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과 시진핑이 드디어 만났다. 바이든은 서로 간에 레드 라인을 명확히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회의장에는 양국 정상 외에 각각 8명씩 배석했다. 바이든 대통령 양옆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앉았고, 중국은 시 주석 좌우로 딩쉐샹 정치국 상무위원과 왕이 중앙정치국원 겸 외교부장, 허리펑(何立峰) 국가발전개혁위 주임 등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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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라인을 정의하는 사고방식은 전형적인 미국적 사고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정의하고(레드 라인) 그리고 레드 라인이 아닌 것은 무엇이든 해도 된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의 중국도 같은 식으로 레드 라인을 바라볼까? 아시아는 기본이 화이트 리스트 방식이다. 많은 것들이 회색지대이고 그 모든 것들에 대해 받아들일지 아닐지는 그때 가봐야 되겠지만 분명한 것은 레드 라인으로 규정한 것만큼은 100% 참을 수 없는 사항으로 생각한다. 즉 바이든과 미국은 레드 라인을 정의함으로써 미국이 중국이 서툰 짓을 하지 않게 하는 최대한의 공간을 얻은 것으로 볼 수 있고 중국은 레드 라인을 정의함으로써 미국이 서튼 짓을 하면 안 되는 최소한의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외교를 담당하는 전문가들은 그런 오해를 하지 않겠지만 어디 세상이 전문가들 말대로 되는가 말이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현재 중-미 관계가 당면한 국면은 양국과 양국 인민의 근본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며, 국제사회 기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나는 언제나처럼 중-미 관계의 전략적 문제와 주요한 국제·지역적 문제에 대해 솔직하고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하고 싶다. 중-미 관계를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 궤도로 되돌려 양국과 세계에 이익을 주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즉, 과거처럼 중국이 미국의 꿀을 빨던 시대로 되돌아가자는 말이다. 그리고 미국은 결코 그렇게 할 리가 없다.
그러면 두 나라는 각각의 레드 라인을 명확히 전달했을까? 우리는 사실 잘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바이든이 타이완 이슈를 꺼내자마자 시진핑은 "타이완 이슈는 내정이며 첫 번째 레드 라인이다"라고 즉각 반응했다. '첫 번째 레드 라인'이 있으면 두 번째, 세 번째도 있을 터이다. 필자의 짐작대로 중국, 특히 시진핑에게 있어 레드 라인은 '최소한'인 것이다. 바이든은 더 이상 준비한 '레드 라인'을 이야기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것으로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장 대만을 침공하려는 시도는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들이 마주하던 순간 미군과 인민해방군은 숨 막히는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국이고 세계 최고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G20 정상 회담에 이 무력을 레버리지로 활용하려 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G20 직전에 미국은 100여 대의 F-16 전투기를 중국 쪽으로 보내 위협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전투기와 폭격기를 300여 대를 끌어 모아 대응했다.
https://www.hankyung.com/international/article/202211146867Y
이 사태는 미국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군사적 위협을 가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중국이 순식간에 300여 대를 동원한 것은 대비가 되어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중은 모두 이 사실을 공포하지 않았다. 타이완의 매체를 통해서 알려진 것이다. 필자는 이 사건이 G20에서 미중 두 정상이 힘을 겨룬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시진핑은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타이완과 함께 중점 쟁점인 북핵 문제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을 설득해 줄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했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실험 등으로 긴장을 더 고조시키면 “우리 쪽에서 더 방어적인 조처를 취할 것이지만, 그것이 중국을 향하진 않을 것이다. 이는 북한에 선명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의 미국의 무력시위는 타이완보다는 북한 이슈를 겨냥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 미국은 중국이 북한을 설득하지 못하면 동북아의 미군을 확충할 수밖에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북한을 겨냥한 것이지 중국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중국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은 이 확충된 미국의 군사 자산이 '중국을 겨냥할 능력이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F-16 백 대의 비행은 중국에게 미군의 자산이 증강되면 너희는 매일 이런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는 의미인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300여 대의 군용기를 출격시켰다. 중국은 이런 류의 무력시위에 절대 지지 않는다. 상대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면 '도광양회'에 들어가 자세를 낮추는 것이고, 상대를 이기거나 적어도 지지 않는다고 판단이 되었을 때 '중국몽'을 높이 세우는 것이다. 미국의 무력시위가 통할 시점은 이미 지나간 것이다.
이렇게 타이완과 북한 이슈가 모두 미국이 생각한 대로 되지 않았다. 다음 단계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양국은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는데 반대하는데 뜻을 같이 하고 기후 문제에 대해서 다시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한가한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후속 조치를 위하여 블링컨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바이든은 마지막으로 대중 관계에 전반에 대해선 “우리는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지만 나는 분쟁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경쟁을 책임감 있게 관리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미중이 어떻게든 봉합하고 서로의 레드 라인을 확인하여 절충점을 찾으려 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서로 간의 절충이 불가능하면 남은 것은 충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나라 모두 이를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 두 나라 간의 모순은 분명해 보인다. 갈등과 충돌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다만 중국이 준비를 모두 갖출 때까지 약간의 시간이 남아있다. 그것이 바이든이 "중국이 즉시 타이완을 공격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이유일 것이다. 방점은 '공격을 안 한다'가 아니라 '즉시 공격'에 있겠지만 말이다.
https://asiatimes.com/2022/11/biden-xi-lower-the-temperature-in-hours-long-summit/
이런 와중에 윤석열은 소위 '한국판 인도 태평양 전략'을 내놓았다. 읽어 보면 아무 내용이 없다. 늘어놓은 키워드는 상호 모순이 쉽게 보인다. 그냥 윤석열 정부가 꿈꾸는 결과를 늘어놓았을 뿐 "전략은 무엇을 이라는 목표가 아닌 어떻게라는 수단을 말한다"라는 기본 상식이 부재한 내용이다. 전략가 입장에서 가장 위험한 상태는 무전략 상태이다. 실제 내용이 없는, 어떻게라는 수단이 없는 전략을 무전략이라고 한다. 윤석열의 한국판 인도 태평양 전략은 자칫 대한민국을 중국과의 전쟁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정부가 무능하면 국민이 나서야 한다. 우리가 소위 한국판 인도 태평양 전략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