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부동산이 저물고 있다
얼마 전 중국의 소비 지표가 개선되는 것 같다는 서방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확실히 2020년 들어와서 누적으로는 아직 마이너스이지만 월별로 볼 때 소비가 회복되고 있는 듯도 하다. 하지만 기타 소기업 PMI나 종업원 지수 등 지표를 볼 때 아직은 확신을 가지기 어렵다.
그런가 하면 반중 미디어 중의 하나인 CreadersNet은 중국의 소비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 이들은 중국 14억 인구 중 12억이 이미 소비 능력을 상실했다고 말한다. 사실 중국 정부 통계에 대해서는 신뢰할 수 없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런 반대 의견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https://news.creaders.net/china/2020/09/22/2269990.html
이 기사는 중국의 소비 만을 들여다볼 것이 아니라 저축의 감소를 같이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마윈과 같이 한 개에 몇 푼 아닌 물건의 소비 만을 볼 것이 아니라 차오더왕(曹德旺, 福耀玻璃라는 자동차용 유리 제조 회사의 창업자, 이런저런 독자적인 견해로 유명하다)의 시각으로도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차오더왕은 중국의 14억 인구 중에 소비 능력이 있는 것은 2억 명 정도로 12억 명은 그저 인구일 뿐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12억은 소비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어서 이 기사는 중국인 중 예금 잔고가 0인 사람이 5.6억 명이나 된다고 한다. 게다가 부채율이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차오더왕의 해석은 돈이 다 부동산에 묶여 있다고 한다. 중국 총 주민 부채 중 부동산 담보가 7할 정도이며 77%의 가정이 부채의 원인이 집을 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니 결혼하고 애를 키우려면 집을 사야 하고 집을 사려면 부채를 져야 하고 부채가 있으니 벌은 돈은 다 부동산 답보 대출을 갚는데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러면 중국의 돈은 다 부동산 기업과 은행이 벌고 있는가? 여태까지는 상당히 그래 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무엇인가 달라지고 있어 보인다. 우선 최근 중국 정부의 부동산 기업에 대한 대출 규제 정책 발표가 있었다. 그동안 중국의 경제를 이끌어오는데 큰 역할을 했던 부동산 개발에 대해 이제 브레이크를 걸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https://baijiahao.baidu.com/s?id=1676624746302466786&wfr=spider&for=pc
중국 당국은 3 가지 기준을 정하고 이 기 몇 개에 해당되느냐에 따라 융자 한도 관리를 하도록 지정하였다. 이는 즉각 시장에 어느 부동산 기업의 재무 상태가 나쁜가에 대한 평가를 하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시중에 100대 동산 기업의 상황에 대한 정보가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아래 표는 그중 하나이다.
이중 중국 2위의 부동산 기업 헝다가 구설에 휘말렸다. 위 도표에서 보면 헝다는 순 부채율 159.3%, 예상 수입을 모두 회수했을 경우의 부채율 83%, 현금 단기 부채 비율은 0.6이다. 일견 아직은 괜찮아 보이지만 헝다의 재무 상태에 대한 의혹은 그동안 계속되어왔다. 그 주된 근거는 전략적 투자를 받은 전환사채 1300억 위안 때문이었다. 헝다가 자금을 동원하면서 계약한 바에 다르면 이 1300억 위안은 정해진 기간 내에 헝다가 상장을 하지 못하면 주식이 아닌 채권으로 전환되게 되며 이럴 경우 헝다의 재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 다음과 같은 문서가 헝다 그룹이 광둥성에 도움을 요청하는 지난 8월 중순의 문건이라며 중국의 인터넷에 유포가 되었다.
