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 정육점 주인아줌마의 미소
좀처럼 보기 힘든 카리스카 주인장의 미소를 오늘 나는 보았다.
내가 살고 있는 북경의 외곽에는 공항생활구라는 곳이 있다. 원래 공항이 워낙 외진 곳에 만들어져 근린 시설이 없던 관계로 북경시가 조성한 곳이다. 처음에는 허허벌판이었으나 이윽고 승무원을 비롯하여 항공사 근무자들이 살기 시작했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음식점이나 가게들도 들어서기 시작하여 지금은 제법 소구역의 면모를 갖추었다.
이곳의 주민들은 승무원들이 많았고 지금은 승무원이 아닌 사람들이 훨씬 더 많지만 정착 초기에는 젊고 어여쁜 여승무원들이 돌아다니는 거리라서 이름이 난 모양이었다. 그러다 보니 가격은 저렴하지만 디자인이 어여쁜 상품들을 파는 가게들이 들어서고 햄버거나 덮밥 같은 간단한 외국 음식점들도 들어서 나름 명소가 된 곳이다.
어설프기는 하지만 나름 분위기를 낸 카페도 있고 무엇보다도 젊고 예쁜 여 승무원들과 싱싱함을 뿌리고 다니는 남자 승무원 오빠들의 모습이야 말로 이곳의 심벌이 아닐 수 없다.
이 구역의 초입에 정육점이 하나 있다. 조그마한 가게인데 카리스마가 철철 넘치는 여주인이 운영하고 있다. 일단 가게의 외관은 전통적인 중국 푸줏간을 연상하게 하는데 단 들어가서 곧 마주치는 여주인장을 보면 과연! 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가게는 100평도 안되어 보인다.
여주인은 기분 좋을 정도로 풍성하며 뚱뚱하다. 정육점 주인이 영화에 나온다면 필히 이 양반 같은 풍모여야 하리라. 여주인은 걸걸하고 낮은 목소리로 묻는다. "무엇이 필요하신감?" 높임말도 낮춘 말도 아닌 오묘한 모드로 균형을 잡아가며 능숙하게 손님과의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집사람은 한번 이 집에 간 후 완전히 팬이 되었다. 우리 집사람은 몸집도 작고 목소리도 얇고 작아 앳된 모습인데 어찌 보면 산 같이 큰 여주인은 걸쭉한 목소리로 "지에 지에, 지에 지에(언니, 언니)"하며 붙임성 있게 대한다. 그리고 계산할 때는 반드시 몇 위안을 깎아주며 목소리를 낮추어 마치 국가 기밀을 누설하는 사람인양 "언니니까"라고 덧붙인다
옆에서 보는 내 눈에는 언제나 많은 양의 고기를 사가는 우리 집사람 같은 큰 손에게는 당연한 서비스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 집사람은 이미 넘어갔다. 자기에게만 특별히 잘해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느덧 고기는 당연히 집 앞 슈퍼가 아닌, 그리고 최근 들어온 대형 마트 까르프도 아닌 필히 이 집에 오게 되었다. 여주인도 특별 서비스로 고기를 썰어준다. 집사람에 의하면 다른 사람들은 성의 없이 뭉텅 그려 썰어 주는데 자기 만은 특별히 잘게도 썰어주고 섬세하게 썰어준다고 한다. 나는 그 말에 토를 달지 않는다. 왜냐고? 당신도 30년이 넘게 당해보면 알게 될 것이다.
춘절 같은 명절이 오면 정육점이 불이 난다. 사람들이 줄을 지어 고기를 산다. 아마 1년 수입의 2, 30%는 춘절과 국경절에 벌지 않을까 싶다. 팔다 보면 해당 부위의 재고가 떨어질 때가 있다. 그러면 여주인은 남의 가게에서 가져다 판다. 우리 집 사람은 우리에게는 특별히 좋은 고기만을 골라서 가져다준다고 한다. 음. 나는 집사람 말에 토를 달지 않는다. 왜냐고? 위에 이미 설명하였다.
그러던 중 작년 여자 주인장이 한숨을 쉬는 것을 보고 집사람이 물었다.
"왜 한숨을 쉬나 동생?"
"글쎄 우리 가게 자리를 시에서 다 허물어 버린데요."
