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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Nov 12. 2019

중국의 은행들 부실을 견딜 수 있는가?

경영 악화인가 권력 투쟁인가

중국 정부가 향후 2년간 저장성, 허베이성, 그리고 선전에서 큰 금액을 인출하려면 사전 등록을 하도록 하는 조치에 대한 의견을 묻는 공고를 발표했다. 그리고 인출 한도도 정했는데 기업 등 단체의 경우 50만 위안 그리고 개인의 경우 지방에 따라 상한이 다른데 저장은 30만 위안, 허베이 10만 위안, 그리고 선전은 20만 위안이다. 중국 정부는 이런 조치를 취하는 목적이 부패, 자금 세탁, 탈세 등의 각종 비리를 막기 위한 것이며 먼저 이 3개 지역에서 시범 적용한다고 했다.

이러한 의견 자문 공고는 우리나라의 '입법 예고'에 해당된다. 비록 의견을 묻는다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사전에 짜인 각본에 의한 것이 아닌 한 반대 의견이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정책 시행이 법에 의한 것이든 정책에 의한 것이든 이제 조만간 이러한 조치가 시행될 것이라고 예상해야 할 것이다. 


설득력 있는 명분이다. 그러나 그런 목적이라면 왜 이 3개 지방에 한정했는가? 다른 지역은 비리가 없기 때문인가? 그럴 리 없다. 무엇인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중국 내의 돈의 흐름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닐까? 미중 무역의 압력 하에 기업, 정부, 가계 모두의 재정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과연 중국의 금융 시스템이 이를 견뎌낼 수 있을까 라는 것이 우리 모두 초유의 관심인 이 시점에서 이러한 발표는 중국의 금융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http://www.rfi.fr/cn/%E4%B8%AD%E5%9B%BD/20191109-%E4%B8%AD%E5%9B%BD%E6%95%B4%E9%A1%BF%E9%93%B6%E8%A1%8C%E4%BD%93%E7%B3%BB%E5%BC%95%E5%B8%82%E5%9C%BA%E5%A4%B1%E4%BF%A1%E5%BF%83-%E8%B0%A3%E8%A8%80%E5%9B%9B%E8%B5%B7%E6%8A%93%E4%B8%8D%E6%AD%A2


사실 최근 중국의 여러 상업 은행들이 흔들리고 있어 왔다. 얼마 전 랴오닝의 잉커우 시에 있는 잉커우 옌하이 은행에 뱅크런이 발생하였다. 이와 관련해 잉커우시 개발구 공안국이 사태 진화에 나섰다. 7일 중국 경제 매체 신랑차이징(新浪财经)에 따르면 지난 6일 잉커우시 개발구 공안국은 공식 웨이보를 통해 "인터넷에 잉커우 연해 은행이 재무 건전성 위기에 빠졌다는 허위 사실이 유포돼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했다”며 "이 때문에 은행의 정상적인 영업 질서가 문란해지고 주변의 치안 환경이 불안해졌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중국의 매체들을 살펴보니 잉커우 개발구 공안국이 허위 사실을 유포한 한 아주머니를 연행하여 구속했다고 발표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안은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를 엄하게 단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잉커우시 정부는 공고에서 "예금주들의 돈은 은행에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고 인출금은 자유”라면서 "잉커우 연해 은행은 자금이 충분하고 경영 관리 상황이 양호하다”라고 표시했다.

이번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는 지난달 허난성(河南省) 뤄양시(洛阳市) 이촨현(伊川县)의 이촨 농촌 상업 은행의 뱅크런 사태 이후 두 번째이다. 이촨 농촌 상업 은행의 경우는 동사장인 캉펑리(康凤立)를 비롯하여 네 살마의 경영진이 공안국에 체포돼 조사를 받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가 벌어졌었다.

잉커우에서는 아직 은행이 수습 중에 있지만 이촨의 경우에는 예금주들을 안심시키기 위하여 현금을 쌓아 놓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예금주들을 진정시키는데 실패하여 결국 이촨 농업 은행은 파산하였다.

