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돈이 문제인 것 같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 즉 Zero Tolerance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단 한 사람의 감염자가 나와도 해당 주거 단지를 봉쇄하고, 해당 지역을 봉쇄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도시 전체를 봉쇄하고 있다. 그리고 그 정도가 지나치니 않느냐는 여론이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코로나 발생 초기에 중국 정부의 강압적인 우한 폐쇄는 많은 쟁론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미국으로 건너간 코로나는 트럼프 정부의 안일한 대처로 국가적 혼란 상태에 이르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이 상황은 시진핑 주석과 중국 지도부에게 공산당 일당 전제 정치의 중국 체제가 민주 선거 정치의 미국 체제보다 우월하다는 증거로 활용되었다.
그 시점 이후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일관되게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팔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하는 이유를 이렇게 정치적 원인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조금씩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일들이 발생하여 필자는 여러 가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그 첫째는 중국의 백신의 효능에 대한 평가이다. 중국의 시노백이나 시노팜 등 주요 회사의 백신은 그간 그 효과가 의문시되어 왔다. 중국 내의 데이터는 이미 많은 기관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중국 백신에 대한 보고는 시간의 경과에 따라 조금씩 달라져 왔다. 중국은 자국의 백신들이 90%에 가까운 효과를 보인다고 이야기했지만 실제 백신을 공급받은 국가들에서의 평가는 그렇지 못했다.
그런데 2021년 3월 터키가 중국 시노백의 백신이 83.5%의 효과를 나타냈다고 중국 백신에 대한 우려를 일소하는 듯한 발표를 하였다. 이는 당초 중국이 이야기하던 것보다 낮은 비율이지만 브라질이 추정치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 브라질은 2021년 1월에 중국 백신의 효과가 50.4%에 불과하다고 발표했었다. (https://www.bbc.com/news/world-latin-america-55642648) 하지만 터키 국영 아나돌루는 앙카라의 명문 하케테페 대학의 3단계 실험 결과 100% 입원 예방 효과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터키는 2020년 9월부터 백신 실험을 진행해 왔으며, 초기 조사 결과 91.25%의 효능이 나타났다고 보건부가 12월 말 발표한 바 있었다.
2021년 6월에는 블룸버그가 두멜버른 머독 아동 연구소(he Murdoch Children’s Research Institute in Melbourne )의 피오나 러셀(Fiona Russell)과 브리즈번 퀸즐랜드 대학(the University of Queensland in Brisbane)의 폴 그리핀(Paul Griffin) 교수를 인터뷰 한 바에 따르면 시노백의 효과가 약 50%라는 것은 치료가 필요 없는 매우 가벼운 증상에 대한 효과이며 어느 정도 의학적인 개입이 필요한 감염의 경우 84% 효과, 보통에서 심각한 코로나 환자의 경우 100%라고 한다. 그러니까 시노백 백신을 맞은 그룹과 안 맞은 그룹을 서로 비교했을 때 맞은 그룹에서는 중증 환자가 전혀 나오지 않았고, 어느 정도 의학적 개입이 필요한 환자는 백신 안 맞은 그룹에 비해 16%가 나왔다는 것이며 치료가 필요 없는 경미한 환자는 안 맞은 그룹의 절반 정도가 나왔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러므로 시노백 백신이 효과가 없다 평가하는 것은 지나치게 낮은 평가일 수 있다. 중국은 mRNA 백신 기술이 없기 때문에 서방의 mRNA 백신을 도입하고 이에 대한 기술을 배우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https://www.rfi.fr/cn/%E4%B8%AD%E5%9B%BD/20210628-%E6%84%8F%E5%A4%A7%E5%88%A9%E6%80%BB%E7%90%86%E4%B8%BA%E4%BD%95%E5%85%AC%E5%BC%80%E8%B4%A8%E7%96%91%E4%B8%AD%E5%9B%BD%E7%96%AB%E8%8B%97%E6%95%88%E5%8A%9B
