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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Feb 19. 2020

미국의 두 번째 파상 공격

이번에는 무역, 첨단 기술, 미디어다

중국은 코로나 19 사태로 많은 국가들로부터 중국인 입국 중지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런 인적 교류의 중지는 국내 교통 통제와 함께 정보의 교류, 자본의 교류, 기술의 교류를 어렵게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원했던 중국의 세계 경제로부터의 격리는 코로나 19라는 질병으로 인해 달성되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중국 텐센트의 주가가 치솟았다. 왜 그럴까? 코로나 19가 발병한 후 전 중국인이 사실 상 가택 연금 상태와 유사한 상황 속에 들어가면서 모든 사회생활과 경제생활을 온라인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가장 보편적인 온라인 플랫폼인 텐센트의 주가가 치솟는 현상을 보였다. 

https://www.ig.com/en-ch/news-and-trade-ideas/tencent-share-price-hits-new-high--where-next-amid-coronavirus--200217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텐센트의 메신저인 wecaht에서 중국 정부가 원하지 않는 내용이 돌아다니는 것을 강력하게 통제해 왔다. 이는 새로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 정치에 무관심하던 중국인들에게 있어서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는 정치 이슈가 아니라 자신과 가족의 목숨이 달린 이슈였기에 수많은 정보를 보내고 받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평소에 인지하지 못했던 사실, '중국에는 언론의 자유가 없다'라는 것을 알려 주는 여러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리원량 의사의 죽음은 중국 사회에 언론 통제의 부당함과 폐악을 다시 널리 알리고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크게 했지만 중국 공산당의 대답은 시민 기자라는 천츄스나 팡빈이 사라진데 이어 쉬장룬(許章潤) 칭화대 법대 교수가 사라진 것이었다. 중국 정부는 SNS에 올린 글들을 분석하여 이미 167명의 사람들을 유언비어 선포 죄로 구속하였다고 한다.

쉬장룬(許章潤) 칭화대 법대 교수

여기에 대해 미국이 제재에 들어간다는 소문이 있다. wechat은 TENCENT 그롭에 속한 자회사인데 이 TENCENT는 미국에 상장되어 있어서 미국법에 의한 제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rfi의 보도에 의하면 미국에는 '외국인 침권법'이 있어 외국의 조직이나 기업이 미국인의 자유를 위협할 경우 미국 정부는 기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TENCENT는 뉴욕 시장에 상장되어 있어서 미 증권감독위원회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 게다가 미국은 지금 외국 기업이 자신의 정부와의 관계를 은폐할 경우 처벌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바로 국가 기밀이라는 이유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는 많은 미국 내 상장한 중국 기업들을 겨냥한 조치이다. 최근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TIK TOK의 미국 법인 같은 경우는 미 의회의 청문회 참석 요구에 불응하기도 하였다.
http://www.rfi.fr/cn/%E4%B8%AD%E5%9B%BD/20200214-%E6%8D%8D%E5%8D%AB%E8%A8%80%E8%AE%BA%E8%87%AA%E7%94%B1-%E5%85%AC%E6%B0%91%E5%8A%9B%E9%87%8F%E8%AE%A1%E5%88%92%E8%B5%B7%E8%AF%89%E5%BE%AE%E4%BF%A1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이 이루어질 경우 사실 상 중국 기업이 미국에서 상장할 가능성이 사라질 뿐만 아니라 기존 상장사들도 상장 폐지가 되거나 주가의 급락을 면할 길 없을 것이다. 그리고 사실 상 중국 기업들의 주식이 미국이 아닌 기타 국가에서 상장되기도 어려울 것이다.


물론 중국에게는 홍콩 시장이 있다. TENCENT는 뉴욕뿐만 아니라 홍콩에도 상장한 상태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상황을 예상한 알리바바는 진작에 뉴욕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을 줄이고 홍콩 쪽에도 상장을 한 상태다. 문제는 홍콩이라고 해도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주식 시장에서 분리되는 추세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 있다.

