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그저 그런 주제에 뭘 그리 자신감이 넘칠까?
최근 중국의 한 토크쇼에서 두각을 나타낸 한 여성이 남녀 성대결의 상징이 되었다. 이 여성의 이름은 양리(杨笠)이다. 중국의 토크 쇼 연예 프로그램 토크쇼 대회 시즌 3에 출연하여 여성 관객들의 큰 공감을 얻는 토크를 해서 크게 유명해지게 되었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성적이 좋거나 용모가 뛰어나도 자신의 부족한 면을 더 생각하는 반면 남성들은 평범한데도 불구하고 매우 자신감에 차 있다고 이야기했는데 많은 여성들의 호응을 얻었다. 양리는 좌중을 훑어보며 오늘 참석한 남성 출연자 중 여러 면모가 있지만 TV에 나갈 때 "나 혹시 성형이라도 좀 해야 하는 것 아니야?"라고 생각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아마 여성 출연자들은 TV에 나오게 되면 성형해 볼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필자가 기억할 때 실제로 서구 어딘가에서 조사한 결과 자신의 용모에 자신 있는 여성들은 적은 반면 대부분의 남성들은 자기 정도면 잘 생겼다고 여긴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양리도 아마 이런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 아무튼 양리가 이날 한 말 "남성들은 그렇게도 평범하게 생겼으면서 어찌 그리 자신이 만만한가?"라고 말했는데 이 말이 중국 전역에 매우 유명한 말이 되었다.
여성 청중들은 모두 가가대소하며 공감을 표시했지만 그날 남성 출연자들의 표정은 사실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이 사람들은 연예인으로서 표정 관리에 어느 정도 통제력이 있을 터인데도 일부 남성들의 표정은 굳어지는 것을 어쩌지 못한 것이다. 남녀 관계에서 겪은 고통과 눈물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연예인들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는 남성들이 자기가 세상의 중심인 줄 안다고 말했는데 이 또한 여성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사실 양리의 이야기는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정곡을 찌른다고 할까 필자 또한 한 사람의 남성으로서 "아이고 이건 아픈데!"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한 마디 해 두자면 필자는 여성을 보는 눈이 남다르다. 남과는 다르게 아주 잘 본다는 뜻이 아니다. 심미안이 남들과는 다르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중국의 여배우 중에 필자가 아주 마음에 들어하는 배우는 이제는 이 세상에 있지 않은 메이옌팡(梅艳芳)이다. 하지만 예를 들어 홍콩의 장만위 같은 경우 필자는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이런 것이 바로 모든 사람 각자의 취향의 문제이기도 하면서 각자 제 짝을 만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이유가 아니겠는가?
아무튼 필자가 듣기에는 주의 깊은 관찰력과 통찰력에 입각한 아주 교양 있는 농담이었다. 그리고 이 양리는 이 토크로 매우 유명해졌고 그에게는 큰 변화가 생겼다. 얼마 후 다시 토크 후 TV에 나와 자신의 변화에 대하여 이야기했는데 우선 가장 큰 변화는 부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유명해져서 이런저런 광고를 많이 찍게 되어서이다.
