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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Apr 20. 2019

성공이 두려운 중국 기업인들

목숨보다 귀한 돈은 없다

주변의 기업인들로부터 심심찮게 듣는 이야기가 있다. 창업해서 성공하더라도 엄청난 재벌보다는 튼실한 중견 기업을 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재벌이 되면 여기저기 구설수에 오르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불안에 떨어야 한다. 하지만 튼튼한 중소기업을 하고 있으면서 유명세가 없으면 아무도 알아보지 않기 때문에 자유로우며 가진 부를 정말 재미있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기는 모 재벌 회장이 몰래 여자들을 집으로 볼러 들여 재미를 보았다는 뉴스는 본 적 있어도 재벌 회장이 어느 술집이나 룸살롱을 자주 가더라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 예전에 모 재벌 2세가 신분을 속이기 위해 소형 국산차를 타고 다니며 젊은 여자들을 유혹했다는 기사를 주간지에 본 적이 있는데 아마 수십 년 전 이야기였던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을 보면 사업가 시절의 여성 편력이 대단했던 모양인데 뭐 비밀도 아닌 모양이다. 그런가 하면 중국의 재벌 중의 한 사람인 징동상청의 리유창동 회장은 미국 출장 갔다가 통역해 주던 현지 화교 아가씨를 잘 못 건드려 지금 곤혹을 치르고 있다. 아직 재벌의 경험과 노하우가 거기까지 배우진 못한 모양이다


그런데 리우창동 회장은 사실은 운이 좋은 것일지도 모른다. 다른 재벌 회장들처럼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으니 말이다. 중국을 자본주의 나라로 보는 견해가 한국 분들 사이에 많은데 천만의 말씀이다. 그 증거로 중국의 재벌들이 어떤 최후를 맞이하고 있는지 소개해보려 한다.


최근 열렸던 양회에서 최고검찰원(우리나라의 법무부에 해당)은 전국에 통지를 내렸는데 그 내용은 "함부로 기업인을 체포하지 말라"라는 것이었다. 검찰원 부원장 손겸은 이와 관련하여 최근 기업인들을 많이 체포하여 기업인이 유치장에 들어가고 회사 자료는 제출하여 회사는 망하고 직원들은 흩어지는 현상이 빈발한다며 기업인들을 체포하는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대부분의 체포되는 기업인들은 배경이 튼튼한 국영 기업이 아니라 순수 민간 기업인들인 것으로 알려져 검찰원이 쉬운 상대만 대상으로 반탐(부정부패 일소 정책) 업무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은 물론 잡아넣으면 뇌물을 주는 민간 기업인만 잡아넣는 것은 검찰원이 뇌물을 원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사고 있었던 것이다. 손겸은 또한 모 성에 가보니 성 100대 기업 중에 상위 수십 개 기업이 경영자가 체포되었다며 이렇게 성의 경제를 악화시키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고도 하였다.



추스지엔(褚时健)은 매우 대표적인 붉은 자본가이다. 붉은 자본가란 공산주의 체계 하에서 성공적으로 기업을 운영하여 성장시키고 명성을 얻은 기업인을 말한다. 그는 1979년 51세에 옥계시 연초장의 공장장이 된 후 18년 동안 근무한다. 그리고 이 18년 동안 이 연초공장은 아시아 최대, 후에 글로벌 1위의 담배 회사로 성장한다. 공장은 정식 법인으로 설립되는데 바로 홍탑산이다. 홍탑은 전자며 자동차 영역까지 진출하여 종합적인 재벌 그룹으로 성장한다. 필자는 90년대에 홍탑산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윈난 성에서 필요한 인프라 시설을, 예를 들어 도로나 교량 등 상당 부분을 재정이 취약한 윈난 성 정부가 아닌 홍탑산 그룹에서 건설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하기는 성정부 세수의 절반이 홍탑산 그룹이 내는 것이니 사실은 홍탑산이 윈난 성을 먹여 살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추스지엔이 14년간 윈난 성에 낸 세금이 1400억 위안, 이라고 한다. 62세에는 중국 10대 기업가라는 명예를 가지게 된다. 66세에는 10대 모범 개혁 사례로 추앙된다.  


