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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May 26. 2019

미국이 화웨이를 죽여야 하는 이유

오가륭 가설

미국이 또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였다. 화웨이의 런정페이 회장은 플랜 B가 있다며 문제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미 시장은 동요하고 있다. 연이은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공격과 그때마다 매체에 출연하여 애써 태연히 행동하는 런 회장의 모습은 불쌍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가 '국가 안보적으로나 군사 시각으로나 위험한 기업'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수석 전략 고문이었던 스티브 배넌은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화웨이를 죽이는 것은 미중 무역 협상보다 열 배는 중요한 일이다"라고 했다.


어째서 그런가?

어째서 화웨이는 위험한 기업이며 어째서 미중 무역 협상의 결렬보다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열 배나 중요한가?

5G가 미래의 통신 기술인 것은 알겠으나 그렇다고 해서 군사적으로나 국가 안보적으로 위험하단 말인가?

스티브 배넌

필자는 나름대로 지난 수개월 동안 미중 무역 협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으나 누구도 그 이유에 대해 분명하게 설명하는 것을 듣지 못했다. 물론 필자의 견문이 좁은 탓이리라.


그러다 수개월 전 대만의 한 이코노미스트가 화웨이가 왜 군사적으로 중요한지 설명한 것이 생각났다. 당시 그의 논지는 흥미진진했지만 서포트하는 근거가 부족했고 설명의 내용 또한 상당히 논리적인 비약이 있다고 여겨서 그렇게 주의를 기울이지는 않았다. 

오가륭(吴嘉隆)

이 사람은 오가륭(吴嘉隆)이라는 사람이다. 대만의 AIA Wealth 재부 관리 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재무 관련 칼럼니스트이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 유학했으며 경제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이 사람의 학력이나 경력은 훌륭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 두 사람도 찾아보기 어려운 그런 엄청난 정도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그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과거 그가 했던 미중 무역 전쟁에 대한 발언들이 당시에는 매우 과격한 생각이며 논리의 비약으로 생각되었지만 이제와 돌이켜 보면 제법 고개가 끄덕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주장들은 지금에 와서 보아도 공개적으로 지지하거나 소개하기에는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 주된 이유는 그가 말하고 있는 '사실'들 중 상당 수가 독립적인 데이터나 근거를 찾기가 어려우서 '주장'이라고 밖에 서술할 수가 없는 것이 하나이고 또 다른 이유는 그의 '주장'들이 상당히 '과격'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오가륭의 '주장'을 여러분들께 알리면서도 정작 필자 자신은 공격당하지 않을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그의 '사실' 또는 '주장'을 하나의 '가설'로 소개하는 것이다. '가설'이니까 '사실'이 아니라 해도 필자의 책임은 면제될 것이고 '가설'이니까 '상당한' 무게감으로 오지 않겠는가?


오가륭 가설 1: 화웨이의 5G는 군 통합 무기 체계 기술이며 미국은 필히 화웨이와 ZTE를 없앨 것이다.

오가륭은 중요한 통합 무기 체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F 35와 같은 전투기가 비행한다. 그리고 공중에서 데이터를 수집하여 후방에 보낸다. 후방에서는 고속 연산을 통해 목표를 지정하고 rock-on을 한다. 그리고 이 데이터는 다시 전투기로 보내진다. 각각의 폭탄에는 각자의 목표가 할당된다. 또한 지상의 미사일과 무기 체계에도 목표가 할당된다. 이들 폭탄이나 미사일의 유도와 통제 또한 전투기를 포함한 전체 시스템에서 이루어진다. 이렇게 지상 시스템, 공중통제센터, 전투기, 미사일, 함정 등이 통합적이고 유기적으로 하나의 시스템으로 동작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시차를 줄인 고속의 통신, 그리고 고속의 연산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여기에 사용되는 것이 화웨이의 5G라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의 인민해방군은 이미 항공모함에 이 화웨이 5G 기반의 통합 시스템을 적용하였으며 미국에 있어서는 너무나도 큰 위협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필히 화웨이와 ZTE 등 5G 독자 개발 및 구성이 가능한 중국 기업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에서 기술하였듯이 오가륭의 이 말을 뒷받침할 근거를 필자는 찾지 못했다. 독자 여러분들 중에 혹시 아시는 분이 계시면 꼭 알려 주셨으면 좋겠다. 오가륭의 말이 사실이라면 미국이 기를 쓰고 화웨이를 죽이려는 이유나 스티브 베논의 말도 이해가 된다.