TENCENT 본사

이런 제재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경제적 제재의 일환이라고 하겠고 화웨이의 경우는 법률적 제재를 통한 기술 영역의 제재라고 할 수 있다. 화웨이 및 멍완저우 CFO에 대한 미국 검찰 측의 기소를 보면 멍완저우 개인이나 화 웨이에 그치지 않고 중국 정부의 개입을 시사하고 있다. 결국 미국 정부의 입장은 멍완저우 개인을 통해서 화웨이라는 기업, 그리고 화웨이 뒤의 중국 정부를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공격은 그렇게 쉽지 않았다. 먼저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자국 기업의 원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화웨이의 5G를 채택하지 말라는 미국의 요구는 맹방인 영국이나 독일에서까지 잘 먹히지 않고 있다. 영국의 경우 이미 화웨이 5G 설비를 '비핵심 네트워크'에 한정하여 설치하도록 임시 결정한 바 있고 정식 결정은 새 총리가 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새로 취임한 보리스 존슨은 기존의 시설은 그냥 사용하도로 하였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도 화웨이 설비 배제에 소극적이다. 화웨이를 배제하면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화웨이가 도청한다는 미국의 명분이 맹방을 비롯하여 미국이 전 세계 통신 도감청을 하고 있는 현실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그러자 미국은 화웨이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에 나서는 모양새이다. 미국은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지 못하게 하는 새로운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화웨이는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비하여 반도체 부품을 자체 개발하였는데 문제는 이러한 설계를 지원하고 생산을 담당하는 것이 타이완의 TSMC라는데 있다.


TSMC의 상황은 그야말로 미중 관계의 복잡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오묘함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먼저 TSMC는 타이완 기업이다. 게다가 전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국민 기업이다. 하지만 자본을 보면 거의 미국 자본이다. 지분의 약 80% 정도가 미국 자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미 국방성의 1등급 협력 업체로서 보안 체제를 인증받은 업체이기도 하다.(심지어 삼성도 이 자격이 없다) 그러면 사실 상 미국 기업 아니겠는가? 그렇지만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지원해 왔고 중국이 탈미국을 외치며 개발해온 반도체 중 최첨단 제품은 모두 TSMC가 지원한 것이며 역으로 TSMC 외에는 생산 능력이 없다.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TSMC를 단순 반도체 하청 생산 공장 취급을 하는데 삼성의 최신 반도체 생산기술을 전수해 준 것이 TSMC의 기술 인력들이었다는 것을 사실인 만큼 인정해야 할 것이다.

TSMC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미국 기술 함량이 25% 이상이면 해당 제품을 화웨이에 공급할 때 미 상무부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그래서 이번 조치가 이루어지면 TSMC는 화웨이에게 첨단 반도체를 제공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동시에 화웨이는 더 이상 첨단 제품을 생산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가 된다. 


여기에 미 국무부는 중국의 미디어들을 사실 상 배제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신화사, CGTN(국영 CCTV의 해외 버전), China Radio, China Daily, 인민일보 등을 미디어가 아닌 중국의 국가 정보 요원으로 규정하고 향후 이들 기관은 미국 직원의 이름, 개인 정보 및 이직 정보 등을 국무부에 제공하도록 하였다. 이들 국영 미디어들이 중국 공산당 선전 공작부의 지시를 받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었다.

https://www.nytimes.com/2020/02/18/world/asia/china-media-trump.html


그리고 보면 지난 2월 10일 미 USTR이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중국과 인도 등을 개발도상국 대우 리스트에서 삭제한 조치는 의미심장한 것이었다. 이는 지난 1 단계 미중 무역 합의 후 바이러스로 고통받고 있는 중국에게 소위 '인정에 끌린 조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고 예정대로 중국을 WTO에서 끌어내려 이제까지와 같은 자유(?) 무역의 혜택을 더 이상 중국이 영위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중국 내에 생산 공장을 가지고 있는 모든 외국 기업들에게 중국을 떠나라는 최후통첩을 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https://ustr.gov/about-us/policy-offices/press-office/press-releases/2020/february/ustr-updates-list-developing-and-least-developed-countries-under-us-cvd-law


이러한 일련의 미국의 조치에 가장 크게 타격을 받는 것은 물론 중국이다. 그러면 안으로는 코로나 19, 밖으로는 미국에 고난을 받고 있는 중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에 대해서 블룸버그는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2월 1일: 금융 당국이 은행들에게 3천억 위안 제공, 상장 기업 투융자 관련 규정 완화, 대출 및 수수료 절감 등 30여 가지 금융 조치