이 문서는 곧바로 중화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주 내용은 상장 기업인 선전 시 산하 국유 기업 선선방(深深房)과 헝다가 선선방이 A주식(중국인들에게만 유통되는 주식)을 발행하여 헝다 그룸의 주력 기업인 헝다디찬(恒大地产)을 인수하기로 2016년 계약했다는 사실로 출발한다. 말하자면 백도어 상장을 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실적 부진이던 선선방과 대규모 자금이 필요했던 헝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문서에 의하면 헝다는 2016년 매출 3734억 위안에서 2019년에는 6011억 위안으로 성장하였다. 채권 규모는 2조 2360억 위안이고 연관 자금이 3조 4912억 위안이다. 지금까지 재무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었지만 이제 문제가 날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상장 인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전략 투자 1300억 위안에 대하여 2021년 1월 31일까지 1300억 위안 원금과 이자 137억 위안을 갚아야 하는데 이럴 경우 부채율이 90%를 넘게 되고 유동성 위기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헝다에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면 2020년 6월 30일 현재로 이자 있는 부채 8355억 위안, 관련된 금융 기관 128개의 융자금 2323억 위안, 중국 내 은행 171개, 2163억 위안(민생은행 293억 위안, 농업은행 242억 위안, 저상 은행 107억 위안, 광다은행 100억 위안, 공상은행 94억 위안, 중신은행 94억 위안 등) 등이 문제가 된다고 한다. 여기에다 비은행권 121개의 3684억 위안의 부채(광다신탁 278억 위안, 산동 신탁 176억 위안, 와이징마오 신탁 167억 위안, 중항 신탁 133억 위안, 중신 신탁 126억 위안 등)도 문제가 된다.
여기에 8441개에 달하는 협력 업체들도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헝다가 주진 중인 229개 도시의 792개 프로젝트, 14만에 달하는 직원들, 직간접으로 고용 효과 317만 명에 달하였으나 이제 헝다가 문제 생기면 이들로 인하여 큰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하였다.
결국 이 문서의 취지는 헝다가 도산하거나 하면 큰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하니 도와달라는 것이다.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아마도 헝다를 상장시켜달라는 뜻인 것 같다. 선선방이 원래 계약대로 헝다를 인수해 주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선선방은 왜 헝다를 인수하지 않을까? 그것은 지난 3년 사이에 선전의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선전 시의 산사 부동산 개발 회사인 선선방이 확보하고 있는 부동산의 가격이 2, 3배로 뛰고 영향력이 강해져서 아쉽지 않게 된데 있다. 그래서 헝다가 선전 시에 요청을 하다 잘 안되니 더 상급 부처인 광둥성 정부에 호소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 문서가 돌자 헝다 그룹의 주가는 즉시 곤두박질쳤다.(참고로 헝다 그룹은 홍콩에 상장되어 있다) 그러자 헝다에서는 이 괴문서는 사실과 무관하며 헝다 그룹에는 아무런 재무적 문제가 없다는 공고를 발표하였다.
하지만 이미 늦어버린 감이 있다. 헝다 그룹의 양대 채권인 「19恒大01」과「19恒大02」는 각각 28.2%, 31% 가격이 하락하였다.
필자가 볼 때 이 헝다 사건은 지난 20년간 중국 경제를 주도해 왔던 부동산이 이제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상징적 사건이다. 앞서 중국 정부의 부동산 기업 채권 관리 강화의 목적 그 자체가 바로 이런 사태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나온 것이고 이러한 규제를 통하여 개선되는 기업들도 있겠지만 상당수 기업들은 무너질 우려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만일 부동산 기업들이 대규모로 무너진다면 이는 곧 금융 위기로 치달을 우려가 있다. 이미 외환 부채로 인한 영향이 중국 경제에 어둠을 깊게 내리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부채 위기에 몰리고 있는 칭화 그룹을 보자. 칭화 그룹은 중국 내 최대의 대학 기업 그룹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도 하바드나 스탠퍼드 같은 명문 대학들은 재벌이다. 우수한 졸업생들이 학교 많이 기부도 하고 교내 창업을 하기도 하면서 주식 지분을 가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SUN 같은 유명한 기업은 이름 자체가 SUN, Stanford University Network, 이 아닌가! 중국도 칭화 대학이 소유한 기업이 수 만개 있다. 그리고 베이징 대학이 그 뒤를 따른다. 그리고 이들 중국 대학 기업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칭화동방, 칭화즈광, 그리고 베이다 방정 같은 회사들이다.
