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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Jun 01. 2021

중국 경제 상황 해독하기

중국의 경제 상황을 읽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주요 지표는 모두 좋은 방향을 가리키는 반면 특정 지표나 정보들은 모순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펜데믹에도 불구하고 예상과 달리 중국의 수출은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국내 지표도 상당히 양호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PMI는 지난 1년간 지속적으로 기준치 50%를 상회하는 숫자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경기 호조는 팬데믹 상황에서 중국의 수출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기인한 바 크다. 가구 소비가 팬데믹으로 얼어붙은 상황에서 수출이 활발해지면서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무역 수지 흑자가 계속 쌓이고 있다. 그리고 중국 정부가 금융 시장을 크게 개방하면서 서방의 금융 기관들이 중국 시장에 대규모 자본을 동반하여 진입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외환 보유고는 크게 증가해야 할 터이다.

중국 무역 수지

니케이는 실제 자금이 중국 내로 대량 유입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니케이에 따르면 1사 분기 5901억 달러의 자금 유입과 5016억 달러의 유출로 885억 달러의 순 유입이 있었다. 그리고 중국이 발행하는 채권에 대한 외국의 투자가 많고 FTSE Russell의 지표에 중국이 포함되면 향후 13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유입될 것도 전하고 있다.

https://cn.nikkei.com/china/cfinancial/44822-2021-05-25-05-00-30.html/?n_cid=NKCHA014

그러나 니케이의 이러한 보도는 중국 금융 당국이 하는 말 그대로를 곧이곧대로 전한 것이다. 중화권에서는 중국 당국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중국의 외환 보유고의 변화는 무엇인가 의문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고 그 주 이유는 외환 보유고가 상응하는 증가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중국의 외환은 경상 계정에서는 유입이 늘고 있지만 자본 계정에서는 유출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니케이는 이를 위안화 절하를 예상한 중국 기업들의 해외 법인 설립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는데 이는 아마도 중국 금융 당국의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무튼 종합해 보면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이 중국의 외화 보유고는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게다가 중국 거대 기업들이 파산을 하고 외화 채권을 갚지 못하도 디폴트를 선언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외화 부채를 과거처럼 지원하지 않고 있다. 

중국 외환 보유고

그리고 금년에 예정된 사상 최대의 대형 부동산 기업들의 부채 상환이 제대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이러한 모든 신호들은 결국 중국이 사실은 보유하고 있는 외화가 별로 없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홍콩의 Neil Newman은 SCMP에 기고한 글에서 이러한 의심을 공개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https://www.scmp.com/week-asia/opinion/article/3135198/china-heading-economic-perfect-storm

그런가 하면 일각에서는 중국의 자산 해외 반출을 의심하고 있다. 이는 2016년 경 과거 1조 달러에 달하는 달러의 유출이 있었던 상황을 되돌아보게 한다는 것이다. 당시 시진핑 정부가 이로 인해 얼마나 큰 고생을 했는지는 필자가 이미 "쩐의 전쟁"에서 상세하게 설명한 바 있다.

과거 10년 중국 외환 보유고

당시 외화 반출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결론을 낼 만한 논증은 없었다. 다만 그 많은 가능성 중 하나로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이 당시 대규모의 수출 증가가 있었지만 상응하는 외화의 중국 내 유입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수출 대금을 해외에 파킹 한 것이 아니냐는 추정이 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2016년 당시 보유고가 급히 하락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현재 중국이 보이고 있는 수출의 호조, 그러나 증가하지 않고 있는 외환 보유고가 의미하는 것이 바로 수출 대금이 중국 내로 들어와 위안화로 전환되지 않고 해외 법인이나 계좌에 파킹 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홍콩의 이코노미스트 쑨샤오지(孫驍驥)가 의혹을 제기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일부에서는 해외 법인에 발주를 하고 선금을 지불하는 형식으로 해외로 자금을 보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는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이 2016년 경상 수지 흑자는 치솟는데 Non-Gold reserve가 푹 떨어진 현상을 그 논거로 제시하고 있다.