이렇게 연이은 보도가 나오면서 중국 백신 효과에 대한 평가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같은 6월 rfi 보도에 따르면 홍콩 대학이 중국 시노백 백신의 항체 수치는 화이자 백신의 1/9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화이자 백신을 맞은 63인의 평균 항체 수준은 269였으며 시노백을 맞은 30인은 27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Draghi 이탈리아 총리도 칠레를 예로 들며 중국 백신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코로나와 싸우던 의사들이 단체로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WSJ은 사망한 26명의 인도네시아 의사 중 최소 10명이 시노백 백신을 접종했으며 인도 의학 협회의 데이터를 인용하여 최소한 사망 의사 중 16명이 백신을 접종한 정황이 있다고 하였다. 즉 중국 백신을 접종한 의사 중 1/5 이상이 사망한 것이다. NYT는 최근 350여 명 의료 관계자들이 확진되었는데 이들은 모두 시노백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이라고 하였다. https://www.rfi.fr/cn/%E4%B8%AD%E5%9B%BD/20210628-%E6%84%8F%E5%A4%A7%E5%88%A9%E6%80%BB%E7%90%86%E4%B8%BA%E4%BD%95%E5%85%AC%E5%BC%80%E8%B4%A8%E7%96%91%E4%B8%AD%E5%9B%BD%E7%96%AB%E8%8B%97%E6%95%88%E5%8A%9B
울론 우리나라처럼 혐중 정서가 강한 국가에서는 중국 백신을 도입하지도 않았거니와 도입하더라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정서가 널리 퍼져있어 오히려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기피하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필자는 이 시점에서 어째서 중국 백신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지에 대해 검토해 보려 한다. 우선 중국 백신이 효과가 좋다 나쁘다의 어느 한쪽을 정하면 중국 백신을 평가한 나라들 중 어떤 나라는 거짓말을 한 것이 된다. 그러나 필자는 전 국민의 생명이 달린 이 일에 대해 그 어느 정부도 함부로 거짓말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약간의 과장은 있을 수 있겠으나 50%의 효과와 90%의 효과라는 차이는 있기 어렵다고 본다.
그래서 필자는 중국 백신 쪽이 불균일하다는 추정을 한다. 즉, 중국 백신들의 품질이 편차가 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중국 백신은 대부분 전통적인 백신 생산 방법, 달걀 같은 곳에서 바이러스를 배양하여 만든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바이러스가 유출될 가능성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일시에 대량으로 백신을 만들어야 되는 시노팜이나 시노백으로서는 자사의 생산능력이 부족했을 것이고 그렇기에 대규모의 하청을 주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러므로 급조된 하청 공장들에서 균질한 품질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 쪽이 큰 것이다. 게다가 각 지방 정부에서는 계약금만 주고 일단 백신을 가져다 사용했기 때문에 이들 공장까지 제대로 지불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수 있지 않았겠는가?
그 결과 품질이 좋은 백신을 받은 국가에서는 효과가 높게 나오고 품질이 엉망인 백신을 받은 국가에서는 효과가 낮게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계속 백신을 생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누구나 생각했을 것이다. 균질한 백신을 대량으로 생산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다음 둘째 이슈를 설명한다.
둘째는 중국이 mRNA 백신을 들여오려고 한다는 점이다. 중국의 백신 기술이 충분히 높은 수준이며 서방의 기술이나 제품은 필요하지 않다던 중국이 입장을 바꾼 것이다. 2021년 4월 당시 중국 CDC의 책임자였던 가오푸(高福)가 중국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의 효능이 "높지 않다"라고 간접적으로 시사했고, 중국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의 효능이 개선되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이는 중국 백신의 국제적 신뢰도를 높여온 중국 정부에서 보기 드문 일정이었다. 가오푸는 뒤늦게 자신의 발언의 취지는 중국 백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며 향후 의료 기술 발전을 위해 mRNA 기술을 중국이 배워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가오푸는 그 몇 달 후 경질되었다.
