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요식업 협회는 SNS를 통하여 향후 우한의 음식점에서는 “N-1” 방식의 운영을 한다고 발표하였다. 이는 열 사람이 오면 1인분이 적은 9인분만 주문을 받는 방식이라고 하며 음식도 절반을 주문할 수 있고 남은 음식은 싸갈 수 있는 등 음식을 낭비하지 않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http://china.qianlong.com/2020/0812/4564330.shtml) 바로 시진핑 주석이 음식물을 낭비하지 말라는 취지의 교시(?)를 하신 다음이다. 이어서 8월 13일에는 전인대에서 음식 낭비를 없애기 위한 입법 활동에 들어간다는 공고가 있었다.
그야말로 전격전을 연상하게 하는 빠른 동작이다. 그뿐인가? 8월 20일에는 공안부에서 음식 낭비에 관련된 각종 불법 행위를 엄격히 단속하고 검거하겠다는 발표가 이어졌다.
그런데 이런 빠른 동작들은 왜 갑자기 출현했으며 더구나 전광석화와 같은 후속 조치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일까? 시진핑 주석이나 중국 지도부들에게 이렇게도 중국 사람들이 식사량이 많고 낭비되는 음식이 많은 것이 문제가 된 것일까? 아무튼 통상적인 사건으로 생각하기에는 지나친 점이 있다. 해외의 미디어들은 대체로 이 사건을 "앞으로 닥쳐올 중국의 경제 문제 및 식량 위기"를 고려하여 선제적으로 중국 지도부가 이런 캠페인을 펼치기 시작하였다는 해석을 하고 있다. 과연 그런가?
필자는 이미 이번 중국 장강의 홍수가 식량 문제에 끼칠 영향에 대해 글을 쓴 바 있다.(https://brunch.co.kr/@chulrhee/428) 당시 중국의 식량 감산 규모는 약 11%에서 최악의 경우 16%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으며 그럴 경우 중국은 세계 기아 지수 상으로 아마도 '보통'의 상태, 최악의 경우 '심각' 상태의 초입에 들어설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제 중국의 홍수가 장강에서도 계속 악화되고 있는 데다 황허 유역 또한 홍수가 일어났고 여기에 다시 태풍이 들이닥치는 상황이다. 이런 식으로 자연재해가 계속된다면 중국의 식량 생산은 당연히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홍수가 일어나고 있는 지역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보았다. 위키피아에 "2020년 중국 남방 홍수"를 입력하자 지난번과는 달리 지역이 확대된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이제는 윈난, 구이저우, 쓰촨, 총칭, 후베이, 후난, 장시, 안훼이, 장쑤, 저장, 푸젠, 광시, 광둥, 허난, 산둥, 텐진 등으로 확대되었다.
https://zh.wikipedia.org/wiki/2020%E5%B9%B4%E4%B8%AD%E5%9B%BD%E5%8D%97%E6%96%B9%E6%B0%B4%E7%81%BE
다음은 홍수의 피해 정도이다. 지난번에는 2003년도 허난에서 발생한 대홍수를 참고했었다. 그런데 최근에 중국 정부가 이상한 발표를 하였기 때문에 이를 반영하려고 한다. 우선 아래 그림을 보라.
이 두 언론 보도는 왼쪽이 중국 정부가 식량을 수매함에 있어 동비 감소한 현상을 말하고 있음과 동시에 오른쪽 보도에서는 금년도 중국의 농사가 풍년이며 역사상 최대의 수확을 거두었다고 하는 내용이다. 이 서로 어긋나 보이는 보도를 설명하는 방법은 두 가지 방향이 있다. 하나는 중국의 농사가 역사상 최대의 풍년이 들었으나 국가는 수곡을 적게 매입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둘 중 하나는 거짓이라는 해석이다.
