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25에 대한 BTS의 발언에 대하여 중국의 네티즌들이 반발하는 사태가 있었다. BBC가 전한 내용을 보면 지난 10월 7일 한미 관계 증진에 공헌한 공로로 미국의 한·미 친선 비영리재단인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수여하는 '밴 플리트 상'을 수상하는 자리에서 리더 RM은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이 되는 해인만큼 의미가 남다르다"면서 "우리는 양국(our two nations)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와 수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힌 것이다.
https://www.bbc.com/korean/news-54506944
그리고 중국의 네티즌들이 BTS가 '양국 고난의 역사'라고 표현한 RM의 발언이 역사적 의미를 배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BBC는 중국 네티즌들이 격앙하는 이유를 분석하면서 최근 미국과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 당국은 애국주의, 영웅주의, 고난 극복의 의미를 담은 '항미원조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고 했으며 특히 중국의 일부 미디어가 '양국'을 '한국전쟁의 교전 쌍방', '남녀의 희생'을 '남녀 군인의 희생' 등으로 오역하면서 중국 내에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고 전했다.
필자의 시각에서 볼 때에는 BBC가 "중국에서는 한국 전쟁을 '미국에 맞서 조선을 돕는다'는 뜻의 '항미원조(抗美援朝)'로 부른다. 북한과 중공군 등에 맞서 함께 싸운 미군을 우군으로 보는 한국과는 시각차가 크다"라고 설명한 것이 가장 정확한 표현이다. 그리고 중국인들이 6.25 한국 전쟁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알지 못할 것이다.
필자의 수많은 중국에서의 실패 프로젝트 중의 하나에 중국 콘텐츠 사업이 있다. 아마 2000년으로 기억하는데 당시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중의 하나였던 Hitel의 사장님에게 중국 컨텐트를 소개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중국의 연속극이나 영화의 수준이 한국의 상업 콘텐츠와는 수준 차이가 컸기 때문에 다큐멘터리를 중점 대상으로 삼기로 했었다. 그래서 중국 측이 보여준 것이 바로 6.25, 그들 말로는 항미원조 전쟁이었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Hitel 사장님은 필자에게 나지막이 소곤댔다.
"너 날 죽이려는거냐?"
그렇게 해서 필자의 다른 수많은 실패 프로젝트와 함께 이 프로젝트도 날아가 버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하이텔 사장님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
중국 측도 이번 협력 기회를 중시해서 일반에게는 공개되지 않은 필름 영상들을 보여 주었는데 이게 더 큰 화근이었다. 3편을 보여 주었는데 첫 번째 영상은 남한이 북한을 1950년 6월 25일 새벽에 북침한 것을 보도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용맹한 북한군이 남한군을 물리치고 오히려 남조선을 해방하기 위하여 전진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미 제국주의 군대가 이 전쟁에 끼어들고 어떻게 인민들을 괴롭히는지가 나온 후에 중국의 수많은 군인들이 항미원조에 자원하여 전선으로 나가는 장면이 나온다. 거리에서 시민들은 전 세계 프로레타리아를 괴롭히는 미 제국주의에 대항하여 조선 인민들을 해방하기 위한 전쟁에 자원에서 출전하는 군인들에게 먹을 것과 옷을 전달한다.
전쟁은 용맹한 중국 군대가 처절하게 싸워 승리한다. 화면에는 항복하는 비겁한 미군 병사와 국방군들이 줄줄이 나온다. 이윽고 중국과 북한의 군대가 서울에 개선하여 들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연도에는 시민들이 엄청나게 몰려와서 해방을 감사하며 환호한다. 필자는 미군과 국군이 평양에 입성할 때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환영하는 장면은 보았는데 그 반대는 그날 처음 보았다. 그리고 그날 깨달았다. 1950년대의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공산주의, 민주주의 이런 정치 개념을 잘 알리가 없었다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념이나 사상, 정치 체계는 그들의 삶과는 별 관계가 없었을 것이라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하루하루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했을 것이라는 것을.
이날 보여준 다큐멘터리 중에서 비공개 내용 중에는 우리 국군을 확인 사살하는 그런 장면도 있어서 정말 보기 어려웠다. 특히 죽어서 거리에 널려 있는 우리 장병들이 필자도 몇 차례 방문한 적이 있는 백골 사단 장병들이어서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그러니 Hitel 사장님이야 오죽했으랴!
