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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Dec 03. 2019

누구를 위한 정부 및 국영 기업 장악 강화인가?

중국 공산당인가 아니면 시진핑 파벌인가

11월 29일 중국 공산당 최고의 권력자들의 조직인 중앙 정치국 회의가 열렸다. 아래 기사를 보면 그야말로 건조하게 회의가 열렸다는 것 외에는 다른 내용이 없다. 그것은 이번 회의 내용이 사전에 당 매체에 공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것처럼 보인다.

http://www.xinhuanet.com/politics/2019-11/29/c_1125290657.htm

중국 국영 언론들은 이번 회의가 중국 공산당의 '기층'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 내용 외에 지방 정부 지도자들에 대한 인사도 논의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 매체들의 심층 보도에 의하면 이번 회의는 "당과 국가 기관" 그리고 "국유 기업"에 대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회의에서 심의된 안건은 두 가지로 “중국 공산당 당과 국가 기관 기층 조직 공작 조례(中國共產黨黨和國家機關基層組織工作條例)” 와 “중국 공산당 국유 기업 기층 조직 공작 조례(시험 시행)(中國共產黨國有企業基層組織工作條例(試行))”이었다. 이 두 조례는 모두 당정과 국유 기업에 있어서의 공산당 조직의 강화와 권력 강화, 그리고 당풍 및 기율에 대한 것을 강조하고 있다.


http://www.rfi.fr/tw/%E4%B8%AD%E5%9C%8B/20191130-%E7%BF%92%E8%BF%91%E5%B9%B3%E4%B8%BB%E6%8C%81%E6%94%BF%E6%B2%BB%E5%B1%80%E6%9C%83%E8%AD%B0%E8%81%9A%E7%84%A6%E5%9F%BA%E5%B1%A4%E9%BB%A8%E5%BB%BA%E8%88%87%E4%BA%BA%E4%BA%8B


그리고 회의 중 강조된 발언들은 다음과 같다고 전해진다.

엄격한 당원 교육 관리(“嚴格黨員教育管理”)

당 사업 간부, 특히 기층 조직 서기들의 교육 훈련 강화(“加強黨務幹部,特別是基層黨組織書記的教育培訓”)

여기서 당 사업과 기층 조직 등의 단어는 바로 기관과 기관당을 말한다. 정치국이 말하는  '기층'이라는 것은 풀뿌리 민초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각급 지방 정부 및 행정 기관, 그리고 국영 기업들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엄격한 당원 교육 관리, 특히 기층 조직 서기들의 교육 훈련 강화라는 것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각급 당정 기관 및 국유 기업의 당 서기들을 제대로 교육을 시키겠다"라는 말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다시 말해 시진핑 주석 등 지도부는 현재의 정부 기관 및 국유 기업의 당 서기들이 마땅치 않다는 불만의 발로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화교권 매체들은 금년 내내 중국 공산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증가하고 있다는 보도를 해왔는데 이를 결합하여 생각해 보면 중국 공산당 내부에 지도부와 기층 조직 간에 거리가 늘어났거나 이 거리를 지금까지와는 달리 대폭 줄여야 할 필요가 생겼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지도부가 "교육 강화"라는 카드를 꺼낸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중국 공산당 중앙 당교

지도부에서는 또 다른 요구 사항들도 나왔다고 하는데 그런 맥락에서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다.

기관 당 위원회는 당 건설에 대한 지도력을 강화할 것(並要求機關黨組(黨委)“加強對本單位黨的建設的領導”

주요 책임자 동지들은 첫 번째 책임을 다함과 동시에 함께 일하는 기타 성원들도 '한 자리 두 책임'을 잘하도록 해야 한다. “主要負責同志要履行第一責任人責任,帶動班子其他成員落實好‘一崗雙責’ ” 

여기서 '한 자리 두 책임'(一崗雙責)이라는 것은 공산당원은 조직에서 맡은 업무를 잘 수행해야 하는 책임 외에 당의 정책과 도덕이 준수되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업무에 대한 책임과 당에 대한 책임 두 가지를 모두 진다는 정책을 지칭하는 것이다. 풀이를 해보면 각 기관의 당 위원회는 자기 조직의 당을 만들어 가는 데 있어 지도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과 본인뿐만 아니라 기타 성원들을 독려해야 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현재 각 기관들의 공산당 조직은 취약하니 당 위원회가 리더십을 발휘하여 기관 당을 제대로 만들라는 뜻이며 '난 열심히 하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라는 식의 변명을 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도 독려해서 당 조직을 제대로 만들라는 의미로 보인다.

