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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Aug 18. 2020

중국의 다음 백 년 계획

제14차 5개년 계획을 통해서

중국이 현재 베이다이허 회의를 끝내지 않고 계속 진행 중이라는 소문, 그리고 소위 '3연 3강' 방침을 내놓았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는 가운데 베이징 서기 차이치(蔡奇), 상하이 리창 (李强), 총칭 서기 천민얼(陈敏儿), 텐진 서기 리훙중 (李鸿忠), 광둥 서기 리시 (李希), 신장 서기 천첸궈(陈全国)등 주요 인사들 중 상당수는 베이다이허가 아닌 임지에서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이어서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4dHQYNLTIY&list=WL&index=5

그리고 새로운 소문이 돌고 있는데 그것은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새로운 대미 전략 '8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중국 내 미국 기업, 특히 금융 및 서비스 기업을 전면 정리한다.

2. 핵무장 능력을 크게 발전시켜 미국이 경거망동하지 못하게 한다.

3. 국방 지출을 GDP의 4% 이상으로 증강한다.

4. 가능한 모든 세력을 연합하여 미국에 대항한다

5. 자력갱생 정신을 선전한다

6. "쌍순환" 경제를 기동하고 유라시아 대륙 및 글로벌 위안화 결제 체계를 수립한다

7. 미국의 전략적 방해를 돌파하여 타이완을 통일하고 미국의 제1도련, 제2도련을 돌파한다

8. 전쟁에 대비하여 전 국민의 식량과 에너지 비축을 하여 미국의 완전 분리에 대응한다.


필자가 볼 때 '3연 3강'보다도 더 수준이 낮은 방침이다. 베이징 골목길에서 술안주 삼아 국제 정서를 소리 높여 떠드는 아저씨들이 할만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특히 첫 번째로 중국 내 미국 기업, 특히 금융 및 서비스 기업을 전면 정리한다는 것은 잘못짚어도 한참 잘 못 짚었다는 생각이 든다. 외화, 특히 달러 보유고가 중국 경제 전반을 간신히 지탱하고 있는 이 시점에 중국에 거액의 외화를 가져다주는 역할을 하는 미국계 금융 기업들을 정리한다는 것이 정상적인 생각인가?


두 번째 핵무장 운운도 마찬가지이다. 지금도 중국은 충분한 핵무장을 하고 있다. 핵탄두나 핵 미사일을 더 늘린다고 무슨 전략적 의미가 있는가? 미국의 방해를 돌파하여 타이완을 통일하고 제1, 제2 도련을 돌파한다? 지금 못하는 것을 더 엄중한 제재를 받으면 더 쉽게 해낼 수 있는가? 이런 시각을 가지는 것은 비단 필자뿐은 아니었던 것 같다. 중화권에서도 아마 중국 공산당 내 강경파들이 여론 동향을 살피기 위하여 일부러 노출한 소식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물론 중국의 호전적 태도를 경계하는 의견은 많이 있다. 미국의 전 CIA 부국장 Michael Morell과 전 해군 제독인 James Winnefeld는 중국이 미 대통령 임기 교체 시기인 내년 1월의 3일간의 공백을 이용하여  전격전으로 3일 내에 타이완을 탈취하려 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필자는 미국의 체계가 대통령 교체 시기에 큰 약점을 드러낼 만큼 쉬운 체계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최근 들어 미국은 타이완에 그동안 제공하지 않았던 F16V, 무인 드론 등의 판매를 승인하였다. 중국이 3일 안에 타이완 상륙에 성공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https://www.taiwannews.com.tw/en/news/3988080


결국 베이다이허 회의는 세 가지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하나는 이미 베이다이허 회의는 1주 만에 끝나고 단지 후속 작업들이 뒤늦게 풍문으로 나오고 있을 가능성, 두 번째는 베이다이허 회의가 그 후에도 계속되었을 가능성, 세 번째는 주요 인물들이 참석하는 내용은 조기에 완료되고 실무진 또는 결론을 보지 못한 사람들이 남아서 회의를 계속하고 있을 가능성 등이다.