필자에게 외환 보유고에 관한 확고한 판단을 할 수 있을 만한 정보는 없다. 다만 외환 관련하여 중국 정부가 최근 취한 큰 조치를 해석해 추측을 해본다면 최근 중국 당국이 위안화의 강세를 조성한 것을 들 수 있다. 사실 위안화의 원래 가치가 현재 보다 높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중국이 고의적으로 시장에 개입하여 위안화의 가치를 낮추고 있다고 보며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위협을 한 것이 바로 그 맥락이다. 중국 당국은 현재 외환을 시장 메커니즘에 맡긴다는 발언을 하며 위안화의 강세를 조성하고 있는데 이것은 해외에 파킹 된 이러한 외화를 국내로 불러들이려는 의도일 수 있다. 실제 상당 수의 중국 기업들은 중국 당국의 번잡한 외환 통제를 피하여 홍콩 같은 곳에 형식 상의 법인을 세우거나 계좌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홍콩 계좌에 계속 예치하는 것이 손해가 된다면 중국 내로 가지고 올 가능성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위안화 강세에 배팅하지 말라는 말도 하고 있어서 이러한 조치가 잠정적인 것이며 언제 다시 위안화 약세로 돌아설지 알 수 없는 아리송한 조건을 조성하고 있기도 하다. 이를 "기간 한정 특별 기간"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으로 해외 계좌에 외화를 예금하고 있다면 이런 모순된 메시지는 더욱 자금을 해외에 파킹 하도록 만들 뿐이다. 이런 자금은 결국은 비정상적으로 처리될 수밖에 없고 그 규모는 중국의 외환 보유고 그래프에 "오차"라는 항목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 "오차"는 지난 1년간 상당한 규모로 지속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2016년 당시에는 중국에서 홍콩과 보색 거래가 급증했었다고 한다. 정가가 형성되기 어렵고 고가인 보석의 특성상 보석을 이용한 편법 거래가 횡행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번 미중 무역 전쟁 당시에도 이런 움직임이 있었지만 이미 한번 겪은 중국 당국이 신속하게 보석 거래를 통제했다. 그리고 무었보다도 이제는 홍콩이 완전히 중국의 통제 하에 있기 때문에 더 이상 홍콩을 통한 이런 거래를 하여 리스크를 안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최근 가장 많이 활용되었던 수단이라고 여겨지는 것이 암호화폐이다. 시진핑 그룹은 지난 2년간 전국의 상하이방 소탕을 진행했는데 이제는 거의 막바지에 온 것으로 보인다. 수십 년간 축재를 해온 이들 그룹의 사람들은 어떤 방법이든 자산을 해외로 빼돌려서 탈중국을 했거나 하고 있을 터이다. 그리고 그 수단으로 가장 활용되고 있는 것이 바로 암호 화폐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 당국이 이제 암호 화폐에 대한 조치를 한발 두발 진행하는 것은 바로 도망갈 길을 열어 두고 압박하여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전형적인 중국식 일처리로 생각된다.


암호 화폐마저 이제 봉쇄되고 있는 지금 외환에 있어 그나마 융통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자유 무역구이다. 하지만 자유 무역구는 일반 개인이나 중소기업이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이 못된다. 대기업과 외국의 자본이 결합해야 하거니와 허가를 받는 과정이 길고 복잡해서 한정된 수의 대기업들이 정권의 지원을 얻고 해당 지역에 법인을 설립하는 형태이다. 일단 설립하면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외화를 보내고 받을 수가 있다. 하지만 권력을 향유하는 자의 방법이지 권력에게 배척받는 사람들이 이용하기는 어렵다. 


아무튼 중국의 외화로 다시 돌아가서 살펴보면 니케이의 보도대로 중국이 최근 대규모 국채 발행에 성공하기도 했고 금융 시장 개방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대규모 자금을 가지고 중국에 진입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중국이 단기적인 외화 부족이 올 것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친 추측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중국 기업들이 해외 계좌에 외화를 보유하고 있다면 어차피 자재 수입 시에 이 자금을 사용할 것이기에 필자는 쑨샤오지(孫驍驥)의 추청은 부분적으로는 맞을 수 있겠지만 전반적인 추세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본다.


