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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May 08. 2020

위안화 환율의 비밀

위안화의 변동은 목전 국제 정세의 판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지표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위완화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그 양과 질이다. 양적인 측면은 M1, M2와 같은 통화 지수를 통해 파악이 가능하고 질적인 측면은 미 달러와의 환율을 통해 파악이 가능하다.


중국의 위안화는 중국 정부에 의해 국제 기축 통화 중의 하나가 되고자 애를 쓰고 있지만 통화의 가치라는 것은 우격다짐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해당 통화의 가치를 평가하는 시장 논리에 따라야 하는 것이 도리이다. 그리고 이 도리를 거스른 정책은 성공한 적이 없다.

한 통화가 기축 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의 국력이 정점에 있고 국제적으로 널리 사용되며 그 운영이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중국 위안화의 운영은 절대 투명하거나 공정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과의 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 대한민국에게 있어서 위안화는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이다. 그것이 미 달러를 통하는 결제 체계에서 위안화와 원화를 직접적으로 결제하는 체계를 도입한 이유일 것이다.


우선 국제 기축 통화인 달러의 가치는 미국의 GDP와 대비하여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GDP는 해당 국가의 생산량을 나타내며 생산이 증가하면 이에 필요한 통화량이 증가한다고 보기 때문에 GDP에 비하여 M2  증가가 상대적으로 많으면 해당 통화 가치가 과거에 비하여 감소한다고 할 수 있다.

2019년도 미중 M2/GDP

   US 15.43 trillion (M2) / 21.43 trillion(GDP) = 72%

   1986000.00억 위안(M2) /  990865.0위안(GDP) = 200%


그런데 2005년도에는 이 비율이 미국은 약 90%, 중국은 약 150%였다. 그러므로 미국 달러화의 가치는 2005년도 대비 증가했어야 맞고 중국의 위안화는 2005년도 대비 절하되어야 한다. 그러나 환율을 보면 위안화는 2005년에는  819.17에서 2019년에는 689.85로 오히려 상당히 절상되었다. 이러니 중국 위안화의 움직임은 전혀 시장 논리와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그래서 중국 위안화는 중국 정부에 의해서 조작 내지는 통제되고 있다고 말한다. 심지어 일부 전문가들은 만일 시장 논리에 맡긴다면 위안화의 적정 비율은 현재의 7.09가 아닌 65 정도가 되어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는 사람도 있다. 2008년의 리만 사태 이후로 중국 인민은행과 중국 정부는 줄곧 통화 완화 내지는 유동성 공급을 해왔다.  이런 추세는 코로나 19 사태를 맞이하여 더욱 강화되어 지난 4월 10일 인민은행이 발표한 1사 분기 M2는 전년 동기 대비 10.1%나 증가하였다.

그러나 인민 은행은 지속적으로 지준율을 내림으로써 통화 공급량을 확대했지만 GDP의 증가는 점점 더 이 M2의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을 위 그래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GDP는 증가하고 있기는 해도 GDP 증가율은 계속 내려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통화량을 공급하는 방법에는 4가지가 있다. 1) 금융기관 대출(对金融机构贷款), 2) 금은 및 외국환 평형기금(金银外汇占款), 3) 오픈 마켓 증권 매매(公开市场证券买卖), 4) 순 재정 차입금(财政净借款) 등이다. 이중 2) 항의 금은 및 외국환 평형기금은 감소하고 있으므로 현재 중국 인민 은행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외환에 기반한 통화량 공급은 2010년 경에는 30%가 넘었지만 2019년에는 10%를 조금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한다.(https://www.youtube.com/watch?v=g-W98ULlRDI&list=WL&index=3&t=263s)  

반면, 중국은 현재 채권에 의거한 통화량의 증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채권은 크게 정부, 기업, 가구인데 중앙 정부의 경우 이미 2조 달러 수준에 이르렀다. 지방 정부는 공개된 것 외에 편법으로 분산된 것까지 포함하면 천문학적 규모일 것이라고 하는데 사실 중국 지방 정부의 실제 채권 규모는 중국 중앙 정부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고 하니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는 일이다. S&P Global의 분석에 의하면 중국 지방 정부의 채무 중 향후 2년 동안 3.8조 위안 정도가 상환 기한이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시기가 닥치면 중국이 어떻게 이 방대한 채무를 해결하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 하에서도 코로나 19의 영양 하에 지방 정부들이 사회 간접 자본 투자에 나서면서 2020년 1사 분기에도 급격히 채무가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 채무가 이제는 개선될 방법이 없어 보인다. 2019 년 세금 수입은 15.79 조 위안으로 재정 수입의 83 %를 차지하는데 전년 대비 1 % 의 성장률을 보이는데 그쳤다. 이 성장률은 1969 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금년은 전년 대비 세수가 감소할 것이 확실하다.


그러면 기업 채무는 어떤 상태일까? 주룽지 전 총리의 아들 中金公司의 총재 겸 CEO 주윈라이(朱云来)에 의하면 2019년 초 중국이 새로 건설 중인 프로젝트의 규모가 175조 위안이라고 했다.  중국 GDP의 2.3배에 달한다. 너무나 무리한 규모의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역내에서 발생한 채무 이행 불가  규모는 이미 147억 달러에 달한다고 하니 말이다.  이중 80%가 민영 기업이고 20% 정도가 국영 기업이라고 한다. 