이번에 중국이 커다란 위기에 직면하여 전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베이다이허 회의가 난항을 겪는다 해도 결코 이상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공산당이 새로운 국가 전략에 부심하고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렇게 중국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커다란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는데 이를 논하기 위하여 먼저 간단히 현재 중국이 처한 상황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 외국 기업의 철수는 이미 가시화되었고 중국 상무부 부장 종산(钟山)이 외국 기업의 철수라는 압력이 적지 않음을 인정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수출은 잘 유지되고 있고 상대적으로 수입이 감소하여 무역 수지는 성공적으로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 제조 PMI는 양호한 편이고 잘 유지되고 있고 내수는 정부 주도의 투자로 이끌고 있지만 소기업, 소상공인들의 경기는 지금까지도 어려움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 아프리카 돼지 열병, 전국적인 홍수 등으로 육류 가격이 폭등하고 채소 가격이 높아졌거니와 도시 지역은 정부 비축 물량을 풀고 수입을 늘려 대응하고 있지만 오히려 농촌 등에서 가격  폭등 현상이 더 심하여 농촌 지역의 어려움이 더 커지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는 중국이 미국의 경제 봉쇄를 대비하여 대규모로 식량과 에너지를 비축하기 시작했다는 설도 있다.

- 대부분 지표가 우량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기업과 산업계의 어려움은 실업의 대폭적인 증가를 가져오고 있으며 종업원 지수는 역시 49.3%으로 취업 상황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신규 대졸자들의 취업이 문제가 되고 있다.

- 지방 정부의 재정 수입이 감소하여 정부 재정 구조의 악화가 가속되고 있다.

- 일부 지방 도시들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있고 은행 이자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 급매물이 늘어 다시 부동산 가격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정보가 많은 반면 중국 정부 공식 통계 상으로는 부동산 가격은 안정적 상향을 보이고 있다.

- 정부는 LPR을 사실 상 강제화 하는 등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데 이는 부동산 가격 하락과 약관 위배자들이 늘면서 은행 등 금융권의 부담이 늘어나고 있어  부실 은행들의 도산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필자는 이렇게 전에 오기륭이 예측했던 시나리오 순서대로 정리해 보았는데 과연 지금 중국의 상황은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중국은 아직까지는 잘 견디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관건은 물밀듯이 닥쳐오는 이런 도전들을 지금의 중국 지도부가 잘 넘길 수 있을 것인가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반중 정서가 고조되면서 중국의 이런저런 단점과 어두운 면이 많이 부각되고 있지만 중국을 너무 과소평가해도 안된다는 소수의 의견도 있다. 예를 들면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사회주의, 전체주의의 국가 자본주의 체계를 너무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는 논설을 게재하고 있다.

https://www.economist.com/leaders/2020/08/13/xi-jinping-is-reinventing-state-capitalism-dont-underestimate-it


결국 현재 상황은 상당 부분 중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중국도 이를 잘 인식하고 있으며 위기의식 또한 무겁게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필자가 소위 '3연 3강'이라든가 '신 대미8조'같은 수준 미달의 정책이 나왔다는 소문들을 그다지 미더워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히려 지금 진행 중인 중국의 제14차 5개년 계획 프로세스의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여러 정보들이 더 현재의 중국 상황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하게 해 준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도 각 정부부처에서 예산을 따려면 먼저 사업을 중기 계획에 반영해야 하듯이 중국의 경우에도 5개년 계획에 먼저 반영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중국이라는 나라의 통치 스케일에 걸맞게 이 5년 계획이 핵심 계획이고 매년도 계획은 오히려 상세 실행 계획에 해당되는 인상을 받는다.


5개년 계획 수립 프로세스

1단계: 중기 평가(2018년 기 평가)

2단계: 기본 방향 연구(통상 최종 연도 전년도에 실시, 2019년) 

3단계: 당 중앙을 위한 건의(통상 5중 전회에서 발표, 2020년 10월 예정)

4단계: 정식 강요《纲要》편제(통상 5중 전회부터 차년도 3월에 걸쳐 작성)


14차 5개년 계획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의 계획이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13차 5개년 계획은 2020년에 종료되는 것이기도 하면서 중국 공산당이 창당된 100년이 마무리된다는 성격을 가진다. 그럼 이 100년 계획의 최종 목적은 무엇인가? 바로 '샤오캉 사회의 건설'이다. 장기 집권을 도모하는 시진핑 주석으로서는 그렇기 때문에 이 '샤오캉 사회의 건설'을 완성했다는 말을 들을 필요가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다음 100년 계획'이라는 단어가 시진핑 주석이나 이 14차 5개년 계획 프로세스 중에 자주 나오고 있다. 즉 첫 100년 계획인  '샤오캉 사회의 건설'은 달성했으니 이제 다음 100년의 목표를 세우고 진행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물론 이 말은 미중 대립과 함께 시진핑 주석 자신의 장기 집권을 의도하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여기에 최근 자주 나타나는 단어로서 "지구전", "2035년 장기 목표", "쌍순환 경제", "다액현금관리", "디지털 화폐", "LPR", "공분 제도" 등 새로운 키워드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중에는 필자가 이미 소개한 단어들도 있는데 지금은 이런 키워드들이 거대한 하나의 그림 하에서 서로 꿰맞춰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필자는 아직 명확한 그림을 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최근의 14차 5개년 계획이 10월 5중전회에서 '건의'라는 형태로 구체화되고 있는 과정 중에 있는데 이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은 알 수 있다. 그리고 지금 현 수준에서 이 제14차 5개년 계획 과정에서 필자가 주의하고 있는 몇 가지 단편들을 소개할까 한다.


