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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May 08. 2019

와호장룡 - 대만이 웅크리고 있다.

그다음은 도약하려 한다.

미중 무역 전쟁이 한참이다. 이제 이번 주말을 고비로  지구 상에서 가장 강한 두 나라가 대립의 길로 들어설지 평화의 길이 유지될지 판가름날 예정이다. 세계의 모든 이들이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결과는 두 나라만의 것이 아니며 모든 나라 모든 이들이 크게 작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이 두 나라에 목숨을 맡긴 것이나 다름없는 처지이다.


그런데 이 미중 무역전쟁을 계기로 심상치 않은 변화가 조용히 진행되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타이완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대중 의존도가 큰 타이완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신속하게 서플라이 체인을 구조 변경하고 있다. 이미 40여 개 하이테크 기업이 67억 달라를 투자하여 타이완으로 생산 거점을 옮긴다. 우리나라가 마이너스 성장을 한 1 사 분기에 타이완은 동일한 상황에서 오히려 성장을 했다. 그 주된 원인은 중국에서 15% 감소한 수출을 미국에서 30% 가까운 수출 증가를 한데 있다. 오늘 현재 가장 경기가 좋은 미국으로 재빨리 영업 대상을 전환한 것이다.


대만은 지금 정치적으로는 2020년 대선이 있어 정치권은 여기에 몰입을 하고 있다. 정치 측면으로는 한국유라는 새로운 리더가 나타나 대만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갖게 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오랫동안 중국의 그림자 아래에 있다가 지금 앞으로 나서려 하는 것이다.

MIT, 우리에게는 미국의 유명 대학을 연상하게 하는 단어이지만 타이완 사람들에게는 Made In Taiwan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이다. 이 MIT를 Made In Trust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오늘날의 제품들은 목두 AI, 5G, 클라우드 컴퓨팅, 그리고 반도체를 사용하여 만들어진다. 가장 큰 주도 시장인 미국은 지금 이 분야에서 Made In China를 배척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국가들도 사용하지 말도록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분야의 제품을 중국이 공급하지 않는다면 어느 국가가 이들 제품을 제공할 정도로 기술력이 있으면서 중국 제품에 못지않은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또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의 우파들이 100% 신뢰할 수 있단 말인가?


대만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바로 대만이 그 대안이며 또 대만이 그 대안이 되기 위해 전력투구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애플의 제조 업체로 유명한 대만 최대의 전자 기업 홍해 그룹은 5G, 8K, AI 제품들의 총지휘본부를 대만 남부의 항구 도시 가오슝에 이전하기로 했다. 바로 앞서 말한 한국유가 선풍을 일으키며 시장으로 당선된 곳이다. 여기에 글로벌 최대의 반도체 기업인 대만반도체가 있다. 중국의 요구하는 제품과 미국이 요구하는 제품을 독립된 공장에서 만들며 인력과 정보가 교차하지 않는다. 대만반도체는 삼성보다 먼저 7 나노 라인을 만들고 제조애 들어갔으며 대부분이 중국 최첨단 제품의 반도체는 사실 대만반도체가 만들어 주는 것이다.

대만 전문가들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대만에 대한 신뢰는 일본이나 한국보다 높다고 한다. 특히 중국이라는 국가를 겨냥했을 때에는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대만은 미국과 중국의 사이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 무조건 미국 편이다. 국경 분쟁 등으로 중국과의 무력 충돌을 고려해야만 일본이나 북한 문제로 도움을 받아야 하는 한국과는 상황이 다른 것이다. 여기에는 오랜 기간 사실 상 미국의 CAI가 대만을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해온 역사와도 관계가 있다.  


중국과 미국에 걸쳐 엄청난 스케일의 사업을 하고 있는 홍해 그룹의 구어 타이밍 회장은 삼성과는 달리 실제 오너이면서 행동하고 결단하는 움직이는 사령탑이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미중 무역 전쟁에 대응하여 신속하게 대만이 미중 간의 JSA 가 되어야 한다고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즉, 상호 신뢰가 안 되는 두 초강대국 사이에서 대만은 양쪽의 신임 하에 미국 제품과 중국 제품이 교환되고 만들어지고 운송되는 커다란 교량이자 섬으로서 위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현 가능성을 떠나서 이렇게 국가적 차원의 비전과 전망을 내놓을 수 있는 기업인이 있다는 것이 정말 부럽다. 우리나라의 소위 오너라는 사람들은 숨어서 회사 돈으로 개인 이익이나 챙기고 있을 때 우리의 경쟁 국가들은 기업인들이 최전선에 달려가서 현장을 보고 상황을 분석하고 비전을 세우고 계획을 제시하고 있으니 말이다.