VOA의 보도에 따르면 6.25 전쟁으로 인한 군 사상자 수는 한국군 사망자 13만 8천 여명, 부상자 45만여 명, 실종자까지 모두 포함하면 60만 9천 여명, 북한군 사망자와 부상자 52만여 명, 실종자까지 모두 포함 80만 명, 유엔군 사망자 5만 8천 여명, 부상자 48만여 명, 실종자와 포로까지 포함하면 총 54만 6천 여명, 중공군 사망자 13만 6천 여명, 부상자 20만 8천 여명, 실종자와 포로, 비 전투 사상자까지 모두 포함 97만 3천 여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중국의 피해자 수는 100만에 가깝고 마오쩌둥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도 이 전쟁에서 전사하였다.
https://www.voakorea.com/world/article-625-124496254
그렇기 때문에 6. 25 전쟁은 중국의 젊은이들에게 있어서 무산 계급, 지주에게 핍박받던 농노, 자본가들에게 착취당하는 인민들을 해방하기 위한 전쟁이며, 미 제국주의에 맞서 싸운 전쟁이며, 인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전쟁이다. 숭고한 도덕의 가치가 있는 자랑스러운 전쟁인 것이다.
게다가 최근 미중 패권 전쟁이 점점 백열화 하면서 미국과 일전을 불사하여야 한다는 정서가 중국 내에서 커져가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백년변국(百年变局)라는 말을 했다. 이제 정국이 백 년 만에 달라졌다는 것이다. 무엇이 달라졌나? 오로지 하나다. 미국과의 관계가 달라진 것이다. 시진칭 주석은 최근 소리 높여 항미원조 전쟁의 의의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는 인민들에게 여차하면 미국과의 일전을 불사해야 한다는 메시지에 다름 아니다.
중국이 미국과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 그 대답은 상식이다. 중국의 젊은이들도 입밖에 내지는 않지만 모두가 안다. 미중 전쟁이 일어난다면 중국이 승리하는 결과는 없을 것이다. 다만 중국이 얼마나 잘 버텨내느냐의 전쟁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중국의 젊은이들은 불안하다. 그렇기에 중국의 젊은이들은 불안정하다. 그렇기에 중국의 젊은이들은 쉽게 충동적이 된다. 그렇기에 중국 당국은 이러한 분위기를 선전에 이용한다. 그렇기에 쉽게 과격한 반응이 나온다.
BTS의 발언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아무 문제가 없는 원만한 발언이었다. 그렇지만 불안한 감정 속에 사로잡힌 일부 중국의 네티즌들에게 있어서 BTS의 발언은 미국이나 한국의 군인들이 희생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희생은 중국 군인들이 한 것이다. 조선 인민들을 위해, 다른 나라 사람들을 위해, 바로 너희 한국인들의 한반도는 하나라는 논리에 따르면 너희들을 위해 백만이라는 숭고한 우리 중국인들의 목숨이 희생된 것이다. 그리고 오늘 너희는 너희가 희생되었다며 중국을 공격하려는 미국의 편에 서고 있다. 너희 논리대로라면 한국은 여차하면 미국과 함께 우리 중국을 공격하려 할지 모른다. 아마도 이런 식의 논리를 펴고 있어 보인다. 실제 중국을 증오하는 발언들은 한국의 인터넷에 도배를 하고 있으니 이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중국인들은 실용적이다. 중국인들은 다 안다. 미국과 싸워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미국을 공격하면 그 결과가 두렵다는 것을. 그래서 중국은 사드 사태에도 미국이 아니라 한국을 비난한다. 6.25 한국 전쟁에서도 미국이 아니라 한국을 비난한다.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 금지를 한 것은 미국이어도 중국은 미국이 기업보다 한국 기업을 비난한다. 이런 중국의 태도에 대해 일찍이 저명한 중국 학자인 C. C. Lee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국민당은 위선자이고 중국 공산당은 진짜 소인배라고. 중국이여, 대국은 땅이 크고 인구가 많아서가 아니라 마음과 도량, 그리고 실력이 커야 대국인 것이다. 그대들은 대국이 되고 싶지 않은가? 그리고 한국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하고 싶다. 한국은 실력이 이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고 있다. 우리도 과거 일본, 현재 중국이 하듯이 경제력은 선진국이지만 마음과 도량은 좁은 후진국인 그런 나라가 될 것인가? 아니면 넓은 마음, 커다란 도량을 지닌 작지만 큰 거인, 큰 형님이 될 것인가? 그것은 우리가 얼마나 넓은 흉금을 가지느냐, 얼마나 큰 똘러랑스를 가지느냐가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