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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Nov 15. 2019

알리바바의 3대 의혹

2019년 9월 10일 항조우의 올림픽 경기장에서 성대한 행사가 열렸다. 바로 알리바바의 창업자인 마윈이 정식 은퇴하는 기념식을 거행한 것이다. 이날은 알리바바 20주년인 동시에 마윈의 생일이기도 했다고 한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1964년 생이니 이날 마윈은 55번째 생일을 맞이한 모양이다. 55세에 은퇴라니 일반적인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너무 이른 은퇴가 아닐 수 없다. 중화권에서는 마윈의 은퇴가 본인이 원한 것이 아니라는 소문이 진작부터 돌고 있었다. 생명의 위험을 받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래서 본인과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 알리바바를 포기하고 은퇴했다는 그런 이야기이다. 사실이라면 너무나 처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생 인류 중 가장 많은 재화를 가진 사람 중의 하나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면 말이다.


마윈이 그날 은퇴식에서 한 연설은 기록이 남아 있다. 그리고 그가 사업에서 은퇴하여 집에서 아이들을 볼 것이 아님을 시사하였다. 그의 연설 중 세 부분에 필자는 주의한다.

"世界那么美好,有那么多事,我都想去体验、尝试一下,而且世界上还有那么不美好、不对的事情,不尽人意的地方,我自己觉得我是要去折腾折腾的。"

"세상은 그렇게나 아름답고 그렇게나 많은 일들이 있으니 나는 체험하고 느껴보고자 한다. 그리고 세상에는 그렇게도 아름답지 못한 일이 아직도 있고 제대로가 아닌 곳이 있으니 나 자신 가서 고민해 보고자 한다."

“不当阿里巴巴董事长,不等于我退休,我是不会停下来的,阿里巴巴只是我很多梦想中的一个而已”

"알리바바 동사장을 그만두는 것은 내가 은퇴하는 것 하고는 다르다. 알리바바는 나의 많은 꿈 중 하나에 불과하다."

즉, 그가 알리바바를 그만둔 것이 은퇴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의 나이를 생각해 볼 때 너무나 자연스럽지 않은가? 그리고 그가 말한 "아름답지 못한 일", "제대로가 아닌 곳"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찌 되었던 마윈이 원해서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는 인상을 준다. 그리고 세 번째 부분은 이렇다.

"我希望换个江湖见,青山不改,绿水长流,后会有期."

"나는 강호를 바꾸고 싶다. 청산이 변치 않고 녹수가 흐르는 한 다시 만날 날이 있으리라."

마윈의 이 말은 무협지에 자주 나오는 표현이다. 그런데 이 바꾸고 싶은 "강호"는 무엇일까? 사업가들이 사업을 하는 글로벌 시장을 지칭하는 것일까? 그렇게 해석하면 글로벌 시장을 바꾼다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필자에게는 곡절이 있는 말로 느껴진다.  "청산이 변치 않고 녹수가 흐르는 한"이라는 무협지의 상투적인 표현도 대개 그다음에는 두 가지 말이 나온다. 하나는 마윈이 말한 "다시 만날 날이 있으리라"이고 다른 하나는 "군자의 복수는 평생이 걸려도 늦지 않으니 꼭 복수를 하겠다"는 말이다.

https://tech.sina.com.cn/i/2019-09-11/doc-iicezzrq4960902.shtml

물론 마윈의 속을 필자가 알 수는 없다. 그리고 마윈은 후반 대학(湖畔大学)을 설립하였다. 이제 사람들은 마윈을 마윈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본인이 자기는 원래 영어 선생이었으니 선생으로 돌아가겠다고 한 말을 존중한 것이다. 하지만 다들 이 대학을 마윈이 만년의 주력 사업으로 여긴다고는 보지 않는다. 비록 학교 건물 건축에 5억 8천만 위안(한화 965억)이 들고 학비가 36만 위안이나 되어도 말이다. 이 대학 외에 마윈이 은퇴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건 2015년 12월 홍콩 사우스 모닝 포스트를 20억 홍콩 달러(한화 2977억)에 인수한 것 정도이다. 그리고 이 신문은 기본적으로 쩡칭홍(曾庆红)이 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필자는 마윈의 은퇴를 알리바바의 첫 번째 의혹으로 꼽는다.


