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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Jan 14. 2022

재기(?)하는 타이완

타이완이 재기하고 있다. 사실 대만이 최근에 와서 특별히 엄청난 변화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한국이 타이완의 경제가 바로 뒷목에 숨결을 느낄 만큼 따라왔다는 것을 이제야 인지했을 뿐이다. 타이완의 한 방송은 이제 타이완이 드디어 한국을 앞설 수 있게 되었다고 포효하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7QNgOc8tUnU


한국이 타이완을 새삼 의식하게 된 것은 다분히 최근 여러 경제 지표에서 타이완에게 역전당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선 양국 주식 시장의 크기가 2021년 역전되었다. 타이완의 시장 규모가 -0. 12% 증가한 반면 한국은 0.23% 감소한 것이다. 

이것이 놀라운 일인가 하면 실은 그렇지 않다. GDP 규모는 한국이 타이완에 비해 월등히 크다. 마치 일본의 GDP가 한국의 GDP 총량에 비해 더 크듯이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구매력 기준 GDP를 기준으로 일본을 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기뻐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마찬가지 현상이 타이완과 한국 사이에 이미 10년도 이전부터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매우 적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10년 전인 2012년부터 이미 타이완의 구매력 기준 GDP는 한국을 넘어서 있었다.

어떤 이는 일본이 한국에 비해 GDP가 큰 것은 인구의 차이로 시장의 규모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인구 비중으로 나누어 보면 결코 한국과 일본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런 시각을 그대로 옮겨와서 타이완과 한국의 GDP를 비교해 보자. 아래 그래프는 타이완과 한국의 불변 가격 기준 GDP를 도시한 것이다. 한국의 인구가 대략 5천2백만, 타이완의 인구가 2천3백만 정도, 그러니까 우리 인구의 절반도 안 되는 타이완이 불변 가격 기준 GDP를 보면 거의 유사한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불변 가격 기존 GDP 총량이 일본과 유사하게 되면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난리가 나지 않을까?

이 데이터가 믿기 어려운 분들도 계실 텐데 2021년 대만 GDP 성장률은 6.09%로 11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 헸고 수출은 4,400억 달러를 초과하여 세계 13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한국과 타이완의 제조업 부분만 떼어내서 GDP를 보면 오히려 타이완이 한국을 앞질렀다. 

우리가 이런 데이터를 보고 놀랍거나 믿기 어렵다면 타이완과 한국이 차이가 적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되도록 우리가 자화자찬에 빠져 타이완을 무시해 온 것이야말로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우리는 왜 타이완의 성장과 발전을 의식하지 못했는가? 그것은 타이완이 부품과 소재 등의 산업 쪽으로 집중해 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타이완은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중 데이터 상으로는 가장 선두에 있었다. 물론 한국은 총량을 비교하며 한국이 선두라고 하고 싱가포르는 1인당 데이터를 근거로 자신들이 선두라고 한다. 타이완은 중국으로 인해 세계 대부분의 국가와 단교를 당하고 여러 방면으로 불이익을 받아왔기 때문에 타이완의 브랜드를 높이 내 세우며 사업을 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최종 소비자 제품의 수출이 별로 없는 것이다. 결국 대부분의 타이완 기업은 소비장 제품이 아닌 업스트림의 산업을 선택했다. 


그 결과 타이완은 숨어서 성장하는 산업 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많은 타이완 사람들이 중국에 들어가서 사업을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들을 '중국인'이며 '중국 기업'으로 포장하여 각종 통계에 넣고 있다. 예를 들면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 삼성을 압도하고 있는 TSMC도 중국의 반도체 산업 통계를 보면 자국 기업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애플의 아이폰을 생산하는 FOXCONN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타이완의 경제는 실용적이고 속이 꽉 찬 경제라고 볼 수 있다. 많은 한국인들이 타이완 사람들을 촌티 나고 싸구려 제품을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타이완 사람들의 시선 속의 한국인들은 겉만 번지르한 사람들로 보인다. 실제 두 나라의 1인당 구매력 기준 GDP(GDP per caita PPP)를 보면 타이완이 51,107 달러로 한국의 41,903 달러보다 높거니와 독일의 50,682 달러보다도 높다. 이 데이터는 타이완이 만든 것도 아니고  영국의 싱크탱크 CRBR이 분석한 결과이다. 