"아니 왜?"
"왜 그러는지 우린 아무것도 몰라요. 나라에서 하는 일 우리가 알게 뭐예요."
여주장은 한숨을 푹푹 쉬며 걱정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얼마 후 다시 찾았을 때 여주인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새 점포를 구했으니 앞으로도 꼭 찾아 달라고 신신당부를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새 자리는 면적은 더 적은데도 임대료는 더 비싸다며 세상이 얼마나 불공평한지 바리톤의 목소리로 울림 좋은 몸통을 흔들며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럼요 그럼요 하며 정육점을 나섰는데 집사람은 나를 째려보며 우린 앞으로도 이 가게에서 고기를 살 거야 하는 것이다. 음. 나는 집사람 말에 토를 달지 않는다. 왜냐고? 위에 이미 설명하였다.
북경시는 넘치는 공해, 주거 문제, 사회 문제, 도시 범죄 등에 대한 대책으로 정식 허가를 받지 않고 북경시에 들어와 살고 있는 소위 외지인에 대한 일제 단속을 시행하였다. 이제까지 많은 북경시 외곽의 거주지들이 외지인들에게 임대를 주고 있었는데 이런 지역을 급습하여 단속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많은 외지인들을 단속하여 강주 퇴거시켰다. 불과 조치 시행 일주일 만에 2백만 명이 넘는 규모의 외지인들을 적발하였다. 아침에 아빠가 일하러 난 사이 단속반이 들이닥쳐 집을 허물기도 하였고 나는 못 나간다며 악을 쓰는 사람들은 모두 강제로 검거하여 구류하였다.
이에 따라 주로 외지인들에 의해 이뤄지던 3D 업무들에 문제가 생겼다. 각종 물류, 이삿짐 운송, 배달 등이 중지되었고 중국의 우버 서비스인 디디 추싱의 기사들이 단속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성중촌이라고 불리는 많은 북경 시내의 저소득층 주거 지역이 허물어졌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도 모든 무허가 건물이 허물어지고 그 대신 간단한 체육 용품이 설치된 미니 공원, 갑자기 잔디를 깔고 꽃 몇 송이 심은 화단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매주 내 차를 세차해주던 가게는 철거되어 이제는 세차장에 가면 한 시간 이상 기다리게 되었다.
북경시 고위 인사가 앞으로 북경시에는 고급 인력들이 주로 살도록 하겠다고 하여 서민들의 분노를 살기도 했지만 북경이 과감하게 외지인들을 퇴출시키자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던 상해시가 뒤를 따랐다. 이제 북경시에 들어오려면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북경시 내에 주거지가 있어야 하고 일정한 재산이나 소득이 있음을 증명하여야 한다. 그리고 한 집에는 이제 방 하나에 최대 2인까지만 주민등록을 할 수 있다. 과거 방 하나를 칸막이하여 칸 마다 사람이 살았는데 어찌 되었던 주거 등록을 할 수 있었다. 이제는 그게 어려워진 것이다.
연말에 찾아간 우리 정유점은 경사가 났다. 여주인에 의하면 이사를 가려 하자 건물 주인이 임대인이 없으면 건물 상태가 나빠진다며 무료로 해 줄 테니 건물이 헐릴 때까지 있으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 임대료만큼 수입이 늘 되었다는 것이다. 오늘 한국에서 한 달 정도 생활하던 우리는 돌아와서 정육점을 들렀다. 여주인은 기분이 별로여서 말도 없고 종업원들도 눈치를 보고 있었다. 나는 이 가게도 공짜 임대료 기간이 이미 반년 가까이 되니 혹시 이제 이사 가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물었다.
"주인장, 어떻게 이제 이사 가게 된 건가요?"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제까지 우울했던 여주인 활짝 웃으며 답하는 것이었다.
"아이고 왠 걸요. 여기 언제 허무는지 말도 없어요. 계획도 아직 없는 것 같고요."
아마 내 질문이 너무나 기분 좋은 일을 상기시켰던 모양으로 여주 인은 큰 체구를 흔들며 홍홍홍 하며 웃었다. 아이고, 이 양반도 여자이구나. 좀처럼 보기 힘든 카리스카 주인장의 미소를 오늘 나는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