두 번째. 마윈이 당시 알리바바를 미국에 상장할 때의 이야기이다. 블룸버그는 마윈의 재산이 400억 달러가 넘을 것이라고 했다. 마윈의 재산은 두 부분이다. 하나는 알리바바 6.4%의 지분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PG 서비스인 알리페이의 지분이다. 바로 이 알리페이의 지분 구조가 불명확하다. 알리페이는 알리바바 경영권 구조의 핵심이기도 한다. 원래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 기능의 일부분이었던 지불 기능은 당시 중국인들에게는 생소했고 "즈푸바오(支付宝)"라는 이름으로 고객들에게 알렸다. 

장용(张勇)이 마윈의 뒤를 이었다

마윈은 이 즈푸바오 기능을 독립시켜 회사로 만들었고 이때 절대 비율의 지분을 확보한다. 그리고는 알리바바 외의 고객들을 확보하고 서비스도 확대하면서 금융회사로 개조해 나갔고 회사명을 Ant Financial, 즉 마이진푸(蚂蚁金服)라는 금융 서비스 회사다운 이름으로 바꾸게 된다. 마이지푸는 최근 상장을 추진하기로 결정했고 아마도 내년 중이 될 것으로 보이며 현재 추산되고 있는 규모는 적어도 1000억 달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지구 상에 현존하는 유니콘 중 가장 큰 기업일 것이다.

작년 8월 마이진푸는 동사회 구성을 변경한다. 마윈이 맡고 있던 동사장 자리를 내놓은 것이다. 그리고 1년 후에 은퇴하겠다고 선언을 한다. 마이진푸의 지분 관계는 그때나 지금이나 불투명한데 마윈의 지분은 이 시기에 이름을 알 수 없는 5인에게 넘어갔다. 당시에는 명의 변경 정도로 여겨지며 크게 뉴스가 되지 않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마이진푸의 기업 가치가 1천억 달러 정도는 된다는 것이었으니 사실은 그 5인은 평균 2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23조씩 가져간 꼴이다! 이들이 누구이며, 어떻게 그렇게 큰 지분을 가져갈 수 있었으며, 마윈은 왜 이 지분을 내놓았는지, 아니면 팔았는지 모두 의혹에 쌓여있다.

마이진푸의 새 주주들은 베일에 쌓여 있다

마윈의 알리바바가 2012년 상장을 앞두고 전략적 투자자들의 투자를 받아들였다. 이때 중신(中信), 국가개발은행 등 중국 정부 관련 자본이 들어왔고 일전 소개한 바 있는 장쩌민 집안 등 상해방 사람들의 지분이 이때 들어왔다. 그러나 모두 기업의 형식으로 정상적인 절차를 거쳤다. 하지만 알리페이의 경우는 다르다. 알리페이는 알리바바가 미국에 상장을 하려 할 때 중국의 법규 상 PG(Paymnet Gateway) 부분이 금융 서비스에 속하여 외국인 지분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이때 마윈이 주주들이나 동사회의 동의를 얻지 않고 독단적으로 PG 부분을 떼어내서 회사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절대 지분을 차지한 것이다. 주주들은 상장을 위한 것이라는 것, 알리바바에도 상당한 지분을 할애한 점, 알리바바에 회사 이익의 일정 부분을 지불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갔다. 그러나 엄격히 말하면 마윈의 이 단독 행동은 법률적 책임을 지울 수도 있는 문제이다.

