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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Mar 03. 2020

남수북조

중국 화북 지역의 수자원은 중국 전국에서 4%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인구의 25%를 먹여 살린다. 이에 따라 식수는 물론 식량 생산에 필요한 관개 면적도 역시 25%를 차지한다. 식수 외에도 GDP의 27%가 화북 지역에 소재하여 있어 용수 수요도 매우 크다. 그 결과 화북 지역은 황허를 비롯한 하천뿐만 아니라 대량의 지하수를 사용하였고 물 부족 현상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져 갔다.


이러한 물 부족 해결은 중국의 장기 국가 전략 과제 중의 하나였고 티베트 등 수원지의 수량을 확대하고 이 물을 황하와 장강에 공급하며 특히 용수 부족 현상이 심한 화북 지역에 장강의 물을 끌어 대는 것이 바로 '남수북조'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중국 전체 지형에서 동부 지역은 과거 대운하가 존재했던 수로를 재건하는 동선, 서부 지역의 물을 끌어서 황하에 공급하는 서선, 그리고 대륙의 가운데를 가로지르며 장강으로부터 베이징까지 물을 대는 중선의 3개로 나뉜다.

근본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불가능해 보였던 프로젝트이다. 왜냐하면 거대한 중국 대륙은 북쪽이 높고 남쪽이 낮다. 그래서 물은 언제나 북에서 남으로 흐른다. 남에서 북으로 흐르는 강을 본 적이 있는가?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남에서 북으로 흐르는 강은 없다. 한번 한강을 황해에서 거꾸로 되돌리려 한다고 생각해보라. 어떤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는가? 


중국의 주요 물 덩어리들의 수위를 유사한 경도에서 살펴보면 가장 낮은 고도에 위치하는 것이 장강이다. 그리고 황허의 수위는 장강보다 훨씬 높다. 이 장강에서 자신보다 수위가 높은 황허 쪽으로 1000km를 넘는 거리를 어떻게 물길을 터서 보내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게다가 황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황허를 가로질러 더 북쪽으로 가야 베이징까지 도달할 수가 있는 것이다.


과거 수나라 양제가 나라를 망하게 하면서까지 만들었던 대운하를 기반으로 한 동선(东线)은 길이 1152km의 대수로이다. 2002년 12월 27일 착공이 되어 2013년 12월 8일 통수가 되었다. 양저우 시 장도우구(扬州市江都区) 근처에서 물길이 시작되어 홍저 호수(洪泽湖), 루어마 호수(骆马湖), 난쓰 호수(南四湖) 및 동핑 호수(东平湖)를 거쳐 산둥 성에 들어 선 후 두 갈래 나뉜다. 한쪽으로는 황허를 넘어가 산둥반도 쪽으로 들어가서 용수를 공급하고 다른 한쪽으로는 텐진으로 도달하게 된다. 

여기서 난쓰 호수(南四湖)라는 것은 남쪽의 네 개의 호수라는 의미로  물리적으로 하나의 호수이지만 수역에 따라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웨이산 호수(微山湖), 자오양 호수(昭阳湖), 두산 호수(独山湖), 그리고 난양 호수(南阳湖)를 가리키는 것으로 생각된다. 난쓰 호수(南四湖) 및 동핑 호수(东平湖)를 거쳐 산둥 성에 들어 서면 바로 태산이 있다. '태산이 높다 하되'의 태산, 바로 그 산이다. 그리고 그 지역의 고도가 높기 때문에 니 물길은 말 그대로 양저우부터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하면서 올라가야 한다. 


믿기 어렵지만 중국 정부는 양수기를 설치해서 물을 태산까지 끌어올렸다. 물론 태산의 산봉우리까지 올렸다는 뜻은 아니다 태산의 서쪽의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을 택하여 물길을 만들었는데 수백 km에 걸쳐 물이 올라가야 하는 사실에는 변동이 없다. 이를 위하여 중국은 대형 양수기라고 할 수 있는 설비를 만들어 설치하였다. 그 과정에서 통상 75%인 대형 양수기의 설계를 개선하여 81%의 효율을 보이는 기술을 개발하였다고 한다. 이는 이후 중국이 자랑하는 기술이 되었다.  

그러니까 간단히 말하면 중국은 장강 하류의 양저우 시부터 물길을 다음 목적지인 호수까지 계속 양수기로 퍼올려서 보낸 셈이다.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필자는 수양제가 만들어 놓은 엣 운하를 다시 터기만 하면 될 것 아니냐고 생각했던 것이다.


