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철 Oct 12. 2021

중국 기업과 정부 부채

중국 경제의 주체인 가구, 기업, 정부 모두 과도한 부채를 껴안고 있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정설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이러한 과도한 부채로 인하여 중국 경제가 붕괴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돌아다녔다. 그러나 30년이 지나도록 아직 중국 경제는 붕괴하지 않았다. 왜일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중국 경제의 3두 마차라고 불리는 수출, 투자, 그리고 소비가 여러 측면에서 지지를 해주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수출이 전력 난으로 한계에 부딪히고 투자가 재정 난으로 한계에 부딪히고 장기화하는 팬데믹의 영향으로 소비 또한 한계에 부딪히면서 바야흐로 중국에 경제 위기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필자는 이미 수출에 지장이 발생할 것 같다는 글을 올렸고, 이어서 부동산 난맥상에 대한 글도 올렸다. 그리고 소비가 부진하다는 내용은 지난 수개월간 전달해 왔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중국의 기업과 정부의 부채에 대해서 다루려고 한다.


먼저 중국의 기업 부채에 대해서 알아보자. 중국의 기업 부채가 과다하다는 말도 이전부터 많았고 특히 최근에는 헝다(Evergrande)의 도산이 우려되고 있어 관심들이 많아 보인다. 우선 특기할 만한 사항은 중국 정부가 금년 초에 2021년도 기업 채권 원리금 상환 리스크 조사 및 감독관리 공작에 대한 통지 (国家发展改革委办公厅关于开展2021年度企业债券本息兑付风险排查和存续期监管有关工作的通知_其他_中国政府网 (www.gov.cn))라는 것을 발표하고 기업의 채권 상태를 조사했다는 것이다.


https://brunch.co.kr/@chulrhee/532


물론 그 결과는 공포되지 않았다. 내용이 무엇이든 지금 시점에서 공개되면 중국 정부에게 유리할 것이 없었으리라. 


현재 중국에서 공개되어 돌아다니고 있는 자료 중에 외국계 금융 회사에서 내놓은 자료를 보면 중국의 기업 부채는 2017년 이루 급속하게 증가해 왔다. S&P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중국의 기업 부채는 2020년 대비해서 소폭 증가하였다. 이것은 대규모 융자를 끌어 쓰는 부동산 기업들의 부채 비율에 대한 제한을 가한 이후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기업 부채의 증가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디폴트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주요 원인 중의 하나이다. 아래 그림을 보면 기업 부채 디폴트 규모가 선형이라기보다는 미세하기는 하지만 지수 형태로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과거에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국유 기업의 디폴트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칭화유니와 베이다팡정의 디폴트는 중국의 대표적 민족 기업이며 중국 정부의 국가 전략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국유 기업이라는 점에서 그 영향이 남달랐다.

사실 이번 헝다의 사례를 볼 때 중국 정부의 선행적인 조치가 없었다면 어쩌면 이미 기업 도산의 도미노가 벌써 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중국 정부가 그렇게 소리 높여 주장하던 "금융의 시스템 성 위기"가 이렇게 오늘 우리의 눈앞에 와 있지 않은가 말이다.

금융 위기 예방 정책을 강조하는 정부 지도자들을 현장에서 비난한 마윈, 분수를 모르고 자신을 과대평가한 사례이다


그런데 이렇게 난항 중인 중국의 경제를 살린 것은 다름 아닌 수출 호조였다. 미중 무역 전쟁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수입을 조절하여 무역 수지를 맞추어 내었고 팬데믹이 일어나자 글로벌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서 오히려 상대적으로 공급망이 안정적인 중국으로 오더가 밀려왔다. 그 결과 중국은 수출 호조와 외화 획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수출 기업에 한정된 이야기이다. 내수 기업들은 팬데믹으로 고통받고 있고 특히 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 아래 그림은 중국 정부가 발표한 매월 기업 채권 액수 증감 추이이다. 2020년 2월 코로나 19 발생 직후 3, 4월에 채무가 급격히 상승한 것을 볼 수 있고 좌측의 2021년 8월까지 5월을 제외하면 매월 기업 채무가 증가 해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기업 채무 증가분은 10조 255억 위안으로 한화 약 1861조 5,348억이다. 그러니까 1년에 700~800조 정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가 나온 최종 월인 2021년 8월 상황을 보면 전체 사회 융자 규모 증가는 2.96조 위안(한화 약 538.47조)으로 동기 대비 6295억 위안이 감소했다. 기업 채무는 4341억 위안이 증가하여 동기 대비 682억 위안이 증가하였다. 그러므로 우리는 중국의 기업 채무가 줄곧 증가해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만일 부동산 개발 기업에 대한 3개 레드 라인 정책이 없었다면 아마도 지금 데이터보다 훨씬 높은 채무 규모를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전체 사회 융자 규모의 변화 추이를 보면 역시 코로나 19 발생 당시인 2020년 3월 크게 증가한 것을 볼 수 있고 이어서 2021년 1월에 큰 증가를 보인 것을 볼 수 있다. 내외자를 나누어 보면 외자의 규모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도 않는다.  