현금 다발을 쌓아 놓고 예금주들을 안심시키려는 이촨 농업 은행

중국의 상황에서 최고 경영진 네 사람이 공안에 구속되었다는 것은 어떤 설명으로도 예금주들을 진정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 사실 중국 시각에서 볼 때 이 두 은행에 대한 당국의 조치는 크게 다르다. 이촨 농상은행의 경우는 당국이 은행의 최고 경영진들을 네 사람이나 구속 수사를 하였다. 그러니 예금주들의 동요는 당연한 것이며 예상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지방 정부의 수법이 세련되지 못했다고 볼 수가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잉커우 같은 경우는 다르다. 당국이 신속하게 은행을 보호하고 사실 여부를 떠나 유언비어를 날조한다는 명분으로 누군가를 구속함으로써 예금주들을 안심 내지는 평정을 강요한 것이다. 이를 보면 아직까지 중국 정부에 중소 상업 은행들의 문제에 대한 '딩샹' 즉, 처리 방침이 아직 결정되어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순번 1490을 받아 들고 절망하는 예금주

그러나 뱅크런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불량 채권 등으로 수지가 악화되어 문제가 된 은행은 금년 들어 이미 십 수개가 발생했다. 이들은 회계 사무소에서 재무제표에 대한 적정 의견을 내지 않아 정부에 감사 보고서 제출을 할 수 없게 된 은행들이다. 그중 처음으로 문제가 표면화되었던 내몽고 성의 바오상은행(包商银行)의 경우 국내 은행들도 연루되면서 한국에도 알려지게 된 경우이다.

바오상 은행은 금년 들어 첫 번째 문제가 공개된 상업 은행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만 해도 중국 내 상업 은행 중 파산 지경에 이른 은행들이 400여 개가 넘는다는 관측이 있었고 특히 바오상 은행의 경우는 샤오지엔화(肖建华)가 오너였다는 특정 사실이 있어서 금융 위기라기보다는 개별 은행의 위기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었다. 

샤오지엔화(肖建华)

샤오지엔화는 중국에서 홍콩으로 탈출하여 포시즌 호텔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중국에서 파견한 것으로 보이는 괴한들에게 납치된 후 지금까지 종적이 사라진 사건으로 유명하다. 그는 포시즌 호텔에 있으면서 수 명의 보디가드를 고용하고 절대 외부에 나가지 않는 등 조심하였는데 이들 괴한들은 포시즌 호텔 내부에 침입하여 샤오지엔화를 결박하여 호송한 것이다. 당시 홍콩에서는 이 괴한들이 중국의 특수 부대 인원들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 사건을 목도한 홍콩 사람들이 '범죄자 송환 법'을 마주했을 때 느낄 공포감이 이해가 된다. 그러다 보니 샤오지엔화가 오너였던 바오상 은행이 타격을 입는 것도 어느 정도 정해진 수순이라는 생각들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바오상 은행 사태 이후 다시 진지우 은행(锦州银行) 사태가 발생하면서 일부 정치적 사건으로 보였던 은행들의 사태가 대다수 중국 은행들의 부실을 나타내는 현상이 아니냐는 소리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진지우 은행은 자산 총액 7,483.92억 위안, 우리 돈으로 12조 4천억 원 규모의 중형 은행이다. 주로 화북 지역인 베이징(北京), 텐진(天津), 션양(沈阳), 다롄(大连), 하얼빈(哈尔滨), 단동(丹东), 푸슌(抚顺), 안산(鞍山), 부신(阜新), 차오양(朝阳) 등에 지점이 있다. 이 진지우 은행은 홍콩에 상장되어 있는데 금년 상반기에 10억 위안, 즉 한화 1660억 정도의 손실을 냈다. 불량 채권 비율이 6.88%로 2018년 대비 1.89% 상승한 숫자이다. 하지만 실제 악성 채권의 규모는 이 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이 진조우 은행이 경영 부실로 위기 상황이 된 것이며 금년 들어 바오상 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대중에게 알려진 은행 부실 사태이다. 중국 당국은 사실 상 구제 금융 및 구조 조정에 들어간다. 결국 8월에 경영진 교체가 일어났다. 국유 은행인 공상은행 랴오닝 분항 부행장인 궈원펑(郭文峰)이 행장을 맡게 되었다. 그리고 동사장과 두 부행장 자리도 모두 공상은행과 中国信达에서 맡게 되었다. 사실 상 국유화된 것이다.

