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한창 14차 5개년 계획을 만들고 있다. 월말인 26일부터 29일 사이에 열리는 5중 전회에서 기본 방침을 결정하게 된다. 여기서 결정되면 사실 상 프로젝트가 수립되는 것이며 어느 정도의 예산 작업도 진행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내년 초 열리는 전인대에서 공식적으로 통과를 시키게 된다.
그러나 전인대의 의결은 사실 상 형식적인 것이고 이달 말의 5중 전회에 올라오는 안 속에 해당 프로젝트가 포함되느냐 아니냐가 진정한 승부라고 볼 수 있다. 민관을 가리지 않고 지원 가능한 중국의 예산 제도(미국의 눈에는 보조금 제도)로 인하여 중국의 각 부처는 물론 굵직한 기업들도 제안서를 만들고 있다. 심지어 이런 기관들의 제안서를 전문적으로 돈을 받고 만들어 주는 컨설팅 기관들도 있다. 업계 소식 같은 것을 보면 "14차 5개년 계획에 프로젝트의 진입 여부가 갈리는 중대 시기이다!" 등의 표제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주식하는 사람들은 이 14차 5개년 계획의 내용을 토론하며 어느 종목들이 유망한 지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의 내부 사정에 어두울 수밖에 없는 우리로서도 이런 제안들 중에 어떤 것들이 선택되고 어떤 것들이 중시되는지를 보면서 중국의 다음 방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형식상 아직도 제안서 제출의 길은 열려있지만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사실 상 대부분의 제안은 마감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사실 상 받아들여진 프로젝트들에 대한 소문도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이번에 노출된 14차 5개년에 반영될 것으로 여겨지는 중점 프로젝트들은 다음과 같다. 독자 여러분들은 이들 분야가 다수의 중국 언론에서 많이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의하셔야만 할 것이다.
3세대 반도체
전략 금속(비축)
관광
신 에너지
식량 비축
여기서 3세대 반도체는 실리콘 카바이드와 질화 갈륨 반도체를 말한다. 일반 실리콘보다 훨씬 더 높은 전압, 주파수, 온도에서 작동하고 스위칭 및 전도 손실이 더 낮다고 하는데 기술적인 전문 용어라서 필자도 이게 무슨 말인지 잘 모른다. 다만 이 3세대 반도체는 주로 전력 전자 부품 특히 EV로 사용하는 데 적합하다고 하니 결국 전기 자동차 등 전기 에너지 제품에 적합한 반도체라는 말인 것 같다. 이는 중국 정부의 정책 중점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시사하는 것이다. 중국은 이 3세대 반도체 시장이 향후 수년간 25~40%의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https://www.eet-china.com/mp/a26543.html
현재의 미중 정세를 보건대 중국이 이 3세대 반도체는 미국이 제재한다는 조건 하에서도 개발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 필자는 이 추정이 맞는지 판단할 전문성이 없다. 독자분 중에 가르쳐 주실 수 있는 분이 계시면 알려주시면 좋겠다.
전략 금속은 독자 여러분들께서 짐작하신 대로 희토류가 핵심이다. 중국 정부가 왜 이 전략 금속 분야를 중점 산업으로 삼았는지는 명백하다. 서방 세계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동시에 필요하다면 서방 세계의 하이테크 산업에 족쇄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https://new.qq.com/omn/20200911/20200911A04DL800.html?pc) 이 희토류는 어떤 금소들을 말하는가? 중국의 자료를 찾아보면 전략 금속이라는 말의 정의를 '군사 목적으로 대량 사용되는 금속(大量用于军事制造工业的金属)'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중국 정부가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희토류'라는 말을 하지 않고 '군수 자원'의 명칭을 사용한 것이다. 그리고 이들 전략 금속을 '비축'하겠다고 한다.(http://www.pinlue.com/article/2017/05/2803/172152641514.html ) 따라서 적어도 중국 지도부에게는 미중 갈등이 최악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이번 14차 5개년 계획에 반영하고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뒤에 거론되는 식량 비축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주식꾼들은 향후 군수 공업이 상당히 유망한 종목일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다음 관광을 보자. 관광이 14차 5개년 계획의 중점 산업이 된 것은 다소 의외였다. 그리고 일차적으로 든 생각은 아마도 코로나 19 사태로 인한, 그리고 대외 무역의 전망이 어두우니 국내 소비를 진작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아닐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소 국가 중점 사업으로 삼기에는 너무 구태의연한 느낌이 있다. 그런데 소개 내용을 좀 살펴보면 중국 당국의 시각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이들은 지방 정부에 대하여 '4가지 보편적인 과제'라는 것을 제기하였는데 다음과 같다.
문화를 어떻게 활용하여 관광객을 유치할 것인가?
관광 방식을 어떻게 해야 확보된 문화 자산을 잘 활용할 수 있는가?
어떻게 보다 정밀하게 문화 관광계의 기업을 이끌 수 있는가?
어떻게 보다 합리적으로 문화관광 발전을 위한 리듬, 순서, 계획 등을 배치할 수 있는가?
https://baijiahao.baidu.com/s?id=1678051788222595540&wfr=spider&for=pc
즉, 중점 사업이라고 말은 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것이다. 관련 문서들을 찾아보면 제까지와 같은 방식으로는 안된다는 것, 타지의 관광객을 끌어오려 노력할 것이 아니라 현지의 문화 관광의 수준을 올려야 한다는 등의 구두선들이 주로 오가고 있다. 필자는 이 관광이 과연 5중 전회에서 제대로 선정이 될지 다소 의구심이 든다. 어쩌면 내수 진작을 해야 된다는 의지는 있으나 적절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인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은 너무나 이르다.
