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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Dec 02. 2019

홍콩 영향이 광동으로?

화저우 원로우에서 민중 시위 그리고 정부 양보

최근 중국 광둥 성의 화저우(化州)라는 곳에서 민중 시위가 일어나고 결국 중국 당국이 양보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 먼저 화저우라는 곳이 어디인지 지도를 보였다.

이 화저우 시는 경제가 발달한 광동성이기는 해도 상대적으로 낙후한 광시 자치구에 근접한 곳으로 말하자면 광동성 안에서는 상대적으로 낙후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원로우(文楼镇)

싱가포르의 자오바오(早报)에 따르면 광동 성의 화저우 시에는 원로우(文楼镇)이라고 하는 진이 있다. 중국의 행정 단위에서 '진'은 가장 작은 단위로서 우리나라의 '면' 정도에 해당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여기서 대규모 민중 시위가 일어났는데 그 이유는 해당 정부가 화저우 시에 인문 생태 공원을 건설한다고 하고서 실제로는 대규모 화장터를 지으려고 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화저우 시 정부의 사이트에 따르면 정부가 건설하려 한 화정터 관련 정보는 지난 27일 발표한 "화저우 시 인문 생태원 건설 프로젝트(장례식장 포함) 사회 안정 리스크 평가 증명 자문 의견 공포(化州市人文生态园建设项目(含殡仪馆)社会稳定风险评估征询意见公示)”에 의하면 정부는 이 마을의 계곡에  7500만 위안(한화 126억)을 투자하여 9036㎡ 규모로 건설하려 했다 한다. 행정적으로 규정되어있는 환경 요소, 사회 요소 등의 리스크 평가를 위한 의견을 현지 주민들을 포함하여 들어서 이 프로젝트 진행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야 하는데 지방 정부가 이를 편의적으로 하려 한 것이다. 인터넷과 트위터를 통해 전파되고 있는 내용을 보면 우선 이번 인문 생태 공원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이렇게 촌민들의 동의를 필요로 했던 모양이다. 중국의 제도 상으로는 농촌, 그리고 공유지 등은 국가라 하더라도 마음대로 토지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반드시 농민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 마을의 노인들을 찾아다니며 화장터 이야기는 빼고 좋은 효과 만을 강조했던 모양이다. 그렇게 해서 노인들의 서명을 얻어 내어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막상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공원이 아닌 대규모 화장터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은 다음 날인 지난주 목요일인 11월 28일 진 정부에 화장터 건설을 중지해 달라는 청원을 하기 위하여 찾아갔으나 이를 저지하는 공안과 충돌이 발생, 이 사태가 마을 사람들이 집단 항의하는 사태로 발전하게 되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격분했다. 그래서 진 정부에 항의 겸 청원하러 간 것이었다. 그러나 공안의 반응은 과민했고 마을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구타하고 구속하였던 모양이다. 그런데 정작 항의를 하지 않았던 구경하던 사람들까지 닥치는 대로 구속함으로써 일이 커졌다. 촌민들의 단결력은 강하다. 당사자가 아닌 사람을 체포하는 것을 항의하자 공안은 항의하는 사람까지 구속하였고 자식들이 구속되는 것을 본 부모들이 나와서 항의하자 부모들도 구속을 한 것이다.

출동한 중국 공안

그러자 촌민들은 폭발했다. 온 마을 사람들이 나와서 공안과 대결하는 양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차량을 전복하기도 하고 폭력적인 양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발전하자 공안은 최루탄과 물 대포를 동원하여 강경 진압에 나섰다. 그리고는 매우 비극적인 양상으로 민중과 공안이 극단적인 물리적인 충돌을 하게 된 것이다.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한 중국 공안

그런데 이 사태는 극적인 전환을 맞이한다. 지방 정부가 프로젝트를 포기한 것이다. 적지 않은 관찰자들이 광동의 이런 사태는 홍콩 시위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필자는 타이완 대학 명예 교수인 밍쥐정(明居正)이 어느 한 방송에서 한 말을 기억한다. 그는 매년 중국에서 1천 명 이상이 시위에 나서는 사태가 200여 건 정도 된다고 한 것 같다.(숫자는 확실하지 않음) 그렇다면 이 시위도 그렇게 엄청난 사태는 아니다. 얼마 전 허난 성에서도 쓰레기 장 때문에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프로젝트 중지한다는 허저우 시 공고

정말 놀라운 것은 다음 날인 29일 정부가 물러선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 민중의 시위가 격렬해지면서 정부가 물러선 일이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그 사안들은 대부분 요직에 있는 공직자의 비리로 인해 일어난 사건들이었고 해당 공직자를 처벌함으로써 해결된 안건들이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에는 민중의 시위에 정부가 양보한 면이 크기 때문에 중요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촌민들이 프로젝트 중지를 믿지 않자 허저우 시장이 나와서 정말 중지한 것이라고 설득하고 있다

필자는 롱콩 시위가 영향을 주었는지 안 주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하나는 분명하다. 이제 중국의 민중들은 우매하지 않다. 적어도 촌민들 중에도 진 정부의 공고를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있으며 이들은 공고에 있는 대로 자신들에게 의견을 피력할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결국 어떻게 해도 경제력의 성장과 함께 민중의 의식이 향상되면서 과거와 같은 중우 정치는 어려워지는 것이 아닐까. 이 사건에서 필자는 중국의 새로운 희망의 빛을 본다.


https://www.zaobao.com.sg/realtime/china/story20191201-1009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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