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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Jan 22. 2021

시진핑과 슐츠 스타벅스 명예 회장

시진핑 주석이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명예 회장에게 서신을 보내 미중 무역 관계의 개선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중국의 언론들이 지난 15일 전했다.

习近平主席复信美国星巴克公司董事会名誉主席霍华德·舒尔茨-新华每日电讯 (xinhuanet.com)

이는 시진핑 주석이나 중국 공산당의 평소 행동 방식과는 큰 거리가 있는 일이어서 모두들 놀랐다. 중국의 열혈 청년 공산당원들도 혼란스러워한다는 말이 들려온다. 즉 반미 감정을 일으키고 자본가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하던 시진핑 주석이 다름 아닌 바로 미국의 자본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는 것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필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미국에 새롭게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섰고 중국은 미중 관계가 정상 궤도로 돌아왔야 한다는 입장도 발표를 했다. 게다가 바이든은 오랫동안 외교 분야에 있었고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는 사실 상 바이든이 지휘를 했었다. 바이든과 중국 간에는 수많은 인맥들이 서로 교차하고 있을 터이다. 그런데도 시진핑 주석이 하워드 슐츠 명예 회장에게 서신을 보낸 것은 특별한 일임에 틀림없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명예 회장

이 하워드 슐츠는 어떤 사람인가? 많은 이들이 슐츠가 스타벅스의 창업자인 줄 알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스타벅스를 창업한 것은 제리 볼드윈(Jerry Baldwin), 제브 시글(Zev Siegl), 고든 보우커(Gordon Bowker) 등 세 사람이다.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에서 일하다가 나가서 자신의 커피숍 체인을 만들었으며 어느 정도 성장한 후 원래의 스타벅스와 합쳤다. 그러면서 경영자가 된 것이다.  


슐츠는 스타벅스로 재벌이 된 후 정치 야망을 가졌다. 그는 민주당이며 지난 대선 때에는 대통령 출마 의사를 보였었다. wikipedia에서는 그의 정치적 성향을 신자유주의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Howard Schultz - Wikipedia) 그렇다면 그는 정부의 개입은 최소화되어야 하고 국제적으로는 자유 무역을 해야 하며 기업 활동은 자유로워야 한다는 입장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중국의 현 체제와는 완전히 상반된 것이다. 만일 하워드 슐츠가 이념에 충실한 사람이라면 중국 공산당의 권위주의 통치를 반대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하워드 슐츠의 중국에 대한 태도는 매우 유화적이었다. 그리고 모두가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스타벅스의 중국 시장에 대한 이해관계 때문이라고 지적하였다. (Howard Schultz’s Presidential Ambitions End in China | by Walt D | Medium) 하워드 슐츠가 미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고자 하였을 때 여론은 이를 지적하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고 결국 그는 대통령 경선을 포기하였다. (Former Starbucks chief executive Howard Schultz announces he will not run for president - The Washington Post)


그런 과거가 있는 하워드 슐츠가 시진핑 주석의 편지를 받아 들었을 때는 어떤 생각일까? 우선 이제 스타벅스의 중국에서의 앞날은 밝다고 슐츠가 말했다고 다름 아닌 중국의 국영 매체 CGTN이 보도하였다. 중국 국영 미디어의 운영 방식을 고려할 때 번 시진핑 주석이 슐츠에게 서신을 보내고 슐츠가 좋아하며 이제 스타벅스 중국 시장의 앞날은 밝다며 기뻐하는 모습까지는 모두 중국 공산당 선전 부처의 계획대로 진행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물론 슐츠가 이를 모를 리도 없다. 그러니 시진핑과 슐츠 두 사람 간에 이미 사전에 약조한 대로 진행한 결과라고 보아야 한다. (Exclusive: Howard Schultz says Starbucks' best days ahead in China - YouTube)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입을 모아 중국 시장이라는 떡을 두고 슐츠와 시진핑 간의 묵계가 이루어진 것이라는 추정을 내놓고 있다. 슐츠는 이미 2016년에 스타벅스의 중국 시장이 미국을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실제로 2017년의 경우 평균 15 시간마다 중국에는 새로운 스타벅스 매장이 세워졌다. 이어서 2018년에는 당시 세계 최대의 스타벅스 매장이 상하이에 들어섰다.