신 에너지는 지난 5개년 계획부터 중국이 노력하고 있는 분야로서 알기 쉽다. 지금 중국의 인터넷에서 돌고 있는 소문으로는 1000억 위안 이상이 투자될 것이라고 한다. 천억 위안이면 한화로 17조가 넘는다. 이 숫자는 댐 건설 등의 프로젝트는 포함되지 않은 숫자로 생각된다.
● 수력 : 2019 년 발전 용량은 1,318 억 kWh로 지난 4 년 동안 복합 증가율은 4 %였다. 기존 설치 용량 (356GW)이 경제 개발 용량의 91 %를 차지하여 이론적 발전 용량 전체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어 후속 개발 가능성이 낮다.
● 원자력 : 2019 년 발전량은 3,483 억 kWh로 지난 4 년 동안 복합 성장률이 20 %에 달했다. 후속 개발 잠재력은 평균이다. 원자력 개발은 안전 및 지리적 제약을 받고 있으며 건설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다. 현재 건설 중인 원전 11 기, 12.18GW, 16.6GW를 감안하면 원자력 건설 주기는 5 ~ 6 년으로 14 년 평균 발전량 증가율은 약 12 %로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 바이오 매스 발전 : 2019 년 발전량은 1,032 억 kWh로 지난 4 년간 복합 성장률은 10 % 이다. 후속 발전 잠재력은 평균이다. 제한된 자원 조건과 높은 개발 비용으로 인해 바이오 매스 보조금 정책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5 년 평균 발전 성장률은 10 %를 유지했다.
중국의 신 에너지 정책은 우선적으로 채택될 프로젝트로 이야기되고 있다. 그 논거를 살펴보면 일단 중국이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여 에너지 안보가 문제가 된다는 점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중국은 원유 수요의 72.6%, 천연가스 수요의 42.9%를 수입에 의존한다. 그리고 자국 내 에너지 자원 중 산출량이 많은 석탄은 도처에서 오염을 일으켜 대안이 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방향은 비화석 에너지, 즉 신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2025년까지 비화석 에너지 사용량이 15%를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17~20% 를 차지할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은 42~86 GW 규모, 풍력 발전은 25~51 GW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수의 언론들이 비화석 에너지 사용 비율이 14차 5개년 계획에서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https://new.qq.com/rain/a/20200927A0DVUP00
그리고 발전량의 증가에 따라 저장 장치(ESS) 수요도 함께 증가할 것인데 시장에서는 이 에너지 저장 장치 쪽의 전망을 더 크게 평가하는 듯하다. 현재 신강 위구르, 내몽고 등 10여 개 성에서 에너지 저장 장치 관련 문건들이 나오고 있는데 발전 용량의 5%에서 20% 정도의 규모를 계획한다고 한다.
이 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전기 자동차 산업과 연계한 공급망 산업 사슬을 생각한다. 사모 펀드의 애널리스트인 류요우화(刘有华)는 이 전기 자동차 연관 분야가 가장 확장이 커질 산업이라고 지적했다. 3세대 반도체가 전기 자동차 관련인 것을 고려할 때 이는 상당히 납득 가능한 논리라고 할 수 있다.
https://baijiahao.baidu.com/s?id=1678221772131360138&wfr=spider&for=pc
식량 비축은 통상적인 경제 계획에서 다루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상당히 의외이지만 앞서의 전략 금속과 함께 국가 전략 자원으로서 비축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필자는 전에 농촌을 대상으로 공소사(供销社) 신 정책을 소개하며 중국 정부가 전시를 대비하고 있다고 여러분들께 말씀드린 적이 있다. 결국 같은 맥인 것이다. 중국은 미중 관계의 전망에 대해 이런 정도로 진하게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담당 부처인 국가 식량 및 물자 비축국(国家粮食和物资储备局)도 2018년 3월 만들어진 조직이다. 그전까지는 주로 국유 기업들과 지방 정부에서 식량 비축을 담당하였다. 그 결과 감사 시에 향진 기업들의 창고가 불타는 등 문제점이 노출되어 이런 조직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번 5개년 계획이야말로 조직이 생긴 이래 최초로 전국적으로 통일된 식량 및 물자 비축을 하게 된다고 한다.(http://www.gov.cn/xinwen/2019-08/02/content_5418139.htm) 중국 당국은 이 전략 물자 비축의 과정이나 내용, 현황 등을 알리지 않고 있다. 서방 언론들도 수 차례 서면 질의 등을 했지만 대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미국 등에게 이용당할 위험을 생각해서 일 것이다.
아무튼 중국 정부가 최초로 전국 통일적으로 식량을 비축하기 시작한다는 점, 공소사 등을 통한 식량 비축 장려 정책을 공포한 점, 그리고 그간 많은 전략 물자 비축의 소문 등을 종합할 때 중국이 전시 상태를 대비한 비축에 들어갔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할 것이다. 그리고 해당 물품들은 국제적으로 희소해질 가능성이 높다. 관련된 기업이나 사람들은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