1263km의 중선의 경우 2003년 12월 30일 착공하여 2014년 12월 12일 정식으로 개통되었다. 이 중선의 장강과의 연결점은 바로 우한 근처이다! 우한, 이 얼마나 의미심장한 이름인가? 중국에서는 우한을 구성취통이라고 부른다. 9개 성이 서로 통하는 통로라는 뜻이다. 그리고 베이징으로 수로를 놓는데 그 시작점 또한 우한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중선은 후베이 우한과 연결되어 허난 성, 허베이성을 거쳐 베이징과 텐진으로 도달한다. 


수로의 시작점은 정확히는 우한이 아니다. 수로는 우한 서북 쪽에 있는 단장코우 (丹江口) 시에서 출발한다. 원래 우한의 수역으로 흘러들어 가는 지류인 한강(汉江, 우리 한국의 한강과 같은 이름이다)을 막아 북쪽으로 물을 흐르게 한 것이다. 이 단장코우 저수지(丹江口水库)는 한강의 중상류에 위치한다. 허난 성 난양시 저추안(浙川)현까지 소재한 이 수역이 846 평방 km이며 수질이 국가 2급으로 우량하다. 화북 지역의 70% 수량이 취수되는 곳이다. 이 물을 북쪽으로 보내기 위하여 우선 이 저수지의 수위를 높여야 했다. 그래서 기존의 제방을 높이는 작업을 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저수지의 수량을 늘리는 동시에 수위 차에 따라 물이 북쪽으로 흘러 내려가도록 한 것이다. 이 작업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걸렸다. 우선 길이 22m의 강철 기둥을 구 제방에 박아서 보강하고 그 위에 새로이 제방을 올렸는데 오래된 제방과 신 제방 부분이 온도차에 의해 유리되는 현상을 막기 위하여 수 차례의 재료 혼합 시험 후 낡은 제방과 신제방의 재료를 혼합하여 건설하는 방식을 채택하여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그렇게 하여 170m 높이의 지금의 제방이 완성되었다. 현재 이 보다 높은 제방은 삼협 댐 외에는 없다.

이 저수지의 수위가 올라가서 베이징의 퇀청후(团城湖)까지 98.8 미터의 수위 차가 생겼다. 저수량은 174.5억 입방미터에서 290.5억 평방미터에 달할 예정이다. 수역 면적은 1022.75평방 km에 이를 것이다. 이 수위 차를 이용하여 이 물은 허난 평야, 허베이 평야를 달려 베이징 이허위엔(颐和园)의 퇀청후에 다다르는 것이다. 이 수로는 넓이 7m, 깊이 3.5m이다.  

이 길고 긴 수로를 따라 지형도 무상하게 변하는데 땅의 고도가 너무 낮아지는 구역은 수로교를 건설하고 거꾸로 너무 높아지는 지역은 땅을 파내어가며 건설을 했다.  특히 다른 하천을 만나 교차하는 곳이 문제였는데 이 구간은 상대 하천의 땅 아래를 파고 하저 수로 터널을 뚫어 해결했다. 아래는 지하 35m까지 내려가서 직경 8.7미터, 길이 4250미터의 황하 아래를 통과한 하저 수로 터널의 모습이다. 멀리 수로의 출구가 보인다.

하천 아래로 들어가는 수로의 모습

이 공사 과정 중 가장 큰 기술적 난제는 바로 토양이었다고 한다. 허난에 이르는 구간의 토양이 비가 오거나 지하수가 스며들면 미끄러지며 갈라져 붕괴하는 그런 토양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지역에서는 기왓장들이 갈라지고 제방이나 둑의 언덕이 비가 오면 갈라져 붕괴하는 현상이 자주 있었던 것이다. 북송 시대에 태종이 팡청야코우(方城垭口, 장강과 화이허가 만나는 수역을 지칭한다)에서부터 물을 끌어 북쪽으로 올리려 했었다고 한다. 말하자면 북송 시절의 남수북조 프로젝트인 것인데 이때 10만 명을 동원하여 50km가 넘는 거리의 수로를 팠다고 한다.  하지만 계속 제방이 무너져 내려 결국 실패했다고 한다.


이런 토양을 중국에서는 팽장토라고 한다. 결국 수 차례의 실험 끝에 팽장토에 4%가량의 시멘트를 섞어 혼합하고 균질화한 후 사용하여 해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팽장토는 전체 구간의 27%에 해당되는 400km에 걸쳐있었다고 하니 꽤나 고생한 공정이었을 것이다.