Opinion | Howard Schultz has a big China problem - The Washington Post

2018년 세워진 당시 세계 최대, 현재 세계 2위 크기의 스타벅스 매장


중국의 커피점 시장에서 스타벅스는 부동의 1위이다. 2위인 영국의 COSTA COFFEE는 스타벅스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한 때 중국 국산 브랜드인 LUCKIN 커피(瑞幸咖啡)가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와 미국에 IPO까지 했으나 트럼프 행정부의 조사 결과 회계 부정이 밝혀져 상장 폐지되고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는 일이 발생하였다. 우리나라의 카페베네가 분투하는 듯했으나 자격 미달의 경영진, 도덕적 해이, 수준 미달의 관리로 자멸하였다. 


게다가 이번 코로나 19에서도 스타벅스는 상당한 영향은 입었으나 다른 곳에 비해 가장 양호한 실적으로 보이고 있다. 사실 이번 질병 사태가 지속되면 스타벅스의 경쟁 기업들이 무너져 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내년쯤이 되면 스타벅스가 천하 재패를 하는 상황이 예상되어 하워드 슐츠는 표정 관리 중일 것임이 틀림없다. 


중국의 커피 시장은 포화 단계에 가려면 아직 먼 고속 성장하는 시장이다. 구미에서는 인구 1인당 1년에 500 컵의 커피를 마시지만 현재 중국은 1인당 10컵 정도의 수준에 불과하다. 만일 중국의 식습관이 구미와 같은 수준으로 바뀐다면 중국의 커피 시장은 지금의 50배로 성장한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서부터는 필자 개인적 경험을 여러분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사실 필자는 스타벅스 차이나와 약간은 관련이 있는 사람이다. 2011년부터 수년간 스타벅스에 글로벌 배경 음악 서비스를 제공하는 PlayNetwork이라는 회사의 중국 현지 하청을 받아 일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타벅스 차이나 사람들과의 교류가 상당 기간 있었다.

2013년 PlayNetwork 본사 방문 시의 필자

결론부터 말하면 하워드 슐츠라는 사람은 존경할 만한 인물은 되지 못한다. 지금까지 만난 스타벅스 사람 중에 하워드 슐츠의 수완을 칭찬하는 사람은 봤어도 그의 사람 됨됨이를 칭찬하는 사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대체로 그에 대한 인물평은 수완가이고 냉정한 판단력의 소유자이며 차갑고, 이기적이며 기회주의적인 인물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대놓고 말한 사람은 없다. 그들이 필자에게 전하는 말을 필자 나름 해석한 것이다. 


미국 상황은 필자는 잘 모른다. 하지만 중국 상황을 보면 중국의 커피점 시장을 고군분투 개척한 회사는 스타벅스가 아니다. 타이완의 통일 그룹이다. 타이완의 식품 재벌인 통일 그룹은 일찍이 스타벅스와 협력 계약을 맺었다. 당시 통일 그룹은 대 재벌이고 스타벅스는 미국에서도 지역 시장 정도를 점유하는 중소기업이어서 협약식도 통일 그룹 사무실에서 스타벅스 경영진을 불러다가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통일 그룹이 타이완 시장을 매우 훌륭하게 경영을 했다. 지금도 타이완 스타벅스와 중국 스타벅스의 서비스 수준, 인력 생산성 등은 격차가 크다. 통일 그룹이 스타벅스에게 중국 시장 진출을 제의했을 때 스타벅스는 무섭다며 거절했다. 그래서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타이완 통일 그룹이 상하이에 1호점을 내며 진출한 것이었다.