하지만 비난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다름 아닌 "네가 잘나면 얼마나 잘났다고", 또는 "너는 뭐 잘난 게 있다고"라는 남성들의 비난이 많았다고 한다. 결국 양리가 한 말, 남자들은 평범하면서 왜 자신감 있느냐는 그 말이 이들에게는 "못 생긴 놈들이 잘난 척을 해"라는 말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리고 사실 표현이 세련되어서 그렇지 확실히 그런 의미로 받아들일만한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양리는 미국의 반도체 회사 인텔의 광고에 출연하고 또 중국에서 유행하는 인터넷 방송을 통한 제품 판매에도 출연하게 되었다. 그리고 여기서 사단이 났다. 양리를 시답잖게 생각한 많은 남성 네티즌들이 악성 댓글을 마구 달아 판매 채널을 엉망으로 만든 것이다. 결국 인터넷 방송 판매는 중지되었고 인텔이 해당 광고를 내리는 사태에 이르게 되었다.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이번에는 남성들의 이런 행태에 분노한 여성들이 인텔에게 광고 중단을 항의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여성들은 자신들의 마음과 생각을 대변한 양리가 이런 공격을 당하는 것에 분노하였다. 인텔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진 셈이다. 이렇게 중국에서 성 대립이 발생한 것은 매우 드믄 일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중국의 젊은 남성들이 마음이 좁아서일까? 아니면 양리의 말이 너무 지나친 것일까? 유모이든 풍자이든 공통점은 진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비극에서 온다고들 이야기한다. 엄중한 현실, 받아들이기 괴로운 진실을 마주할 때 유머는 사람이 그러한 상황을 받아들이도록 해준다고들 한다. 그래서 크고 오래 잊히지 않는 유머는 그만큼 큰 진실을 가리킨다고도 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양리의 유머는 바로 진실이기 때문에 충격이 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양리가 한 말을 듣는 남성들의 충격은 아마도 양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것이었다. 필자처럼 60대인 남자조차 앗! 하며 허를 찔린 기분이 들었는데 젊은이들은 아마 더 컸을 것이다. 많은 중국의 젊은 남성들은 여성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거쳤을 것이고, 실연도 했을 것이며 , 좌절도 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여성도 마찬가지지 않은가?
그런데 그것이 그렇지 않다. 필자는 바로 이것이 중요한 차이라고 생각한다. 오랜 한 자녀 정책 과정에서 한 동안 남아 선호가 있었던 결과 지금 중국 젊은이의 성비 차이는 매우 크다. 공식적으로 상대를 구하지 못하는 남성들이 수 천만명에 이른다. 그래서 결혼을 하려면 거액의 돈을 신부 측에 보내는 관습이 다시 부활되고 날이 갈수록 액수도 커지고 있다. 필자가 본 한 중국의 SNS 상에서는 젊은 남성의 아버지가 맞선 소개하는 곳에 와서는 울부짖는 장면이 있었다. 20대 나이에 고액 연봉에 고급차, 고급 주택을 가지고 있는 젊은이가 몇이나 된다고 이 조건을 만족 못하면 여성을 소개해 줄 수 없다고 하느냐는 것이었다.
즉, 양리는 의식하지 못했겠지만 그리고 대다수 중국의 여성들은 의식하지 못했겠지만 이미 지금의 중국은 과거의 중국이 아니다. 남존여비의 봉건 사회가 아니라 수 천만의 젊은이들이 여성과 사귀어볼 기회 자체를 가질 수 없는 사회가 되어버린 것이다. 양리가 살고 있는 비까 번쩍한 대도시나 한국과 같은 상황이라면 양리의 말은 유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성과 교제할 기회 자체를 가지지 못하는 중국의 수많은 젊은 남성들에게 양리의 말은 결코 유머일 수 없다.
유머는 풍자와 다르다. 유머는 웃음거리의 대상에서 자신을 빼놓으면 안 된다. 필자는 비만이다. 그래서 필자가 "우리 뚱보들은 좀 작작 먹읍시다"라고 하면 유머가 성립한다. 하지만 만일 필자가 날씬한 사람인데 "너희 뚱보들은 작작 먹어"라고 하면 그것은 결코 유머가 될 수 없다. 잘 보아주어서 풍자이다.
양리가 한 말은 여성인 자신이 남성이라고 특정해서 한 말이기 때문에 이는 유머가 되기 어려운 위험 요소가 처음부터 있었다. 자신은 남자를 사랑하고 좋아한다고 여러 번 말한 후에 한 발언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아가씨들의 안타까움이 묻어 나오는 발언이었지만 여성들에게는 원천적으로 차단을 당하는, 그렇기에 여자들은 자신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자신의 생활 현실 속에 있는 중국 남성들에게 이 말은 모욕일 수 있다.
우리는 이렇게 자신의 경험의 세계 속에 갇혀서 자신에게 비친 세계를 보고 판단을 한다. 그리고 자신과 다른 판단을 하는 사람을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그 사람이 틀렸다고 말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우선은 분노하기 전에 왜 상대는 그렇게 생각하는지 한 템포 늦추고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꼰대 소리를 듣기에 충분한 필자가 젊은이들에게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