하지만 5년 후인 71세에 누군가에 의해 뇌물 혐의를 쓰게 된 그는 아내, 딸, 처제, 매제, 기타  친척들이 잡혀가는 사태를 당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수모를 참지 못한 딸이 유치소에서 자살을 하는 비극이 일어난다. 그는 변호사를 보내 딸의 화장한 유골을 수습하였는데 중앙에서는 어떻게든 추스지엔을 죽이라는 명령이 있었다고 한다. 이때 구이저우 성 서기 리유정웨이의 부인이 5만 상자의 담배를 추스지엔을 통해서 들여다가 고가로 판매한 일이 있었는데 중국 정부는 성 서기 부인이며 구이저우 성 정협 상위 위원임에도 불구하고 사형을 언도하고 귀양 시에서 사형을 집행하였다. 다음 차례는 추스지엔임이 누구의 눈에도 명확해 보였다. 하지만 당시 귀주 최고법원의 법관인 손샤오홍이 사형이 아닌 무기 징역을 선고하였는데 이는 대단히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 그는 당시 몇 글자 적지 않는 중국 판결문의 관행에도 불구하고 8천 여 자에 이르는 장문의 판결문을 써 어째서 사형을 내리면 안 되는 가의 이유를 적었는데 이 판결문은 오늘날 인민 법원의 사표가 되는 판결문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은 권력 투쟁도 많지만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정의를 지켜나간 인물들도 많다. 이 재판에서 추스지엔의 변호를 맡았던 마쥔은 그 후 기피 인물이 되어 수많은 고객들이 한 둘 씩 떠나가는 고초를 겪는다.


추스지엔은 그 후 12년을 감옥에 있다가 당뇨병이 악화되어 국외로 나가 치료를 받는다. 84세에 그는 이전에 거래했던 싱가포르 파트너의 도움으로 자금을 받아 황무지인 산 2400 무를 개간하여 오렌지를 심어 기른다. 이 오렌지를 중국 사람들은 추텅"추씨의 오렌지라는 뜻"이라고 불렀으며 윈난 성 제일 달고 맛있는 오렌지의 명성을 얻는다. 결국 그는 재기에 성공한 것이다.


이 추스지엔이 금년 3월 사망하였다. 많은 이들이 조의를 표하고 경의를 표하였다. 그리고 당시 누가 왜 추스지엔을 압박하고 곤경에 몰아넣었는가 하는 의문이 다시 제기되었다. 중국에서 당시 그 정도의 기업을 일구는데 고위층의 지지가 없을 리 없는 것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중화와 같은 고급 담배는 물건만 구하면 돈이다. 그래서 많은 고위층들이 추 씨에게 담배를 보내라거나 매매 자격을 달라고 쪽지를 보내 요청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추 씨는 이 쪽지들을 모두 보관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요구를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그가 당뇨명으로 감옥을 나와 치료를 한 해는 2002년, 바로 강택민이 물러나고 후진타오가 주석이 된 해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사건이 드문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2016년 마윈은 "중국에서 부를 축적한 사람은 좋게 끝난 일이 적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실제 중국에서 상위 재벌이 되면 그 끝이 좋지 않다. 먼저 리하이창의 사례를 살펴보자. 리하이창(李海仓)은 산시 성(山西) 하이신 강철 그룹(海鑫钢铁集团)의 회장이었다. 그는 민영 기업으로서는 가장 성공한 강철회사를 일으켰으며 한때 민영 강철 대왕으로 불리던 인물이다. 산시 성 공상련 부회장, 윈청시 인민대표 를 맡기도 했으며 윈청시 공상련 회장을 겸임하였었다. 하지만 그는 2003년 1월 22일 자기 사무실에서 자살당하였다.

리하이창(李海仓)과 위안바오징(袁宝璟)

다음으로 북경 그룹의 회장 위안바오징(袁宝璟) 그의 재산은 당시 37억 위안으로 한화 6300억 정도의 규모였다.  그는 흑사회의 한 인물과 반목하다 그 인물을 살인 청부하였다. 그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은 이 흑사회의 인물의 뒤에 당시 고위층이 결부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 인물은 후에 조우용캉(周永康)으로 알려졌다. 결국 위안바오징은 2006년 독침에 의해 살해되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이다. 하지만 황광위(黄光裕) 회장이 창업한 구어메이(国美)의 이름은 귀에 익숙할 것이다. 중국 방방곡곡에 전자 양판점인 구어메이를 볼 수 있으니 말이다. 황 회장의 재산은 430억 위안으로 7300억에 달했다. 그는 2014년 감경제 사범으로 14년 형을 받고 감옥에 들어가서 지금까지 복역 중이다. 