지대가 낮아지면 위 사진과 같이 수로교를 건설했다. 이 구조물의 중량은 1600톤에 달한다.

지대가 낮아지면 위 사진과 같이 수로교를 건설했다. 세계 최대의 도랑인 셈인데 5초마다 수영장 하나를 채울 물이 흐른다고 한다. 


베이징에 다다르면 이미 외곽부터 지하 관로를 통해 급수가 되기 시작한다. 종점인 이허위웬의 퇀청후에 다다를 때까지 지하로 관로가 가기 때문에 눈으로는 볼 수가 없다. 이렇게 만든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3천만을 헤아리는 중국의 수도의 상수원이 되기 때문에 보안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서선(西线)을 살펴보자. 이 서선은 아직 시공되지 않았다. 지역이 황량하고 인구 밀도가 낮으며 지대가 높고 지형이 복잡한 탓이다. 이 서선은 중국 서부 지역에서 장강 상류의 물길을 황하 상류의 물길에 유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 서북부 지역의 고질적인 수자원 부족 현상을 해결하고 장기적으로는 사막 지역의 녹화를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 보인 지도는 중국의 각 지역의 수자원이 얼마나 있는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중국의 수자원은 기본적으로 장강 유역에 집중되어 있으며 북쪽에서는 헤이룽장성 쪽이 풍부하다. 그러나 이 지역의 공업화가 계속 진행된 후로는 이미 수자원 부족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티베트 지역의 5853이라는 풍부한 수자원과 신강 위구르의 1200의 수자원을 활용하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트베트와 신강은 인구밀도가 희박하거니와 정치적으로도 불안정한 지역이다. 이 서선 프로젝트는 의론이 분분하고 말이 많아 아직 기본 계획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제시된 방안이 3 가지 있으며 궈카이(郭开)가 분석을 했다.


1안. 궈카이(郭开)가 제시한 방안은 해발 3588미터의 야루장푸강(雅鲁藏布江)의 삭마탄(朔玛滩) 저수지에서 물을 끌어 고도가 188미터 아래인 해발 3400미터 황하의 첸리포(千里跋)로 보내는 것이다. 이럴 경우 수위 차로 인한 자연적인 물 공급이 가능하다. 이를  서북부의 주요 하천 6개를 이어나간다고 하여 소위 5강 1하 (五江一河) 계획이라고도 부른다. 야루장푸강(雅鲁藏布江) 누강(怒江), 란찬강(澜沧江), 진샤강(金沙江), 야룽강(雅砻江), 다두허와 황하(大渡河와 黄河)를 엮는다는 구상이다. 상류에 댐을 건설하고 175km의 터널을 뚫는다. 공사 기간 40년(!)이라는 무지막지한 계획이다. 지도를 보면 이 계획이 얼마나 엄청난 스케일인지 확인할 수 있다. 이 건설 계획으로 영향을 입는 지역이 아마도 중국의 절반은 될 것이다. 


2안. 전 국가 제일공업기계부 장관이었던 조우즈지엔(周子健)의 대서부 수리 프로젝트 계획으로 야루장푸강에서 황하까지 1239km를 수로를 건설한다는 발상이다. 중간에 터널을 8곳 뚫으며 그중 제일 긴 터널은 60km에 달한다. 여러분들은 60km 길이의 터널이라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터널 길이 합계는 240km이다. 1안의 엄청난 스케일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간결하다. 수몰 지역도 적어서 2만 5천 명 정도의 이주로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난제가 많고 수질 오염 등의 문제가 있어 현실성이 의문시된다고 한다.


결국 서선 프로젝트는 아무리 과감한 중국 정부이지만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다. 만일 이 서선 프로젝트가 실현된다면 중국의 수자원 부족은 근본적인 해결을 맞으리라. 그러나 코로나 19 바이러스에서 보듯이 이 정도 대규모로 자연환경을 변경시켜 놓으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실로 미지의 길이라고 하겠다. 수십 년을 내다보는 정책이 가능한 중국이기에 검토라도 할 수 있는 프로젝트로 생각된다. 5년 10년 앞의 계획도 세우기 어려운 우리나라로서는 이런 중장기 전략을 구사하는 중국에 종국적으로는 뒤지게 되는 것은 아닌지 심란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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