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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Mar 24. 2020

꼭 만나야 되나를 묻는 시대

POLITICO 코로나가 바꾼 시대 시리즈 1

필자는 코로나 19 사태를 맞이하여 누군가, 특히 지성과 통찰력을 가진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향후의 예상을 해 주기를 바랐다. 왜냐하면 직감적으로 이번 코로나 19 사태 이후의 세계는 결코 그 이전의 세계와 같지 않으리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 자신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왜 그런 느낌이 드는지를 잘 명확하게 이해할 수 없었다. 단지 마치 본능처럼, 잘 사용하는 말은 아니지만 '동물적 감각'으로 그런 감각이 왔던 것이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 이후 미래를 예측한 학자, 정치가, 철학가의 발언을 찾을 수 없었다. 단지 사람들의 주식 투자를 돕는 엘-아이리언의 경제 예상 만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던 와중 필자에게는 매우 다행스럽게도 미국의 미디어 POLITICO가 미국의 저명한 학자들을 중심으로 코로나 19 이후의 세상을 예측하는 기사를 내었다. 무려 32명의 의견을 보도하였는데 모두 짧은 글 들이다.

Deborah Frances Tannen 교수

필자는 이 32개의 글을 하나하나 짚어보고 진지하게 검토해 보려고 한다. 우선 첫 의견은 이후 사람들 간의 직접 대면이 줄어들 것이라는데 대한 Deborah Frances Tannen 교수의 의견이다. Deborah Frances Tannen (1945년 6월 생)는 워싱턴 DC 조지 타운 대학교에서 언어학과 교수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정년 퇴임할 나이를 훨씬 지났지만 서구의 대학은 종신교수의 경우 본인이 은퇴하기 전까지는 재직을 허용한다. 사오정이 보편화된 우리나라의 상황을 비추어 보면 부러운 일이다. 이 분의 의견 전문은 아래와 같다.


On 9/11, Americans discovered we are vulnerable to calamities we thought only happened in distant lands. The 2008 financial crisis told us we also can suffer the calamities of past eras, like the economic meltdown of the Great Depression. Now, the 1918 flu pandemic is a sudden specter in our lives.

911 이래 미국인들은 먼 일로만 알았던 재난의 발생에 미국이 취약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2008년의 리만 사태는 대공황 같은 과거 시대의 재난으로도 고통받을 수 있음을 알려 주었다. 이제 1918 년 독감 유행병은 우리 삶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난 유령이다.


This loss of innocence, or complacency, is a new way of being-in-the-world that we can expect to change our doing-in-the-world. We know now that touching things, being with other people and breathing the air in an enclosed space can be risky. How quickly that awareness recedes will be different for different people, but it can never vanish completely for anyone who lived through this year. It could become second nature to recoil from shaking hands or touching our faces—and we might all find we can’t stop washing our hands.

이러한 무지 또는 자만의 상실은 우리가 세상에 사는 새로운 방식이며 우리가 세상에서 행동하는 방식을 바꾸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물건을 만지고 밀폐된 공간에서 다른 이와 함께 호흡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안다. 이러한 인식이 얼마나 빨리 사라질 것인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올해를 겪은 사람들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악수나 얼굴을 만지려 할 때 움찔하게 되는 것이 제2의 천성이 될 수 있고 또 우리 모두는 계속해서 손을 씻고 씻게 될 것이다.


The comfort of being in the presence of others might be replaced by a greater comfort with absence, especially with those we don’t know intimately. Instead of asking, “Is there a reason to do this online?” we’ll be asking, “Is there any good reason to do this in person?”—and might need to be reminded and convinced that there is. Unfortunately, if unintendedly, those without easy access to broadband will be further disadvantaged. The paradox of online communication will be ratcheted up: It creates more distance, yes, but also more connection, as we communicate more often with people who are physically farther and farther away—and who feel safer to us because of that distance.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편안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없는 편이 더 편안할 것이고 특히 친밀하지 않은 사람은 더 할 것이다. 이제 "이거 꼭 온라인으로 해야 돼?"라고 묻기보다는 "꼭 만나서 해야 될 이유가 있어?"라고 묻게 될 것이고 만나려면 계속 상기하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불행하게도 또는 의도치 않게 인터넷에 접근할 수 없는 사람들은 보다 곤경에 빠질 것이다.  인터넷을 통한 소통의 역설은 심화될 것이다. 인터넷 통신은 사람들 간의 거리를 멀게 만들겠지만 물리적으로 멀리 있어 안전감을 주는 보다 많은 사람들과 보다 자주 소통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보화 시대의 일반론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번 코로나 19의 상황은 그 속도를 극적으로 빠르게 할 것임을 이제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보편화되고 있듯이 가깝게는 친구들과의 소통이 온라인 위주가 될 것이고 직장에서는 재택근무가 일상화될 것이다. 이는 우리가 찾을 수 있는 직장의 형태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 시각에서 세상의 직업은 둘로 나뉠 것이다. 하나는 집을 떠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과 집을 떠나지 않고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일이다. 이것은 인터넷 인프라가 국가의 상황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매우 준엄한 사실을 시사한다. 아직까지도 인터넷이 보편화되지 않은 개발도상국가들은 중대한 위험에 직면하게 되거나 다른 국가들과의 격차를 극복할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를지도 모른다.


