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핑인가? 서두름인가?
타이완의 한 TV 프로그램에서 한 패널리스트가 중국이 076 함을 준비 중이며 무인 전투기를 대량으로 탑재할 것이라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비슷한 이야기는 그간 많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타이완의 방송 내용을 중국 정부가 자국 국민들이 가장 많이 보는 엡 서비스인 Tik Tok에 공식적으로 올렸다. 필자는 중국 당국의 의도가 있는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더 주의를 하게 되었다.
우선 이 프로그램에서 나온 이야기를 살펴보자. 위 사진의 타이완 패널리스트 마시핑(马西屏)은 중국 선박공업 그룹(中国船舶工业集团) 708소가 발표한 프로젝트 XX6을 소개하였다. 중국의 검색 엔진 바이두를 통해 이 708소를 찾아보면 1950년에 설립된 700여 명 규모의 선박 설계 기관이다. 기술 인력이 6백여 명이고 현재 주 홍콩 인민해방군의 선박 5개 중 4개가 이 기관에서 설계한 것이라고 한다.
中国船舶工业集团公司第七〇八研究所_百度百科 (baidu.com)
마시핑은 이 708소가 전문적으로 대형 군함을 설계한다면서 최근 공개 입찰 공고를 제시했다.(필자가 화면 안에 제시된 공고문을 살펴보니 2020년 5월이었다. 6월에는 입찰 선정 결과가 게시되었는데 마시핑이 소개하는 항목들은 없었다. 하지만 중국 대륙에서 이어진 후속 방송들을 보면 마시핑의 소개 내용과 일치했다.) 여기에 30톤급 함 내 엘리베이터가 있었다는 것이다. 30톤급의 엘리베이터는 전투기를 운반할 수 있는 중량이다. 하지만 XX6은 항공모함이 아니라 양서 공격함(两栖攻击舰, 우리나라의 강습상륙함에 해당)이라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DCTS라는 것도 있는데 이는 항공기용 전자 사출기를 의미한다고 했다. 하지만 항공모함도 아닌 강습 상륙함이 왜 전자 사출기가 필요하단 말인가? 그러나 항공기를 사출 한다는 것은 헬기나 수직이착륙 전투기를 탑재하는 강습상륙함에는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결론은 중국이 무인기를 탑재하려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3척의 강습상륙함을 막 건조한 참이다. 그리고 이미 076 신형 강습상륙함에 대한 소문이 자자하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추측하는 XX6 프로젝트의 대상은 바로 신형 강습상륙함 076이다. 마시핑은 이 076 상륙강습함의 크기가 영국의 퀸 엘리자베스 급 정도일 것이라고 한다.
076은 대체 어떤 함정인가? 그것을 알기 위해 현재 중국이 진수하고 있는 075 함정을 먼저 살펴보자. 075는 중국 최초의 상륙 강습함이다. 2011년 논의가 시작되었고 2013년 프로젝트가 성립, 예의 708소가 설계를 하였고 이때 071 종합 상륙함, 072, 073, 074 상륙정도 개발하였다. 726 공기부양정이 개발된 것도 같은 시기이다.
2017년 첫 번째 075의 생산에 착수하였고 2019년 9월 진수가 이루어졌다. 2020년 4월 두 번째 075함이 진수되었다. 그러고 나서 금년 2021년 1월 29일 세 번째 075함이 진수되었다. 우리나라가 독도함 하나 건조하는데 수년이 걸리는데 비해서 중국은 한 척 건조에 1년도 걸리지 않고 있다. 중국식 표현대로 하면 "물만두 빚어내듯이" 강습상륙함을 건조하고 있는 것이다.
http://www.wanweibaike.com/wiki-075%E5%9E%8B%E4%B8%A4%E6%A0%96%E6%94%BB%E5%87%BB%E8%88%B0
이 075함의 제원을 살펴보면 약 4만 톤, 길이 237미터, 넓이 36미터, 디젤 엔진, 최고 속도 20 노트 이상, 최소 30대가 넘는 헬기를 탑재한다. 그리고 726 공기부양정도 탐재할 수 있다. 당연한 일이지만 중국은 이 강습 상륙함에 해병대를 실어 나를 계획이다. 075함은 1척에 약 1600명 정도의 해병을 탑재한다.
