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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Jan 06. 2023

백지 혁명이 폭죽 혁명으로?

1월 2일 허난성 저우커우시 루이 현에서 사람들이 폭죽을 터뜨리고 경찰이 사람들을 체포해 분쟁을 일으킨 경찰차가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건에 대한 영상이 트위터, 특히 해외에 퍼진 후 '백지 혁명'에 이은 중국의 '폭죽 혁명'에 대한 논의가 촉발됐다. 


춘절이 다가오는 연말 폭죽을 터뜨리는 것은 중국의 문화 전통이다. 폭죽은 역신을 놀라게 하여 쫓아낸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운한 것, 상서롭지 못한 것들을 모두 쫓아내는데 폭죽이 사용되는 것이다. 필자는 80년대 초 처음 해외여행을 타이완으로 가서 이 폭죽으로 깜짝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왜냐하면 12.12 사태로 인한 육군 본부 총격 사건 때도 근처에 있어서 총소리를 들었고, 5.17 사태 때도 공수특전단이 착검하고 헬리콥터에서 강하하여 학교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으며 삼청 교육대에 끌려 들어가지 않으려고 공수특전단을 피해 다니기도 해서 총소리에 민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이완과 대륙 사람들에게는 폭죽 소리란 즐겁고 또 신나는 일이다. 필자는 처음 간 타이완에서도 끊임없이 폭죽 소리로 놀랐고 중국 생활을 하면서 한참 시간을 보내고서야 점점 폭죽에 둔감해질 수 있었다.

https://www.dw.com/zh/%E7%A6%81%E6%94%BE%E7%83%9F%E8%8A%B1%E5%BC%95%E6%8A%97%E8%AE%AE-%E6%B2%B3%E5%8D%97%E5%91%A8%E5%8F%A3%E6%B0%91%E4%BC%97%E6%8E%80%E8%AD%A6%E8%BD%A6/a-64284897

지금 중국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전국이 난리다. 베이징은 이미 감염자 수가 주민의 83%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상하이도 확산 절정을 넘어섰고 주민 70% 정도가 감염되었다고 한다.(https://www.rfa.org/mandarin/Xinwen/2-01042023094306.html) 광저우도 절정을 지나 회복하고 있어 보인다. 아래 그림은 광저우 지하철 이용자 수의 변화인데 이미 정상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최저점이 봉쇄했던 하이저우 구를 해제한 날이다. 허난은 1억이 넘는 인구가 엄청난 성인 데다가 의료 시설이 부족해서 이번 코로나에서 큰 피해를 입고 있다. (https://news.mingpao.com/pns/%e4%b8%ad%e5%9c%8b/article/20230102/s00013/1672596773692/%e7%a9%97%e7%96%ab%e6%83%85%e5%b7%b2%e9%81%94%e5%b3%b0-%e6%96%99%e6%98%a5%e7%af%80%e5%89%8d%e5%85%a5%e5%b0%be%e8%81%b2-%e7%99%bc%e7%86%b1%e9%96%80%e8%a8%ba%e5%96%ae%e6%97%a5%e6%b8%9b4%e8%90%ac%e4%ba%ba-%e9%ab%98%e9%bd%a1%e9%87%8d%e7%97%87%e6%af%94%e4%be%8b%e5%8d%87


특히 노인들과 어린아이들이 감염되어 사망자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베이징의 화장터는 풀가동 중이다. 전에는 전화를 하면 화장터에서 차량을 보내 유체를 모셔갔지만 지금은 그럴 틈이 없어 가족들이 유체를 가지고 가야 한다. 그런데 화장터 앞에 차량들이 밀려 있는 모습이 외국 미디어에 보도되자 베이징 시는 공안을 보내 화정터 앞에 차량이 대기하지 못하도록 하였다고 한다.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현상만 해결한 것이다.   베이징 근교의 미윈(密云)에서는 간이 화장터가 만들어지고 있고 인력을 뽑는 구인 광고가 붙었다. 그러니 사망자 수가 급증한 것은 가리기 어려운 현실이다. 홍콩은 2022년 1만 4천 명이 사망했는데 평상시 보다 약 4천여 명이 증가한 것이다. 다음은 랴오닝 한 대학에서 지난 1월 3일 새해 전후하여 사망한 교수들이 25분이나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웹 사이트 부고면 화면이다.


각급 병원들은 몰려오는 환자들로 아수라장이다. 마치 전쟁터 야전 병원 같은 분위기다. 베이징도 상하이도, 정저우도, 선전도 모두 마찬가지다. 의료진들은 물 한 모금 마실 새도 없다고 한다. 과로에 못 이겨 우는 간호사의 동영상이 중국의 SNS에 돌아다닌다. 