우선 우리 자신의 의식주를 살펴보자. 집은 이제 더 중요한 터전이 된다. 위험한 세상으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지켜줄 단 하나뿐이고 마지막인 방벽이기 때문이다. 이사를 가는 일은 점점 생각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내 집'이 이전보다 더 중요해질 것이다. 하지만 매매가 점점 더 잘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므로 부동산 투기는 더 이상 재미있지 않게 될 것이다. 그리고 주변 인프라의 변화 속도에 따르겠지만 위치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인터넷이 되고 배달이 가능한 곳이라면 이제 강남이든 바다 건너 섬에 있든 똑같기 때문이다. 심지어 다른 나라에서 살아도 차이가 없을 수 있다. 물론 세상이 모두 이렇게 되는데 까지는 여러 해 거리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되면 인구 밀도가 적은 국가 쪽이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중국처럼 아직 사람이 적게 사는 광활한 지역, 신장 위구르 지역, 칭하이, 티베트 등을 가지고 있는 나라에서는 베이징이나 상하이처럼 실제 상주인구 3천만의 과다 인구 집중을 점진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수두권 밀집, 강남 집중 현상이 해체될 가능성이 있다. 어쩌면 이제부터는 섬 같은 곳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먹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서 먹어야 하고 또 '신선 식품'의 이슈가 있다. 식품뿐만 아니라 일체의 물품에 대한 구매는 공급자가 집까지 배달해 주는 방식이 주가 될 것이고 신선 식품이거나 직접 물건을 보고 감정하지 않고는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만나서 거래'하여야 하는데 이 경우에도 '비대면 거래' 방식이 나타날 것이다. 자연스럽게 지금까지의 대형 백화점 체계보다는 집 앞의 편의점 체계 쪽이 경쟁력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독자 네트워크 없이 경쟁해야 하는 자영업자들은 대규모 자본과 기술로 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해가는 대기업들에게 더 경쟁력을 쉽게 잃고 함몰되어갈지도 모르겠다. 


물론 음식점이나 술집 등의 외식에 대한 욕구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와 아시아 지역의 일반적인 모습처럼 좁은 점포 안에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모습은 점차 사라져 갈 것임에 틀림없다. 거리의 유지가 필수적이 되면 공간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또 사람들의 주거가 분산되어 감에 따라 많은 대량의 고객들을 상대로 하는 대중음식점이라는 형태는 무너져 갈 것이다. 앞으로는 마치 월간 행사나 연간 행사처럼 특별한 이벤트로서 외식을 하는 시대로 변화 래나 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외식의 가격이 엄청나게 올라갈 것임을 시사하고 보통 사람들은 외식이라는 것은 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음식 잘하는 배우자가 몸값이 치솟을지도 모를 일이다.


의복을 포함한 기타 상품들은 현재의 온라인 쇼핑몰 방식이 잘 작동하고 있다. 오프라인 사업체들이 대부분 온라인으로 이전하면서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고 소비자를 잡기 위한 더 많은 시도들이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그들 시도 중에 성공하는 것들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를 잡아나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배달 업체들은 더욱 베송 네트워크를 확충해 나갈 것이고 국제적인 네트워크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처럼 택배 기사에 의존하기보다는 거주 형태의 분산화의 도움을 받아 점점 드론 등의 무인화 기술을 사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생산자 측의 변화, 새로운 서비스, 콘텐츠의 등장 등 연장선 상에 있는 예측 가능한 변화들이 무궁무진하다. 도가 제현들의 반응이 좋으면 남아있는 31개 전문가들의 예상도 하나하나 소개해 나가도록 하겠다.

https://www.politico.com/news/magazine/2020/03/19/coronavirus-effect-economy-life-society-analysis-covid-135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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