왜 가오푸는 mRNA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했을까? 그것은 mRNA 방식 백신의 생산은 공업화 생산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적한 대량으로 균질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2021년 6월이 되면서 중국이 외국 백신의 중국 사용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보도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중국이 독일 Biontech사의 백신을 도입하려 한다는 소문이고 7월 이전에 결정될 것 같다는 예측이 나왔다. 독일 Biontech은 바로 파이자의 백신을 개발한 바이오 회사이고 당시 중국에 1억 도스의 백신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때 이미 독일 회사 Biontech과 그 미국의 합작 파트너(파이저를 지칭하는 듯)를 심사하고 있으며 빠르면 10 주 내에 중국 내에서 판매가 될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런데 그 후 아무런 소식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더니 3개월 후인 2021년 9월 중국이 임상 중의 합병증을 우려하면서도 차세대 백신 개발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신원을 밝히지 않은 전문가는 중국이 신기술이나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개발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고 중국은 mRNA를 이용한 1세대 백신과 mRNA 및 단백질 서브 유닛을 이용한 2 세대 백신을 개발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 말대로라면 중국이 독일의 Biontech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mRNA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중국이 mRNA 백신을 자체 개발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기술적인 어려움이 아니라 3상 진행을 위한 충분한 수의 샘플이 중국 내에는 없기 때문이다. 꼭 해야 한다면 코로나 19가 창궐하는 다른 나라에서 협조하여 중국이 개발하는 그리고 이전에는 한 번도 mRNA 백신을 개발해 온 적이 없는, 현재 백신의 효과가 의심이 되는, 중국의 시험 대상이 되어야 하는데 이런 협조를 얻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같은 9월 또 다른 보도에서 중국의 시노팜이 mRNA 백신을 개발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시노팜 이전에 Walvax Biotechnology라는 중소기업이 이미 개발하고 실험 중이었다는 것이다. 시노팜 백신의 3상 시험에서는 3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할 경우 감염 예방 효과가 79%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바이오엔텍 백신의 유효율인 95%와는 차이가 있다. 이 보도에 의하면 중국 정부는 어찌 되었든 자국 내에서 mRNA 백신의 3상을 진행한 것이다.
https://m.ftchinese.com/premium/001093842?topnav=china&exclusive
이 시점 기준으로 보면 중국은 자체 개발 mRNA 백신과 Biontech의 mRNA 백신 두 가지를 모두 병행하여 진행해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세 번째 조치를 하는데 바로 대규모 차관을 받은 것이다. 상하이 Fosun 제약이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과 국제금융공사(IFC)로부터 3억 달러의 차관을 확보해 Covid-19 백신 생산 및 유통 확대 자금을 마련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AIIB와 IFC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 자금은 콜드체인 물류 인프라 구축, 백신 및 테스트 키트 제조 시설 확대 및 업그레이드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mRNA 백신 제조를 위한 생산 라인 설치에 여러 가지 새로운 설비가 도입돼야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이 콜드 체인이다. 중국이 mRNA를 적용하려면 영하 20~70도를 유지하는 슈퍼 콜드 체인이 갖추어져야 한다. 이 비용이 말도 못 한다.
한국은 콜드 체인이 잘 발달되어 있는 국가에 속한다. 활어회나 신선 냉장이 전국 각지에까지 네트워크가 구성되어 있고 전 국민이 콜드 체인에 대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콜드체인의 온도 범위를 냉장(2~8°C), 냉동(-25~-15°C), 초저온(-90~-60°C)으로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반적으로 백신 별 적정 보관 온도를 ‘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냉장(2∼8℃), ‘mRNA 벡터 백신’은 냉동(-25∼-15℃) 또는 초저온(-90∼60℃)으로 운영하고 있다.
