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화가 날대로 난 모양이다. 얼마 전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모든 관계를 단절할 수 있다('We could cut off the whole relationship')고 하며 그렇게 되면 미국은 매년 5천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게 된다고 하였다.
https://www.foxbusiness.com/politics/trump-on-china-we-could-cut-off-the-whole-relationship
이 발언은 평소 다소 허풍이 섞이는 트럼프 식이 섞여 있지만 중국과의 단교를 할 수도 있다는 말로 해석이 되면서 중화권 전체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이 있기에 앞서 과장을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중국의 우한 연구소에서 이번 코로나 19 바이러스를 유출한 것이라는 발표를 하였고 많은 증거가 있다고 하였다.
https://www.nytimes.com/2020/05/03/us/politics/coronavirus-pompeo-wuhan-china-lab.html
이러한 미국의 발언들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가시 돋친 반발을 했지만 재미 반중 인사인 장티엔량(章天亮)같은 사람은 이것을 '미국이 중국 없는 국제 질서를 만들려 하는 암시'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러고 나서 미국의 외교적 군사적 압박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외교적 압박은 지금까지도 점증되어 왔지만 미 의회에서 Lindsey Graham 상원 의원이 코로나 19 관련 중국을 조사하고 제재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것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행동을 직접적으로 의무화한다는 점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이다.
Lindsey Graham 상원 의원은 공군 대령 출신의 공화당 상원 의원으로 사우스캐롤라이나주를 대표한다. 이번 법안은 사실 상 트럼프 대통령과 연계하여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이고 미국 정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을 압박하는 또 하나의 수단을 손에 쥐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법안의 명칭은 “COVID-19 Funding Accountability Act of 2020”이며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코로나 19 조사를 위한 특별감찰관 임명, 법무부 및 FBI의 협력 등을 기술하고 있다. 아직은 법안 추진의 초기 상태로 보인다.
그리고 크게 주의를 끌고 있는 것이 미국의 군사적 행동이다. 미국은 최근 들어 가장 최대의 병력을 동원하여 현재 남중국해에서 군사 훈련 중이다. 전략 공군과 상륙 전투가 가능한 해병대 병력도 참여하고 있다. 이번 훈련의 개념은 "섬을 공격하고 확보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간 코로나 발병 사태로 미 해군의 항공모함 3척이 모두 괌 기지로 돌아간 바 있었는데 미군은 또 미 항모들이 괌 기지에 있던 기간을 포함하여 한 달 이상 미 태평양 함대 소속의 모든 잠수함이 태평양에서 작전 수행 중이었다고 발표했다.
이번 미군의 훈련은 명백히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으로 보인다. USS America and cruiser USS Bunker Hill wemd 등 미 전함들이 남중국해 중국 영해 쪽으로 바짝 접근하기도 하거니와 미국의 정찰기가 하이난 도에 바짝 붙어 정찰 비행을 하는 등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 또는 위협, 또는 도발을 하고 있는 중이다.
통상 이러한 압박은 전쟁 징후의 최종 단계라고 여겨지는 선박이나 항공기의 충돌 위협 바로 전 단계로 간주된다. 이미 중국 군함이 미군에 대하여 충돌 압박을 가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 미군의 압박은 '자. 한번 지난번처럼 충돌해 와 보렴'이라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만일 해방군이 그러한 시도를 한다면 아마도 미군은 제대로 무력 대응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미군의 훈련에 대응하여 중국 인민해방군은 '발해'에서 대규모 실탄 연습을 거행했다. 그러나 '발해'이다. 미군이 올 가능성이 거의 없는 중국 가장 깊숙한 내해에서 훈련을 하는 것이다. 물론 국내 미디어에 발표하는 내용은 대단하다. 그리고 미군의 '침입'과 '도발'을 경고하는 발표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중국의 진정한 의도는 언제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아야 한다. 그동안 대미 강경 자세를 언론을 통해 중국인들에게 전파하여 강경파로 알려져 왔던 중국 공군 소장 차오량(乔良)은 지금은 타이완을 공격할 때가 아니다 라는 기사를 얼마 전 발표하여 대중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일도 중국이 소통 방식 중 하나로 해석해야 한다.