그러면 타이완의 소득 수준, 급여 수준이 높은가 하면 그렇지 않다. 어지간한 규모의 제조업은 모두 중국 대륙으로 공장을 이전하였다. 그 결과 타이완의 노동자들은 대륙의 노동자 임금 수준이나 노동 생산성과 경쟁해야 해서 임금 수준은 참혹하리만큼 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두 가지 측면에서 타이완의 임금 수준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상당 수의 타이완 사람들이 중국 내륙에서 생활하며 임금을 받는다는 것이다. 타이완의 중국 내 거주자 수는 2백만이 넘는다. 인구의 10%가량이 중국 내지에 들어가 있는 것이고 이들은 대부분 가장 활발하게 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급여의 상당 부분을 내륙에서 위안화로 받고 있기 때문에 타이완에서 만드는 임금 통계에는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


또 하나는 타이완은 전통적으로 중소기업, 소상공인 위주의 경제 구조를 추진했기 때문에 노동 유연성이 크고 동시에 일자리를 얻기가 매우 쉽다. 고등학생, 가정 주부, 은퇴한 노인들도 쉽게 일자리를 억을 수 있다. 임금은 우리보다 적지만 말이다. 그래서 4인 가구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가구는 남편 한 사람의 수입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은 반면 타이완은 적어도 2인 이상이 수입이 있다. 그래서 임금 수준이 낮지만 구매력 기준 GDP가 우리보다 높아지는 것이다. 노동 생산성은 그런 이유로 우리보다 다소 떨어지지만 실업률 측면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양호한 양상을 보인다.

한국-타이완 실업율(좌)과 노동 생산성(우)


민간 경제뿐만 아니라 국가 재정의 운영도 외교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타이완은 보수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타이완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외환 수지가 언제나 흑자였고 국민들의 저축률도 매우 높았기 때문에 환경 변화에 대한 내성이 강하다. 그 덕분에 정부 부채도 대부분 국가와는 달리 높지 않다. GDP 대비 정부 부채를 비교해 보면 타이완 쪽이 훨씬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만일 한국과 타이완 두 나라의 경제적 잠재력을 평가하라면 현재 상황에서는 타이완이 더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도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음에 틀림없지만 현재 상황을 더 좋아지게 만들만한 부가 소재는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타이완의 경우는 지금까지 국제 사회에서 불이익을 받던 것들이 조금씩 족쇄가 풀리면서 누적돼 온 잠재력이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또 민간에서도 현재 상태에서 양국의 경쟁력 지수는 유사하나 사업하기 쉬운 정도에서 차이가 큰 것도 미래의 차이를 가져올 수 있는 부분이다.

경쟁력 지수와 사업 용이도 비교


한국의 대기업 위주의 경제 구조와 갑질 등 불평등 계약 등이 만연한 사회 구조는 한국에서의 창업, 소상공인의 기업화, 소기업의 성장 등의 제약 요인이 되고 있는 반면에 부업/창업이 쉽고 회사명이나 브랜드보다 제품 자체의 질과 기능을 평가하는 대만 경제 문화는 보다 기업 하기 쉬운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형 경제로 전환하는데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뻔하지 않은가?


혹 타이완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대규모의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아래 그래프를 보라. 타이완의 국방비 지출은 이제 우리나라 국방비 지출 수준에 가깝다. 타이완은 국방비를 쓰지 않은 것이라기보다는 쓸 수 없었던 쪽에 가깝다. 중국의 위협과 압박으로 세계 각국이 타이완에는 무기를 판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위협이 가시화되자 이제야 미국이 타이완에 매우 고가로 무기를 팔고 있어 타이완은 전력을 다해 방위비를 지출하고 있다.


