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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Mar 08. 2021

중국은 왜 GDP 목표를 낮추어 잡았나?

이번에 발표된 중국의 GDP 성장률 목표는 서방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을 하회하는 "6% 이상"이라는 수준이었다. 지방 정부들의 GDP 목표가 최종적으로 결정된 것도 리커창 총리의 발표에 임박해서 이루어진 적으로 보이는데 이는 그만큼 GDP 목표에 대한 조정이 쉽지 않았음을 뜻하는 것 일터이다.


아무튼 필자가 호기심이 일어 지방 정부들이 설정한 GDP 성장률 목표대로 그것도 최저 수준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중국 전체 GDP 성장률은 얼마나 나오는지 그 답을 구해 보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6.76%였다. 그러니 6% 이상으로 전국 GDP 성장 목표를 잡은 것은 근본적으로 중앙 정부에서 더 이상 GDP 성장에 가중치를 두지 않는다는 의미가 될 터이다. 

이 상황에 대한 해설을 담은 기사가 블룸버그에 실렸다. Tom Hancock이 쓴 이 기사를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Why China Can’t End Its Romance With GDP Growth Target - Bloomberg)


우선 6% 이상이라는 결과는 중국 내에서 GDP 성장을 중시하는 그룹과 이제 GDP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그룹 사이의 타협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GDP의 외골수 추구에 의해 야기된 환경 파괴에 대한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중국 중앙 정부는 10여 년 전부터 그 목표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 대해 경고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방 정부는 종종 낭비되는 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함으로써 GDP 목표 달성을 위해 경쟁을 해 왔는데, 부분적으로는 성장을 우선시하는 승진 평가 제도 때문이었다고 해설하고 있다.(필자는 여기에 낭비 프로젝트는 왕왕 뇌물을 받기가 좋은 프로젝트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위원회 위원인 Ma Jun과 같은 영향력 있는 관료들은 최근 경제에서 부채 수준을 낮추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의 일환으로 이 목표를 영구적으로 떨어뜨려야 한다고 주장했고 JP모건 체이스, 노무라홀딩스 등 투자은행들은 올해 목표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리커창 총리의 연설을 불과 며칠 앞두고, 일부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들은 특정 목표가 경제 "앵커"로서 필요하다고 선언했고, 정책들은 그 목표치 없이는 혼란스러워질 위험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정부 싱크탱크의 Zhang Liqun 연구원은 관영 매체에 "확장 속도가 일정하지 않으면 경제의 질은 지지를 받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즉 GDP 목표를 설정해야만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결국 올해의 성장 목표는 수십 년 만에 가장 야망이 적은 수치로 설정되었다. 중국은 2020년 코로나 19 상황으로 인한 실적 저하 때문에 별 노력 없이 현재의 경제 생산량만 유지해도 목표를 쉽게 충족시킬 수 있다. 한편 블룸버그 조사에 참여한 경제학자들은 중국의 올해 GDP 성장률이 8.4%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즉 GDP 목표는 이제 중요하지 않게 보는 시각에서는 이렇게 낮은 목표 설정으로 관리들이 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만들기 위해 장기적인 목표에 집중하도록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베이징 카네기-칭화센터의 마이클 페티스(Michael Pettis) 연구원은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8%보다 훨씬 나은 수치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만약 그들이 8%를 설정했다면 그것은 끔찍한 신호였을 것이다. 6%는 고품질 성장으로서의 관리가 가능하다. 안 그러면 비생산적인 투자와 부채가 크게 증가해야 했을 것입니다."



즉 Tom Hancock은 중국이 이번에 GDP 성장률 목표를 사실 상 이미 달성된 목표로 설정한 것은 기본적으로는 더 이상 GDP 성장에 연연하지 않아야 한다는 정책 방향의 변경이 있는 것이지만 구체적 정책 목표 설정 없이는 정부 기관들의 표류가 예상되기 때문에 쉬운 목표를 설정했다는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기사 내용 중에 위에 보인 그래프를 실었는데 매년 중국 공산당의 공식 보도 중에 GDP라는 단어가 출현한 빈도를 표시한 것이다. 즉 2009년부터 2013년까지는 GDP가 매우 강조되었지만 그 후 더 이상 GDP의 중요성은 유지되지 않았고 점차 단어의 출현 빈도가 줄어들고 있음을 보인 것이다. 매우 재미있는 접근 방법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Tom Hancock의 이런 견해에 매우 찬동한다. 그리고 몇 가지 사소한 점을 덧붙인다면 중국이 지금 맞이하고 있는 환경 변수가 너무나 크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밖으로는 미국 및 서방이 어떤 억제를 해 올지 예상하기가 어렵고 전수 방어를 해야 하며, 안으로는 시진핑 장기 연임 체제 추진에 따른 내홍이 있다. 즉, 불확실성 요인이 너무나 크고 또 많은 것이다. 거기에 지방 정부들의 재정이 심각한 수준에 와있다. 이 상태에서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GDP 제조하기'를 하면 자칫 지방 재정의 파탄까지도 우려되는 것이다.


결국 중국으로서는 확정적 정책보다는 유연한 정책, 하드웨어 건설보다는 소프트적인 건설, 저돌적인 돌격보다는 탄력적인 적용을 해야 하는 시기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것은 단지 GDP 성장률 목표뿐만 아니라 이후 중국 사회 전반의 경제 운영에도 큰 영향을 줄 것 같다. 중국의 큰 단점 중의 하나가 경직성이었는데 과연 중국이 성공적으로 정책 전환에 성공할지 주목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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