2월 3일: 중앙은행이 유동성 1500억 위안 추가, 총 공급량 1조 2천억 위안, , 위안화 달러당 7 선 저지

2월 4일: 4천억 위안 추가 투입

2월 7일: 금융 당국이 공동 발표를 통해 정책 우선순위는 '성장'이라고 발표

2월 8일: 바이러스 상황과 싸우고 있는 기업들의 채무 부담을 줄여줄 것이라고 발표

2월 10일: 중국채 10년 물이 2.8% 이하로 장 마감

2월 11일: 지방 정부들에게 3월 이내에 8억 8천만 위안 채권 발행 허용 발표

2월 13일: 중국 증권 협회는 기업 신용 평가 조정을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할 것을 발표

2월 14일: 금융 당국은 코로나 19로 인한 채무 불이행은 '불량 채권'에 포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

2월 15일: 당국은 코로나 19 사태가 물가 상승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

2월 16일: 감세와 정부 예산 절감 발표 2월 17일: 중앙은행이 2천억 위안 규모의 1년 중기 자금 제공하면서 이자율 낮춤

2월 18일: 중국 주식 시장 1조 달러에 가깝게 회복

이상과 같은 조치들은 그야말로 사용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들을 동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Robert Lighthizer USTR 대표

그러나 중국이 간신히 구렁텅이를 벗어 나오자 미국이 두 번째 공격을 폭풍우 치는 바다처럼, 문자 그대로 파상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서로 칼을 뽑는 진검 승부가 아니라 잽인지 스트레이트인지 알 수 없는 펀치를 아웃복싱으로 던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의 국제 관계에서 갈등을 보면 언제나 시간을 끌고 진을 빼는 것이 중국의 특기였는데 이제 제대로 임자를 만나 중국이 구덩이 하나에서 나오면 다음 구덩이를, 산을 하나 넘으면 또 다른 산을 미국은 가져다 대고 있다. 이런 표현이 적절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중국이 불쌍할 정도이다. 필자의 눈에는 중국이 미국의 이번 파상 공격에 어떤 대처를 할 수 있을지 보이지 않는다. 블룸버그는 이미 수많은 중국의 중소기업들이 임금을 지불하지 못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참고로 중국 정부는 코로나 19가 발생하고 나서 기업들이 종업원들을 해고하지 못하게 여러 가지 제약을 가했다.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0-02-19/chinese-companies-say-they-can-t-afford-to-pay-workers-right-now?srnd=premium-asia세계 26개 주요 항로의 선적 평균 가격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가 83% 수준이 된 것을 보면 이제 수출 업체들도 곧 자금 흐름에 이상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Tim Culpan 같은 사람은 supply chain의 구조 변경을 해야 한다면 지금이라고 말하고 있다.(https://www.bloomberg.com/opinion/articles/2020-02-06/if-the-tech-supply-chain-must-face-a-pandemic-now-s-the-time)

https://kr.theepochtimes.com/%ec%a4%91%ea%b5%ad%eb%b0%9c-%ec%bd%94%eb%a1%9c%eb%82%9819%ec%9d%98-%eb%98%90%eb%8b%a4%eb%a5%b8-%ea%b2%bd%ec%a0%9c-%ec%b6%a9%ea%b2%a9-%ea%b5%ad%ec%a0%9c-%ed%95%b4%ec%83%81%ec%9a%b4%ec%86%a1%eb%a5%a0_519013.html

그러나 남의 이야기할 때가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중국 외의 국가로는 우리나라가 가장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중국에서 중간재를 수입하는 비중이 아시아 각국이 40%로 가장 높고 따라서 이번 바이러스 사태로 가장 영향을 입을 지역을 아시아로 꼽았다. 그리고 아시아 국가 중에서 대 중국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가 우리나라이다. 필자는 경제 전문가가 아니다. 그리고 일단 이야기가 우리나라로 돌아오면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과 대책을 내놓고 있을 것이고 필자가 낄 자리는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단지 이것만은 이야기하고 싶다. 이번 중국의 변화는 단순한 경기의 변화가 아니라 세계 경제의 근본을 바꾸는 구조적 변화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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