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측 개혁", "반농단", "자본의 무질서한 확장의 방지"
중국은 매년 12월 경제 공작 회의를 열어 다음 연도의 주요 경제 정책을 결정한다. 2019년의 경우 12월 초순에 열렸다. 그러나 금년은 아직 열리지 않고 있다. 내년부터 14차 5개년 계획이 시작하기도 하거니와 미중 관계가 엄중하고 미국의 새 행정부 정책이 아직 선명하지 않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높은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1일 시진핑 주석이 주재한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가 열렸고 내년 경제 기조를 정하기 위한 점검을 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야말로 중국 최고 권력자들이 모여 내년부터 시작되는 경제 정책을 고민한 것이다. 그리고 이날 회의에서 주로 거론된 말들은 다음과 같은 것으로 알려졌다.
“需求侧改革”、“反垄断”、“防止资本无序扩张”
"수요 측 개혁", "반농단", "자본의 무질서한 확장의 방지"
1. 수요 측 개혁
이 "수요 측 개혁"이라는 말은 처음 제시되어 주목을 끈다. 공급 측의 구조 개혁을 하되 "생산, 분배, 유통, 소비의 각 고리를 관통하고, 수요가 공급을 견인하고,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이라고 하는 것을 볼 때 결국은 침체되어 있는 수요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투자, 수출, 소비라는 중국 경제의 3두 마차가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표현을 하는데 투자는 정부가 대규모로 하고 있고 수출은 예상외의 호조를 보이고 있으니 불균형이라는 말은 즉 소비가 늘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전국 정협 위원이며 경제학자인 장롄치( 张连起)는 내수가 부족하여 공급과 수요 간에 온도차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장롄치는 인위적으로 부양된 공급이 수요 부족을 만나 생산의 중단 또는 감산을 하게 되면 다시 수요가 줄어드는 이중 위축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계했다.
런저핑(任澤平) 헝다(恒大) 연구원 애널리스트는 "수요 측면 개혁은 현재 국민경제 시스템의 전반적인 효율을 높이는 한계 효익이 가장 크다"며 "소비 증진과 신규 투자 확대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고 말했다. 수요 측 개혁 내용을 보면 하나는 전염병 이후 중국 경제는 수요보다 생산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 유효 수요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공급에서 힘을 내 공급을 통해 수요를 창출하고, 혁신으로 잠재 수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수요측면 개혁은 재고시장의 대체보다는 양적 시장 확대에 의존해야 한다. 말은 쉽지만 결국 수요를 늘리고 그것도 재고 소진의 수요 증가가 아니라 양적 시장 확대를 해 내야 된다는 의미이다. 그렇게 쉬울 리는 없어 보인다.
중국이 내수 부진에 부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중국뿐 아니라 판데믹의 영향으로 전 세계가 동일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미국의 전략적 억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미국뿐만 아니라 시간이 감에 따라 더 많은 국가들이 중국에 대한 압박에 참여할 것으로 관측이 된다. 그래서 중국이 내년부터 소위 '내 순환을 중심으로 하는 쌍순환 경제'라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내수가 이렇게 침체된다면 쌍순환 경제가 성공하기 어렵다.
2. 반농단
두 번째 키워드인 "반농단"도 의미심장하다. 얼마 전 마윈의 돌출 발언 이후 반농단 관련 정책이나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마윈이나 알리바바, 또 그 배경 세력인 상하이방을 겨냥한 것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나친 규모로 성장하여 지나친 영향력을 가지게 된 디지털 경제 대기업들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경계와 통제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리쉰레이(李迅雷) 중타이(中泰)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역사적 독점은 국유 독점"이라며 "석유 전기통신 등 국가경제 민생 관련 분야에 있어 리스크는 국가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빅데이터, 인터넷 등의 분야에서 민간 중소기업의 이익을 해칠 수 있는지 정책적 측면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일부 인터넷 플랫폼의 경우 자본력을 빌려 다루는 분야가 넓어지고, 새로운 대마불사의 회사가 형성되면서 자본의 무질서한 확장이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고 평했다. 그는 Matthew Effect, 즉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지적하면서 중국에서 디지털 경제의 승자가 되는 방식이 먼저 대량의 보조금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 독점을 한 후 전횡을 하는 방식을 지적했다.
