펑휘와 같은 2017년에 조사를 받던 중 자살했다고 알여졌다. 그리고 그전 해인 2016년에는 군위 부주석이었던 궈보슝(郭伯雄)이 부패 등 혐의로 무기 징역 형을 언도받았다. 그는 2014년부터 조사를 받아 왔었다.


군위 위원이라면 중국에서는 권력의 핵심 중의 핵심이다. 그런데 어째서 군위의 장성들에게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가? 시진핑 주석의 집권 초기라면 군력 승계 과정에서의 투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면 그것은 시진핑 주석의 군부 장악이 아직 완전하지 못한 것으로 이해해야 옳지 않을까? 비록 시진핑 주석이 이기고 있다고는 해도 말이다.

궈정강, 궈보슝 부자

귀보슝(郭伯雄)의 아들인 궈정강(郭正钢) 역시 군인이었는데 소장이다. 그도 역시 2015년 조사를 받기 시작하였는데 특히 부인이 건설회사를 하며 대규모의 부패 행위를 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그는 조사를 위해 체포될 때 "인민해방군 장군의 반은 우리 아버지가 만들어 준 것이다"라는 발언을 하여 유명해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나머지 반은 쉬차이허우(徐才厚)가 만들어 주었다는 것이다. 쉬차이허우 역시 군위 부주석이었고 2014년 7월 부패 혐의로 체포되었다. 그리고 관직과 당적을 박탈당하는 '쌍카이'를 당했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2015년에 조사받기 위해 구류된 이후 소식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을 해석하는 시각은 두 가지가 모두 가능하다. 하나는 그는 죄가 없고 죄증도 없으나 권력 투쟁의 희생양이 되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비록 그가 정말 부패 행위를 했지만 파벌이 보호하기 때문에 처벌을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그러면 이들 장성들은 과연 어떤 파벌일까? 타이완의 중국 전문가인 동리원(董立文)은 1999년 자오러지가 칭하이 성의 성장이 될 때 최연소 성장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2003년 칭하이성의 당서기가 될 때도 46세로 최연소 서기였는데 모두 장쩌민이 발탁한 것이라고 한다. 사실 장쩌민 주석은 사실 상 20년 이상 중국을 통치하였고 그가 주력한 일이 바로 자기 사람 심기였기 때문에 현재의 중국 고위층 중에 장쩌민 주석의 입김이 닿지 않았던 사람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다시 말해 출세를 했다고 꼭 장쩌민, 나아가 상해방이라고 볼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자오러지처럼 젊은 나이에 고속 출세하는 경우는 다르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자오러지를 상해방 사람으로 본다면 시진핑 주석이 그렇게나 상해방을 타도하기 위하여 애를 쓰는데 어떻게 상해방인 자오러지가 상무위원회, 게다가 반부패 실력 행사를 하는 중앙기율위원회 주석 자리를 장악하게 되느냐는 의문이 생긴다.


자오러지는 2012년에 중앙에 들어오게 되는데 그 후 산시 성의 두 대형 사건이 폭로되었으나 해결을 못하게 된다. 바로 친링 지역의 별장 단지(秦岭龙脉宫) 사건과 1천억 위안대 탄광 사건이다.  이 별장이 위치한 친링은 중국의 용맥애 해당된다고 한다. 여기에 보도마다 다르지만 3 백 여동에서 1천 여동에 이르는 대형 호화 빌라를 지은 것이다. 이 별장 사건을 보고 받고 시진핑 주석이 대로하여 별장을 모두 없애라. 벽돌 하나 기와 한 장까지 모두 없애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런데 지지부진 조치가 제대로 취해지지 않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7, 8번을 지시했으나 제대로 조치되지 않았다고 한다. 1천억 탄광 사건은 또 하나의 복마전인데 기회가 있으면 소개하도록 하겠다.


문제는 이들 사건들이 자오러지가 산시 성 당서기를 할 때 일어난 일들이며 별장이나 탄광 사건을 건드리는 것은 바로 자오러지를 건드리는 결과가 된다는데 있다. 현지의 관료들은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날 우려도 있거니와 전문적으로 관료들의 비위를 수사하는 기율위원회 주석과 대결해야 한다. 부패 경찰이 공수처 처장을 공격하는 꼴이라고 하겠다. 최근 시진핑 주석이 자오러지 위원을 경고했다는 소문은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아무튼 인민해방군 장성들에 대한 조치 발표를 기율위원회에서 하지 않았다는 것은 자오러지 쪽에서는 이 일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시진핑의 심복인 리잔수가 전인대의 명의로 발표한 것일 테다. 그래서 조치가 전인대의 인민 대표 자격을 박탈하는 것에 그치고 사법 처리나 당적 처리가 진행되지 않은 것이라고 본다.


 그러면 이들 장성들과 자오러지가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며 자오러지는 다시 상해방과 연결된다. 그렇다면 상해방은 아직 죽지 않았다! 상무 위윈 중의 하나인 한정(韩正)이 상해방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동안 자오러지의 경우 왕치산의 기율위원회 주석 자리를 이어받으면서 시진핑 사람으로 분류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타이완의 동리원(董立文)은 이에 대한 참신한 해석을 내놓았다. 시진핑 주석의 종신제를 합의하면서 상해방이 반대급부로 기율 부문을 양도받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앞뒤가 다 맞는다는 해석이다. 그러고 보면 왕치산의 반부패 활동은 사실 상 상해방을 괴멸시키고 있었으므로 상해방 입장에서는 무엇보다도 기율 기능을 가져올 필요가 있었을 것이어서 말이 된다.

동리원(董立文)

동리원(董立文)의 해석이 맞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상당히 합리적인 추정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렇게 보면 인민해방군 고위직은 아직도 상당한 상해방 세력이 남아있으며 지금도 시진핑 그룹과의 세력 다툼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면 이번 사건도 이해가 된다. 그렇다면 이번 사중 전회에서 어떤 인사이동이 있을지 정말 짐작도 하기 어렵다. 기다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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