그리고 국유 기업에 대해서는 

"당의 국유 기업에 대한 전면적이고 철저한 지도 강화(切實加強黨對國有企業的全面領導)와 

“당의 지도력이 회사 경영의 각 기능에 융합되어 당 조직이 기업의 관리 구조에 각인되고 당 조직이 기업의 관리 구조 중의 법적 지위가 명확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把黨的領導融入公司治理各環節,把企業黨組織內嵌到公司治理結構之中,明確和落實黨組織在公司法人治理結構中的法定地位)"

라고 했다. 여기에 첨언하자면 기업의 당위(기업 내 공산당 조직)를 조직화, 제도화, 구체화해야 한다고 했고 당에 대한 충성도 강조하고 있다. 먼저 국유 기업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전면, 철저한 지도 강화라고 했으니 국유 기업들이 말을 잘 안 듣는다는 전제가 성립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당 조직이 기업의 관리 구조에 각인되고 법적 지위가 명확하게 이루어지게 하라 했으니 역설적으로 현재는 기업의 관리 구조에 당 조직이 침투되지 못하고 법적 지위가 문제 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사실 현대 기업 구조에서 당 조직은 유명무실하고 또 그렇게 인식되고 있다. 우선 국유기업 경영진의 경우 본인들 자체가 중국 공산당 간부들이다. 그리고 다시 우리나라의 노조에 해당되는 '공회'가 있다. 여기에 또다시 '당 조직'이 만들어지니 각자의 역할이 불명화한 것이다. 이제는 민간 기업에도 공산당 조직을 만들도록 의무화되어 타이완의 FOXCONN 같은 경우 직원들 중 공산당원이 3만 명에 당위 조직도 십 수개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 조직의 존재의 이유가 사람들에게 잘 설명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실태는 곧바로 공산당 조직이 하는 일을 불분명하게 만들고 따라서 조직의 각 업무 기능에 참여하지 못하며 참여할 경우에도 무슨 권리로 기업 활동에 이래라저래라 하는가 라는 반격을 받게 된다. 결국 기업의 공산당 위원회는 현재 기업과 정부 및 공산당 조직 간의 소통의 교량 역할을 담당하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실태에 대하여 지도부는 마땅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용적이고 유용하면 공산당 조직은 살아남을 수 있겠지만 이윤을 추구하고 이윤을 위해서는 비용을 절감하고 사람을 해고하는 기업에서 이러한 공산당 조직은 비용만 발생하는 부서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이것을 기여와 기능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면 어떤 방법으로 생존한다는 것일까? 법적 지위를 운운하는 것은 국유 기업에서조차 공산당 조직이 그 존재의 이유를 의심받고 있다는 말이 된다.


이러한 내용은 결국 현재로서는 이름만 있을 뿐 그 존재 가치가 유명무실한 정부 기관 및 국유 기업의 당 조직을 "제도를 통해서" 강화하고 실체화해서 강력한 통제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의 발언 내용은 다음과 같다. 

"制度不在多,而在於精,在於務實管用,突出針對性和指導性。要增強制度執行力,制度執行到人到事,做到用制度管權管事管人"

"제도는 많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밀하고 실효가 있어서 대응성과 지도력이 특출해야 한다. 집행 능력을 강화하려면 제도의 집행이 각 사람마다, 각 업무마다 미쳐서 제도로 하여금 권한, 관리, 인사를 컨트롤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상기 내용은 제도를 강조하고 말하자면 제도를 통하여 통제를 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리고 이는 수 일전에 있었던 중앙 전면 심화 개혁 위원회 제11차 회의에서 "제도"를 강조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리고 제도의 정비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제도의 실천이라고 하면서 암문(暗門, 즉 숨겨놓은 문)이나 천창(天窗, 천장에 만든 창문) 등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이는 뒷거래나 권력에 의한 영향력 행사를 불허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필자가 볼 때 이러한 암문, 천창 등의 용어 등장은 중요한 하나의 시사이다. 즉, 이번 제도의 정비는 주로 중국 내의 많은 사람들, 그리고 권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불편한 일이 될 것이라는 시사로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보면 수개월 전부터 중국 정부는 학생 및 근로자들에게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윗사람들의 부정부패 또는 부정당 상황이 발생하면 신고하라며 격려한 바도 있다.

http://www.cannews.com.cn/2019/1201/205578.shtml


중국이 정부와 국유 기업 모두 전면적인 제도 정비를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중요한 목적이 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그 목적은 아마도 미중간의 관계 악화로 인한 경제 문제, 그리고 그 경제 이슈로 인해 영향을 입은 통치 체계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미중 무역 관계에 대하여 중국 입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하는 무역 협상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거부할 것인가에 따라 정부 및 국유 기업의 거버넌스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미국 요구 수용의 경우

만일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시장 개방 등은 물론이거니와 가장 주요한 두 가지 사항, 즉 외국 기업에 대한 내국 기업 동등 대우와 합의 이행 기제 집행으로 미국 정부 인사를 포함한 기구가 지방 정부에 대한 강제적 조사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지방 정부 쪽에는 그동안 비공개로 진행하던 수많은 일들이 외부, 그것도 미국에 공개해야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국유 기업 쪽에는 그간 받아왔던 보조금을 비롯한 각종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정부 조달을 포함하여 미국 기업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여야 하므로 사실 상 중국 정부 및 국유 기업의 업무 방식을 근본에서부터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아마도  중앙 전면 심화 개혁 위원회 제11차 회의에서 언급하는 "제도"는 이런 의미에서의 "제도"로 보인다.