사실 이런 관변 학자들의 의견은 사실 상 정부의 정당성을 해설하고 이론적으로 지지하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도 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소위 BAT와 같은 디지털 경제 대기업들의 과다한 전횡은 점점 더 사회적 문제가 되어왔다. 배달 앱 서비스인 메이퇀(美团外卖) 같은 경우 요식업주들이 거리에 나가서 데모를 할 정도로 사회적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 디지털 기업들이 중국 공산당의 요구나 방침에 순순히 응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데이터 협조를 거절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유 기업에 대한 출자 등에도 응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미국의 전략적 억제 하에 쌍순환 경제를 시행함에 있어 디지털 경제, 특히 시장 메커니즘과 물류 메커니즘에 있어 이들 거대 기업들의 협조를 요청하고 있으나 이들의 태도가 부정적인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알리바바이다. 알리바바 앤트 그룹의 IPO 상장 중지는 "너희들이 아무리 중국 경제, 중국 사회에 대한 영향력이 커졌다 해도 결코 중국 공산당에게 도전할 수 없다"라는 메시지이다.
그러다 보니 중국 공산당 내에서 반독점을 외치는 소리가 커진 것이다. 반독점은 시장의 부정적인 외부성을 억제하고 공정한 경쟁을 장려하며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고 체계적인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반독점 및 자본의 무질서한 확장을 방지하는 정책이 쏟아져 나오면서 주요 관리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가 시장 감독관리총국(国家市场监督管理总局)은 11월 10일 '플랫폼 경제 분야에 관한 반독점 가이드라인(의견 수렴)'《关于平台经济领域的反垄断指南(征求意见稿)》에 대한 의견 공모를 통해 '양자택일(二选一)', '빅데이터 숙달(大数据杀熟)' 등의 문제에 대해 엄격한 감시를 받게 한다. 이 '양자택일(二选一)'은 업체들이 알리바바나 징동같은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할 때 자사 플랫폼에 입점한 상품은 다른 플랫폼에서는 팔지 못하도록 강요하는 것을 말한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대기업 횡포이다. 그리고 빅데이터 숙달(大数据杀熟)이라는 것은 오래된 단골 고객의 구매 패턴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파악한 후 일반 가격 보다도 높이되 단골 고객이 의식하지 않고 받아들일 만한 가격가지 올리는 방식을 말한다. 그야말로 비윤리적인 방식이라고 하겠다.
은행보험감독위원회(银保监会)의 궈수칭(郭树清)은 8일 이 대마불사에 대하여 지적을 하였다. 그는 "대형 하이테크 회사들이 각종 금융과 과학기술 분야에 진출하고, 업종도 혼영하고 있다"면서 "이들 기관은 위험의 복잡성과 외익성(外溢性)을 주시하면서 적시에 정확하게 해체해 새로운 체계적 위험요인을 제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외익성(外溢性)이란 기업의 사익을 초과한 사회의 효익 부분을 말한다. 다시 말해 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하여 100이 될 경우 만일 이로 인하여 사회의 효익은 오히려 감소한다면 외익이 마이너스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궈수칭의 이 말은 거대 기업 독점 기업들이 자사의 이익만을 생각하면 안 되며 전체 사회의 효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화창춘(花長春) 국태군안증권연구소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업계 집중도가 높아진 것은 경제 성숙의 징표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하지만 자본시장에서 승자독식(勝者通食)하는 상황은 혁신적인 중소기업의 생존을 차단할 수 있다. 인터넷 기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감독관리가 업계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에, 감독관리의 이익 배분 행위를 가져와 자본의 무질서한 확장을 가져올 수 있다. 금융 리스크 해소에 대비해 자본의 무질서한 확장을 막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했다.