추론이지만 후에 중국 정부는 마윈에게 상당한 압력을 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마윈이 자신은 언제든 알리페이를 중국 정부에 넘길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또 중국 정부는 알리페이의 PG 서비스로 유입되는 결제 금액에 대한 일체의 활용이나 이자를 받지 못하도록 강제하기도 하였다. 이런 저간의  사정은 여러 소문을 불러일으켰다. 알리페이의 규모는 절대 중국에서 상장할 수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알리페이 지분 중 외국인 지분이 상장 후 지분 매각하여 이익 실현하면 그들에게 줄 외화가 부족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홍콩 증시에서도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이기에 미국 외에 생각하기 어렵다. 하지만 현재의 미중 관계 상 당장은 어려울 것이고 내년도 미중 관계의 추이를 보아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수 일전 중국의 광군제가 있었다. 매년 11월 11일, 원래는 애인이나 배우자가 없는 외톨이들을 위한 행사로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중국에서 가장 큰 인터넷 쇼핑몰 할인 행사가 되었고 매년 기록을 경신하고 있어 기타 기업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행사이기도 하다.

 


매년 위 그림과 같이 성장하고 있는 알리바바의 광곤제 매출은 그야말로 경이적이다. 그리고 금년에도 2684억 위안(한화 4조 4600억 원)으로 대폭 성장을 하여 마윈 은퇴 후의 알리바바에 대한 우려들을 불식시켰다. 그런데 이 알리바바의 광곤제 매출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어떤 중국의 네티즌 한 사람이 알리바바의 매출은 아무래도 가짜 같다면서 그간의 데이터를 3차 회귀분석을 해보니 딱 들어맞더라는 것이다. 부합도가 99.94%였다고 했다.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회귀분석 결과를 토대로 금년 알리바바의 광곤제 매출액을 예측하였다.

그의 예측에 따르면 금년 광곤제의 알리바바 예상 매출액은 2675.37~2689.00억 위안 사이이다. 그리고 실제 금년의 실적은 2684억 위안이다! 정확히 적중한 것이다.

위 그림은 필자가 엑셀을 이용하여 알리바바 광군제 지난 10년간 데이터를 이 사람이 말한 3차 회귀분석을 이용하여 분석한 결과이다. 여기에 보면 과거 10년 데이터와 회귀 분석 선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회귀분석 선에 입각하여 예측한 금년 매출액은 2690억 위안이었다. 숫자의 차이는 아마도 필자는 억 위안 단위의 데이터를 사용했고 네티즌의 데이터는 더 상세한 자리 수까지 사용했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아래는 필자가 금년 데이터까지 넣어서 회귀분석을 해 본 것인데 역시 딱 맞아떨어진다.


그간 광곤제가 휘몰아치고 나면 수 일 후 반품 행렬이 몰아치는 현상이 있었다. 이것이 일단 구매 후에 정상적인 반품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업체들이 데이터 관리를 하기 위하여 고의로 가짜 오더를 낸 것인지 하는 논의들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네티즌이 제기한 이슈는 알리바바 자신이 숫자 장난을 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문제가 더 크다.


이 문제를 의식했을까? 마윈은 금년도 광곤제 실적이 자기가 예상했던 것 보다 매우 저조하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하였다. 그는 원인으로 두 가지를 지적했는데 하나는 날씨가 예년에 비해 따뜻해서 의복류 등의 판매가 예상보다 저조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로는 금년 광군제가 월요일이어서 영향이 있었다고 농담처럼 말했다. 정부가 광곤제를 반나절 놀게 해 주면 훨씬 매출이 늘었을 것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중화권 매체들은 알리바바의 광곤제 매출 ㄹ의혹과 함께 미국이 알리바바의 상장 폐지를 할 가능성 때문에 알리바바로서는 홍콩 등 기타 증시로 변경 상장하는 변수 등을 고려하여 좋은 성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전하고 있다. 필자는 이 것을 세 번째 의혹으로 꼽는다.


알리바바는 이미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리기에는 너무 커졌다. 그러나 현재의 미국은 알리바바를 무너뜨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사람들처럼 보인다. 마윈, 그는 은퇴했지만 광곤제에는 나와서 이런저런 활동을 하고 있다. 과연 그는 은퇴한 것인가? 아니면 동사장 직만 물러나고 사실 상 경영을 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필요한 때에는 불려 나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인가? 알리바바의 의혹은 깊어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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