후난 성 후난 삼관 부동산 개발의 쩡청지에(曾成杰)는 2005년 중국 기업 개혁 10대 걸출 인물로 선정되었던 사람이다. 그는 2008년 집단 사기 등의 죄목으로 체포 구류되었다. 그리고 제대로 재판도 열리지 않고 가족에게 통보도 없이 장사에서 사형에 처해졌다. 그의 재산은 약 24억 위안 정도였는데 그의 사형 집행 후 후난 재정국 산하 기업에 약 8분의 1인 3억 3천만 위안에 매각되었다.


이런 기업가들의 말로를 지켜본 사람들이 그 의미를 모를 리 없다. 후베이성 어조우시의 샤오윈쥔(肖运军)은 후베이성 어조우시 공상련 부회장을 연임한 기업가였다. 이 사람은 미국으로 도망을 갔다. 그의 회사는 2016년 어조우시의 번화한 거리 황금같은 땅의 입찰에 나섰다. 20 무 정도의 땅인데 7천만 위안에 낙찰을 받았다. 다음 해인 2017년 순풍 콰이디(중국 최대의 물류 회사)가 어조우에 진출한다. 이 소문이 퍼지자 어조우 시의 중심부 땅값이 크게 올랐다. 그러자 어조우시 공안국의 부국장 한차이빙(韩才兵)이 샤오윈쥔에게 전화를 걸어 시장의 뜻이라며 땅을 내놓으라고 한 것이다. 샤오윈쥔은 거절하였다. 다음 해인 2018년 어조우시는 부패 척결을 한다며 샤오윈쥔의 비리를 캤지만 나오지 않자 파트너인 당화서( 唐华西)를 은행에 사기 대출을 받았다는 명목으로 체포한다. 그리고는 이 건을 발판으로 쌰오윈쥔을 잡으려 하자 미국으로 도망한 것이다.


이런 기업가 때려잡는 일은 소위 하이테크 중심의 벤처 기업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소위 BAT, 즉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와 같은 인터넷 대기업이 나타나게 되었고 중국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창업의 길로 나서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벤처 업계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몰려오고 있다. 최근 바이두의 창업자 리옌홍(李彦宏)이 물러났다. 소문으로는 리옌홍은 1세대 벤처 기업의 대부분이 그랬듯이 강택민 파벌의 지원을 받아 성공할 수 있었는데 이제 문제가 된 것이라 한다. 바이두 수입의 상당 부분은 의료 광고이고 의료 광고는 푸티엔시(莆田系)라는 중국 민영 의료 자산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회사이다. 이 푸티엔시를 장악하고 있는 천즈리(陈至立)라는 여성 바로 강택민 파의 주요 인물 중 하나라는 것이다. 게다가 소문으로는 리옌홍은 보시라이(薄熙来)를 지지했었다고 한다. 

실제 BAT는 모두 강택민 파벌의 투자와 비호로 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윈도 모든 법적 직위에서 물러났다. 현재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것도 투자자와 주주들을 고려한 활동으로 보이며 사실 상 모종의 압력에 의해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는 소문들이 파다하다. 이제 다음은 텐센트의 마화텅(马化腾)이라는 풍문이 자연스럽게 돌고 있다. 최근 있었던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게임 규제도 텐센트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그럴싸한 전언들도 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이미 지불 수단이며 향후 미래 최대 가치로 손꼽히던 알리페이와 위챗 페이를 국가에 헌납하였다. 공산당 일당 독재 체계 하의 중국에서 기업가는 정도 이상 규모의 부나 영향력을 가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전전긍긍하며 안전하게 여생을 보낼 길을 찾는 마윈을 모습을 보며 중국 기업인은 지나친 성공도 해서는 안되는구나 하는 한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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