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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May 14. 2020

중국은 미국과의 약속을 어떻게 지킬까?

중국의 외환 보유고

중국이 미중 무역 전쟁의 진행에 따라 79종의 미국의 제품에 부과했던 징벌적 관세를 지난 화요일 한시적으로 철회하였다. 이는 지난주 중국의 류허 부총리와 미국의 라이트하이저 USSTR 대표 및 므누신 재무부 장관과의 통화 후에 중국 측의 대응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https://www.cnbc.com/2020/05/12/china-announces-new-tariff-waivers-for-some-us-imports.html

중국의 이 조치는 미국의 USSTR이 주로 코로나 관련한 중국산 의료 제품을 포함한 일부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면서 이루어졌다. 이 상황은 대체로 미국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중국이 미국의 제품 수입을 확대하되 미국 측도 일부 품목에 대한 보복 관세를 취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https://www.lexology.com/library/detail.aspx?g=a5086e16-0087-4081-94b5-df352e8362e4


지난 미중 무역 전쟁이 소위 1 단계 합의를 이루었을 때 중국은 향후 2년 동안 약 2000억 달러의 미국 제품을 수입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 19 사태가 터지면서 중국과 미국 사이의 무역은 오히려 축소되었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 행정부는 이에 대한 불만을 적극적으로 토로해 왔다. 사실 이번 코로나 19의 영향이 아니더라도 당시의 1 단계 합의를 두고 중국이 이를 이행할 의지가 있는 가부터 의지가 있다 하더라도 능력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들이  떠돌아다녔었다. 


특히 미중 무역 전쟁을 수행한 결과 국내 인기도가 올라가 대선 승리를 예감하고 있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코로나 19 사태로 국내 여론이 악화되고 미중 무역 전쟁의 수혜로서 대폭 개선될 것으로 여겼던 경제가 엉망이 되면서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더구나 경쟁 대상인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코로나 19 사태에 대한 대응으로 트럼프를 연일 공격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게 코로나 19의 원인을 돌리며 중국은 어떤 형태로든 이번 코로나 19 사태에 대하여 미국에 배상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공격에는 래리 커들로우, 피너 나바로 등 백악관의 참모들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한편 중국 쪽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로 보인다. 이제 곧 22일부터 양회가 열리는데 이미 선발대들은 베이징에 도착하여 활동을 시작한 상태이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양회 기간도 1주일로 대폭 단축하였는데 이는 그러지 않아도 할 말이 많은 지방 정부 사람들이나 미디어와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대폭 줄어들어 원만한 진행이 되려면 예전보다 더 마음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거기에다 장기간에 걸친 미중 무역 전쟁의 피로감, 전 세계 국가들의 대중 여론의 악화, 악화되는 경제, 취약 계층을 비롯한 대다수 민중의 경제적 타격 등은 그동안 시진핑 주석을 지지해 왔던 태자당 내부에서도 이탈의 움직임이 간간히 포착되고 있다.   항상 과격하고 직접적인 어법으로 유명했던 태자당의 런즈치앙(任志强)이 구속된 것에 이어 등샤오핑의 아들 등부팡(邓朴方)이 양회를 맞이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하고, 시진핑의 보디가드 역할을 하던 공안부 부부장 쑨리쥔(孙力军)이 체포되는 등 뒤숭숭하기 짝이 없다.


따라서 목전의 형세는 시진핑 주석 그룹 입장에서도 가능한 원만하게 넘기고 싶은 국면인 것이다.  한국의 미디어들을 보고 있노라면 중국 외교부의 날 선 발언들로 인해 중국이 미국에 도전한다는 시각이 형성되어 있는 것 같은데 중국은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중국 공산당의 그간의 행동, 특히 미중 무역 전쟁의 과정 중에 나타나고 있는 행동 양식을 보면 외교부 발언으로 대표되는 '말'과 상무부, 해관 중수 등으로 대표되는 '행동'이 다르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중국 정부의 진정한 반응은 바로 이 '행동'이며 '말'은 대국민, 대내 정치용인 것이다.


문제는 중국이 지금 미국이 요구하는 규모의 미국 상품을 구매할 능력이 있는가이다. 지난 1사 분기에 중국 경제는 외환보유고는 하강하고 수출과 수입은 크게 감소하였으며 실업률은 최고로 상승하였다. 그러지 않아도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외환 보유고에 대한 의구심이 많은 바 이렇게 중국의 외환 사정이 나빠진다면 미국에 약속한 규모의 수입은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미국 상품에 대한 관세를 철회한 것은 어떻게든 해결할 방법을 찾았다는 말이다. 그 실마리는 이번 4월에 중국의 외환 보유고가 상승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이번 1사 분기의 외환 보유고가 3월에 급속히 감소하면서 중국에 외환 위기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들도 있었는데 4월의 외환보유고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 것이 일시적 현상인지 아니면 구조적인 모습인지에 관심이 모인다.