오가륭 가설 2: 미국은 미중 무역 협상이 실패할 것을 알고 있다. 

무역 협상에 있어서도 그는 작년 8월에 이미 이렇게 이야기했다. 미국의 요구는 세 가지로서

- 불공정 무역 관행의 수정

- 시장 경제적 글로벌 스탠더드의 수용

- 국가 보조금과 비관세 장벽의 철폐

등인데 이는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당연한 요구라고 보았다. 하지만 협상은 잘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았는데 그 이유로 다음을 들었다.

중국은 협상할 의사가 충분히 있으나 미국의 안은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

협상이 장기화되기 쉬우며 이 경우 중국 내부의 권력 갈등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

중국이 현재 겪고 있는 5 가지 난제가 있다는 점: 강제적 기술 이전, 공급 과다, 국영 기업 개혁, 산업 정책, 클라우드 컴퓨팅 

아마 중국의 5 가지 난제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필자가 이해하는 수준에서 설명을 해 보겠다. 강제적 기술 이전은 본질적으로는 현재 중국이 택하고 있는 외국 기업의 의무적 중국 파트너십을 겨냥하는 말이다. 외국 기업이 중국에 법인을 세우려고 하는 경우 산업에 따라 정해진 비율 이상의 지분을 가지는 중국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 외국 기업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자격이 모자거나 과다한 조건을 내세우는 중국인과 파트너십을 해야 하고 이 괴정에서 많은 강제적 기술 이전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공급 과다는 강철, 시멘트 등 주요 제품들의 생산 과다로 가격 하락 및 경영 악화가 오고 있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문제는 이런 문제는 구조적이어서 단기간 내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요구에 의해 여기에 해당 제품에 대한 규제를 가할 경우 해당 산업의 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

이 문제는 국영 기업 개혁과도 연결이 된다. 공급 과다 기업들의 대부분이 국영 기업이고 생산 규모의 증가 역시 국가의 방침에 따른  것이어서 이들 주요 국영 기업을 경영 악화나 과다 공급 등의 이유로 처리할 경우 사회주의 국가 체계 자체의 모순을 일으키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입장에서의 산업 정책은 현재 미국이 요구하는 산업 정책과는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일대일로며 중국몽을 주창해온 시진핑 주석이 자신의 방침에 따라 생산 능력을 확장해 왔으며 시진핑 그룹의 최대 지지 세력인 국영 기업들의 이해관계에 반하는 미국이 요구하는 산업 정책을 펼칠 수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현재 수면 아래에 있지만 이후 중국의 인터넷 개방을 촉발할 수 있는 돌파점이다. 중국은 인터넷을 통제하여 자국민이 해외의 뉴스, 데이터, 저장 공유 서비스, SNS 등을 모두 금지하고 있다. 미국은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활동하는 경우 모든 데이터를 중국 내 서버에 보관하게 하는 중국 정부의 조치가 산업 스파이 행위에 해당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 내 외국 기업에게 서버는 해외에 둔 클라우드 서비스를 허용할 경우 해당 기업 종업원들도 해외 인터넷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다. 이는 중국의 폐쇄된 인터넷 정책에 커다란 구멍을 뚫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는 트럼프 진영은 이미 벌써 중국이 수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단지 국내 여론을 형성하고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하여 협상을 벌이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중국이 수용이 불가함을 통보하면 그때부터 원래부터 도모하고자 했던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하였다. 그는 이런 논지로 향후 미중 무역 협상은 줄곧 에스컬레이트되는 길을 갈 것으로 예측하였다.