궈원펑(郭文峰) 행장

세 번째로 공개된 부실 은행 사건이 헝펑은행(恒丰银行)이다. 헝펑 은행의 경우 12개 전국 상업 은행 중의 하나이다. 바오상 은행이 경량급, 진조우 은행이 미들급이라면 헝펑 은행은 2017년 글로벌 500대 은행 중 187위의 은행으로서 말하자면 헤비급이라 할 수 있다. 헝펑은행은 18개 분행과 3백 개가 넘는 지점을 가지고 있다.

https://www.thebanker.com/Banker-Data/Top-500-Banking-Brands-2019?ct=true

참고로 The Bank가 2019년도에 선정한 글로벌 500대 은행에는 중국의 은행들이 2018년의 45개 이어서 48개가 진입하는 성과를 올렸다. 착실하게 외형이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The Bank는 중국은행들의 브랜드 밸류가 28% 증가한 것으로 분석하였다. 그렇다면 외형은 성장하나 안으로는 썩어 들어가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대다수의 중국의 은행들은 잘 성장하고 있으며 일부 부패한 경영진이 있는 은행들이 문제인 것일까?


헝펑 은행은 산동성  옌타이 시에 본행이 있어 대부분 1선 도시에 본사를 두는 기타 은행들과는 다르고 특이한데 실제 관할 부처도 옌타이 시로 되어있다. 그 이유는 원래 1987년 설립 당시 옌타이 시 재정국, 중국 건설은행, 중국 공상은행, 중국 농업은행, 중국은행, 그리고 중국생명보험(中国人寿保险公司)가 공동 출자하여 주목적이 옌타이 시의 주택 저축을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즉 이 은행은 원래 옌타이 시가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 헤비급 은행이 2018년도 및 2019년도 1사 분기 감사 보고서를 내는데 실패한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는 2017년도 말부터 제대로 회계 결산을 하지 못했다는 의혹이 터져 나왔고 그동안 잠정 결산 상의 영업 이익 등도 의문 시 된 것이다. 결국 중국 정부는 조사에 착수했고 동사장  차이궈화(蔡国华)가 부정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된다. 1965년생인 차이궈화는 옌타이 시 부시장을 거쳐 2013년 12월 동사장에 부임한 바 있다. 그는 3800만 위안의 공금 횡령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양영타이(杨永泰) 전임 행장도 2100만 위안을 횡령한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경영진들이 은행의 돈을 자기 돈처럼 빼서 사용한 것이다. 그리고 조사가 진행됨에 따라 싱가포르 동아은행을 통해 해외에서 횡령한 사실이 나타나고 있어 횡령 액수는 최소 5천만 위안 이상, 억대에 달할 가능성도 있다. 

헝펑은행 동사장  차이궈화(蔡国华)

아이러니한 것은 사실 2003년부터 2013년, 그러니까 차이궈화가 동사장으로 부임하기 전까지 전임 동사장이었던 장시윈(姜喜运)도 부패 횡령으로 실각했다는 것이다. 그는 무려 7.5억 위안(한화 1246억)의 횡령을 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장시윈(姜喜运) 전임 헝펑은행 동사장

헝펑은행은 이런저런 인사들과 엮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화교 매체 明鏡火拍에 의하면 이 헝펑 은행도 바오상 은행의 창업자인 샤오지엔화와 관계가 있다고 한다. 사실 상 샤오지엔화가 경영한 은행이라는 것이다. 헝펑은행은 또 과거 군부의 실력자였던 판창롱(范长龙)을 위해 자금 세탁을 해 준 혐의도 받고 있다. 판창롱은 지난 군부의 사령관을 지낸 군부의 실력자로서 군사 위원회 위원이었다.

판창롱(范长龙)

먼저 실각한 팡펑회이(房峰辉)의 자백에 따라 판창롱은 구속되어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이 판창롱의 아들이 헝펑은행에서 근무를 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판창롱과 헝펑은행의 연결선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팡펑회이는 상해방의 인물로서 그와 같은 그룹으로 분류된다는 것은 현재의 시진핑 체제 하에서는 사실 상 실각한 것에 다름 아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PJ7yTtPaSQ&list=WL&index=5

결국 이 헝펑은행도 팡펑회이-판창롱-판창롱 아들-차이궈화 동사장으로 연결되는 인물들이 모두 부패와 횡령으로 실각한 것이고 이에 따라 헝펑은행의 회계 부정이 백일 하에 드러나 구제 금융을 받고 국유화의 길을 가는 중인 것이다. 산동성 정부와 옌타이 시 정부가 헝펑 은행을 운영하기로 하였다. 중국의 대형 사건은 모두 이러한 상부의 권력 투쟁과 어떻게든 연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중국은행의 부실은 기본적으로 대부분 권력과의 유착 관계가 배경이 되어 이루어지며 이들 소수 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금이 집행되어 부실의 길을 가는 것으로 보인다.