그보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필자도 중국 당국의 이러한 위안화 강세 유도 조치는 각종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올라가고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여 중국 수입 물가 가격이 지나치게 오르고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그 근본 원인을 미 달라 화의 약세에서 찾는 분석이 많다. 바이든 행정부는 펜데믹을 돌파하기 위하여 역대 최대 수준의 통화를 공급하고 있고 이는 달러 지수의 하락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달러의 약세는 당연히 국제 주요 상품의 달러 표시 가격의 상승을 가져온다. 그리고 이는 대량으로 에너지와 주요 원자재를 수입하는 중국으로서는 부담의 증가로 이어진다. 당연히 중국 내 원자재 가격은 이에 따라 상승하게 되고 전반적인 중국 내수 시장의 가격 상승과 함께 해외 수출 경쟁력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https://news.cnstock.com/news,bwkx-202104-4685651.htm

더구나 세계 최대의 원자재 및 에너지 수입 국가인 중국은 당연히 이러한 원자재 국제 가격 상승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 주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며 가파르게 기울기가 올라가자 중국 정부는 주요 원자재 기업들과 좌담회를 가지고 당분간 가격 상승을 억제할 것을 주문하였다. 대부분의 원자재 수입 업체는 국유 기업들이기 때문에 이러한 당국의 조치는 적어도 일정 기간 동안은 유효할 것이다. 하지만 기간이 장기화되면 결국은 원자재 가격은 또다시 상승할 수밖에 없다. 


현재 중국의 수출 기업은 상당 기간 호경기여서 사실 얼마간의 원자재 가격 상승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대다수를 차지하는 내수 기업, 그리고 팬데믹으로 너무나도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좌측의 최근으로 오면서 PMI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반면 CPI는 증가하지 않고 있다.

실제 중국의 물가 변화는 에너지 등 대규모 수입 자원에 의한 것이며 일반 가구 소비를 중심으로 보았을 때에는 물가 상승이 높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면 이러한 가구 물가가 상승하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반면 가구 소비는 좀처럼 늘지 않고 있었다. 이는 소비가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식품 물가와 같이 필수재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고 인민들의 생활이 더욱 곤란해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은 약해진 소비로 인해 판매 가격을 올리기가 어렵고 반면 원자재 가격은 상승하고 있어 매우 어려운 처지에 빠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중국의 내수 기업들의 상당수가 지금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제 중국이 취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틈만 나면 자산의 해외 유출이 일어나기 때문에 외화의 자유로운 이동은 막아야 하고, 위안화의 환율을 시장에 맡기면 경제 정책 운영의 기본 수단을 상실하게 되며, 위안화의 강세가 되면 수출 경쟁력에 문제가 생기고, 위안화가 약세가 되면 내수 물가 상승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중국 당국이 중국은 실체 경제를 큰 국가적 가치 중의 하나로 부각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즉 중국 지도부는 경제를 실체 경제와 허상 경제로 나누어 보고 있는 것이다. 허상 경제는 경제적 생산을 가져오지 않는 기초 상의 경제를 말한다. 서비스나 문화 상품, 버추얼 상품도 모두 실체 경제의 범주에 들어가지만 금융은 실체 경제에 들어가지 않는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현재 전 세계가 펜데믹에 대응하여 통화를 완화 또는 팽창하고 있는 데 이 돈들은 거의 대부분이 실체 경제가 아닌 허상의 경제에 투입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시중에 돈은 충분히 풀려 있으므로 이 돈이 실체 경제로 투입되도록 유도할 수 있다면 위안화의 통화 완화 없이 실체 경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자금이 원활히 조달되면 경기가 좋아지고 내수가 일어날 것을 기대할 수 있다. 내수가 증가하면 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수출 의존도가 줄어든다. 위안화는 강세를 보일 것이고 원자재 가격 상승도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다. 그러면 내 순환 위주의 쌍순환 경제의 모습을 보일 수 있다 라는 시나리오일 것이다. 


그러면 실체 경제 쪽으로 돈을 보내는 구체적인 정책 수단과 방법은 무엇일까?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허상 경제에 해당이 되는 부동산과 금융 상품에 대해서는 규제를 강화하고 실체 경제에 해당이 되는 산업에는 규제를 풀고 지원을 강화하는 방법이다. 이 시각에서 볼 때 중국 당국이 부동산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규제를 강화해 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또 이 정책이 장기간 지속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금융 상품에 대해서도 규제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 앤트 그룹이나 텐센트 등 플랫폼 기업들의 금융 서비스 상품에 대해 중국 당국이 규제를 강화하는 것을 단지 마윈이 상하이에서 정부 정책을 비난했기 때문이라던가 공산당이기 때문에 민간 기업인들을 괴롭힌다든가 하는 시각은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는 평가라고 하겠다. 관건은 과연 실체 경제로 자금이 흘러들어 갈 것인가이다. 그것이야 말로 중국의 14차 5개년의 성패, 나아가서 미중 경쟁의 성패를 좌우할 것 같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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