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철 Mar 10. 2021

침묵의 시대

양회가 끝났다. 그 어느 때 보다도 짧은 기간, 어느 때 보다 적은 사람이, 어느 때 보다도 말이 없는 양회였다. 그리고 이 침묵은 아마도 매우 긴 시간 동안 계속될 것 같다. 바야흐로 중국에 침묵의 시대가 열리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시기가 있었다. 필자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 주변 모든 사람들이 데모를 하지 말라고 했다. 학회 활동도 참여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캠퍼스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어떤 이가 막아서며 집회 허가를 받았느냐고 물었다. 필자는 대학 4년 내내 학교에서 카드게임으로 시간을 보냈다. 문자 그대로 허송세월을 한 것이다. 침묵을 유지하는 데에도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다. 눈 앞의 현실로부터 눈을 돌릴 에너지가 말이다. 

우선 양회의 행사 기간이 코로나 19의 방역이라는 명분으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지도부 인사들은 보통 여러 인민 대표 그룹을 나누어 만나는 것이 관례였으나 이 역시 작년부터 코로나 19로 인하여 줄어들었다. 작년의 경우 시진핑 주석은 4개 그룹을 만났었다. 하지만 금년에는 두 그룹만 만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그중 한 그룹인 내이멍구 인민대표들을 만났을 대 시진핑 주석은 이런 말을 해서 좌중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고 한다. 바로 "这个帐总是要算的"라고도 하고 "帐总是要算的"라고도 하는데 "이 장부는 결국 결산을 해야 한다"내지는 "장부라는 것은 언제 가는 결산을 해야 하는 법"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https://www.sohu.com/a/454478930_120207624)


왜 이런 말을 했을까? 필자는 시진핑 주석의 이 발언과 함께 했다는 "재고 부족이 밝혀지면 절대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을 이어서 생각한다. 시진핑 주석 정도의 인물이 인민 대표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재고"는 일반 상품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내멍구에서 생각할 수 있는 "재고"는 지하자원이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지하자원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희토류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에너지, 석유와 석탄이다. 네이멍구 의원들이 긴장해야 하는 쪽은 에너지일 것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바로 작년 겨울 동북 지역에 대규모의 정전과 난방 중단 사태가 발생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호주로부터의 석탄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하자마자 발생하여 국제적으로 우스꽝스러운 꼴을 보여서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 문화를 고려할 때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닌 것이다. (https://www.china5e.com/news/news-844306-1.html


동북 지역에 주로 에너지를 제공하는 곳이 네이멍구이다. 그리고 네이멍구와 동북 삼성은 모두 상하이 방의 세력이 강한 곳이었으며 그중에서도 석유방, 자원방으로 일컬어지는 류윈산(刘云山)과 쩡칭홍(曾庆红)의 기반이기도 하고 장쩌민 전 주석의 아들인 장멘헝(江绵恒)의 항천시(航天系)의 지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근거 없는 소문이기는 하지만 지난겨울의 대규모 정전 및 난방 중단 사태가 최근 1, 2년간 동북과 네이멍구를 샅샅이 조사한 시진핑 그룹 사정의 칼날에 반항하는 상하이 방의 사보타주라는 말도 돌았었다.

필자가 추측하건대 배경이나 이유에 대한 소문은 차치하고 호주의 석탄 수입을 중지하였을 때 네이멍구에서 동북에 응당 공급했어야 했던 석유나 석탄의 재고가 부족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생각하면 앞서 기술했던 여러 사건들이 이어진다. 그리고 시진핑 주석의 입에서 "재고 부족이 나타나면"이라든가 "이 장부는 결국 결산을 해야 한다"라는 말이 나왔을 때 인민 대표들이 공포감을 느꼈으리라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언론 보도 또한 최소한으로 줄였다. 외신 기자들은 취재 입국이 허락되지 않았고 국내 비디어들도 일부 대형 언론사 기자들만 대면 참석이 허용되었다. 물론 결과는 국유 언론사의 기자들만 소수가 참여하는 매우 제한된 미디어 활동 만이 가능했다. 


다른 각 지방의 인민 대표들도 이번 양회처럼 미디어와의 접촉을 제한하고 차기 지도부에 대한 함구령이 내려지는 등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서 이런저런 소리를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중앙 정부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다. 이번에 통과한 여러 법안 중에 "전국 인민 대표 대회 조직법《全国人民代表大会组织法(修正草案)》 "이라는 것이 있었다. 바로 이번 양회 중 실제 영향력 있는 회의인 전인대의 조직을 구성하는 법안을 30년 만에 변경한 것이다. 여기에 보면 국가 주석, 부주석, 대법원장, 감찰원장 등 최 고위층의 임명과 면직 의안을 바로 전인대 주석단이 발의하도록 규정하였다.(http://www.npc.gov.cn/wxzl/wxzl/2000-12/06/content_4425.htm

사실 상 전인대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시진핑 그룹이 모든 요직을 임명할 수 있게 되었거니와 면직도 가능해진 것이다. 이제 시진핑 그룹이 마음만 먹으면 공청단 파의 리커창 총리나 차기 리더로서 살아남은 역시 공청단 파의 후춘화 부주석도 면직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일이 진행되는 동안 관료들이 목청 높이 자기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이번 14차 5개년 계획은 GDP 성장 목표를 정책에 여유를 준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수치를 정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2021년 정부 공작 보고에서 제시된 금년 GDP 성장 목표는 지방 성정부의 목표 수준보다 더 적은 6%였고 이는 OECD의 예상치인 7.8%나 IMF 예측치인 8.1%, 그리고 블룸버그의 경제학자 설문 조사 결과인 8.4%를 훨씬 하회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목소리 높여 자랑할 만한 계획이 없다. 신화사 같은 관영 매체는 선전문을 높이 외치고 있지만 호응이 없다. 그리고 홍콩, 상하이, 선전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즉 세상은 이번 중국의 양회 결과에 대하여 낙관적이기보다는 비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들이라고 해서 이를 모를 리가 없다. 그러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이전에는 직접적으로 지적하는 사람들도 가끔 있었고 간접적으로 암시하거나 시사하는 사람들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목소리도 듣기 어렵다. 침묵의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필자와 같은 사람은 침묵을 듣고 해석해야 하는 세상을 맞이해야 하는 모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중국은 왜 GDP 목표를 낮추어 잡았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