작년 은행감독위원회 주석이 된 궈수칭(郭树清)은 산동성 부서기 및 성장을 지낸 경력이 오래되며 그가 주석이 된 후 헝펑은행이 구분제 개조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궈수칭 또한 이 헝펑은행과 연루되어 있지 않은가 하는 의혹을 사고 있다. 그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이미 감찰조가 조사에 들어가면서 의혹이 있으면 모두 엄중 조치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궈수칭(郭树清)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주석

이렇게 중국은 지난 6개월 사이에 5개 은행에서 문제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이 문제들이 일부 중국은행들의 문제라기보다는 어느 은행에나 있는 문제로 보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따라 중국 각지에서 은행 관련된 뒤숭숭한 말들이 떠도는 것으로 보인다.

http://www.rfi.fr/cn/%E4%B8%AD%E5%9B%BD/20191109-%E4%B8%AD%E5%9B%BD%E6%95%B4%E9%A1%BF%E9%93%B6%E8%A1%8C%E4%BD%93%E7%B3%BB%E5%BC%95%E5%B8%82%E5%9C%BA%E5%A4%B1%E4%BF%A1%E5%BF%83-%E8%B0%A3%E8%A8%80%E5%9B%9B%E8%B5%B7%E6%8A%93%E4%B8%8D%E6%AD%A2

그러면 중국의 금융, 그중에서도 은행에 초점을 맞추어 이러한 문제들이 일부 은행들의 문제인지 아니면 대부분 중국은행들의 문제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중국의 은행은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

중앙은행: 인민은행

정책 은행:수출입은행(中国进出口银行), 농업은행(中国农业发展银行), 개발은행(国家开发银行)

상업 은행: 6개 대형 국유 은행, 12개 전국 규모의 기업형 은행, 137개 지방 은행, 약 224개 농촌 은행, 그리고 은행 기능을 하는 우리나라의 마을금고 격인 储蓄贷款协会, 合作储蓄银行, 信用合作社, 农村资金互助社, 财务公司 등이 있다.

투자 은행: 국가사업인 중국 투자은행이 있고 실제 투자 은행 업무는 CICC(中金公司)와 중국의 증권 회사들이 주로 하고 있다.

세계은행: 월드 뱅크 등 국제 은행들

여기서 우리 일반인들에게 관계가 깊은 것은 바로 상업 은행들이다. 이중 중국 정부의 대표적인 6개 대형 국유 은행은 만일 부실이 발생한다면 중국 경제가 망하는 것과 동의어가 될 것이다. 그리고 다름 레벨에 있는 1개 전국 규모 상업 은행 중 하나인 헝펑은행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138개 지방 은행 중의 하나인 진조우 은행, 바오상 은행, 그리고 잉커우에서 부실이 터져 나왔다. 224개 농촌은행 중 하나인 이촨 농촌 은행은 아예 파산을 해 버렸다. 농촌 은행들의 비리는 지방 은행보다 심하면 심했지 결코 덜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상당 수의 농촌 은행들은 상업 은행들이 대주주이기도 하다. 결국 중국은행들은 총체적인 부실을 안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실제 중국 정부에서 금융 기관으로 감독하고 있는 조직의 수는 4천 개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예전에도 일부 농촌의 신용 합작사 등에서 문제가 일어나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그러나 그 수가 적고 대부분 경영자의 탈선과 부패에서 비롯된 사항이어서 금융 문제가 아닌 범죄 문제로 취급되었다. 그러나 앞서의 은행 사례들에서 보듯이 사안들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정경 유착의 뿌리 깊은 고리가 있어 보이는 데다가 이러한 상태는 배부분 금융 기관들의 경영 상태가 악화되어 있을 것이라는 합리적 추정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일단 중국의 금융 시스템이 견뎌내야 하는 부담에 대해서 알아보자. 은행들이 자체적인 횡령 등도 문제지만 시스템적으로는 보유하고 있는 불량 채권이 바로 시한폭탄이다. 경제 주체인 기업, 가구, 정부 3개 부문의 부채 추이는 다음과 같다.