금년처럼 자연재해가 많은 상황에서 역사상 최고의 풍년이라니 정말이지 맏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어서 필자는 중국 정부의 금년 수곡량을 기준으로 삼고자 하였다. 그래서 일단 가장 최근의 수치를 알아보니 다음과 같았다. 작년 비교하여 허베이가 20.81% 감소, 장쑤가 0.99% 감소, 안훼이가 27.28% 감소, 산둥이 7.6% 감소, 허난이 37.13% 감소, 그리고 후베이는 5.14% 증가하였다. 후베이의 경우 중국 정부가 전력을 다해 지켜낸 보람이 있는 모양이다.
http://www.lswz.gov.cn/html/ywpd/lstk/2020-08/12/content_257633.shtml
이들 성 외의 지역의 데이터는 발표되지 않았다. 그래서 필자가 지금까지 모니터링한 홍수 피해의 정도에 기준하여 지난번과 동일한 방식으로 2017년도 데이터에 유사한 수치를 대입하여 보았다. 그 결과는 중국 전국적으로 16%의 식량 감소로 나타났다. 지난번 분석과 동일하게 2019년도 기아 지수 6.5%에 16%를 더해보면 22.5%가 되어 이제 확실하게 '심각' 상태로 진입하였다
(9.9% 이하: 기아가 적은 상태, 10.0~19.9%: 보통, 20.0~34.9%: 심각, 35.0~49.9%: 경보, 50.0% 이상: 심각한 경보)
그렇다. 금년도 여러 자연재해로 인하여 중국의 식량 생산은 큰 차질이 일어날 것이고 '심각'한 상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으로부터 대규모의 농산물을 수입하고 있고 중국 정부는 작년 대비하여 쌀의 경우 5배 규모를 시중에 풀고 있다. 무려 5천만 메트릭 톤을 이미 풀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량 대난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노무라는 이번 홍수로 인한 쌀 생산량의 감소를 5%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이 노무라의 분석이 꼭 맞는다는 법은 없지만 이번 홍수가 중국의 식량 위기를 가져올 정도라고 보기에는 너무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https://edition.cnn.com/2020/08/08/economy/china-food-economy-flooding-intl-hnk/index.html
그러므로 필자는 시진핑 주석의 음식 낭비 발언이 아무래도 중국의 식량 위기에서 온 발언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작금의 홍수와 자연재해는 사람들이 음식과 식량에 대해 주의하게 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기에 이 상황에 맞는 자신의 정치적 발언을 한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지난 2, 3주간 많은 사람들이 소위 '베이다이허' 회의에 집중하였다. 회의가 조기에 끝났다는 관측과 이어졌다는 관측이 함께 나와 혼란스러웠지만 이제 상무 위원들의 정상적인 활동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이제 베이다이허 회의가 끝났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 종료 여부를 둘러싸고도 말이 많았지만 그 내용과 결과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번 소개한 청샤오농(程晓农)은 시진핑 주석의 장기 집권을 이야기했고 일부에서는 그 반대로 원로들이 시진핑 주석의 하야를 요구했으며 시진핑 주석의 권위가 이제 전만 같지 못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 근거로는 시진핑 주석의 호칭에 "군사위원회 주석" 명칭이 사라졌다든가 리커창 총리가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있다던가 하는 말들을 하고 있다.
과연 그런가? 필자는 시진핑 주석의 권위가 떨어졌다는 시각에 찬성할 수가 없다. 최근 여러 보도에서 '군사위 주석' 등 모든 호칭을 불러 주는 사례도 많이 있다. 단지 어느 한 두 개의 보도에서 호칭이 생략되었을 경우 외부로 전해지는 정보가 극히 적은 중국 공산당의 특성상 시진핑 주석의 권력에 이상이 생겼다고 충분히 의심해 볼 수 있으나 결론을 내리는 것은 성급하다고 본다.