이제 중국의 경제 발전의 원동력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 던져지고 있다. 첫째, 중국 노동 임금은 꾸준히 상승했고(2000년대에 비해 2010년대 평균 임금은 약 5~6배 인상됨) 글로벌 경쟁력은 더 이상 보장할 수 없다. 또한 새로운 상품들은 보다 더 복잡하고 값비싸 경쟁의 방식이 바뀌고 있다. 즉 과거의 연장선 상에서 더 이상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찾기가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다.

https://iz.ru/1233017/dmitrii-migunov/nedvizhimaia-ekonomika-chem-opasen-krizis-rynka-zhilia-v-kitae


이에 대응하여 중국은 기술 개발, 디지털 경제, 창신 경제, 농업 경제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성공 여부에 대한 전망은 현재로서는 확신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미국이 중국에 대한 전면적인 기술 억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가구의 채무도 증가 일로이다. 중국의 GDP 대비 가구 부채의 추이를 보면 GDP가 매년 10% 를 넘나드는 고성장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GDP 대비 가구 부채 비율은 높아만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가구 부채의 주원인은 부동산이다.

중국의 끝없는 부동산 가격 상승은 사람들로 하여금 가용한 모든 자원을 동원하여 가장 고가, 가장 고급의 주택을 구매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역시 부동산 가격 상승이라는 환경 하에서 은행 등 금융 기관들은 한때 주택 가격의 90% 이상, 지금은 60% 내외의 융자를 해주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한 중국 가구 부채는 증가 일로를 걷게 되어 있다. 구조적 문제인 것이다.


중국 당국은 이렇게 증가일로를 걷고 있는 민간 부채를 억제하기 위하여 부동산 담보 대출에 대한 제한을 가했다. 그리고 중국의 부동산은 이제 하락 곡선을 보이고 있다. 거시적으로는 인구 절벽에 맞닥 드렸고 이미 3,4선 도시들의 부동산 가격은 하락을 보인 지 오래이며 금년 상반기까지 급등하던 1선 도시 부동산 가격도 이제 하락하고 있다. 일단 부동산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앞서의 선순환 효과는 없어지고 하락한 부동산 자산 가치는 부동산 담보 대출 한도를 내려가게 하고 따라서 추가 담보나 대출 상환을 요구하게 된다. 소위 리반 브라더스형 부동산 버블 붕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주먹구구이지만 어쨌든 헝다 사태를 포함하여 이번 중국 부동산 산업에서 발생하는 채권 손실이 100조~300조에 달할 수 있음을 적시하였다. 

https://brunch.co.kr/@chulrhee/713


결국 대량 실업으로 고통받고 있는 국민들은 다시 부동산으로 인하여 고통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은 모두 가구 부채의 상승으로 귀결이 된다. 중국 당국은 정확한 실업률을 공개하지 않고, 정확한 가구 부채도 공개하지 않고, 정확한 기업 부채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모든 시장의 신호는 가구 부채가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음을 가리키고 있다.



이제 정부 부채를 이야기해 보자. 텐센트가 지난 10월 5일 86개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2020년 중국 85개 도시의 부채 비율이 100%를 넘어섰고, 75개 도시의 부채 비율은 2019년의 2배가 되었다. 부채 비율 상위 10개 도시는 부채율이 500%를 넘는다. 구이양, 하얼빈, 쿤밍, 시안, 난닝, 톈진, 우한, 창춘, 충칭, 란저우 등인데 가장 부채율이 높은 구이양의 부채 비율은 929%에 달한다. 1선 도시 중 광저우는 2020년 부채 비율이 가장 높아 200%를 초과했으며 선전은 부채 비율이 20% 미만으로 가장 낮고 베이징은 200% 이상으로 10배 이상이다. 상하이의 부채비율은 122%였다. 국제적으로 이러한 도시 부채율의 적정 구간은 90%~150%이다.

https://www.rfi.fr/cn/%E4%B8%AD%E5%9B%BD/20211005-%E4%B8%AD%E5%9B%BD%E5%87%BA%E5%8F%B0-%E5%9F%8E%E5%B8%82%E8%B4%9F%E5%80%BA%E7%8E%87%E6%8E%92%E8%A1%8C%E6%A6%9C-%E8%B4%B5%E9%98%B3%E5%B8%82%E5%80%BA%E5%8A%A1%E7%8E%87%E9%AB%98%E8%BE%BE929