이 그림에서 보면 정부 부문의 부채는 큰 변화가 없고 주로 기업과 가구의 부채가 증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가구 부채의 증가가 가파르다. 이는 주로 부동산 가격의 상승에 따른 담보 대출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틀림없으리라. 민간 가구의 부채는 비교적 투명하다. 그리고 투명한 만큼 증가 폭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금 대부분의 중국의 민간 가구에서는 경기 부진과 실업, 그리고 부동산 상승으로 인한 담보 대출금 압박으로 부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돈이 없다!


그리고 중국 정부 부문의 부채가 정말 큰 변화가 없는 것일까? Trading Economic의 도표를 보면 중국 정부의 부채도 대폭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중국 재정부에 의하면 금년 9월까지 중국 지방 정부들이 발행한 채권은 모두 5696억 위안(한화 94조 7358억)이다. 이중 신증 채권은 3421억 위안이다.

http://yss.mof.gov.cn/zhuantilanmu/dfzgl/sjtj/201909/t20190916_3386707.html

중국 주식 타임즈(证券时报)에 따르면 중국 재정부 데이터에 입각하여 보면 금년 3사 분기까지의 지방 정부 채권 발생 누적액이 4조 1821.91억 위안(한화 695조 4984억 원)이며 이중 신증 부분이 3조 367.09억 위안이며 발행 진도가 99.43%로 기본적으로 금년 발행분은 완료한 것으로 보인다. 

http://news.stcn.com/2019/1012/15426874.shtml


하지만 중국 지방 정부의 상환 도래액을 보면 무엇인가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2018년까지의 지방 정부 채권의 변화를 보고 있으면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상당히 들쭉날쭉하며 인과 관계에 대한 해석이 잘 되지 않는다. 물론 필자의 전문성이 부족한 탓이 클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 지방 정부들이 중앙의 채권 관리 압력으로 채무를 숨기고 있다는 의혹도 있다. 지방 정부들이 정부의 채무를 정부 산하 기업으로 떠 넘겨서 지방 정부 자체의 장부 상 채무 규모를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만들어진 정부 산하 기업을 지방 정부가 대폭 지원하는 것으로 선전을 해서 이 산하 기업의 주식 또는 발행 채권을 다시 P2P 기업들을 통하여 일반인들에게 판매하는 일이 많이 발생했다. 그리고는 산하 기업을 도산시키면 원래 지방 정부가 지고 있던 채무는 모두 일반 시민들의 호주머니에서 지불하여  청산하게 되는 것이다. 일부 지방의 일이기는 해도 매우 악질적인 사안이며 사실 어느 정도 규모로 행해졌는지도 알 수없다. 


다른 하나는 지방 정부가 소위 '배 째라'로 대응하는 경우이다. 지방 정부가 채권을 제대로 상환하지 않아도 후속 처리가 없다. 현실적으로 정부 재산을 압류하거나 처분할 수도 없다. 상환하지 않은 공무원들이 처벌받는 일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상환을 하는 자가 이상하게 보일 정도이다. 이런 숨겨진 채권 규모가 얼마나 될지도 알 수 없다. 다만 대부분 기업 부채의 형태로 전환되어 있으리라 추정할 뿐이다.


칭화대학의 부총장 양빈(杨斌)

칭화대학의 경제학자이며 부총장인 양빈(杨斌)은 현재의 금융 상황에 대해 NTD TV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은행은 돈이 없고, 자금은 긴장 상태이며, 각 지방 정부 사업의 효용성은 낮다. 이제 어떤 임계치에 접근하고 있어 이에 대한 문제 제기는 매우 정상이라고 봐야 한다"라고 했다. 은행이 돈이 없다! 정부도 돈이 없다! 유동성 위기에 접근하고 있다는 의미로 들린다. 그리고 그 원인은 당연히 악성 채권들, 정상적인 판단에 의하지 않은 권력에 의한 대출이 가져오는 결과에 있을 터이다. 은행에 악성 채권이 많다는 것은 대부분의 기업도 돈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총체적으로 중국의 시장에 돈이 없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금융 싱크탱크 연구원 공승리(巩胜利)