사실 중국의 외환 보유고를 분석하는 입장에서는 금년부터의 중국 외환보유고는 과거와는 다른 의미를 가진다. 작년 미중 무역 협상의 과정에서 미국은 중국의 외환 정책을 문제 삼았고 그중에는 바로 중국의 진정한 외환 내용을 알 수 없어 환율 개입을 포함하여 중국의 외환 체계는 투명하지 않다는 점이 주 공격 대상이었다. 그 결과 중국은 투명하고 공정한 외환 관리를 약속했던 것이다.

https://home.treasury.gov/media/26801


실제로 중국의 외환관리국은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관련 규정 등을 수정하여 반포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2020년부터의 중국 외환 데이터는 과거와는 달리 투명성과 정확성이 대폭 개선되었을 것으로 기대가 되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2020년도 1사 분기 중국의 외환 수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 그래프에서 중국의 외환 수지는 1, 2월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상품 무역과 서비스 무역 모두 적자를 보였지만 3월에 들어서서 상품 무역의 흑자가 다시 재개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으로서는 이렇게 상품 무역 흑자가 상당한 정도로 유지될 수 있어야 국내 경제 문제와 대미 상품 구매 약속을 해결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이런 무역 수지 흑자 반전이나 외환 수지의 반전을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위 그래프에서 보듯이 중국의 과거 무역 수지 데이터를 보면 언제나 춘절이 있는 1, 2월에는 적자를 보였으며 3월이 되어야 정상으로 돌아오곤 했다. 이번에는 그 적자 폭이 크지만 그렇다고 해서 3월에 흑자 전환이 된 것을 이상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긴 하여도 코로나 19라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중국의 무역 수지가 과거와 동일한 패턴을 보인다는 발상도 그다지 취할만하지는 않다. 그래서 이번 무역 수지의 전환 그 내용을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위 그래프는 2015 년도부터 매월 무역 수지의 변화를 그 구성 요소의 백분비로 표현한 것이다. 무역 수지 적자는 줄곧 서비스 수지에서 오는데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여행 수지이다. 여행 수지는 매월 100억~150억 달러를 차지하는 항목으로 중국의 서비스 수지 중에서 절대 비중을 차지한다. 그리고 운수 수지가 매월 30억~50억 달러 정도의 적자를 내고 이고 그다음으로 지재권이 매월 20억~30억 달러 정도를 차지한다. 다시 말해서 최근 수년간 중국의 외환 유출은 여행, 운수, 지재권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흑자 전환된 상품 수지의 내용을 살펴보면 4월에 와서야 개선이 뚜렷한데 주로 마스크와 의료 기기 수출 증가가 원인이다. 중국 해관에 의하면  3, 4월 중국의 방역 물품 수출은 712억 위안 규모이다. 특히 4월에는 500억 위안(75억 달러) 수준이고 그것도 월초보다 월말이 3배 정도 증가하였다고 하니 수출 신장의 이유는 너무나 분명하다. 중국 상무부는 방역 제품의 수출 증가와 함께 업무 재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1, 2월 분 오더의 수출이 지연이 되면서 3, 4월로 이관되는 착시 현상도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 정부 입장에서 상품 수출 증가를 믿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 된다. 미국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보다 확실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 것이다. 여기서 필자가 주의하는 것이 중국의 여행 수지의 변화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코로나 19 사태로 중국의 해외여행은 거의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민간의 외환 교환 같은 것들이 대부분 이 여행 항목으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해외여행을 가지 않는다고 해서 여행 수지가 대폭 줄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렇지만 지난 6개월간 이 여행 수지 데이터의 변화를 살펴보면 상당한 차이가 나타남을 알 수 있다. 지난 반년 간 여행 수지 차변을 확인해 보면 다음과 같다.

2019년 10월 182억 달러, 11월 174억 달러, 12월 218억 달러, 2020년 1월 207억 달러, 1~2월 334억 달러, 3월 127억 달러


필자는 이 여행 수지에 주목한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 외화를 확보하려면 민간, 그중에서도 개인 분야에서 확보하는 외에 다른 방법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민간의 여행이 거의 사라진 지난 3월의 여행 수지는 2019녀도 동기에 비해 거의 100억 달러에 가까운 차이를 보인다. 그러므로 이론 상 중국인들의 불요불급한 해외여행을 통제할 수 있으면 매월 100억 달러에 가까운 외환을 확보할 수 있다. 1년이면 1천억 달러 정도의 가용 외환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액수는 바로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구매하기로 약속한 2년간 2천억 달러와 딱 들어맞는다.


필자는 이렇게 숫자가 맞아떨어지는 것이 우연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작년 미중 간의 치열한 협상 과정 중에서 중국 협상팀은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최악의 경우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 놓았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 여행 수지 외에 다른 달러의 가득원은 없었을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미국은 중국이 약속할 수 있는 최대한의 구매액을 받아낸 것이다. 지난번 글에서도 거론했지만 조금씩 알아 가면서 필자는 점점 더 얼마나 미국이란 나라는 무서운 나라인가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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