중국 정부가 발표한 2021년도 상반기 중국 각 성시 재정 수입 부족 현상을 보면 상하이 단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재정 수지 적자 상태에 들어가 있다. 허난 같은 경우를 보면 3500억 위안, 한화 약 65조가 부족하다. 지방 정부의 이러한 재정 적자는 중앙 정부에서 지원해 주어야 하나 작년부터 중앙 정부 또한 적자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상태는 지방 정부의 재정 문제에 대하여 연명을 하기 위한 지원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문제의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지방 정부 재원의 부족은 지금까지 중국 경제의 3두 마차 중의 하나, 투자에 영향을 끼친다. 경제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인프라 등 각종 투자를 정부가 해야만 하는데 이는 다시 정부 재정의 악화를 가져오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반중 유튜버 왕젠(王剑)은 중국 지방 정부의 채무 규모를 다음과 같이 추정하고 있다. 공개 데이터에서 지목하고 있는 채무 합계는 26조 위안, 기타 각 금융 수단을 통하여 사실 상 융자를 받은 금액까지 합하면 대략 50조 위안 정도라고 한다. 여기에 지방 정부의 숨겨진 채무에 대하여 시난차이징(西南财经)의  2019년도 보도를 인용하여 65조 위안이라고 하였다. 그렇게 되면 중국 지방 정부 채무의 총합계는 115조 위안, 한화 약 2경 1,353조 원 정도이다. 그리고 이 채무는 앞서 보였듯이 늘어만 갈 것으로 보인다.

https://youtu.be/UiN1vPQgFmo

허난 성 정부는 산하 각 현의 재정 문제에 대하여 재정 독립 현을 늘리는 조치를 취했다. 소위 성 및 현 재정 체제 개혁 방안의 심화에 관한 통지를 내려 현재 24개인 재정 직접 관리 현을 2022년 1월 1일부로 102개 현 또는 시로 늘린 것이다. 허난 성은 약 2, 3년 전에 시진핑 그룹 측근들이 장악하는 데 성공한 지방 정부이다. 그리고 이번 정저우 홍수 사태로 리커창 그룹과의 갈등이 있었는데 결과는 시 파벌이 아닌 부시장 하나를 처벌하는 정도로 끝나고 지도부는 온전하게 살아남았다. 그러므로 허난 성 정부는 위에 빚을 진 것이고 이번에 중앙의 고통을 덜어 주는 인기 없는 정책을 먼저 나서서 시행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요는 성 정부가 산하 시 및 현 정부에게 너희 재정은 너희가 알아서 하라고 떠 넘긴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여기에는 최근 리커창 국무원이 예산을 과거와 같이 성정부로 하달해서 성정부로 하여금 현 및 시에 다시 예산을 분배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이 성정부를 건너뛰고 직접 현 및 시 정부에 예산을 하달하고 있는 것에 대한 반발일 수도 있다.


중국 전체의 채무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2019년 1월 1일부터 2021년 8월까지의 사회 융자 증가분 합계는 낼 수 있다. 중국 정부 통계표에서 합산을 해 보면 82조 3040억 위안이다. 3년이 안 되는 시간에 한화로 약 1경 52,82조 원 규모의 부채가 증가한 것이다. 그리고 대략 매년 5천 조 이상의 부채가 증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20년 중국 GDP가 14.72조 달러이다. 한화로 약 1경 7,605조 정도이다. 그러니까 GDP 규모의 35% 이상의 채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지방 정부의 채무가 2 경이 넘고 기업 채무는 매년 7~800조 정도가 증가하고 있다. 민간의 채무는 아예 제대로 정보도 나오지 않고 있다. 그리고 중국 정부는 금융의 시스템 성 위기를 강조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중국의 채무 상황이 위험한 수준에 와있다는 신호들이다. 유일한 긍정적 신호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중국 공산당이 현 상황을 잘 인지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중국의 채무 문제는 다시 본질적으로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 보유고 문제로 연결된다. 중국이 외환 보유고를 제대로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충분한 외화를 보유하며 게다가 보유고가 증가한다면 이 모든 위험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으로 내려질 것이다. 그러나 수출이 제동이 걸리거나, 지정학적인 원인 등으로 중국의 외환 보유고에 문제가 생기거나 한다면 곧바로 이러한 채권 규모는 실체로 발현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작금의 중국 경제를 볼 때 단순히 경제 측면만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