필자가 타이완 이야기를 꺼낸 것은 최근 우리가 지나치게 '국뽕'에 빠져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우리가 타이완에 대해 가졌던 그간의 왜곡된 시각을 이제는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타이완의 경제는 결코 갑자기 성장한 것이 아니다. 우리 한국이 타이완을 과소평가해 온 것이다. 마치 일본이 우리를 과소평가해 왔듯이. 문제는 일본이 아직도 한국을 우습게 보듯이 우리도 타이완을 계속 우습게 볼 것이냐 하는 것이다. 삼성보다 먼저 2 나노 공정 구현에 성공한 TSMC를 우리 사회에서는 큰 경쟁 상대로 보지 않는다. 삼성에게 4 나노 반도체의 제조를 맡겼던 AMD가 불만의 소리를 내고 있다는데 우리 매체로부터는 그런 이야기는 듣기 어렵다. 글로벌 기업들이 칩 제조를 삼성에게 맡기는 가장 큰 이유는 TSMC가 생산 일정이 꽉 차있어 제조 오더를 받아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데 우리는 뭔가 착각하고 있어 보인다.


TSMC가 미국뿐 아니라 가오슝에도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고 주변에 자연스럽게 대규모 차세대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서고 있다. 이번 가오슝 공장과 미국 공장은 동일 설계 및 동시에 병행 건설하는 독특한 접근 방법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TSMC의 설비에 익숙하지 않은 미국 협력사들을 위하여 타이완에서 설비를 설치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를 참고하여 미국 공장의 같은 장소에 같은 설비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TSMC 가오슝 공장 조감도

타이완에 TSMC를 제외하고도 다수의 반도체 기업이 있고 제3세대 반도체 개발에 들어갔으며 미중 경제 분리에 대응하여 반도체 설비 산업 기술 개발에 전체 업계가 협력하여 매진하고 있다. 이것은 소리 없는 전쟁이다. 여기에 전기 자동차 사업에도 진입하고 있다. 애플 카를 만드는 FOXCONN이 주력이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우리는 삼성과 LG의 기술력을 타이완 업체가 이길리 없다고 반응을 보인다. 필자의 눈에는 한국을 무시하던 일본과 겹쳐 보인다.


한국의 가장 큰 잠재 문제는 '폐쇄성' 및 '차별'이다. 같은 민족, 같은 학교, 같은 고향, 같은 회사 출신이 아니면 배척하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누가 위고 누가 아래인지 기싸움을 하고, 협력사에게는 갑질하고, 협력업체의 기술과 인력을 빼가는 대기업이 보편화된다면 우리는 미래 경제 전쟁에서 뒤처질 것이다. 필자가 이렇게 타이완과 한국을 대조하는 글을 읽은 후 아마도 '한국이 타이완보다 우월하다'라든가 '그렇다면 타이완을 어떻게 해야 되겠군'같은 발상을 할 사람들이 제법 있을 것이다.  우리가 외국인들에게 '적대적'이라는 인상을 주는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타이완은 '개방적'이고 '평등'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는 글로벌 시대에서 많은 외국의 기업들이 같은 값이면 한국이 아니라 타이완 기업을 선택하게 하는 요인이 딜 것이다. 필자는 타이완을 경쟁 상대로서 타도해야 할 존재로 보기보다는 한국과 타이완이 새로운 협력 전략을 도모하여 공동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타이완은 '중국'이라는 존재가 지금까지의 타이완을 구속하는 요인이었지만 미중 경제 분리라는 큰 흐름 속에서 미국도 중국도 배제할 수 없는 국가라는 독특한 위치를 가지게 되었다. 우리는 국가 전략적인 차원에서 타이완과의 새로운 협력 전략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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