다시 허난성 저우커우시 루이 현으로 돌아가 보자. 허난성은 2022년 많은 일이 있었다. 약 3년 전에 허난의 높은 사람들이 모두 바뀌었다. 이 글에서 다루지는 않겠지만 시진핑 그룹의 진입이 있었고 권력 투쟁이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성 정부의 책임자들이 모두 시진핑 그룹으로 바뀌었다. 그 덕분에 허난 정저우의 홍수 사건이나 지하 터널이 침수되어 많은 사람들이 사망한 사건도 지방 출신 중간 간부들이 책임을 졌고 시진핑 그룹 사람들은 살아남았다. 리커창 총리가 직접 가서 진상 규명을 외쳤지만 소용없었다. 허난은 최근 홍수와 가뭄으로 농사가 엉망이 되었다.


그리고 팬데믹 3년을 거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은 지방 중 허난은 유달랐다. 애플 아이폰을 만드는 허난 정저우의 FOXCONN 공장에서는 코로나의 감염과 과도한 억제로 종업원들이 일제히 탈출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들은 방역 통제를 피하기 위해 도보로 수 km 이상을 걸어 탈출했다. Foxconn과 지방 정부는 최근 몇 주 동안 새로운 직원을 유치하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임금을 약속하고 더 나은 근무 조건을 약속하면서 상황을 통제했다.(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2-11-23/violent-protests-erupt-at-apple-s-biggest-iphone-plant-in-china?srnd=next-china) 그러고 나서 인력 부족으로 아이폰 생산에 차질이 발생했고 FOXCONN은 높은 임금을 약속하며 이탈 종업원들의 복귀와 새 인력을 고용했다. 그러나  Foxconn에서 다시 폭동이 발생했다. 신입 직원이 자신들이 체결한 계약서가 채용 당시의 조건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했으며 감염된 구직원들과 동거하게 된 것도 불만을 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 영상에는 수백 명의 근로자가 "임금을 달라"라고 외치며 공원 문을 부수고 방호복을 입고 곤봉을 들고 있는 "다바이"(흰색 방호복을 입은 직원)와 대치하는 모습이 담겼다. 진압경찰은 공장 일대에서 노동자들과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면서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진압했고, 많은 노동자들이 다치고 40여 명이 체포됐다. (https://news.mingpao.com/pns/%e4%b8%ad%e5%9c%8b/article/20221124/s00013/1669227514626/%e9%84%ad%e5%b7%9e%e5%af%8c%e5%a3%ab%e5%ba%b7%e9%a8%b7%e4%ba%82-%e8%ad%a6%e5%82%ac%e6%b7%9a%e5%bd%88%e6%b0%b4%e7%82%ae%e8%bb%8a%e9%8e%ae%e5%a3%93-%e4%b8%8d%e6%bb%bf%e8%b3%87%e6%96%b9%e8%ae%8a%e6%9b%b4%e5%90%88%e7%b4%84%e8%88%87%e6%9f%93%e7%96%ab%e8%80%85%e6%b7%b7%e4%bd%8f-%e5%b7%a5%e4%ba%ba%e6%ac%b2%e9%9b%a2%e5%bb%a0%e9%81%ad%e3%80%8c%e5%a4%a7%e7%99%bd%e3%8)


이제 갑작스럽게 중국 정부가 방역 완화를 하자 허난 사람들은 폭죽을 놓아 액땜을 하고 2023년에는, 이제는, 더 이상 지긋지긋한 코로나와 천재지변을 벗어나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것을 기원했다. 그런데 그것을 공안이 막은 것이다. 허난성의 정치 지도자들은 민중이 모이는 것을 두려워할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경찰이 폭죽을 터뜨린 사람을 데려가려고 하자 군중은 경찰차를 에워싸고 풀어줄 것을 요구했다. https://www.rfa.org/mandarin/yataibaodao/renquanfazhi/hcm-01042023044129.html 경찰은 폭죽을 터뜨린 사람을 데려가려고 했고, 군중은 경찰차를 에워싸고 풀어줄 것을 요구했다. 중국은 경찰이 민중의 말을 듣는 나라가 아니다. 결국 경찰차는 전복됐다. 

https://www.rfa.org/mandarin/yataibaodao/renquanfazhi/hcm-01042023044129.html

루이 경찰은 사건에 연루된 8명의 범죄자를 "소란을 피우고 말썽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고 그중 6명이 체포됐다고 발표했다. 곧바로 인터넷에는 정부를 야유하면 200~500 위안, 차를 부수면 1만~3만 위안"이라는 이른바 '가격표'가 유포됐다. 


일반적으로 중국의 인민들은 어지간해서는 시위를 하지 않는다. 결과가 좋게 나올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폭죽을 못하게 하는 정도로 경찰 차량을 뒤엎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더구나 당사자도 아니지 않은가. 이번 사건은 그만큼 민중의 분노와 억눌림이 컸다는 반증이다. 유사한 사건들이 전국 각지에 소소하게 발생하고 있다. 사람들이 나와서 폭죽을 쏘는 것에 무슨 그리도 큰 목적이 있으랴. 하물며 국가 전복, 내란 음모를 도모할 리도 없다. 하지만 집정자는 무서운 것이다. 우리도 과거 몇 번이고 겪지 않았는가?

