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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Sep 06. 2020

오가륭의 인도 가설

타이완의 이코노미스트 오가륭(吴嘉隆)이 아무래도 미중 간의 전쟁이 날 가능성이 높아진 것 같다고 SNS에 적었다. 그는 미국이 이번에 진지하다는 것을 중국이 이제 알아차렸으며 전쟁이 난다면 미중 두 나라 간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와도 동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오가륭은 그중에서도 특히 인도-중국 간의 분쟁이 확대될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미국이 일본, 호주, 인도 등을 조직하여 인도 태평양의 NATO로 조직화하려는 이 상황에서 만일 인도가 선봉으로서 전쟁에 나선다면 일본, 타이완 등의 대 인도 투자가 확대될 것이고 중국의 공장들도 위험 회피 차원에서 중국을 탈출하여 인도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인도가 중국에 대한 반감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우선 국경 분쟁 지역에서 중국이 다수의 댐을 건설하여 인도의 수자원을 통제하려는 위협감과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가 인도의 남북을 에워싸는 형상을 이루어 인도로서는 매우 수용하기 어렵다는 데서 온다고 설명한다. 이 분쟁 지역은 인도의 수도인 뉴 델리까지 400km 거리 정도 되는데 3500m 이상의 고지대이기 때문에 만일 중국이 이 지역을 완전히 장악한다면 중국의 화포나 미사일 공격이 용이하게 뉴 델리를 위협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인도와 파키스탄의 접경이며 국경 분쟁이 있는 카시미르 지역과도 접하고 있고 중국이 카시미르 지역에서 차지하고 있는 영역을 인도나 파키스탄 모두 인정하지 않고 있다. 카시미르 지역은 인도와 파키스탄 모두 상대에게 빼앗길 수 없는 전략 요충지이기도 하다.

인도가 도발하여 만일 전쟁이 발발한다면 인도는 인도양에서의 중국 석유 보급선을 차단할 것이며 중국의 유조선이 말라카 해협을 통과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오가륭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전에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기를 바라며 그렇기에 인도와 함께 끊임없이 중국을 압박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충돌의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오가륭의 형세 판단, 적어도 미국과 인도의 의도에 대한 오가륭의 생각은 상당히 일리 있어 보인다. 그렇지만 중국도 같은 판단을 하고 있어 보여서 전쟁으로까지 비화하지는 않을 것 같다. 적어도 중국은 응전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인도 접경에서 인도군은 중국 이름 반공후(班公湖), 라다크 어로 Pangong Tso라고 부르는 지역을 적극적으로 공격하여 몇몇 고지를 점령했다. 그렇지만 중국은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상당한 수의 항공기와 기갑 부대가 인접 지역으로 이동 배치를 하고 있다. 현재 상태는 중국이 인내하며 상황을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은 남중국해에서의 미국의 압박이 심하여 동시에 두 나라와 전쟁을 일으킬 여력이 없는 것이 주된 이유겠지만 미국의 대선 기간이 지나갈 때까지 잠시 인내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


중국 내에는 민족주의 정서가 날로 높아가고 있다. 그리고 인도군이 분쟁 지역의 몇몇 고지를 점령한 사실은 중국의 미디어들은 일체 전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감출 수는 없는 법이다. 그리고 인도는 중국이 미국 등 서방 국가와 냉전 또는 열전에 들어간다면 여유 있게 중국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다음 한 수는 무엇이 될지 궁금해지는 국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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