또 하나 지도부에서 우려하는 사태는 국영 기업을 민간 기업이나 외국 기업과 동등하게 대할 경우 경쟁 심화로 인한 경영 악화와 함께 국유 기업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하게 될 가능성일 것이다. 이 경우 국유 기업을 붙잡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한데 이 각도에서 지금 거론되고 있는 "당 조직"의 중요성이 부각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각도에서 보면 최근의 일련의 중공 지도부의 행동은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를 대비한 움직임일 수 있겠다.


미국 요구 불응의 경우

다른 상황으로서 미중 간의 무역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소위 시진핑 그룹의 좌경화 노선을 간다는 것으로 봐도 될 것이다. 심지어 "계획 경제로의 회귀"를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이럴 경우 민간 기업의 입지가 대폭 축소되고 외국 기업들의 탈중국이 대규모로 일어날 것이다. 이는 외환 유출과 중국의 외환 보유고에 대한 우려를 촉발시켜 중국 경제에 붕괴에 가까운 영향을 줄 것이다. 그 경우 사회 전반적인 불만의 폭발, 그리고 이 경우 사회 소외층 외에 기득권 층에서의 반발도 예상 가능하다.


이 경우에도 당 지도부로서는 사회 통제력을 강화하려 할 것이다. 특히 내부로부터의 반발이 가장 두려울 수 있다.  내부를 통제하려 한다면 그리고 정치적 경쟁자의 동향을 파악하기 어렵다면 하부 체계를 통제하는 것이 유력한 방법일 수 있다. 소위 적장을 잡으려면 말을 먼저 쏘라고 한대로 말이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512001

중국은 큰 나라다. 중국 공산당이 집권한다지만 그 중국 공산당원의 수가 이미  9천만 명을 넘어섰다. 몇 나라 세우고도 남을 인력이다. 14억 인구의 불만을 통제하려면 먼저 이들 공산당원들의 통제를 해야만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부 조직과 국유 기업 조직의 "제도" 정비를 도모할 만도 하다. 


결국 시진핑 주석과 지도부는 어떤 상황이 닥치든 정부 조직과 국유 기업에 대한 영향력을 확실하게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해 보이고 그 수단이 지금까지와 같은 자금이나 우선적 대우를 통할 수 없는 이상 당 조직을 활성화시키고 강화해서 이를 통한 통제력을 확보하려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http://news.cctv.com/2019/11/30/ARTItvms7mOF7fvvD6k1FJbZ191130.shtml


홍콩 매체인 香港01分에 의하면 중앙 정치국은 지방 정부 인사에도 초점을 맞추었다고 한다. 중국 공산당 인사 현황에 따르면 1954년 출생한 지방 정부 고관들은 퇴임해야 하는데 지방 정부 공직자 중 상당 수가 해당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시 성 서기 뤄후이닝 (骆惠宁), 랴오닝 성 서기 천쵸파(陳求發), 귀주 성 서기 쑨즈강(孫志剛), 윈난 성 서기 천하오(陳豪), 광시 자치구 주석 천우(陳武), 신강 자치구 주석 셰커라이티(雪克來提•紮克爾) 등 은퇴해야 할 정 서기 급이 6명이나 된다. 여기에 허난 성장 자리도 공석이므로 성급 결원이 7명이나 생기게 되는 셈이다.


이제까지 중국 공산당은 전 국가 부주석 쩡칭홍이 연령을 문제 삼은 후 고위직들에 대해 65세를 정년으로 퇴임하게 했지만 엄격하게 지켜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는 정년에 다다른 고위직들에 대해 더 엄격하게 정년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7개 자리 중 먼저 산시 성 서기 자리는 시진핑 주석의 저장 성 시절의 부하인 러우양성 (楼阳生)이 차지하였다. 소위 저장신쥔(浙江新军. 시 주석이 저장성 성장 시절의 부하들을 주축으로 하는 저장 성 그룹을 일컫는 말)의 일원이 차지한 셈이다. 러우양성 (楼阳生)은 원래 공청단 출신이라고 한다. 

러우양성 (楼阳生)

앞으로 남은 6개 자리를 어떤 인물들이 차지하는 가는 바로 중국 수뇌부의 파벌들 간의 세력 균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가를 짐작하게 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일단 첫자리는 시진핑 파벌의 몫이 되었다. 남은 자리들을 어떤 인물들이 차지할 것인지 기다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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