프로젝트 XX6이 정말 076함 프로젝트라면 당연히 기존의 075급의 성능을 대폭 개선할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마시핑은 이 076함은 75대의 군사용 드론을 운용할 것이라고 한다. 그는 이 076함 위에 리젠(利剑)을 채택했다고 한다. 리젠은 미국과 유럽에 이어 중국이 세 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작전 반경 1500km, 2톤의 무기 적재가 가능한 스텔스 무인기이다.
원래 중국의 군사용 드론으로 유명한 것은 쓰촨 성 청두의 청두 비행기 공업 그룹(成都飞机工业集团)이다. 청두 비행기는 현재 중국 공군의 주력기인 J-10, J-15를 생산하고 있는 회사이다. 또 청두 비행기도 군사용 드론을 개발하여 취역하고 있는데 바로 이룽(翼龙)이다. 하지만 이룽은 4,2톤의 무게지만 무기 탑재량은 480kg에 불과하다. 이룽은 정찰, 정밀 폭격 등을 무 목적으로 장시간 체공용으로 만들어진 탓이다.
그래서 해방군은 2013년 최초 비행에 성공한 리젠(利剑)을 선택했는데 그 이유가 리젠은 총 중량 3.2톤에서 1.2톤의 무기를 적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해방군이 리젠을 선택했다는 것은 본격적인 공격용 무기가 필요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또 다른 전문가는 인민해방군이 헬리콥터 드론을 탑재한 사진을 제시하며 상륙 작전 시 방어를 위해 동원되는 타이완의 전투 헬리콥터를 상대하기 위한 것이라는 추측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076함처럼 무인 전투기 또는 무인 폭격기를 탑재한다는 발상은 이전부터 있었다. 미군이 개발 중인 X47B 무인기의 경우도 항공모함에서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직은 테스트 단계이다. 따라서 만일 중국이 먼저 076함에 군사 드론을 운용한다면 세계 최초가 될 것이다.
마시핑의 이러한 발언 내용을 확인하기 위하여 필자는 관련 정보를 검색해 보았다. 여기서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는데 우선 앞서 지적한 대로 중국 당국은 마시핑의 발언 내용을 담은 타이완 방송 영상을 아무런 코멘트 없이 널리 배포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의도적으로 이 XX6 프로젝트 소식을 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 관계자나 정규 미디어가 아닌 일반인들이 중국 내 SNS를 통해서 이 내용을 확인 및 확대 재생산을 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075 이후 다음 신형 강습상륙함을 개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으나 그 전환이 너무 빠르다. 그리고 정보가 누출된 시기나 방식도 정상적이지 않다. 공개 입찰을 하여 만천하에 알리고, 타이완의 미디어가 발표한 내용을 중국 정부가 다시 전 중국 인민들에게 아무런 부가 의견 없이 홍보하는 것도 이상하다. 이는 중국이 정보 내용을 사실화하면서 필요하면 부인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려는 의도로 생각된다.