그리고 시진핑-리커창 대립설도 그 근거를 찬찬히 살펴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시진핑 주석이 최근 초우스(求实) 잡지에서 마르크스 공산주의를 강조한 것, 국유화, 공유화의 가치를 강조한 것을 전통적인 마오이즘으로 회귀하는 네모 마오이즘으로 정의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리커창 총리의 여러 시장 친화적 발언과 중소기업 및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 발언을 마오이즘에 반발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난센스이다. 리커창 총리와 시진핑 주석 간에 권력 갈등이나 이권 다툼은 있을 수 있겠으나 국가 권력을 둘러싼 갈등으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http://www.qstheory.cn/dt/2020-08/15/c_1126371685.htm
지금 중국의 취대 위협은 미국과의 갈등이다. 그리고 미국의 '중국과의 분리'는 자칫 중국 경제가 서방 세계 전체와 유리될 수 있는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타이완 및 홍콩 등 중국 시각에서의 주권 문제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 및 전략에 대한 여러 논의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중국이 원하는 것은 미중 무역 전쟁이 일어나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개혁 개방 후의 중국이며 덩샤오핑 이론에 따른 '시장 경제'의 사회주의 중국이다. 그리고 중국 공산당의 전제 정치에 대한 반대는 적어도 중국 공산당 수뇌부 안에는 없다. 지금 일부 미디어들이 얼핏 모순되게 생각하는 것은 리커창 총리는 "민영 기업을 중심으로 한 시장 경제"이고 시진핑 주석은 "국영 기업을 중심으로 한 계획 경제 또는 국가 자본주의"라고 대치시키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과연 이 둘은 서로 모순인가?
중국은 미국의 압력으로 인해 미국과 경제적으로 격리되면서 내핍 경제에 들어갈 것을 예상하고 있다. 필자가 이미 소개한 바 있는 소위 '내순환 경제'를 알리는 류허 부총리의 글을 읽어 보면 매우 분명하다. 그리고 중국의 대국 굴기를 포기하지 않으려면 국가 전략 사업을 진행해야 하며 그것은 주로 국영 기업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덩샤오핑 이론'은 결국 "계획 경제"라는 기제를 "시장 경제"라는 기제로 대치한 것이며 시진핑 주석 그룹이라 해서 이를 없애고 계획 경제로 돌아갈 리는 없다. 하지만 소수의 민간 기업이 권력과 결탁하여 중국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역시 견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공유제 경제 ", "국유제 경제"를 강조하지만 동시에 사유 경제와 "서로 보완해서"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결코 "시장 경제"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겠다.
그래서 리커창 총리는 언제나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말한다. 필자도 수 차례 시진핑 주석과 시각을 달리하는 리커창 총리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그렇다고 리커창 총리가 무슨 반독재 민주인사는 아닌 것이다. 그는 분명히 중국 공산당 서열 2위의 정부 총책임자인 총리이며 공산주의자이다. 단지 정책 집행의 과정에 있어 자신의 사장 배경과 지지 그룹이 다르기 때문에 국영 기업에 방점을 두는 시진핑 주석과 민간 기업에 방점을 두는 리커창 총리 사이의 간극이 존재할 뿐이다.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후계자는 결정되지 않았다. 그리고 14차 5개년 계획이 시진핑 주석-리커창 총리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최소한 다음 5년도 시진핑-리커창 체계로 간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는 것은 격론이 있을지언정 결론은 시진핑 주석 체계로 결정된 것이다. 이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시진핑 주석은 음식의 낭비를 통해 앞으로 도래할 "내 순환 경제" 체계, 내핍 경제 체계, 그리고 미국과의 대결 국면을 준비하라고 중국 국민들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위대한 조국"이라는 선전을 지속적으로 해온 중국 공산당으로서는 이제 앞으로 도래하는 어려운 시기가 "미국"으로 인한 것이고 이를 견디고 승리하기 위해서는 "중국 공산당의 영도"를 따라 "고난의 행군"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앞으로 단계적으로 내부 선전전을 통하여 진행할 것이다.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