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전 그의 정책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집중될 때 바이든이 공개한 그의 정책은 오로지 하나 '글로벌 기후 변화'였다. 참 맞는 이야기이다. 우리 전 세계 인류의 미래가 달린 일이다. 하지만 말이다 너무 한가한 이야기 아닌가?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으로 미중 간의 갈등이 첨예화되고 남중국해에서는 전운이 감도는데 100년 후가 될지 200년 후에 올지 알 수 없는 기후 변화가 미 대통령의 1번 어젠다란 말인가?
솔직히 당시 필자의 생각은 위와 같았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sleepy Joe"라고 부르던 바이든의 절대 강력한 카리스마라고는 할 수 없는 모습이 겹쳐지는 것이었다. 미인 대회에서 세계 평화를 외치듯 지구 온난화 같은 말들은 언제 누가 해도 되는 이야기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크게 감흥을 불러일으키거나 피를 끓게 하지도 않는 단어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필자가 소개한 바 있는 현 미 국방부 차관 캐서린 힉스(Kathleen Hicks)의 진보적 안보 전략에서 힉스는 말미에 이상한 말을 붙였다. 필자의 글에서 다음의 부분이다.
"진보적 가치 전략이 현재의 안보 위협의 성격에 정확하고 보다 제한적이고 방어적인 군사 전략이 잠재적 적의 모험주의를 제한할 수 있다면 기후 변화와 같은 이슈들에 대한 세계적인 해결책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되어 미국에 기여할 수 있다고 하였다. 필자가 보기에 이 마지막 '기후 변화'같은 단어는 바이든의 정책에 대한 '윙크' 정도의 추파가 아닐까 싶다. "
솔직히 당시에도 필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힉스와 같은 이미 명성이 있는 전문가가 그래 이런 방식으로 추파를 던진단 말인가? 하물며 힉스가 이 글을 쓸 당시에는 바이든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그렇게까지 높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무튼 무식한(?) 필자는 이해가 되지 않아서 이런 식으로 넘어갔던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다시 "기후 변화"라는 말에 맞닥뜨렸다. 바로 미 합참의장 마이크 밀리가 청문회에서 답변한 내용인데 필자에게는 다소 충격이 있어서 관련 내용을 더 찾아보았다. 여기 몇 기사들을 시간 순으로 정리해서 여러분들과 공유한다.
2019년 9월 미 육군대학은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해수면 높이 변화, 이에 따른 해안선 변화를 예상하면서 북극해 러시아 군사력을 지적하였다. 한마디로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 북극의 얼음이 녹고 북극해에서의 러시아 해군의 활동이 자유로워진다는 의미이다. 게다가 북극권의 천연자원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지면서 세계 각국의 자원 확보 경쟁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2019년 10월 마크 밀리 합참의장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보고서에서는 다시 기후 변화가 미군을 심각하게 약화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 자원 특히 담수를 두고 국가 간 전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열대 질병의 확산은 군대의 장거리 원정을 어렵게 하고 군대의 해외 파견 및 주둔은 위험도가 상승하고 특히 보급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Climate Change Could Seriously Weaken the U.S. Military (popularmechanics.com)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하원 군사위원회 앞에서 군에 대한 기후 변화 위협에 대해 2020년 2월 26일 연설했는데 그 내용은 기후 및 안보 센터 웹사이트에 2020년 3월 실렸다. 에스퍼 장관과 밀리 장군은 하원에서 기후 변화가 군사와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으로 간주했으며, 미래의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2020년 7월 마크 밀리 합참의장에 대한 인사 청문회에서 밀리는 핵 억지력과 우주 무기에 대하여 강조하고 또 중국의 위협이 2030년쯤에는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밀리는 이제 한 곳에 앉아서 전 세계 어디든 폭탄을 떨어 뜨릴 수 있고 무인 비행기, 무인 탱크 등을 지구 어디든지 동작시킬 수 있는 AI, 통신 등의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밀리 장군은 민간인의 군 통제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 동의했다.
2020년 12월 리펜스 뉴스는 밀리의 말이 맞다는 기사를 내 보냈는데 여기서 밀리는 현재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미군 기지는 2차 대전 후의 산물이며 이제는 그 위기의 정도가 이전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유럽의 경우 이미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이전처럼 강력한 것이 아닌데 미국은 대규모로 유럽에 주둔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밀리 의장은 미국의 재정적 능력으로는 이제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전 세계 800여 미군 기지를 유지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현시점에서 정말 유지해야 할 기지와 필요성이 낮은 기지를 분별하고 감축하여 '지속 가능한'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Milley is right — the U.S. should reevaluate its military commitments (defensenews.com)
이 흐름을 잘 보면 힉스로 대표되는 민주당의 흐름과 밀리와 에스퍼로 대변되는 공화당의 흐름에 접점이 있음을 할 수 있다. 2019년 보고서가 밀리의 요청에 의해 만들어진 것을 보면 기후 변화가 안보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을 제기한 사람은 바로 밀리로 보인다. 그리고 에스퍼 당시 국방장관이 이에 동의한 모양새이다.
캐서린 힉스의 보고서는 여러 개이지만 대체로 2020년 1월 경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이는 힉스가 밀리의 생각에 동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힉스가 제시하는 소위 진보적 안보 전략은 밀리가 제시하는 '지속 가능한 미군'으로 개편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즉 밀리의 외침에 힉스가 답한 것이다. 그리고 2020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바이든의 입에서 "기후 문제"가 유일한 이슈로 나왔고 대통령 당선이 되자 힉스를 국방부 차관으로 임명한 것을 보면 필자의 눈에는 오랜 외교통인 바이든이 내세운 "기후 문제"는 단순히 환경 보호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미군의 개편, 그로 인한 외교 전략의 수정, 러시아와 중국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한 단어로 생각이 된다.
그래서 필자는 깨닫게 된 것이다. "sleepy Joe"는 잠을 자는 것이 아니었구나. 어쩌면 뱃속에 능구렁이가 십수마리 들어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구나 라고 말이다. 바이든, 기후 변화가 그 이야기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