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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Jul 06. 2020

홍콩  국가안전 보위공서와 중국의 권력

HK Autonomy Act,Accountability Act

미국이 홍콩에 대한 자유 무역 도시 자격을 인정하지 않기로 하였다. 또한 홍콩의 인권과 민주를 탄압한 중국 관원과 그 가족들에 대한 비자 제한, 해외 재산 동결 등의 제재를 하기로 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와 연관된 금융 기관들에 대해서도 미국의 달러 결제 네트워크 체계에서 배제한다는 엄중한 제재를 하기로 하였다. 이런 제재가 가해진다면 홍콩은 더 이상 자유 무역 도시도 글로벌 금융 허브도 아니게 될 것이다. 필자는 그래서 '부자유 무역 도시'라는 말을 붙여 보았다.

https://www.congress.gov/bill/116th-congress/senate-bill/1838/text

한걸음 더 들어가서 이 제재 조치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보자. 우선 미국이 이러한 제재를 하게 된 근거는 상하원의 입법 활동이다. 상원과 하원이 각각 유사한 법안을 발의하였다. 전반적인 내용은 일치한다. 홍콩의 인권과 민주화를 정기적으로 평가하여 후퇴했을 경우 관련 관원들에 대한 제재, 관련 금융 기관들에 대한 제재 등을 하도록 한 것이다. 이와 별개로 미 상무부는 홍콩에 대한 방위 관련 제품의 공급을 잠정 금지하였고 미 정부는 이어서 홍콩의 관세 면제 혜택을 중지하기로 한 것이다.

https://www.congress.gov/bill/116th-congress/house-bill/3289?q=%7B%22search%22%3A%5B%22Regulatory+Accountability+Act%22%5D%7D&r=24&s=1 

또 루비오 상원의원을 중심으로 미 상하원의 의원들이 중국에 대한 제재를 신속하고 강력하게 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를 하기도 하였다. 


구체적으로는 가장 먼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보고서가 나와야 이에 따른 구체적인 제재가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사람들이 가장 관심 있어하는 것은 미국이 홍콩의 금융 시스템에 대한 제재에 들어갈 것인가, 제재의 내용은 어떤 것이 될 것인가? SWIFT 격리와 같이 미 달러 거래 시스템에서의 배제가 될 것인가? 홍콩 페그제의 불인정이 될 것인가? 위안화와 미 달러와의 외환 거래 폐지와 같은 강력한 조치가 될 것인가? 등과 같은 것들이다.


이에 대해 필자의 지인인 베이징의 한 유럽계 글로벌 은행의 관계자는 적어도 본인 소속 은행 안에서는 아무도 그런 식의 과격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중국 내 외국 은행들 커뮤니티에서도 이번 사건으로 인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으며 자금의 급격한 이동 같은 변화도 발생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필자의 지인은 홍콩의 또 다른 유럽계 글로벌 은행에서 일하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자신의 은행에서도 이번 사태가 홍콩의 금융 시스템에 영향을 줄 것으로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홍콩의 금융계는 평온하며 이번 사태로 인한 자금의 유출도 거의 없다고 한다. 오히려 미국에 상장되어 있던 중국 기업들이 상장 폐지되면서 대부분 홍콩에서 재상장될 것이기 때문에 이를 목표로 하는 대규모 자금들이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물론 타이완의 오가륭(吴嘉隆)같이 홍콩 자금의 40~50%를 차지하는 미국계 자본은 앞으로 대부분 홍콩을 떠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으며 미디어에 출연하는 대부분 전문가나 패널리스트들도 이런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는 이들의 견해가 맞을 것이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부주석 팡싱하이(方星海)도 미국이 러시아·이란 방식의 제재를 취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대한 실질적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얼핏 모순으로 보이는 견해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시간 차'이다. 이번 미국이 홍콩에 대해 설령 강력한 금융 상의 제재 조치를 취한다면 중장기적으로는 홍콩의 국제 금융 허브로서의 기능은 상실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당장 무거운 금융 제재를 취하면 자칫 미국은 물론 세계 대부분 국가들의 경제적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상당 수의 금융 기관들은 중국이 자금 수요가 있고, 이 수요를 이용하여 돈을 벌고 싶은 사람과 기업들이 있는 한 방법의 문제일 뿐 중국 금융 시장을 포기하는 금융 기관들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스: 블룸버그, 블룸버그는 주가를 중국 정부가 받쳐주었다고 보도

