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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May 25. 2021

디지털 위안 뒤의 중국 국가 전략

청스(程实) 중국 공상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가오신홍(高欣弘) 공상은행 마크로 이코노미스트 등 두 사람이 최근 Financial Times에 디지털 위안에 관한 글을 기고하였다.(数字人民币的破与立 - FT中文网 (ftchinese.com)) 이 두 사람은 디지털 화폐에 대하여 많은 글을 기고하고 있고 실제 디지털 위안화의 진행을 중국의 은행 입장에서 모니터링하고 있어 우리에게 보다 시사점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청스(程实) 중국 공상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이들은 우선 5월에 알리바바의 AliPay에 디지털 위안이 결제 수단의 하나로 등장한 사실을 적시하였다. 현재 모든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것은 아니고 일부 사용자에 국한된 것이지만 어쨌든 중국 최대의 PG(Payment Gateway, 제삼자 지불) 서비스인 AliPay에 디지털 위안화가 탐재된 것은 상징성이 큰 일이다. 그리고 디지털 위안화는 현재 6대 은행이 발행하고 있는데 우리에게는 낯선 왕상은행(网商银行)도 선택 가능한 디지털 위안화로 탑재되어 있다. 이 왕상은행은 다름 아닌 Ant Group의 주주들에게 허용해준 클라우드 기반의 은행이다. 오프라인에는 점포가 없지만 인터넷 세상에서 은행을 운영하게 해 준 것으로 우리나라의 카카오 은행 같은 개념이다.

중국 당국에 의하여 PG 서비스로 받은 자금을 은행에 맡기며 거액의 이자를 취해온 알리바바와 텐센트에게 더 이상 고객의 돈을 맡기면서 은행의 이자를 가져갈 수 업도록 중국 당국은 입법을 했었고 이들 거대 PG 업체들에게는 일종의 보상으로 은행업을 온라인에 한해서 허가를 해 주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왕상은행이다. 


iResearch에 따르면 2020년 4사 분기 중국의 PG 시장 규모는 71.2조 위안이었다고 한다. 한화로는 약 1경 2445조 원에 달하는 규모이다. 그리고 알리바바와 텐센트 그룹의 시장 점유율이 93.8%이다. 이 두 민간 기업이 이렇게 큰 규모의 자금을 통제하게 되면서 생기는 문제를 이들은 세 가지를 제시하였다.

(2017년 조치 이전까지) 이들 기업들이 자금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아무도 알 수 없는 블랙박스라는 점

사용자의 돈인 대량의 지불 자금을 체류하게 하면서 대규모 이자 이익을 취한 점

허용된 영업 범위를 초과하여 다수의 은행 계좌를 이용하여 사실 상 은행 간 거래나 정산 기능 등을 수행한 점


중국 정부는 이들 민간 기업의 영향도를 우려하여 2017년에 규제를 실시하였다. 우선적으로 PG 서비스 기록 남겨 추후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고 지불 준비금 비율을 점진적으로 증가하여 2019년에는 1월 14일 100%에 도달하도록 한 바 있다. 이들은 이 2017년의 조치를 제삼자 결제 기관의 잠재적 위험에 대한 규제의 사후 대응으로 규정하고 디지털 위안은 더 높은 차원, 더 큰 이니셔티브를 의미한다고 본다. 표현은 에둘러하고 있지만 이 말의 의미는 간단하다. 이제까지 중국의 소비자 거래 데이터의 거의 전부를 두 개의 민간 기업이 소유하고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그 아성이 디지털 위안으로 인하여 해체될 것이라는 의미다. 이것이 디지털 위안의 1차적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현재 글로벌 결제 시장에서 2%에 불과한 점유율을 보이는 위안화의 국제 결제 비중을 디지털 위안이라는 수단을 통하여 제고하려 하는 것이 또 다른 목적이라고 한다. 이 "위안화의 국제화"라는 말은 전 인민은행장이며 디지털 위안의 창시자인 저우샤오촨(周小川)의 주장하는 말이기도 하다. 

세 번째로 디지털 위안은 총량에서 구조로 가는 정확한 제어 도구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 말을 요즘 중국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금융 서비스는 실물 경제로"라는 정책과 연계하여 설명하고 있다. 즉 총량으로서의 화폐들이 어느 정도, 얼마나 빨리, 어떤 과정을 거쳐서 실물 경제로 투입되고 있는가를 측정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며 당연한 일이지만 현상이 측정되면 이에 대한 피드백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민간 시장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정부 재정 흐름도 거론하고 있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은행 계좌 시스템을 통해 모든 수준의 정부에 재정 보조금이 지급되고 지방 정부는 구제 금융 기업과 사람들에게 자금을 할당했지만 지방 정부가 지연되거나 자금 조달 효율성이 낮고 자금 사용 편차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위안으로 정부 자금을 제공하게 되면 각 지방 정부에서 어떻게 이 돈을 사용했는지 중앙에서 시시콜콜 다 알게 된다. 그야말로 중국적 환경에서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사례로 생각된다.  