중국 정부는 이에 대응하여 지속적으로 통화를 공급해 왔다. 개혁 개방 이후 중국인들의 소득은 10배가 늘었는데 통화는 140배가 늘었다는 말이 있기도 하다. 중국 금융 싱크탱크 연구원 공승리(巩胜利)에 의하면 중국은 이번 10월에만 200조  규모의 M2 확대를 했다고 한다. 한화로 3경 3252조 원이다! 그러고도 10월 30일 자로 4천억 위안의 통화를 공급한다고 한다.(M1)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통화 팽창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상황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중국 정부는 통화의 대규모 공급 외에 상업 은행들과 농촌 은행들이 증자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우선주 발행에 대한 정책을 발표하였다.  이는 은행들이 부족한 자금을 민간에서 끌어오도록 하는 조치에 해당된다. 그러나 자본금 증가가 과연 천문학적인 액수로 추정이 되는 악성 채권을 감당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뱅크런을 걱정하고 있는 이 시기에 이런 지방 중소 은행에 투자할 사람이 누구겠는가? 세상모르는 현지의 농민들, 촌민들이 또다시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상황에서 필자의 의문은 다음 질문으로 요약할 수 있다. 

                                                   "도대체 돈은 어디에 있나?"

가구도, 기업도, 정부도 돈이 없으면 도대체 돈은 어디에 있는가 말이다! 양빈은 정부가 공급하고 있는 돈은 주로 핵심 대기업 그리고 국가 중점 사업에 투입되고 있다고 한다. 정부의 위신이 떨어질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라가 이 모양인데 체면이 그리도 중한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중국이라는 나라의 문화와 방식 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일 수 있다. 국가와 공산당의 권위가 추락하는 것은 국가 해체 또는 분열을 초래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어찌 되었든 핵심 대기업에 투입된 돈은 지금 누구의 호주머니에 있을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중국 정부도 이것이 궁금한 것 같다. 왜냐하면 최근 들려오고 있는 중국의 새로운 금융 정책은 마치 중국 지도부가 누군가가 가지고 있을 돈을 찾아다니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이니 감안하시기 바란다.

1. 화폐 개혁의 소문: 숨겨둔 돈을 찾는데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화폐 개혁은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힘 있고 돈 많은 고위층 집을 털면 몇 트럭씩 쌓아둔 현금이 나오는데 화폐 개혁을 하면 대부분의 고위층들이 반발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2. 신권 발행: 1항의 이유로 화폐 개혁은 하지 못하고 신권을 발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구권은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무효화되리라. 장롱 속에 숨겨둔 돈을 꺼내도록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3. 디지털 화폐: 금년 중반부터 디지털 화폐의 도입에 대한 소문이 솔솔 나고 있다. 이번 11월 11일의 광군제부터 적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었는데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인프라의 준비가 모자란 측면도 있을 것이고 1항의 반발이 진정한 이유일 수도 있다. 이찌되었든 황치판(黄奇帆) 국제 금융 교류 센터 부이사장이 나와서 '중국은 디지털 화폐를 도입할지도 모른다'라고 분위기를 잡고 있는 중이다. 지나친 생각일지 모르겠으나 '여러분 빨리 조치할 것 초지하세요'라는 신호는 아닐까?

4. 영구 채권: 은행들로 하여금 원금을 갚지 않아도 되는, 이자만 주면 되는 소위 '영구 채권'이라는 것을 발행하게 한다는 정책이다. 자금이 마른 은행에 어떻게든 돈을 부어 넣어 주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그 '영구 채권'을 살 사람들은 누구일까? 아마도 대규모 돈을 보유하고 있으나 지금 어디에 투자할 곳이 없는 사람들, 말하자면 지금 중국 정부가 찾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무기명으로 팔면 모를까 자기 이름으로 살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5. 외환 통제: 중국 정부는 이제 한 사람 당 1년에 교환할 수 있는 외화를 5만 위안 정도로 제한하고 있다. 그리고 해외 인터넷 구매에도 금액 제한을 한다고 한다. 결국 외화가 부족한 모양이다. 

6. 금융 개방 조치: 이제 외국 은행들도 중국에 들어와서 여러 가지 영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미중 무역 협상 1차 부분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는 더욱 광범위한 금융 시장이 개방될 것이다. 이는 단순히 미국의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중국 입장에서도 시장에 새로운 자금원, 투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필자의 이러한 해석은 너무 중국을 과소평가하는 것일까? 그랬으면 좋겠다. 중국 경제가 무너져 내리면 우리나라에도 글로벌 경제에도 좋은 일이 아니니 말이다. 그러나 중국으로 황금의 유입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 것을 보면 불안한 것은 필자 만이 아닌 것 같다. 아무튼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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