이런 상황을 중국에서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리는 없다. 그리고 단기간 내에는 홍콩이 실제 큰 대미지를 입지 않을 것이라고 보거나 적어도 그렇게 보이도록 상황을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콩국안법이 통과된 날 홍콩의 항생지수는 올라갔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해석이 있다. 어떤 이들은 중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홍콩 국안법을 지원하기 위하여 당일의 증시를 끌어올렸다는 해석을 하고 어떤 이들은 중국 정부의 강경하고 실질적인 공권력 행사로 1년이 넘게 어지러웠던 홍콩의 불안정 요소가 처리되어 안정된 모습을 되찾을 것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는 해석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 UBS 리포트를 보면 미중 간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리스크를 안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하면서 아예 H주보다 A를 추천하기도 하였다.


이와 함께 이번 홍콩국안법에 근거하여 중국 정부가 홍콩에 설립하는 '국가안전 보위공서'의 책임자로 임명한 쩡엔슝(郑雁雄)은 상당히 의외의 인물로 평가되어 중화권의 화제가 되고 있다.

'국가안전 보위공서'의 업무 난이도와 요구되는 국제 정치의 예민함, 사안의 복잡성 등을 고려할 때 중국 중앙부서의 상당한 인물이 임명될 것으로 여겨졌으나 쩡엔슝은 지방 당료였기 때문이다. 그는 광둥성 공산당 위원회의 비서장을 맡고 있었다. 


중화권에서 나오고 있는 인물평을 보면 쩡엔슝은 상당히 강경한 인물이며 소위 '무투파'라고 한다. 필자가 찾아본 쩡엔슝의 경력을 보면 원래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처음에는 인민일보에서 일했다. 그러고 나서 정법 계통, 즉 사법 관 쪽 일을 해온 것이다. 그렇지만 현장에서 일하던 인물은 아니며 줄곧 후선의 공산당 정법 위원회에서 일을 하였다. 이 정도의 경력을 가진 지방 당료가 임명되기에는 자리의 책임이 지나치게 막중하다.


필자가 중국의 인사를 관찰해온 감각으로는 이런 비교적 의외의 인사가 있는 경우는 '발탁'이며 이 정도 중요한 위치에 발탁이 되려면 두 가지 중 하나 이상에 해당이 되어야 한다. 하나는 권력자의 강력한 지지가 있어야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직속 상사의 의견이다. 이 국가안전 보위공서를 지휘 통제하는 사람은 바로 루어회이닝(骆惠宁) 중련반 주임이다. 중련반 주임은 홍콩에 소재한 중국 정부의 사무소로서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 행정부 사이의 연락과 협력을 맡고 있다.

루어회이닝(骆惠宁) 중련반 주임

이 인물은 안훼이 성 출신으로 줄곧 공산당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안훼이에서 선전부 부장까지 한 후 칭하이 성 부서기 및 서기, 산시(山西) 성 당서기 등을 거쳐 작년 11월 65세 정년을 맞이하였다. 그리고는 전인대 대표가 되어 노후를 보내는가 싶었는데 2020년 1월에 홍콩의 중련반 주임으로 현역 복귀를 한다. 당시 이에 대해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마도 과도기 인물일 것이라는 평가들이 많았는데 웬걸? 곧바로 국무원 홍콩 마카오 사무실 부주임(国务院港澳事务办公室)까지 꿰찼다. 주임은 샤바오룽(夏宝龙)으로 그는 천진 출신이며 2003년부터 저장성 부서기, 서기를 거쳐 2018년 정협 부주석, 그리고 2020년 2월에 홍콩 마카오 사무실 주임을 겸직하다가 5월에 전직이 되었다.

샤바오룽(夏宝龙)

