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중 압박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의 영향권에서 얼마나 자국의 경제를 지켜 나갈 것인가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의 금융 정책 중 가장 먼저 실행된 것으로 보이는 것이 4천억 위안(한화 68조 원) 규모의 자금을 지방 중소 은행들에 제공하여 중소기업, 영세기업들의 금융 채무 상환의 연기 및 이자 감면을 실시한 일이다.
https://finance.sina.com.cn/roll/2020-06-01/doc-iirczymk4711950.shtml
중국의 유튜버 财经冷眼는 이 자금들이 "무담보"로 제공되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 정책은 크게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하나는 필자를 비롯하여 많은 미디어들이 중국의 중소기업들의 현금 흐름이 끊길 수 있다는 것을 지적했는데 이를 돕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 자금을 이용하여 대출해 주는 금융 기관들에게 중소-소상공인들 신용 대출 비중이 40% 이상, 대출 기간도 최저 6개월 이상을 명시한 것을 보면 이런 정책 의지는 분명하다.
필자는 리커창 정부의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정책이 중국의 금융 기관의 부실을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 바 있었는데 중앙의 이 조치는 바로 이점을 도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업들의 현금 흐름이 악화되면서 은행에 원금이나 이자를 상환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가뜩이나 경영이 악화된 지방의 중소 은행들이 자금 흐름이 막히게 되어 최악의 경우 도산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중요한 조짐이 하나 더 관찰된다. 또 다른 중국의 유튜버 子弘闲谈은 위어바오(余额宝) 등 중국의 금융 상품의 수익률 하락을 분석해서 통화 팽창의 부작용 조짐을 경고하고 있다. ‘위어바오’는 MMF의 일종인데 중국의 메신저 플랫폼인 wechat 등에서 온라인으로 쉽게 구매하고 쉽게 해지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R6i07Pe2Ls&list=WL&index=3
이런 상품은 중국의 금융 상품이 정규적인 금융권에서 잘 개발되어 나오지 않았었기 때문에 인터넷 경제가 활성화되던 2000년대부터 발생하여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중국의 은행은 이자가 거의 없다시피 했었기 때문에 고도성장과 함께 얻은 소득을 활용하려던 중국인들의 니즈에 잘 맞았던 것이다. 은행 같은 정규 금융권에서도 여러 가지 금융 상품이 개발되어 나왔지만 수익률에 있어서 이들 새로운 진입자들의 고수익에 대항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들 MMF 등의 금융 상품 수익률이 하락하다 못해 은행 금리에 접근하게 된 것이다.
http://www.xinhuanet.com/fortune/2020-04/09/c_1125833322.htm
이런 현상은 어떡해서 발생하는가? 사실 알고 보면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 MMF 상품이 투자하는 대상은 바로 은행이 제공하는 상품들이다. 그러면 은행 상품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 子弘闲谈에 의하면 일반 개인의 투자 액은 적은 액수이기 때문에 은행이 제공하는 이가 또는 수익률이 낮지만 이러한 MMF의 자금 규모는 매우 크기 때문에 높은 수익률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알리바바나 wechat pay가 고객 유치금을 가지고 은행들을 불러서 공개경쟁을 하는 등 사실 상 경매를 했다는 사실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니까 단순화하면 투자자들의 소액을 모아 거액을 만들어 은행들로부터 고수익의 상품을 제공받은 후 그 차액을 수익으로 가져가는 것이 이들 MMF의 수익 모델인 것이다.
이 모델은 한 가지 전제를 필요로 한다. 바로 은행이 대규모 자금을 필요로 한다는 전제이다. 과거 상당 기간 동안 중국의 은행들은 자금 잔고가 별로 없는 상태였다. 그럴수록 은행의 대출을 받기는 어렵고 이에 따라 사 금리가 하늘 높게 치솟았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을 가진 예금주가 돈을 눈앞에 흔들어 대면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은행들은 경쟁적인 조건을 제공했던 것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통화 완화를 하고 더구나 최근에 와서는 2008년의 리만 사태 이후 미중 무역전과 코로나 19를 겪으며 대량으로 통화를 제공하니 은행에 돈이 점점 차게 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부동산 경기 하락에 따른 대출 수요의 감소도 한 몫했을 것이다. 그러자 이들 금융 회사들에게 제공하는 수익률이 계속 하락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예를 들면 兴全添利宝(http://fund.eastmoney.com/000575.html)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은행의 곳간에 차고 있는 이 돈이 과연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에게 돌아갈 것인가? 바로 이것이 이번 리커창 총리의 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일이 될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이 부분은 리커창 총리의 희망대로 돌아갈지는 의문이다. 이전 소개한 바 있는 국가재정 과학연구원의 보고서에서도 이런 금융 정책에서 푸는 돈이 소상공인이나 영세 기업의 손에는 들어가지 않을 것을 우려하였고 그 대안으로써 인터넷 사금융 같은 것을 허용해야 한다고 정책 제안을 한 바 있다.
파룬궁 계열의 반중국 공산당 매체인 이포크 타임즈는 중국의 중소기업들의 경영 악화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COFACE의 아태 지역 이코노미스트 Carlos Casanova는 장기 미상환 대출의 경우 상당 부분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악인 것은 국유기업들도 민간 기업에 제대로 지불을 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2019년 국유 기업이 민간 기업들에게 지불하지 않은 금액은 8900억 위안이 넘는다. 그리고 연말까지 4분의 1도 갚지 못했다.
http://cn.epochtimes.com/gb/20/6/2/n12156209.htm
이런 상황에서 민간 경제가 과연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특히 코로나 19가 발생한 후에는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는 소상공인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러고 나서 출현한 것이 노천의 돗자리 시장이다. 생계가 막막해진 사람들이 길거리에 나와서 물건을 팔기 시작하자 일부 지방 정부에서 이를 허용하고 심지어 장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리커창 총리 또한 이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였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거리에 나와서 자리를 깔고 노점 장사를 시작한 사람들에게 지방 정부의 '성관(城管)'이 나타난 것이다. '청관'이라는 것은 구청에서 나와 노점상을 단속하는 것을 상상하면 되는데 그 권한이나 집행력 행사가 우리나라에 비해서 엄청나게 강하고 물리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참고로 중국에서는 점포에 간판을 달아도 청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창문이나 출입구의 크기와 방향도 청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간판을 달 때는 크기에 따라 청관에 비용을 내야 한다. 따라서 길거리 장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이 '청관'이라는 존재는 두려움과 증오의 대상이 되곤 한다. 거리의 노점이 늘어나자 이제 이 청관이 움직이는 것이다. 결국 이 돗자리를 깔고 근근이 장사를 하던 사람들에게 돗자리 하나에 월 800위안의 자릿세를 내도록 하더니 급기야 월 2천~3천 위안으로 오른 곳들이 많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 과연 리커창 총리가 준비한 수 조 위안의 슈퍼 예산은 과연 얼마나 소상공인들의 손까지 다다를 수 있을까? 필자는 걱정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