http://www.hit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548
그러나 중국은 그 반대이다. 중국의 1선 도시인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곳에서는 신선한 바다 생선을 먹기 어렵다. 일식집에 가 보아도 회 메뉴는 냉동을 해서 들여오는 참치나 연어 같은 것이 주이다. 베이징에 활어를 재료로 사용하는 일식집이 있는데 필자는 20년이 넘는 베이징 생활 동안 한 번도 먹어 보지 못했다. 너무 비싸서 말이다. 그러니까 중국의 경우 mRNA 백신을 생산하여 접종을 전국에서 하려면 전국적인 콜드 체인을 맨 땅에 만들어 내야 한다. 게다가 대륙의 원거리 물류 상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니 온도 모니터링 시스템도 갖추어야 한다. 자체적으로 조달 가능한 설비나 장비는 어떻게든 하겠지만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해야 할 것이어서 무려 3억 달러의 차관을 얻은 것이다. 그리고 이런 대규모 차관을 얻었다는 것은 중국 정부가 mRNA 백신 적용을 결정했다는 의미이다.
넷 번째 마지막 의문은 그 후 지금까지 mRNA 백신에 대한 허가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BioNTech과의 협력이 발표되던 시점에서는 매우 신속하게 중국 정부의 인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이 되었는데 지금까지 거의 1년이 다 되도록 인가가 나오지 않고 있다. CCO Sean Marett은 지금도 BioNTech은 중국 시장을 매우 중시하고 있으며 중국 당국과 계속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쉽지 않다는 암시도 하였다. BioNTech의 백신은 이미 홍콩, 마카오, 타이완에는 인가를 받아 사용 중이다.
왜 이렇게 진행이 되지 않을까? 필자는 이 모든 이유의 근본적인 원인은 '돈'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mRNA 백신 가격은 1회분이 우리나라 돈으로 2~3만 원 정도 한다. 만일 중국이 BioNTech 백신을 10억 명에게 1년에 두 번 맞춘다면 1회당 약값만 2만 원 정도 들 것이다. 그러면 10억 명 X 2회 X 2만 원 = 40조 원이 든다. 사실 약값만 드는 것이 아니라 인력 비용, 운송 비용, 콜드 체인 비용, 기타 비용 등을 생각하면 그 몇 배가 들 것이다. 계산하기 편하게 2배만 잡아 보자. 그러면 1년에 80조의 비용이 든다고 가정할 수 있다.
http://www.sobilife.com/news/articleView.html?idxno=31382
그러면 중국 정부가 쓸 수 있는 돈은 얼마나 될까? 2021년도 중국 정부 예산은 11조 8,885억 위안(ㅎ나화 약 2,026조 1,571억 원)이었다. 많은 금액이지만 재정 적자에 허덕이는 지방 정부에 주는 예산을 빼고 중앙 정부의 예산만 보면 3조 5,015억 위안(약 596조 7,606억 원)으로 607조 7천억에 달하는 우리 정부 내년도 예산보다도 적다. 여기서 백신 예산으로 40조를 빼서 사용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을까? 미국에 대항하여 군사비를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https://csf.kiep.go.kr/newsView.es?article_id=41836&mid=a20100000000
얼마 전 중국 허강(鹤岗) 시라는 곳에서 예산 부족으로 공무원 채용을 취소하는 일이 있었다. 허강은 탄광 도시였다가 폐광이 되면서 공동화되어 가는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태백시 같은 곳이다. 그래서 특별한 사례이기는 하나 중국 지방 정부의 재정이 어느 정도로 어려운 가를 나타내는 사건으로 볼 수 있다.
기존 백신의 문제는 해결이 어렵고, 바이러스는 변이를 계속해 가서 기존 백신으로 대응이 안되는데 mRNA 백신을 도입하자니 콜드 체인 등과 같은 인프라 구축이 어렵고 운영 난이도 또한 높으며 무엇보다 돈이 부족하다. 미국과 세계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도 없는데 말이다. 그래서 결국 중국이 현재 택할 수 있는 방역 대책은 오로지 하나밖에 없어 보인다. '격리', '격리', 또 '격리'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불편함을 겪겠지만 어쩌면 중국 정부에게 다른 선택은 없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