그 후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통일 그룹이 중국 시장을 경영하고, 브랜드를 알리고, 교육 시스템, 협력 업체들을 일정 수준 이상 올려놓자 스타벅스가 중국에 진출하였다. 그리고는 타이완 통일 그룹에는 상하이 시에서만 사업을 허용하였다. 결국 타이완 통일은 발전성이 없어지자 중국 시장에서 퇴출하였고 중국 시장은 오롯이 스타벅스의 것이 되었다. 필자가 스타벅스의 하청을 하던 2011년부터 약 5년간 사실 상 스타벅스가 경영하는 지역은 대부분 적자였으며 통일이 경영하던 지역은 흑자였다. 스타벅스는 통일에게 받는 로열티와 조건들을 지속적으로 올려갔고 이를 통해 수지를 맞추었다. 한마디로 갑질을 한 것이다.

타이완 통일 그룹 관계사

아무튼 이제 중국 시장은 스타벅스의 것이고 슐츠 같은 사람이 전 세계의 미디어 앞에서 자신의 중국 시장을 자랑하고 자신이 중국 시장을 잘 경영하는 것은 현지의 좋은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마윈을 옆에 앉히고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마윈은 스타벅스와 아무 상관이 없는 인간이다. 내용을 좀 아는 필자로서는 과연 세상은 이런 인간들이 돈과 권력을 쥐는 것이구나 하며 혀를 찰뿐이다. 


이제 여러분들은 하워드 슐츠라는 사람이 대체로 어떤 캐릭터의 사람인지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이 미국 대통령이 되려고 했던 것이다. 이제 시진핑 주석의 서신을 받아 들고 우리 스타벅스의 중국 시장의 앞날은 밝다며 좋아하고 있다는 것인데 과연 그럴까? 슐츠와 시진핑 주석 사이에 무슨 딜이 있었든 중국의 국영 미디어에 뉴스로 보도된 이상 중국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슐츠는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만 할 것이다. 


시진핑 주석의 입장에서 왜 하워드 슐츠에게 서신을 보냈는가를 생각해 보면 필자는 두 가지 경우의 수를 추정한다. 하나는 조 바이든의 아들인 헌터 바이든을 고려한 것이다. 헌터 바이든은 보하이화메이(渤海华美/HBR)이라는 회사를 통해  예젠밍(叶简明)과 연결되어 있었고 예젠밍은 다시 보시라이의 사생녀로 알려진 보쟈치(薄嘉琪)를 통해 헌터 바이든과 밀접하게 지내며 쩡칭홍 등 상하이 방과 연계되어 바이든의 선거 전략을 지원했다는 소문이 있다. 이 예젠밍과 상하이 방의 큰 돈줄인 라이샤오민(赖小民), 마윈 같은 사람들을 시진핑 그룹이 처단했기 때문에 헌터 바이든이나 조 바이든과는 적대적 감정이 클 수 있는 것이다. 이 상황이라면 시진핑 주석은 바이든에게 댈 줄을 찾아야 하지만 적당한 사람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과 관계가 밀접한 것은 기본적으로 모두 상하이 방이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중간역을 해 줄 사람으로 중국과의 이해관계가 큰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를 접촉했을 수 있다. 필자가 아는 하워드 슐츠라면 이런 기회를 버릴 사람이 아니다. 그도 민주당이니 만큼 바이든과의 어느 정도 이상의 교분은 있을 것이고 거기다 하나 더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높이고 바이든이 자기 말을 무게감을 가지고 들어주도록 하기 위하여 시진핑 주석에게 서신을 요구했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앞뒤가 다 맞는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시진핑 주석과 바이든 사이를 중개할 수 있는 사람은 여러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이 상하이 방에 가까운 중국인이든 바이든 주변의 미국인이든 본인들을 포함하여 미중 양쪽 모두  그 사람들을 노출시키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럴 경우 하워드 슐츠를 내세워서 금선 탈각의 계를 실행하는 것일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왜 시진핑 주석이 수치스러울 수도 있는 미국 자본가에 대해 부탁하는 서신을 보냈다는 공개적인 뉴스를 중국 국영 미디어가 보도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진실은 필자로서는 알 수 없다. 단지 추정을 해 볼 뿐이다. 필자가 추정하는 이 두 가지 외에 다른 가능성이 또 있을 것이다. 필자의 추정이 사실에 근접한다면 어느 쪽이든 미중 간의 비밀 대화가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아쉬운 것은 중국 측이다. 드디어 바이든의 미중 관계가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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