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미국이 탄소 중화에 나서고 있다. 미국도 트럼프 행정부 시절 탄소 중화에 매우 소극적이었지만 지금의 바이든 행정부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중국은 이미 시진핑 주석이 탄소 중화 정책과 시간표까지 천명을 한 상태이다. 하지만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이 어떻게 탄소 중화를 이행할 수 있을까?
필자가 느낀 점은 아무래도 중국의 탄소 중화 정책은 적어도 구두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진지하게 이행하려 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지구 전체 탄소 배출량의 상당 부분을 중국이 차지하면서 자칫 중국 산업 전체를 옭아매는 밧줄이 될 것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목적일 것이다. 하지만 과연 선진국이라고 하기 어려운 중국이 유럽이나 미국도 버거워하는 탄소 중화를 실제 이행할 방법이 있을까 의심이 되었다.
14차 5개년 계획을 보면 그 실행 전략이 나와있는데 그것은 자동차를 비롯하여 소비 에너지를 비화석 에너지로 대폭 전환해 나간다는 것이 첫째이다. 하지만 그런 전환 속도로는 시간표대로 탄소 중화를 이루어 낼 수 없기 때문에 과도기적으로 원자력을 사용하겠다고 한다.
탄소를 줄이면서 에너지 비용을 함께 절감하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이루려면 확실히 원자력 발전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수단일 것이다. 그러나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에서 보듯이 원자력의 안전성은 문제가 아닐 수 없고 폐기물의 처리 또한 고비용을 초래하는 골칫거리이다. 중국이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들고 나온 것 중 하나가 해상 핵발전 계획이다. 즉 바다에 떠있는 해상 원전을 다수 도입하여 운영하겠다는 것인데 그 설치 위치도 발해, 즉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서해에 주로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우리로서는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일이다. 물론 중국 입장에서 해상 핵발전을 하려면 가장 안전한 위치이며 내해인 발해만 쪽으로 입지를 정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만일의 경우 사고라도 난다면 그 방사능 물질과 오염은 모두 우리나라와 북한 쪽으로 몰려오게 된다. 그러니 중국의 해상 원전에 우리가 주의를 안 할 수 없는 일이다.
해상 원전은 이미 현실이다. 지역·환경에 따라 차등 전력 지원이 가능한데, 해상 원전에 사용되는 원자로는 대개 핵잠수함이나 쇄빙선 등에서 사용하는 소형 원자로로서 이 중 가장 작은 것도 2000만 달러 이상의 가격이라고 한다. 통상 원자로는 12년마다 핵연료를 교체해야 하며 수명은 50년으로 IAEA의 비확산조약(NPT) 요구사항에 부합한다. 러시아 핵잠수함 원자로 제작사인 OKBM에서 제작한 소형 원자로 KLT-40C 원자로(출력 70MW)의 경우는 5만 명분의 전력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한다.
해상 원전의 실제 사례가 이미 지난 세기에 있다. 1963년 미국 기업 마틴 마리엘타는 전력이 부족한 파나마 운하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미 군부에게 MH-1A 전기장치를 설계하여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건조된 프리덤호에 설치했다. MH-1A는 1968년부터 1975년까지 운행했으며 과다 운행 및 군 원자로 계획 종료로 퇴역한 바 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도 1972년 미국 플로리다주의 원전 부지 선정에 난항을 겪으면서 미 동부 대서양 연안 지역을 따라 떠다니면서 연안 마을로 전력을 쉽게 보낼 수 있는 대형 바지선에 예인 하는 '이안' 원전 방안을 구상했다. 하지만 정부 승인 지연, 투자 감소 등으로 결국 성사되지 못하였다.
해상 원전은 어떻게 전력을 육지로 보낼까? 러시아의 경우는 원 계획보다 2년 후인 2019년 세계 최초의 해상 원자력 발전 유니트를 실용화하였다. 두 개의 원자로 장치를 축구장 크기의 바지선에 실어 운영하는 방식이다.(Russia’s floating nuclear power plant ready to heat up the Arctic — RT Business News) 지상으로 전력을 보내려면 이 부동(떠 다니는) 원전을 인근 부두에 정박한 뒤 육지의 고압선과 연결한 뒤 원자로를 돌려 전기를 생산해 필요한 곳에 공급한다. 또 폐기물과 소모되는 연료는 선박에 실려 있는 장치에 보관되며, 10~12년마다 정규적인 유지보수 검사 기간에 이 장치를 비운다. 수명이 다하면 퇴역시키고 새 발전기로 교체하여 계속 가동한다. 바지선은 순환 사용할 수 있다. 인구 20만 명의 도시에 충분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이 원전은 운전 수명이 38년으로 12년 주기로 운영된다.