아무튼 원래부터 계획 경제적 요소가 강하고 정부 통제가 강력한 중국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도입한다면  통화 발행의 전체 프로세스를 완벽하게 모니터링하고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해 통화 정책 및 재정 정책 수립에 대한 정량적 참조를 제공할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들은 AliPay의 보급률이 65%인 점을 감안하여 디지털 위안화가 향후 10년 내에 70%의 보급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IMF도 유사한 견해인 모양이다.(아래 표 참조)

하지만 중국 당국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디지털 위안으로 현재의 통화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익명 사용 한도를 1만 위안, 실명 한도는 50만 위안으로 설정하여 사용하게 하고 실명이라 하더라도 더 많은 액수를 사용하려면 추가적인 등록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은 70%의 보급률에 1 인당 평균 2천 위안 정도의 디지털 화폐를 보유한다는 가정으로 2030년에 디지털 위안화 총 발행 규모를 2조 위안을 넘는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체 통화의 약 6% 수준이라고 한다. 하지만 거래를 기준으로 볼 때 연간 지불액으로는 20조 달러를 초과할 수 있고 전체 사회 소비의 20%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이들은 글의 말미를 디지털 위안화의 장점과 기대 효과를 소개하며 마무리 짓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별로 중요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필자는 그보다 이러한 디지털 위안화와 PG 서비스 간의 대립 관계라는 시각에서 최근 중국 당국이 어째서 중국의 플랫폼 기업들에 대해서 압박하고 있는지에 대해 연관 지어 설명해보고자 한다.


중국은 원래부터 인터넷 경제, 플랫폼 경제에 대해 국가적 차원에서 장려하고 있다.  2020년 1분기 중국 전체 GDP는 사상 최대의 하락폭(-6.8%)을 기록했지만, 디지털 분야의 실적은 양호하다.(중국, 코로나 19 이후 경제 디지털 전환 속도 빨라져 (hellot.net)) 그리고 2020년부터는 기존의 인터넷 산업 전략에 "데이터"라는 축을 하나 더 추가하여 근본적인 변신을 도모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2020년 4월에 <요소 시장화 배치 체제 메커니즘 구축에 관한 의견>을 발표하며 데이터를 새로운 新생산요소로 확립하였다.(중국 디지털 경제의 현주소 - 현장·인터뷰 - KOTRA 해외시장뉴스) 이를 반영한 것이 소위 디지털 경제 4화(化) 구조이다. 간단히 요약하면 디지털 경제의 기술과 수단이 되는 디지털 산업화, 이 기술과 수단을 접목하고 활용하는 산업 디지털화, 정부를 포함한 공공 영역에 적용하는 디지털화 거버넌스의 디지털 경제 3화에 데이터를 생성하고 공유하며 응용하는 데이터 가치화를 말한다.


중국 정부도 처음에는 알리바바나 텐센트가 보유한 거대 데이터를 지원받아 응용하려는 생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그런 목적으로 국영 기업을 설립하고 데이터 요청을 하니 알리바바나 텐센트 등은 모두 데이터 협조를 거절하였다. 결국 중국 지도부는 민간 기업이 국가보다 더 큰 데이터, 더 상세한 데이터, 더 정확한 데이터, 그리고 거기에 빅데이터나 AI를 응용하면서 중국 지도부보다도 더 정확하게 사회의 추세와 동향을 예상하고 사업 기회를 선점해 가는 것을 용인할 수 없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중국 당국은 이들 플랫폼 대기업들에게 데이터 개방을 요구하였다. 사실 이 정책은 2020년도에 이미 제시되었고 14차 5개년 계획에도 적시되었으며 통상 5개년 계획의 수립 프로세스 자체가 2년 이상이 걸리는 중기 프로세스이기 때문에 알리바바나 텐센트 같은 해당 기업이 몰랐다면 말이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플랫폼 기업은 데이터 요소 제공이나 실물 경제 지원이나 기타 내 순환 경제 정책에 대해 협조적이지 않았고 심지어 마윈 같은 인물은 공개적으로 이러한 정책을 비난하였다. 


그 결과는 우리 모두가 다 알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 미디어가 인식하는 태도는 독점적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 지도부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민간 기업가를 압박하고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보는 인상이 짙다. 그것은 틀린 시각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 한국 사회의 시점에서 왜곡된 모습이라는 점도 사실일 것이다. 중국 지도부 시각에서는 아마도 중국 전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데이터라는 것은 중국 공산당 만이 소유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고 그외 외국이나 심지어 국내 민간이라하더라도 보거나 가져서는 안되는 것이 아닐까.


중국 지도부가 알리바바나 마윈에게 괘씸죄를 묻고 민간 기업 오너들에게 복종을 강조하는 것은 사실이겠으나 우리는 그 뒤에 숨어 있는 빅 픽처, 데이터 요소의 비중 있는 등장, 디지털 플랫폼을 미국에 대응하는 비상 공급망 체제로서 활용하고자 하는 전략, 빅 데이터를 일부 소수 대기업의 손에서 빼앗아서 중국 공산당 만의 전유물로 삼아 공산당 일당 전제 정치를 공고화하려고 하는 점, 동시에 디지털 경제를 내 순환 경제 및 국가 비상 동원 시스템으로 활용하려 하는 점, 그리고 디지털 위안화를 통하여 국가 전략대로 실물 경제로 돈이 돌아가는 체계를 만들어가려 하는 점 및 중앙의 지방 통제 수단이 대폭 강화되는 점 등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그 시사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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