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기업 보조금과 강제적 기술이전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 협상이 잘 되어 가고 있다고 한 금요일부터 보복 관세를 부가하겠다고 한 일요일까지 주말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 세계의 매체들이 퍼즐을 맞추고 있다.
일단 현재까지 나온 가장 믿을 만하고 여러 소스가 함께 보도하고 있는 내용은 중국이 다음의 두 가지 사항에 대하여 합의를 번복하고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 국영 기업체들에 대한 보조금 철폐 또는 제한 이슈
- 강제적 기술 이전 관련 이슈
이 두 가지 사항을 중국이 요구하자 라이트하이저 USSTR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하였고 이를 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로하여 바로 보복 관세 방침을 밝혔다는 것이다.
물론 디테일 차원의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투명성 같은 것인데 이번 무역 협상이 종료된 후 중국 측은 요약 내용 만을 매체에 공개할 것을 희망한 반면 미국 측은 모든 디테일을 언론에 공포한다는 입장을 주장한다고 한다. 이 또한 중국을 믿지 않는 미국의 시각에서는 중국이 꿍꿍이가 있다고 볼 일이다.
여러 전문가들이 구체적인 이슈 보다도 중국이 지금까지의 협상 결과를 뒤집어 수정을 요구한 것에 비중을 두고 있다. 트럼프는 중국의 의도가 재협상(renegotiation) 에 있다고 보아 절대 안 된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반대할 의사는 조금도 없으나 필자는 중국이 재고를 요청한 두 이슈를 한번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무슨 이슈이기에 중국이 이 살벌한 판에 재고를 요구했단 말인가?
우선 국영 기업에 대한 보조금 철폐 이슈이다. 단정적으로 말해 중국이 국영 기업에 대한 보조금을 철폐할 가능성은 '0'이다. 협상 과정 중에 'WTO 기준의 보조금 정도' 선에서 봉합하는 안이 거론되었던 모양인데 필자는 이 것이 중국에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제로에 근접한다고 본다. 중국에는 5백만 개 이상의 국영 기업이 있다. 그리고 이 국영기업의 자회사, 손회사 등으로 뻗어가는 사실 상 국영회사들이 몇 개인지 알 수 조차 없다. 이들은 여태껏 경영수지와는 관계없이 국가의 지시에 따라 운영되어 왔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게 국영 기업에 대한 보조금을 중단하는 것은 중국보고 사회주의 또는 정권을 포기하라는 말과 같다.
여러 매체들의 보도에 의하면 이번에 시진핑 주석은 모든 책임을 본인이 지겠다고 했다고 한다. 필자는 우선 시진핑이 그런 말을 하게 한 보고 당시의 상황을 상상해 본다.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는데 시진핑이 주동적으로 자기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했을 리가 만무하다. 그것은 시진핑에게 그러면 안된다는 의견을 개진한 사람들이 상당했기 때문에 시진핑이 비로소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발언을 했을 것이다. 필자는 이 것이 하나의 키라고 생각한다. 즉, 중국 공산당 내부에 갈등이 있다는 의미이다. 필자는 유튜브에서 시진핑 일파와 강택민 일파의 갈등이 국진민퇴라는 현상으로 나타나게 되었다는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https://youtu.be/rOpM1DzYqgc) 다시 말해 중국 지도층 안에도 시진핑 세력은 국영 기업 보조금 철폐가 되면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되며 상대적으로 강택민 계열은 숨통이 터지게 된다. 시진핑 주석에게 있어 보조금 철폐는 생존과 관련 있다.
두 번째로 강제적 기술이전 이슈이다. 듣기만 해도 나쁜 일 같다. '강제적으로 기술 이전'하게 하는 모양이니 말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강제적 기술 이전은 어떻게 누가 누구에게 하는 것일까? 본인 의사에 반해서 기술 이전한다는 것이 가능한 이야기일까? 이와 같은 관점을 중국의 관방 매체에서 유튜브를 제작하여 홍보하고 있다.(https://youtu.be/B5YXVCCCDHY) 그리고 이에 대답이라도 하듯이 중국이 기술 이전을 강제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유튜버도 있다.(https://youtu.be/U2uHRZ3PmFQ)
복잡한 이야기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외국 기업이 중국에 가서 사업을 하려면 중국 파트너가 있어야 하고 중국 정부에 승인 요청을 해야 한다.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중국 기업은 라이센스를 염가로 받게 되고 강제된 파트너십과 정부의 압력에 의해서 원하던 원치않던 기술과 노하우가 중국 파트너에게 빠져나간다. 결국 중국 파트너는 자체적으로 제품을 모방 생산할 수 있는 수준에 오르게 된다.
협상 과정 중에 아예 미국 기업에게는 중국 파트너를 면제해 주자는 이야기가 잠깐 떠돌았던 것도 이와 관련 있어 보인다. 하지만 외국의 기술을 흡수하고자 하는 중국의 입장에서 이러한 중국 파트너십의 철폐는 중국 경제와 기술의 기초가 무너지는 것과 다름없다. 이제까지 앉아서 낼름낼름 받아먹던 단 꿀을 버리고 아무 것도 없는 벌판에서 자력으로 기술과 경험을 쌓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언제 미국을 초월한단 말인가?
결국 중국은 이 두 가지를 수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수용하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은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것이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외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철수할 것이다. 외국 기업들이 철수해 나가면 우선 중국의 외환 보유고부터 문제가 된다. 철수 하는 기업들의 자본금을 지불해야 될 뿐만 아니라 중국의 외화는 수출, 그중에서도 대미 수출에서 주로 흑자를 보아 왔기 때문이다. 중국 증시도 당연히 추락할 것이다. 무역 수지나 GDP 추락은 말할 것도 없다. 이는 정권의 불안을 가져 올 것이다. 중국은 지금 코너에 몰렸다. 아니 정확하게는 시진핑 주석 및 그 그룹이 코너에 몰렸다. 그들로서는 풀 수 없는 쟁점이 나온 것이다. 료우허 부총리가 미국에 가느냐 마느냐 말이 많았다. 트럼프의 위협에 굴복하지 맗고 가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내부에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예정했던 8일이 아닌 9일에 가는 것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정도로, 동시에 10일에 보복 관세 부가에 연연하지 않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합의가 이루어질 수도 있는 애매한 또는 현명한 방법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제는 협상이 타결될 전망이 녹녹하지 않다. 기다려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