중앙 위원회 정치국은 중국 최고의 권력 기관이다. 누가 이 정치국의 뜻에 거슬리겠는가? 모든 경제학자와 전문가들이 마땅히 대기업 횡포를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3. 자본의 무질서한 확장의 방지
이번 회의에서는 또 다음과 같이 의견을 냈다.
1. 국가 전략 과학 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산업 가치 사슬의 자주적인 통제 능력을 증강한다.
2. 반농단 및 자본의 무질서한 확장을 방지한다
앞서 와 같은 디지털 대기업의 횡포는 당연히 이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으로 모아지게 되어 있고 그 결론은 대기업의 돈질을 막는다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이를 우아하게 표현하면 '자본의 무질서한 확장의 방지'라는 말이 된다. 동시에 중국 정부는 내년부터 사실 상 비상 경제 체제에 들어가는 것인데 내 순환 경제를 완전히 장악하여 돌리기 위해서는 공급에서 수요에 이르는 공급망이 잘 정비되면서 또 당국의 정책에 따라 기민하게 움직여야 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디지털 경제는 정책의 중점 대상이다. 그런데 이 디지털 경제 주체들이 말을 안 듣고 반항을 하는 꼴은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사실 상당 부분 공감이 간다.
첫 번째의 국가 전략 과학 기술이야 이론이 있을 리 없다. 굳이 중남 재정법 대학 디지털 경제 연구원장(中南财经政法大学数字经济研究院执行院长) 반허린(盘和林)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말이다.
두 번째의 반농단 관련해서는 이미 국가 시장 감독 총국( 国家市场监管总局)이 금년 1월에 의견 청취, 즉 입법 예고에 들어간 바 있다. 11월에 다시 온라인 경제에 특화한 의견 청취에 들어갔으니 이제 행동만 남은 셈이다.
키워드 종합 분석
이번 중앙 위원회 정치국 회의 결과에 대해 중국의 언론은 지도부가 몇 가지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고 종합 보도했다. 현 중국의 경제 상태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인식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시그널 1: 샤오캉 사회 건설 완성이 눈 앞에 있다.
시그널 2: 중국의 경제가 점진적으로 정상을 회복하고 있다.
시그널 3: 6가지 안정(六稳)과 6 가지 확보(六保)를 재확인하였다.
시그널 4: 국가 과학기술 역량을 강화한다.
시그널 5: 반농단과 자본의 무질서한 확장을 방지한다.
시그널 6: 부동산 시장의 안정적이고 건강한 발전을 촉진한다.
시그널 7: '생태 환경'이라는 키워드가 2년 만에 다시 출현했다. (탄소 절감 등 이슈)
시그널 8: 연말연초의 업무 구체적 지시를 하였다.(한자 99자 분량)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中国国际经济交流中心)의 류상동(刘向东)은 이번 회의 결과를 산업 공급망의 안정성, 안전성(!), 그리고 수요를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그는 또 내년도 중국의 GDP 성장률은 7.0% 이상이 될 것이라고 예측치를 내놓기도 하였다.
국무원 산하 발전연구센터(国务院发展研究中心宏观经济研究部研究员) 장리쥔(张立群)의 경우는 중국의 내년도 GDP는 8% 이상이 될 것이라고 예측치를 내어 놓았다. 아무튼 내년 이후 중국의 경제 성장에 대한 관측은 모두 낙관적 신호를 보재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맞든 틀리든 말이다.
아무튼 필자가 볼 때는 현재 중국의 경제 관련해서의 키워드는 "소비"이다. 코로나 19, 미중 무역전, 기술 제재, 글로벌 경기 침체의 환경 속에 중국 정부가 내세운 내 순환 경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내수, 즉 민간 소비가 살아나냐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절대 쉽지 않아 보인다. 돈은 모두 권력과 금력을 가진 자들의 주머니로 들어가 버렸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