이렇게 해상 핵발전은 이미 현실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경제성이다. 중국의 경우 발해 해상에서 석유를 채굴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는 디젤 발전을 하여 공급하는데 1 kWh 당 전기 원가는 약 2위안이다. 하지만 이 해상 시추선 옆에 해상 핵발전 유니트를 연결할 경우 해상 원자력 발전 원가는 약 0.9위안/kWh이다. 절반 이하인 것이다. 게다가 해상 원자력 발전 유니트는 전력 공급 외에 해수 담수화 등이 가능하여 열, 물, 전기 등 종합적인 에너지 공급 체계를 형성할 수 있으며, 이동성의 특성을 통해 해안선과 멀리 떨어진 지역에 제공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군사적으로 필요한 경우 남중국해까지 끌고 가기는 어려울 수 있겠지만 미리 가져다 설치해 놓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고 남중국해까지 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하이난이나 푸젠과 같이 군사적으로 집결하는 일시적 기지 같은 곳에 대량의 전력을 공급할 수는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군사 전략적 필요가 있을 때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바다에 원전을 짓는 것은 육상의 원전에 비해 건설비가 저렴하거니와 육지에서처럼 지진·지질 등의 여건이나 주민 조밀도 지역 여부 등의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고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훌륭한 장점이다. 그리고 육지와는 달리 지역에 따른 차이가 없기 때문에 원전 전체를 가공 제품처럼 표준화된 제품으로 만들 수 있다. 중국이 군함을 만두 빚듯 찍어 내듯이 해상 원전은 동일한 규격품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으니 중국 스타일에는 아주 잘 맞는 방식일 것이다. 이는 생산 과정을 간소화하고 사용 방식도 표준화되며 구축 시간도 단축되고 투자 비용도 절감된다.
하지만 원전의 가장 큰 문제는 안전이다. 그리고 해상 핵발전이라면 당연히 안전에 대한 우려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해상 원자력 발전소는 운행 기간 동안 해양 환경에 일정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냉각 순환 계통에 의한 온배수는 해역 수문 조건, 해수 수질, 생태 환경, 생물 군락 구성과 구조 등 다양한 측면에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원자력 발전은 대량의 폐열을 주위 환경으로 배출할 수 있기 때문에 바다뿐만 아니라 대기 중의 열 오염도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미국 플로리다 주 비스캔 베이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는 배출되는 온배수로 인근 수역의 수온을 섭씨 8도 증가시켜 1.5km 해역에서 생물이 소실됐다고 한다. 이 때문에 방사성 영향 외에 해상 원전의 온배수도 해상 원전의 환경 영향 평가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발해의 경우 중국 해양 경제 활동 밀집 지역이다. 그리고 군사적으로도 베이징으로의 입구를 막는 중요한 지역이다. 그리고 반폐쇄형 내해이기 때문에 해양 생태계에는 폐쇄성 때문에 물 교환 주기가 길고, 환경 적재 능력이 비교적 약하여 환경 변화에 취약한 구조이다. 이 때문에, 해상 변동 원자력 발전 온배수가 발해의 해양 생태 환경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발해 해역에서 해상 원자력을 이용하는 것은 큰 리스크가 있다.
이 글 내용 중 상당 부분이 중국의 검색 엔진 바이두를 참조한 것인데 바이두는 이 환경 리스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지적을 하고 있다. (海上核电站_百度百科 (baidu.com))
"온배수 배출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합리적으로 제어하기 위하여, 해상 부유식 원자력발전소 해역의 생태 군락 구조 특징에 대하여 부지 부근 해양생물의 내온 특성 및 기타 열 영향 특성에 관한 특별 연구를 실시하여야 하며, 나아가 열 영향 연구 데이터를 이용하여 수역 건설 예정 수역의 수동력 특징을 종합하여 원자력 발전소의 온배수 혼합지역 범위, 혼합지역 변위 온도 상승 한계치 및 배출구 극단적 고온치 등을 논증하여 정립해야 한다."