그는 또 작년에 이미 트럼프는 협상 중에는 싸우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한편으로 싸우면서 한편으로 담판한다. 따라서 류허 부총리가 협상하러 가니 멍완저우를 인도하지 않을 것이다 라는 식의 기대는 안 하는 것이 좋다고 했으며 "미국이 요구하는 구조적 변화는 중국은 하지 못할 것이다. 중국이 구조적 변화를 추진하는 결과가 오기보다는 적절한 파국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미국도 파국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파국을 암시했다. 


그는 금년 1월 경부터는 미중 무역 협상의 결렬을 점쳤다. 중국은 미국이 요구하는 구조적 변화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미국 또한 이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지 미중 양국은 협상 결렬까지 가는 수순을 밟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오가륭 가설 3: 미국은 5 가지 전쟁터로 중국을 끌어 들일 것이다. 

미국이 어떻게 중국을 압박할 것인가에 대해서 오가륭은 금년 1월 예상한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아래의 5 가지 전쟁으로 중국을 끌어 들일 것으로 보았다. 


무역, 지적재산권, 석유, 환율, 그리고 국지적 분쟁


무역에 대해서는 이미 미국이 보복 관세를 취하고 있어 오가륭의 가설은 이루어졌다.

지적재산권에 대래서 오가륭은 가장 중요한 것은 화웨이 및 5G라고 했다. 그리고 미국의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의 하이테크 기업에 대한 제재를 발표함으로써 오가륭의 가설은 이루어졌다.

석유에 대해서 미국은 이란산 석유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여 중국 석유 수입원의 상당 부분을 억제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미확인 보도에 의하면 이란산 원유 2천만 배럴 상당의 선박들이 지금 중국에 입항을 못하고 외해에서 정박 중이라고 한다. 결국 오가륭 가설은 실현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아직 실현되지 않은 오가륭 가설이 국지적 군사 분쟁이다. 오가륭은 만일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대치하는 국면을 조성한다면 이는 장기간에 걸친 군사 대치를 통해 중국의 경제력을 소진하게 하는 군비 경쟁 전략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또한 군사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국지적 도발이 미국에 의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결국 최악의 경우 선전포고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전면 전쟁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은 적지만 금년 내에 국지적인 군사 충돌의 가능성은 높다고 예상했다. 그리고 국지전 발발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몇 개 꼽았는데 그중에는 한반도가 있다. 이제 1에서 4까지는 다 나왔다. 오가륭의 예상이 정확하다면 그럼 남은 것은 국지적 군사 분쟁이다.

오가륭 가설 4: 중국은 경제 파탄에 이를 것이다.

미중 무역 협상의 영향이 증대될 경우 오가륭이 예상하는 중국 내 상황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 1 단계: 경제 성장에 대한 믿음이 사라져 간다.

- 2 단계: 위안화가 절하된다.

- 3 단계: 제조업이 중국 밖으로 철수하고 이로 인한 실업 사태가 온다.

- 4 단계: 부동산 버블이 터질 위기에 다다른다.

- 5 단계: 중국이 경제 파탄에 이를 경우 아무도 구원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 오가륭의 예측은 상당 부분 지금 진행되고 있는 중국의 상황과 맞아떨어진다. 오가륭은 이에 이어서 중국 하이테크 기업들의 어려움이 시작될 것을 예견하였다. 그는 작년 8월 당시 소문이라며 중국은 마오쩌둥 시대의 사회주의 경제와 등샤오핑 시대의 개혁 개방 경제의 두 가지 사이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보았다. 그의 이러한 예상은 국진민퇴를 주장하는 사람들로 나타나 사실임이 판명되었다.


오가륭의 미중 무역 전쟁 마지막 단계는 국지적 군사 분쟁이다. 그리고 그가 예측한 전쟁터 리스트에는 그의 조국인 중화민국이 있고 필자의 조국인 대한민국도 있다. 운이 좋으면 남중국해에서의 충돌로 우리의 삶의 터전은 빗겨 갈지도 모른다. 비록 그다음에는 중국의 경제 파탄이라는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온다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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