저장성 싱크탱크 浙商智库의 부원장 궈디엔헝(郭占恒)에 따르면 이번 5개년 계획 수립의 가장 큰 문제는 불확실성이며 구체적으로 미·중 변수, 트럼프 변수, 국제 규칙 변수 등을 들고 있다. 또한 '역사적으로 대국의 굴기에 따르면'이라고 에두르기는 했지만  “전쟁 가능성이 크고 평화 가능성은 적다”라고 '미국'이라고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내용 상 미국과의 전쟁 가능성을 고려하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http://www.china-cer.com.cn/guwen/202004103637.html


타이완 사람으로서 젊은 시절 중국으로 월중한 사람인 린이푸(林毅夫)는 중국의 산업을 추격형, 선도형, 변화형, 추월형, 전략형으로 나누고 연구개발에 장기간, 대규모 자본이 소요되는 전략형 산업은 국방과 경제 안보에 큰 영향이 있어 필히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번 반도체 공급 중단으로 인해 화웨이가 타격을 입는 그런 일이 없도록 어떻게든 전략형 산업은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제14차 5개년 계획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것으로 볼 때 사실 상 중국 공산당의 입장이라고 볼 수 있다.(http://www.guihuaxxw.com/NewsDetail/2047516.html)


여기에 보다 구체적으로 당교(党校)의 14차 5개년 계획 연구팀은 보고서  “十四五”时期重大经济战略问题和总体发展思路를 통해서 중국이 이번 14차에서 3 가지 새로운 발전 전략 즉 발전 방식의 전환, 경제 구조의 개선, 추진 동력의 전환을 도입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그 전략의 중심은 현재는 미국의 10%도 안 되는 중국의 1인당 소비를 적어도 20% 이상 수준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실 양적으로만 따진다면 중국의 1인당 소비를 올릴 수만 있다면  미국의 GDP 총량을 추월하는 것은 쉬운 일이겠지만 어디 중국의 1인당 소비를 높인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에서 탁상공론처럼 들리기도 한다. 아마도 이들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강경파들의 반대를 회피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고 중요한 것은 이들이 결국 민간 경제 활성화, 국민 소득의 증대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점이라고 하겠다. 

만일 국가의 자원이 민간 경제에 집중된다면 상대적으로 정부 및 공공 기관에 투입되는 자원은 줄어들어야 한다. 그러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 리커창 총리로 보인다. 2019년 11월 25일 리커창 총리는 향후 계획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발언을 하였는데 그 요지는 새로운 사업을 벌이지 말고 기존 사업을 보완 보충하고 필요하면 업그레이드하는 정도로 그치라는 것으로 정부 기관의 ‘긴축’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要围绕补短板、促升级、增后劲、惠民生,研究推出一批重大工程和项目,更加注重发挥社会力量作用,着力提升基础设施水平,增强产业创新力和竞争力,促进改善生态环境,提高人民群众生活水平。"

"단점을 아울러 보완하고, 업그레이드하며, 뒷심을 늘리고, 국민을 돌보고, 일부 중대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사회 역량 작용의 발휘에 힘쓰고, 기초 시설 수준 제고에 힘쓰고, 산업 혁신과 경쟁력을 증강하고 생태 환경 개선을 촉진하고 인민의 생활수준을 제고해야 한다."


리커창 총리의 이러한 의지가 과연 관철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시진핑 주석이 취임한 이해 지금까지 중국 공산당은 '국진민퇴'의 길을 걸어왔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다액현금관리", "디지털 화폐", "LPR", "공분 제도" 등은 중국이 과거의 국가 사회주의 체계로 되돌아가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현재의 권력층인 시진핑 그룹이 리커창 총리의 이런 발상에 동의할지는 미지수이다. 


제14차 5개년 계획은 현재 진행형이다. 각급 지방 정부와 기관에서 연일 이를 위한 토론과 학습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민간에 방점을 두는 세력과 국가에 방점을 두는 세력이 치열한 논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개년 계획은 국가 예산과 직결되기 때문에 자신들이 미는 프로젝트가 예산을 받기 위해서는 각 세력들이 최선을 다하여 투쟁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이번 14차 5개년 계획은 그 어느 때 보다도 갈등이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는 여러분들과 함께 이 과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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