가장 명백한 사례가 부동산 업계로서 작년 말 시점에서 롱창(融创中国)의 순 부채율(净负债率, 순자산 대비 부채)이 176.4%, 비궤이위엔이 46.3%, 완커 33.9%로서 채무 비율이 높다. 그리고 자산 재평가를 한다면 틀림없이 자본 잠식 상태일 것으로 여겨진다.  롱창의 순 유리 부채율(净有息负债率, 이자가 있는 부채/(자본 - 영구채권)은 심지어 289.54%에 달한다. 

https://baijiahao.baidu.com/s?id=1662757600434779019&wfr=spider&for=pc


그러면 이렇게 과도하게 발행되고 있는 위안화는 어떻게 환율이 유지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미국 정부가 지적하고 있듯이 중국 정부의 통제에서 온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불가능의 삼각 정리(impossible trinity or trilemma)에서 생각해 본다면 환율을 통제할 수밖에 없는 중국은 중국식 사회주의 경제 체재의 유지를 위해서는 독립된 통화 정책을 운영할 수밖에 없으니 중국은 근본적으로 '자유로운 자본의 이동'은 불가능한 나라라는 것이 확실해진다.


그리고 이런 자유로운 자본의 이동이 불가능한 체계에서는 잘 모양을 만들면 실제 보유 외화가 적더라도 국가가 지향하는 방향으로만 외환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보유한 외환보다 훨씬 많은 외환을 보유한 국가처럼 행동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국가가 사용하고자 하는 목적 외의 외환 사용을 억제해야 한다. 그 영향으로 날이 갈수록 중국 인민들의 외환 교환에 어려운 조건들이 더해지고 있고 2019년에 들어서 더욱 가속되고 있다. 사실 이는 역으로 중국 정부의 가용 외환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현재 중국의 개인은 1년 내에 최대 5만 달러 이하의 금액만 바꿀 수 있는데 실제 현장에 가보면 사실 상 불가능하거나 매우 적은 액수만 교환할 수 있는 실정이다.  실제 일부 돈 많은 중국인들은 타인의 명의를 빌어 달러 교환을 하는 소위 개미가 이사를 하는(蚂蚁搬家) 수법을 사용했던 모양이다. 만일 중국인 전체가 5만 달러를 교환한다면 당연히 중국의 외환 보유고는 형편없이 모자라다. 1인당 5만 달러라면 4.2%인 588만 명 정도까지 가능할 것이다. 아마도 외환 사정이 악화되면 이 5만 달러 조치도 더 엄격한 조치로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이 5만 달러 규정도 2004년의 규정을 끌어내어 사용한 것으로 사실 그 후 2006년 발표된 인민은행령의 개인 외환관리법에는 이러한 제한이 없다. 중국 정부가 급하다 보니 무리하게 끌어다가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http://www.gov.cn/gongbao/content/2007/content_786257.htm


결국 중국 정부는 위안화 환율이 페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페그제처럼 운영을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트럼프 행정부가 미중 무역 전쟁에서 중국을 공격하고 있는 점 중의 하나이다. 단순히 중국 정부가 환율 개입을 하여 대미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은 명백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는 중국 위안화를 절하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트럼프 행정부 및 므누신 장관의 요구는 중국의 외환 통제를 철폐하라는 것인데 앞서의  불가능의 삼각 정리를 기반으로 생각해 보면 이는 자본의 자유 이동을 허용하든지 아니면 독립 화폐 정책을 포기하라는 것이 된다. 즉, 달러 경제에 편입이 되던지 아니면 자유로운 자본의 이동을 허용하라는 것이다.


만일 달러 경제에 편입이 되면 중국의 경제는 미국의 정책 결정에 종속된다. 미국에 대항하려는 중국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그렇다고 자유로운 자본의 이동을 허용하면 그 순간부터 중국 내의 자본들은 모두 해외로 나갈 것이다. 그리고 위안화는 곤두박질쳐서 대 달러 환율이 65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10 ~20 수준은 순식간에 도달할 것이다. 거꾸로 말해 중국의 부는 일순간 절반 또는 1/4 정도 이하의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중국은 쪼그라든다.


결국 중국은 사실 상 선택이 없으며 미국이 요구하는대로 위안화 환율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위안화 환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있는 위안화를 중국이 달러를 지불하며 사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이렇게 함으로써 시간을 벌 수 있다. 문자 그대로 중국은 시한폭탄을 안고 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 19의 책임을 물어 막대한 액수의 배상을 하라고 한다. 코너에 몰릴대로 몰린 중국이 정말 대응 수단이 없어지면 결국은 전쟁이 일어나거나 내부에서 정권 교체가 일어나야 할 것이다. 거꾸로 생각하면 미국은 중국이 전쟁을 일으킬 생각을 하지 못하게 아슬아슬한 수준까지 중국을 밀어 붙이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것이 사실일지 아닐지는 모르지만 므누신 장관같이 야수와 같은 금융판에서 중국의 지도층을 대상으로 갖은 일을 해온 사람이라면 충분히 생각할 만한 비정한 방법이다. 트럼프의 미국은 이렇게 밀어붙이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그리고 점점 그 대단원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번 미국 대선의 결과에 따라서 중국은 일말의 희망을 가질 수도 아니면 절망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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