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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Jul 21. 2020

빙산의 1각

밍텐시 그룹의 정부 관리 사태

중국 정부는 최근 중국의 금융 기업 밍텐시(明天系) 산하 9개 기업을 이어받는다(接管)고 발표하였다. 이 이어받는다(接管)라는 표현은 우리나라의 '정부 관리'로 번역할 수 있겠지만 그 후 대부분 국유화가 되기 때문에 과정 상의 구체적인 방법이 무엇이든 간에 사실상 '국유화'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보도되지 않고 있지만 필자는 이 보도는 사실은 지난 수십 년간에 걸친 중국 내부의 권력 투쟁이 종결되는 기념비적인 일로 생각한다.

https://baijiahao.baidu.com/s?id=1661030883172535887&wfr=spider&for=pc

어째서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그것을 설명하려면 삼국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어지간한 대하드라마에 해당되는 분량의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필자야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느낀다 하더라도 독자 여러분들에게는 그저 지루하고 별 가치가 없는 이야기일 수가 있다. 더구나 근거는 매우 취약하고 99% 이상이 필자의 추측과 추정이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요즘 말로는 '뇌피셜'이라고 하는 모양인데 그런 말을 듣는 것은 피하고 싶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상대적으로 근거와 사실 만을 정리해서 여러분들께 보여드리고자 한다.

http://www.pinlue.com/article/2019/05/2621/589044607049.html

중국의 금융업은 대부분 국영 기업이 운영하는 것이지만 금융 재벌에 해당되는 민간 기업들도 있다. 신차이푸(新财富) 잡지는  2019년 5월 26일 보도에서 10대 금융 재벌을 소개한 바 있다. TOP 3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위:  밍텐시(明天系) 

산하 기업은 경영 기업 23개, 투자 기업 21개 등 44개 기업으로 17개 은행, 9개 보험회사, 8개 증권 회사, 4개 신탁 회사, 3개 펀드, 2개 선물 회사, 1개 금융 리스 회사 등이다.

보유 자산 규모는 약 3조 위안(한화 514조 상당)으로 평가된다. 한국은행들의 10배 정도 규모가 되는 것이다.


2위: 하이난 항공계열

산하 기업은 경영 기업 9개, 투자 기업 12개 등 21개 기업이다. 원래 하이난 항공의 소유였지만 지금은 자선 단체라는 하이난 자항 공익 기금( 海南省慈航公益基金会)이라는 근본을 알 수 없는 조직의 소유이다.


3위: 안방 계열

산하 기업은 경영 기업 6개, 투자 기업 8개 등 14개 기업이다. 덩샤오핑의 손녀사위인 우샤오회이(吴小晖)가 주롱지 전 총리의 아들, 상하이 자동차의 전 총재 등과 만든 회사이다. 계열사 중 하나인 안방 보험은 우리나라의 알리안츠 보험도 인수하여 잘 알려져 있다. 주요 계열사로 안방 생명(安邦人寿), 안방손해보험(安邦财险), 안방양로(安邦养老), 화계건강(和谐健康) 등이 유명하다.

이들 TOP 3 민간 금융 회사는 하나하나 정권에 의하여 창업자가 불행한 결말을 맞이하였는데 안방 그룹의 경우에는 총수가 체포되어 회사가 몰수되었고, 하이난 항공의 경우 총수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불명의 자선 단체의 손으로 인수되었으며 밍텐시의 경우 2017년에 총수가 홍콩에서 중국 정부에게 납치 구금되었다가 이제야 보유 회사의 정리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들 회사 하나하나의 흥망사가 영화나 소설이 될 만한 주제들이다. 사실 금융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거론하지는 않겠지만 부동산 개발 업체인 완다 그룹이 지금 겪고 있는 과정도 기실 이들과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밍텐시 그룹의 일은 여러 가지로 의문을 일파만파 던지는 사건이다. 우선 무엇 때문에 밍텐시 그룹이 정부가 정부가 관리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설명이 없다. 그저 보험법, 은행업 감독관리법, 신탁 공사관리방법에 근거하여 관리하게 되었다는 선언이다. 안방 보험의 경우 불법을 저질렀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이난 항공의 경우 총수가 죽어서 사후 관리가 명분이었다. 그런데 밍텐시의 경우 무엇을 잘 못했는지, 어째서 정부 관리에 들어가게 되었는지 설명이 없다.