심지어 해방군은 그들이 미국의 군함을 남중국해에서 쫓아냈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물론 미국은 그런 일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중국의 이러한 모습은 적당한 선에서 이전과 마찬가지로 봉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 쪽의 입장이 이번에는 달라 보인다는 것이 문제다.
https://www.nbcnews.com/news/world/china-says-it-expelled-u-s-navy-vessel-south-china-n1196261
미국이 꼭 중국과의 전쟁을 원하는 것은 물론 아닐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번 1단계 미중 무역 합의안을 '아름다운 합의'라고 했다. 즉, 마음에 든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말로만 떠들지 실제 행동은 하지 않는다고 공격하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무력은 위협과 압력을 가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것이고 원하는 것은 '미국의 이익'일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 19에 대한 대응 미흡으로 정치적 상황의 악화와 경제적 상황의 악화라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압력을 통하여 중국이 '행동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닐까? 무엇보다도 신속히 약속했던 미국의 상품 수입을 재개하고 코로나 19 사태로 인한 미국의 성난 인심을 달래는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닐까?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각국에게 이제는 중국과 미국 중 선택을 해야 되는 때임을 전하고 있다. 타이완의 TSMC가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한 일은 선택의 때가 왔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중국 쪽 입장도 만만찮게 어렵다. 일단 지금까지 '중국몽'을 소리 높여 외치며 미국에 대해서도 동등한 입장에서 대하려 노력해 왔던 이상 갑자기 태도를 바꾸기가 어려운 것이다. 더구나 목전에는 양회가 있다. 시진핑 주석은 양회를 코 앞에 두고 약한 모습을 보이기가 어려운 것이다. 물론 어른의 심중도 모르고 철없는 행동을 계속하는 외교부에 대해서는 무엇인가 메시지가 나가기 시작한 조짐도 보인다.
중국은 가능한 양보를 할 것이고 이미 필자의 지난 글에서 밝혔듯이 조치를 취하기 시작하고 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국이 여기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서두에 밝혔듯이 더욱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점이다. 중국으로서는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다.
만일 이렇게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중국과 공급망을 분리하게 되면 중국은 수출 길이 막히고, 외자가 중국을 떠나가고, 만기 도래하는 외채들은 상환을 해야 하지만 신규 외채 발행은 녹녹지 않을 것이다. 결국 외환 부족 사태가 도래할 가능성이 있고 자칫 중국판 IMF가 도래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게다가 미국과 서방이 대중 압박을 하고 나오면 수출 길에 대한 방어는 사실 상 불가능하다. 그리고 외자의 철회도 방어가 불가능하고, 외채의 상환도 통제 불가능이다. 할 수 있는 것은 외환을 통제하는 정도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를 취하면 필연적으로 암시장의 형성을 초래하게 된다. 그리고 암시장이 형성되면 실질 환율과 명목 환율의 괴리가 발생한다. 더 나쁜 것은 암시장을 따라 지하 경제가 커지면 중국의 세금 누수가 커지고 중국 정부의 국가 경제 시스템 장악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예측은 구 소련의 붕괴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소련은 심한 인플레와 정치 불안에 시달렸다. 그리고 결국은 화폐 개혁을 단행하였는데 그때 신권과 구권의 교환 비율이 무려 1000:1이었다. 지금 중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
중국은 이번 미중 무역 전쟁을 맞이하여 구 소련의 붕괴를 연구했다고 한다. 당시 소련의 경제 붕괴에 대해서도 당연히 연구했을 것이고 이에 대한 대비를 마련했을 것이다. 중국의 대비책은 무엇일까? 필자는 중국이 전자 화폐를 진지하게 도입하고 있는 것이 그 대비책 중의 하나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전자 화폐는 이미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중국의 디지털 화폐 개발 책임자인 무창춘(穆长春)이 작년 8월 전자 화폐의 개발 및 도입 목적을 다음과 같이 말한 점이다.