그런데 대표적인 대학 기업인 이 칭화 그룹이 부채 위기에 몰린 것이다. 칭화 대학이 소유하고 있는 기업과 자산들은 지주회사인 칭화 지주(清华控股)를 통해 관리하고 있다. 현재 칭화 지주는 총부채가 3925억 위안으로 자산 부채율이 75.71%라고 한다.
http://cn.epochtimes.com/gb/20/9/22/n12423095.htm
그동안 칭화대학 출신의 권력자들이 많았다. 주룽지 총리가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베이징 대학은 문과 계열에서, 칭화 대학은 이과 계열이 강했기 때문에 하이테크 산업에는 칭화 인맥이 더 강하게 작용해 온 것이 사실이다. 칭화 또한 국가의 정책에 부응해서 전략 산업 분야의 기술 개발에 힘써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반도체이다. 지금 미국이 제재를 고려하는 SMIC (中芯国际)의 대주주가 칭화 즈광이고 칭화 즈광은 다시 이 칭화 지주가 관할하고 있는 것이다. 끝없는 자금이 투여되고 있는 SMIC의 재무 상태는 당연히 칭화 즈광을 통하여 칭화 지주에 반영되는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칭화 즈광 또는 칭화 지주를 중국 정부에서 방치할리는 없다. 하지만 현실은 칭화 지주의 재무 붕괴의 위험성이 거론되고 있다. 필자의 시각으로는 관건은 외채이다. 위안화 부채는 어떻게든 중국 정부가 해결해 줄 수 있겠지만 칭화 지주가 가지고 있는 거대한 외채는 거의 1천억 위안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렇다면 대략 200억 달러 언저리 규모라는 말이 된다. 중국 정부가 만일 칭화의 외채를 해결해 준다면 다른 국유 기업들의 외채도 해결해 주어야 하는데 그 막대한 외환을 지금의 중국 정부는 제공하기 어렵다.
파룬궁 계열의 이포크 타임스는 금년 발생한 중국 기업들의 달러채 상환 위약이 120억 달로로 작년의 3배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Refinitiv에 의하면 중국 기업들이 금년 갚아야 할 만기 도래 외채는 1018억 달러 정도라고 한다. 이 보도는 AXA Investment Managers의 Jim Veneau의 말을 인용하여 많은 중국 기업들이 상환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http://cn.epochtimes.com/gb/20/9/23/n12425063.htm
이제 관건은 이러한 기업들의 부채 문제가 금융권으로 영향을 얼마나 주느냐 하는 것이다. 그간 중국의 기업은 자금을 얻기 위하여 금융권과 좋게 말해 밀월 관계, 나쁘게 말하여 결탁해 왔었다. 기업들이 성장하고 이익을 낼 경우에는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돌아기지만 기업의 실적이 악화되고 빌린 을 갚지 못하기 시작하면 금융권이라고 무사할리 없다.
금년 들어 중국에서 공식적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금융인들은 이제 17명에 달한다고 한다. 주회이민( 朱慧民) 같은 경우는 부정부패가 너무도 심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첩들을 한 고급 빌라 단지에 모아 놓고 즐겼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국유 5대 은행만 봐도 국가개발은행의 후화이방(胡怀邦)을 비롯하여 농업은행에서 2명(한전/韩桢, 청미엔/程锦), 공상은행에서 2명(쉬웨이동/徐卫东,왕영궤이/王英奎), 건설은행 1명(궈지좡/郭继庄), 중국은행 1명(류푸궈/刘富国), 교통은행 1명 등 5대 국가 은행에서만 7명이 구속되어 조사를 받고 있다. 중국 사업 체계의 특성상 구속되어 조사를 받는다면 이미 틀린 것이다.
http://www.bjnews.com.cn/finance/2020/09/23/771849.html
중국의 지방 중소은행들이 위험하다는 말은 계속 들려오고 있다. 하지만 벌써 몇 년째 듣는 말이다 보니 어느 정도 무뎌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다 어느 날 일어날 것은 일어나고야 말리라. 전반적으로 아직은 중국 금융권이 무너질 조짐은 없다. 일부 인사들은 중국이 최근 긴급하게 추진하는 다액현금관리나 디지털 화폐 등은 모두 중국은행들의 현금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확신할 수 없는 그야말로 설일뿐이다.
대국면으로 볼 때 중국의 부동산 시대가 가고 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미국의 제재로 인하여 중국의 하이테크로 대표되는 신경제도 위기를 겪고 있다. 이 상태에서 금융권이 영향을 안 받는다면 그것 또한 이상한 일 아니겠는가? 문제는 그 폭과 깊이일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주시하고 관찰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