향후 세계는 미국과 중국을 핵으로 하는 두 개의 진영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5G도 중국, 그리고 화웨이를 축으로 하는 진영과 미국 및 Sisco, Nokia 등을 축으로 하는 진영으로 대치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삼성이 만일 그릇의 크기가 어느 정도 된다면 이 시기에 앞으로 나아가 헤게모니를 쥐어볼 수도 있겠지만 상속세 내기 싫다고 자기 아버지도 몇 년을 죽지 못하게 하고 세상으로부터 숨어서 국민의 돈으로 편법이나 일삼는 사람이 이런 발상을 할리 만무하다. 각설하고 이 두 진영 무두에게 신임받으며 제품을 거래할 수 있는 국가는 대만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실례로 홍해 그룹은 애플의 아이폰을 제조한다는 측면에서 미국의 파트너이지만 수십만 명을 고용하고 첨단 공장을 투자한다는 측면에서는 중국의 파트너이기도 한 것이다. 실제 화웨이의 5G 반도체 칩도 대만 반도체 외에는 생산이 불가능하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대만의 이러한 전략은 도움이 된다. 대만 반도체의 경우 최첨단 세대의 생산 라인은 대만에 있다. 그리고 한 세대 전의 생산 라인은 중국에 있다. 이렇게 기술 수준 차이를 유지하며 공장을 운영함으로써 미국의 의심을 피하고 중국과의 협력이 가능하다. 중국도 최신 세대 생산라인이 본국에 설치되면 좋겠지만 대만에게 공급을 원활히 받을 수 있는 것도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동일한 반도체를 만일 한국 삼성에 의존한다면 남북 관계 등의 정치적 변수로 미국이 압력을 가해올 경우 삼성이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협력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만의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문재인 대통령이 삼성의 시스템 반도체 공장 방문을 대만과 같은 시각에서 미중 중간 지대의 역할을 하려 하는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우리 대통령 그리고 스태프들이 이 정도 스케일의 산업 전략을 구사한다고 믿어주니 고마운 생각이 든다. 아쉽지만 필자에게는 우리나라 산업 전략이라고 할 만한 것이 잘 보이지 않는다. 참고로 필자는 지독한 고도근시이다. 그러나 대만 기업과 한국 기업에 대한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의 신뢰도는 차이가 있다. 대만 반도체는 미 국방성의 인가를 받은 공급 업체로서 미국 군수품을 개발하려는 기업은 대만 반도체와 협력 개발할 수 있다. 하지만 삼성은 미 국방성의 인가를 받지 못했다.

대만의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 주요 기업들의 동향과도 관계가 있다. 미국의 야후와 아마존은 대만에 공장을 설립하였다. 중점 생산 거점을 중국과 가깝고 전략적으로 신뢰할 수 있으며 영어가 잘 통하고 글로벌 스탠더드 베이스로 사업을 하는 대만에 위치하는 것이다. 그리고 필요시 중국 대륙에는 가급적 단순 공정을 위주로 2급 또는 3급 공장을 만들고 있다. 여기에는 구글, 페이스북 같은 자이언트들도 같이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첨단 인력이 집중된 신베이시에 중국 시장을 겨냥한 법인을 설립하였다.


대만으로서는 이런 세계적인 굴지의 첨단 기업들이 들어와 중국 시장을 운영하는 것은 그야말로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대만과 미국의 밀착은 첨단 분야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 사례 중의 하나가 대만의 복위 7호 위성이다. 복위는 福卫, 즉 복을 지킨다는 의미이다. 대만의 기상 위성으로서 기존의 복위 5호를 대체하는 위성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위성의 제작은 영국에서 했으며 대만이 탑재한 기상 위성 모듈과는 별도로 미군이 3 가지 모듈을 탑재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방문하였을 때에도 미국의 요구에 따라 위성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국가의 원수가 자국의 예산을 들여 만든 위성을 보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대만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만의 현재 국가 방위는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번 위성에 미국의 모듈이 탑재되어 전 태평양 지역의 미군 군사  감시 체계에 편입된다는 것을 사전에 협의한 때문이다.


이렇게 깊은 수준까지 대만과 미국의 협력이 가능해진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대륙에 비해 절대적으로 열세인 대만의 군사력 때문이다. 처음부터 양적인 경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략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대만에게 미국은 유일한 의지 대상이다. 이러한 절대적 약점으로 인해 대만은 미국으로부터 절대적 신임을 얻고 있는 것이다. 

대만은 이렇게 기업을 주축으로 해서 정부와 국민들이 이번 미중 무역전을 대만 국운 상승의 기회로 삼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대만의 리안 감독의 명작 와호장룡은 웅크린 호랑이와 숨어 있는 용이라는 의미로 기회를 보며 실력을 감추고 절치부심하는 모습을 의미한다. 이들의 전략이 성공하면 웅크린 호랑이는 이윽고 날개를 펴고 하늘을 호령하는 용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 한국의 미중 무역 전쟁과 그 후에 대비하는 국가 전략은 과연 존재는 하는 걸까? 누군가는 준비하고 있을까? 대만이 재빨리 중국에서 추락하는 수출 분량을 미국 수출 증가로 방어하는 그런 대응을 우리도 하고는 있는 걸까? 북경의 한국인 입장에서 자기 나라에 대한 의문은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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