"우리의 재정주권 및 법적 화폐 지위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곤경에 앞서 계획을 해야 한다"
필자 또한 이 모두가 중국 정부가 금융을 100% 장악하려는 의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였고 여기에 하나 더 보태어 만일 시장 경제를 일부 포기하고 사회주의 제도로 돌아간다면 이전의 '양권' 등을 대체하는 '전자 양권' 등의 변형 화폐를 사용하기 위해서라는 가설을 내놓은 바도 있다.
그리고 필자는 여기에 하나 더 가설을 내놓고자 한다. 바로 '외환 통제를 위하여',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외환 암시장의 형성을 근본적으로 막고 중국 정부가 100% 외환 통제력을 가지기 위하여'라고 하는 것이다.
구 소련 붕괴 당시 1991년 소련의 GDP는 -17%라는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번 코로나 19 사태가 가져올 수 있는 중국 경제 악화가 이와 유사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민간 투자의 축소는 점진적인 생필품 부족 현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 경제 침체는 이어서 중국 특색 사회주의에 대한 실망감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 모두 과거 소련의 붕괴 시에 나타나던 현상이다.
당시 막대한 석유 수입으로 국가 경제를 꾸리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던 소련의 경제는 비록 그 수준이 서방 세계에 비교할 만한 것은 못된다 하더라도 정부가 나라 살림을 꾸리는데 큰 걱정이 없었던 사실도 있다. 그래서 레이건 행정부의 석유 정책이 소련 붕괴의 한 축으로 작용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그리고 이는 지금까지 중국이 누려왔던 세계 공장의 지위를 이제부터 상실할 때 나타날 일들을 짐작하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또 하나의 소련 붕괴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 무리한 군비 경쟁이었다. 이 또한 앞으로 중국의 발목을 잡을 사항으로 생각되지 않는가? 지금 미국이 가하고 있는 군사적 압력은 필연적으로 중국이 더 많은 군비 투자를 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할 것이다. 구 소련은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베트남 원조에서 오는 경제적 피로도와 평균 GNP 20%에 육박하는 국방비 지출은 소련경제를 빠져나올 수 없는 구렁을 스스로 파게 하였던 것이다.
이 모든 난국은 지금까지 중국 경제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되어 왔고 앞으로도 더 큰 부담이 될 요소, "막대한 채무와 부족한 외환"이라는 것으로 집중될 것임에 틀림없다. 과거 소련에서는 암달러가 극성을 부리게 되었는데 루블화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루블 경제가 동작하지 않게 되는 순간 소련 체계는 파탄이 난 바 있다. 구 소련의 루블은 원래 1 루블이 2 달러에 교환되는, 달러보다도 비싼 화폐였다.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그러했다. 하지만 암시장에 가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던 것이다.
결국 루블은 1000:1이라는 화폐 개혁을 했어야 했다. 신권을 발행하며 구권 1000 루블을 1 신 루블로 바꾸어 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신 루블의 오늘날 달러 환율은 얼마인가? 1달러 = 73.48 루블이다. 그러니까 0.5 루블에서 73.48 루블까지 147배가 오른 것이다. 즉, 소련의 경제 규모는 100분의 1이라는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그 결과 우리 대한민국보다도 GDP가 작은 나라가 된 것이다.
한겨례의 칼럼을 보면 박민희 씨는 시진핑 주석의 구 소련 붕괴에 대한 시각을 소개한 바 있다. 그에 의하면 2012년 11월 공산당 총서기에 취임해 중국 최고지도자가 된 시진핑은 첫 지방 시찰로 광둥성을 방문해, 당 내부 관계자들에게 “왜 소련이 해체되고 공산당은 붕괴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는 “그들은 이상과 신념을 포기했기 때문”이라며, 당이 쇄신하지 못한다면 소련 붕괴가 중국에서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시진핑의 중국은 이상과 신념을 포기하지 않고 당을 쇄신하여 소련 붕괴가 중국에서 재연되는 일을 막을 것인가? 양회의 결과를 보자.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3712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