아무튼 중국 내 SNS에서 돌고 있는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우선 708소의 공개 입찰 내용에 대해서는 몇몇 SNS에서 확인하였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의 내용 중에 마시핑이 거론한 것 외에도 다음 두 가지 기능이 더 있었다. 가스 터빈과 중압 직류 종합 전력 시스템이다. 즉 076함에서는 가스 터빈 방식의 엔진을 채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압 직류 종합 전력 시스템은 전자 사출기를 운영하기 위한 관건이 되는 기술이라고 한다. 이것은 마시핑이 지적한 708소의 공개 입찰 내용을 확인해 주는 동시에 이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전자 사출기와 함께 XX6 프로젝트는 항공기를 탑재한다는 분명한 의미가 된다. 수직이착륙기 기술이 아직 없는 중국이 강습 상륙함에서 전자 사출기를 운용한다면 그것은 마시핑의 말대로 군사용 드론을 위주로 하는 항공모함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중국의 최초 항공모함인 랴오닝 호에서 중국 전투기들이 무장을 한 채로는 이륙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두 번째 항공모함인 산둥호의 활주로 길이를 늘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산둥호에는 기술적 문제가 많았다고 하며 이 때문에 산둥호를 건조한 회사의 회장이 중국 당국에게 구속되어 재판 중이다. 세 번째 항공모함은 스키 점프대가 아닌 전자 사출기를 채택했다. 이 전자 사출기 기술은 미국의 국방 기술을 해킹한 것이라는 말도 있다. 아무튼 이런 과정을 보면 중국의 항공모함이 부단히 실제 해상 공군력을 실체화 하기 위하여 노력해 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의 이런 항공모함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현재 탑재 가능한 전투기는 J-10번대 모델로 비 스텔스 기종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엔진 기술의 한계로 최신형 전투기는 탑재가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드론으로 발상의 전환을 하면 지금 중국이 확보한 기술들 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 항공모함보다 작고 방어 능력이 더 강한 강습 상륙함에 대량의 스텔스 드론 기체를 전자 사출기로 날리는 방식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니 076함, 프로젝트 XX6의 현실감이 확 다가온다. 중국은 3척의 075함 외에 다시 076함을 개발 제작하여 무엇을 하려 하는가? 중국이 이런 강습상륙함을 만드는 목적은 센카쿠 열도를 대상으로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타이완 상륙 작전을 겨냥한 것이라는데 의문이 없다. 그러므로 이렇게나 빠른 속도로 강습상륙함을 찍어 내는 것은 중국이 타이완 무력 통일을 서두르고 있다는 추측을 하게 만든다. 중국 내 SNS에서도 075, 076이 타이완 공격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중국의 군사 전문가 장자오(张召忠)은 중국의 타이완 공격은 다음과 같이 진행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타이완 지역의 제해권, 제공권을 먼저 장악한다.
미사일, 장거리포, 항공 폭격, 해군 함포 등의 화력전을 전개하여 이미 설정된 목표에 대한 공격을 가하여 70% 이상을 무력화 한다.
해병, 특수 부대를 앞세운 헬기 등을 이용한 수직 상륙, 상륙정 및 기갑 부대를 이용한 상륙 작전
후속 부대를 통한 교두보 확보 및 상륙 지역 확대
대규모 부대 상륙 및 공격
홍콩의 경제 분야 작가 쑨샤오지(孫驍驥)는 다른 각도에서 중국의 타이완 침공이 임박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그는 시진핑 주석의 언동과 특히 중국 당국의 금융 정책의 동향을 볼 때 이상하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이러한 중국 당국의 금융 정책의 운영은 전쟁을 대비하는 결과라고 일차적인 추정을 하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0Qi8pdoLeQ&t=512s
정치 지정학적인 차원에서 미 싱크탱크 RAND 연구소의 Jeffrey W. Hornung 박사는 최근 미국과 일본은 중국과 전쟁을 치를 준비를 해야 된다는 글을 발표하였다. 그는 중국이 타이완을 공격하는 상황에 대하여 미국의 동맹들이 준비되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일본의 경우는 미국과의 연대가 깊지만 실제 전쟁이 발생했을 경우 일본이 어떤 내부 절차를 거치고 어떤 범위까지의 군사적 행동이 가능한가 등 불투명한 부분이 많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래서 아시아의 동맹들은 중국의 타이완 침공과 이에 대한 자국의 대응을 현실로서 검토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The United States and Japan Should Prepare for War With China | RAND
흥미로운 점은 Jeffrey W. Hornung 박사가 한국을 일절 거론하지 않은 점이다. 그에게 있어서는 한국은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과 같은 비중이어서 "동맹"이라는 단어 속의 다수 국가 중 하나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리라.
아무튼 그의 질문, "중국이 타이완을 공격할 때 당신 국가는 어떻게 하겠는가?"에 우리도 준비가 되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준비되어 있지 못할 때 중국이 주한 미군을 공격하거나 주한 미군이 중국을 공격할 때 우리는 한미 동맹에 따라서 미중 간의 전쟁에 무대책으로 수동적으로 휩쓸려 들어갈 수 있다. 중국과의 전쟁은 우리의 역사, 경제, 사회, 군사,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많은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이 백척간두에 달리는 문제이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무대책으로 남들에 의해 끌려다닐 수 없다. 필히 우리 사회 전체의 컨센서스와 치밀한 대응 시나리오를 필요로 한다. 이제는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