이 환경 조사 결과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중국은 14차 5개년 계획 속에 핵발전 부분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加快西南水电基地建设,安全稳妥推动沿海核电建设,建设一批多能互补的清洁能源基地,非化石能源占能源消费总量比重提高到20%左右。"
"서남부 수력 발전 건설을 서두르고,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바다 연안의 핵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며, 다기능 클린 에너지 기지를 수 개 건설하고, 비화석 에너지가 에너지 소비 총량의 20% 정도까지 다다르게 한다."
그런데 실제 중국의 에너지 구성 비율을 보면 의외로 비화석 에너지 중에 수력 발전 비중이 가장 크다. 산샤 댐의 영향일 수도 있다. 그리고 금년에 바이허탄(白鹤滩) 댐이 발전을 7월 1일 중국 공산당 창당 백주년을 기념해 발전을 시작할 텐데 세계에서 가장 큰 용량의 수력 발전소이다. 중국은 이 바이허탄 댐 건설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장강 유역에 수리 토목 건설은 하지 않을 계획이다.
실제 수력 발전은 바이허 탄을 제외하면 당분간 증가하지 않을 것이고 풍력 발전이나 태양광 발전은 투자가 대폭 늘어나겠지만 그 증가 속도는 낮다. 그래서 쩡밍광(郑明光) 상하이 원자력공학 연구설계원(上海核工程研究设计院) 원장 같은 이는
"소형 원자로는 앞으로 원전이 발전하는 방향이 될 것이다. 그중에서도 해상 변동로, 원자력 발전 플랫폼은 해안선이 긴 중국에 대해 시장 전망이 밝다는 점에서 해양경제 발전을 뒷받침할 것이다."
라고 했을 것이며 주한차오(朱涵超) 중국 선박 중공업 그룹 제719연구소 부총공사도 발해의 환경조건을 충족시키는 '플로팅 방식'과 남중국해의 환경조건을 충족시키는 '잠수식' 해양 원자력 플랫폼의 전반적인 설계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미 2016년 착수한 중국 광허 그룹(中国广核集团)의 해상 원자력 플랫폼이 3년 이내에 완성된다고 한다. 이 원자로는 해양 사용자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분산형 해양종합에너지 시스템이다.(中国第一座海上核电站开工 可为海岛供电|核电站|海上_新浪科技_新浪网 (sina.com.cn)) 구제적으로 14차 5개년 계획에서는 화룽1호(华龙一号) 원전, 궈허 1호(国和一号) 원전과 함께 연안에 3개의 원전을 건설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모듈 방식의 소형화, 60만 kW급 해상 부유식 원전의 현대화를 추진한다고 했으니 중국이 이번 5개년 동안 부유식 해상 원전을 건설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未来五年内陆核电仍难破冰,核能综合利用写入 “十四五”规划 (baidu.com))
해상 원전은 전력망이 없고 인적이 드문 곳에는 적격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남극과 북극의 석유 또는 가스전 개발 같은 경우다. 아니면 대형 전력망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아도 되는 변두리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고 에너지 집약적인 해수 담수화에도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구조적 물 부족 지역으로 가장 사활이 걸린 지역인 중동 같은 곳은 이런 해상 원전이 답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키리엔코 러시아 연방 원자력기구 책임자는 "절대 안전할 것"이라며 심지어 "외국 고객, 특히 개발도상국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러시아나 중국이야 걱정할 것 없다고 하겠지만 이렇게 중국이 저벅저벅 해상 원자력을 개발해 나가는 것에 우리는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바다를 떠다니는 핵발전소라니 대형 재난이 될 가능성이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바이두조차 환경운동가들이 이런 떠다니는 원전이 체르노빌 같은 폭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한다. 게다가 남중국해를 겨냥한 "잠수식 핵발전소"까지 구상하고 있으니 이는 미중이 충돌할 경우 곧바로 목표가 되거나 자칫 오폭을 당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가 중국의 해상 핵발전소를 주의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과연 우리에게 대책은 가능할 것인가? 아니 우선 문제를 인식하고는 있는 것일까? 필자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