중국의 유튜버 차이징렁옌(财经冷眼/https://www.youtube.com/watch?v=OLqrqOR5i_E&feature=youtu.be)에 의하면 샤오젠화는 이렇게 쩡칭홍(曾庆红), 주룽지(朱隆基) 등 권력층과 가깝게 지내며  이들에게 좋은(?) 일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래서 샤오젠화가 상무위원들 집을 방문할 때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고 하며 정치국 위원들 중 상당 수가 샤오젠화와 관계를 맺고 있었다고 한다.


2014년 6월 14일 NYT의 보도에 따르면 밍텐시 그룹의 창업자인 샤오젠화(肖建华)는 2013년 시진핑 주석의 누나 부부의 회사를 하나 인수하였다고 한다. 인수 규모는 3억 달러 정도였다고 하는데 대상 회사는 내용이 없는 회사로 사실 상 뇌물을 준 것이라고 한다. 이 회사는 시주석의 누나인 치차오차오(齐桥桥, 어머니 성을 따랐다고 한다)와 매형인 덩쟈궤이(邓家贵)가 먼저 국유 은행과 50:50의 투자 회사를 만들었고 이 지분 50%를 샤오젠화가 매입했다는 것이다.

https://www.nytimes.com/2014/06/18/world/asia/chinas-president-xi-jinping-investments.html

차이징렁옌은 바로 이 보도 때문에 시주석은 샤오젠화가 자신의 가족들의 비리를 폭로한 것으로 보고 매우 분노했다는 것이다. NYT는 이 사건이 난 후 시주석이 가족들에게 투자 사업에서 손을 떼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반부패를 치켜올린 시주석으로서는 자신의 가족들이 부패 혐의를 받게 되는 것은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누나와 매형은 친촨다디( 秦川大地投资有限公司)라는 투자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270만 달러로 시작하여 4년 만에 1억 5천6백만 달러 규모로 성장한 바 있다.


당시 권력가들은 자원 등의 투자를 통해 부를 쌓아 올렸고 NYT는 시주석의 취임 전 네 가문만 해도 각자 1억 5천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지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네 가문은 각각 시주석 가문, 원자바오(温家宝) 가문, 주룽지(朱隆基) 가문, 그리고 자칭린(贾庆林) 가문이다.

 

샤오젠화는 어떻게 이런 큰 사업을 할 수 있었을까? 샤오젠화는 산동성 타이안시 페이청(肥城)이라는 산골의 한 중학교 교사의 6 남매 중 하나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아침 5시면 일어나서 공부를 했다고 하며 불과 14세에 베이징 대학 입학시험에 합격한 천재였다. 그는 매우 정치적 야심이 큰 인물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베이징 대학의 학생회장이 되었다.


NYT에 따르면 천안문 사건 당시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베이징 대학의 학생들과는 달리 당시 불과 17세였던 샤오젠화는 학생들과는 반대로 정부 당국에 협력을 하였다고 한다. 구제척인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베이징 대학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보아 이것이 샤오젠화가 고위직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사업에 대한 지원을 받게 되는 출발점이었을 것이다. 그는 베이징 대학 내에 DELL, IBM 등의 컴퓨터를 팔았고 이를 통해 시드 머니를 마련했다고 한다. 그리고 증권 투자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샤오젠화의 부인은 몽고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부인의 신상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단지 몽고 최고위층 권력가의 딸이라는 소문이 있을 뿐이다. 단지 그 후 금융 시장에서 승승장구한 것만은 틀림없다.

https://www.nytimes.com/2014/06/04/world/asia/tiananmen-era-students-different-path-to-power-in-china.html

그러나 권력으로 흥한 자, 권력으로 망하는 법이다. 권불 10년이라는 말은 중국에 정말 잘 맞는 말이다. 국가 주석의 임기가 10년이니 말이다. 시진핑 주석의 심기를 건드린 결과 샤오젠화는 그의 금융 왕국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그의 금융 왕국은 중국 정부의 손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독자 여러분, 이것은 표면 상의 일이다. 만일 이렇게 끝나는 이야기라면 필자는 여러분들께 '지난 수십 년간에 걸친 중국 내부의 권력 투쟁이 종결되는 기념비적인 일'이라고 까지는 하지 않았을 것이며 '빙산의 1각'이라고 제목을 짓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어서 '빙산의 2각'을 준비해 볼 예정인데 조사와 서베이에 시간이 걸릴 것이어서 언제라고 약속을 드리지는 못하겠다. 지금으로서는 가급적 노력하겠다는 말씀만 드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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