이러한 인사의 흐름에 힌트를 주고 있는 사람이 탕칭위엔(唐靖遠)이다. 탕칭위엔은 반중공 계열의 시사평론가인데 역시 반중공 계의 러디엔후동(热点互动)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루어회이닝이야 말로 홍콩 국안법을 만들고 구현한 장본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론하였다. 탕칭위엔은 쩡엔슝이나 루어회이닝 모두 홍콩 마카오 쪽은 잘 모르는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쩡옌슝의 경우 광둥 성 출신이어서 광둥 말을 할 줄 알지만 그 외 국제적인 경험이나 홍콩 경험이 전혀 없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탕칭위엔(唐靖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 두 사람을 임명했는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탕칭위엔은 이미 은퇴했던  루어회이닝이 다시 현역 복귀를 하기 전의 주요 사건 일정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홍콩의 '반송중' 운동이 꺼질 줄 모르자 중국 지도부는 '법률의 정비를 통한 대응'을 결정한 바 있고 한정(韩正)이 홍콩 국가안전법을 점진적으로 진행하기 시작한 시점이 2019년 10월이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이는 필자도 추정한 바 있다) 탕칭위엔은 이에 근거하여 루어회이닝이 현역 복귀하고 다시 홍콩 마카오 반공실 주임이 된 것은 중국 지도부가 그를 통하여 홍콩 국안법이 무사히 홍콩에 안착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3l9CjSAlAU

탕칭위엔의 이러한 추정은 필자의 시각과 잘 일치한다. 필자는 여기에 몇 가지 추정을 더 진행해보고자 한다. 그간 미중 무역 담판을 수행한 것은 류허 부총리인데 바로 시진핑 일파가 직접 미중 무역 담판을 주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홍콩, 마카오는 이전부터 상하이방이 관할해 오던 영역으로 상하이 방의 한정이 이어받아 관리를 하고 있었다. 타이완의 경우는 왕양(汪洋)이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홍콩의 반중 운동이 거세지고 장기화되면서 중국 지도부 내에서는 기존의 홍콩 라인에 대한 불만이 증가하였다. 그 결과 상하이 방의 영역이 균열이 나면서 샤바오룽이나 루어회이닝이 진주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모두 시진핑 일파로 추정이 된다. 샤바오룽은 저장 시기에 소위 지장신군(之江新军), 즉 시진핑의 저장성 서기 시절의 부하들에 속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루어회이닝은 칭하이, 산시를 거치면서 시진핑 일파에 합류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외부에 거의 노출되고 있지 않는 시진핑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산시(陕西)의 북쪽 지역, 산베이(陕北) 그룹의 하나인 치위(齐玉)이다.

외교부 당서기 치위(齐玉)

치위는 산베이 출신으로 공산당 선전부 계통의 인물이다. 한마디로 이데올로기를 중시하는 사람이며 강경파로 보인다. 필자는 중국 외교부가 전랑(战狼)화 된 데에는 배후에 이 치위의 영향이 있다고 본다. 지난 2년간의 중국 외교부의 언행은 상대적으로 시야가 좁고 세련되지 못했다. 주미 대사 최이티엔카이(崔天凯)같은 전문 외교관들이 본국 외교부에 대해 드물게 불만을 내비치는 현상도 이에 따른 것으로 본다.


이렇게 샤바오룽, 루어회이닝, 치위, 쩡엔슝 등 인물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공산당에서도 내부 중심적인 직무를 해 온 전통적인 공산주의 사상이 투철해 보이는 것과 국제적인 경험이나 견식을 갖추었다고 보기에는 미흡하며 시진핑 그룹의 전형적인 인물상과 잘 겹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들을 시진핑 그룹, 즉 시가군(习家军)으로 추정하며 이들 집단이 배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때때로 외부 세계가 이해하기 어려운 중국의 언행이 나온다고 본다.


이들 시가군의 홍콩 장악은 상대적으로 상하이 방이 홍콩에서의 영향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홍콩에서의 상하이 방의 세력 감소는 시진핑 일파에게 나쁠 것이 없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중국식 사회주의를 외부 세계에 강요하는 방식의 중국 외교는 앞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악화하고 세게 속에서 중국을 더욱 고립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심한 경우 미국은 이번 홍콩 Autonomy Act,Accountability Act 등에 기반한 제재를 가할 것이다. 그리고 그 대상 관원들도 구체화되고 있는데 홍콩 관련해서는 한정, 타이완 관련해서는 왕양과 그 가족이 될 것이다. 만일 여기에 더 부가한다면 이번에 부임한  루어회이닝과 쩡엔슝이 추가될 것이다. 그런데 아마 이 제재 조치는 시진핑 주석에게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한정은 상하이 방이고 왕양은 원로들이 시주석 유고시 주석직 계승을 고려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루어회이닝과 쩡엔슝은 어떠냐고? 대세에 영향을 주는 인물들이 아닌 데다가 아마도 (그 국제적 경험이 없음으로 해서) 해외 자산이 없는 인물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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