허난성 저우커우에서 불꽃놀이 사건이 발생한 후, 루이 경찰은 사건에 연루된 8명의 범죄자를 "소란을 피우고 말썽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고 그중 6명이 체포됐다고 발표했다. 곧바로 인터넷에는 "야유는 200~500 위안, 차 부수면 1만~3만"이라는 이른바 '가격표'가 유포됐다. 


다른 지방 정부들도 경각심이 생겼고 대응은 각기 달랐다. 항저우 같은 곳에서는 굳이 민중들과 충돌하기보다는 유화책을 선택한 모양이다. 중국 여러 곳에서 폭죽놀이를 허용하는 곳이 생겼다는 보도가 있었다.

https://www.rfa.org/mandarin/yataibaodao/huanjing/tj-01052023125709.html


이런 양상은 외부 세계로 하여금 백지 혁명에 이어 폭죽 혁명이 발생하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를 가지게 했다. 하지만 필자가 볼 때 이 또한 기대 난망이다. 필자가 이전의 글에서도 소개했지만 현재 중국 민중들의 기대는 민주화나 자유 같은 이념적인 것이 아니다. 당장 눈앞에 닥쳐있는 생존의 문제가 훨씬 급하다.

https://brunch.co.kr/@chulrhee/850


위의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중국에서 현 집권 세력에 대한 반감이 있으면서 영향력, 연대, 이념, 조직 등이 모두 갖추어져 있는 것은 지방 정부 관료 조직 밖에는 없다. 그리고 생존에 몰려 있는 것은 중국의 지방 정부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번 방역 완화는 사실 중국 정부가 급격한 완화를 했다기보다는 견디다 못한 지방 정부들이 중앙 정부의 완화 암시를 받자마자 방역을 놓아 버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현재 중국 지방 정부 관리들은 죽을 맛이다. 엄청난 재정 적자에 의무만 많고 권력을 부릴 여지는 줄어들었다. 그래서 타이완의 연합보는  최근 관리들 사이에서 '조용한 퇴직'이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학자와 전문가들은 시진핑 하에서 관리들이 공을 세우려 하지 않고 문제도 일으키려 하지 않는 "탕핑(일 안 하기)"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프린스턴 중국연구소(Princeton China Institute)의 천구이더(陳奎德)는  시진핑(習近平) 집권 하에서 많은 유능한 관리들이 ‘탕핑’ 정신을 갖고 있는데, 이것이 사직으로 이어지는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시진핑 한 사람에게 권력을 집중시켰고 시진핑은 많은 경우 전문가나 관리들의 다른 의견을 듣기를 꺼려한다고 지적했다. "Beijing Spring" 잡지의 명예 편집장인 후핑(胡平)은 가장 중요한 것은 시진핑의 통제 아래 지방 각급 관리들이 스스로 주도권을 행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쉽게 말해 지방 권력들도 일어서 싸우기보다는 포기하는 길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https://udn.com/news/story/7331/6888100


이제 춘절이 오면 대도시 거주자들이 대량으로 고향과 시골을 방문할 것이다. 지난 2년간 춘절에 귀향을 못한 사람들이 많아 이번에는 대부분이 귀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 사태로 그간 상대적으로 코로나 감염이 적었던 소도시와 농촌에 대규모 코로나 감염 확대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일부 도시에서는 추절에 고향에 가지 말고 공장에서 일하면 보너스를 주겠다는 정책을 지방 정부에서 펴고 있다. 춘절에 일하는 직원에 대한 보상이 최고 3,000 위안이다. 중국 공장 노동자의 한 달 봉급이다. 또한 여행 소비 쿠폰 배포 및 명승지 무료입장을 포함하여 사람들을 도시에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혜택도 도입된다. 저장성 이우시는 춘절 기간에 제조업들이 계속 생산할 것을 장려하여 1분기 영업수입이 1000만 위안에 도달하고 전년 대비 증가하면 해당 기업에 10만 위안을 포상금으로 지급한다.

✔️https://news.mingpao.com/pns/%e4%b8%ad%e5%9c%8b/article/20230105/s00013/1672852424888/%e7%82%ba%e8%be%b2%e6%9b%86%e5%b9%b4%e3%80%8c%e7%a9%a9%e5%b4%97%e7%95%99%e5%b7%a5%e3%80%8d-%e5%90%84%e5%9c%b0%e6%b4%be%e9%8c%a2%e9%80%81%e7%a6%8f%e5%88%a9


이래저래 중국 정부는 어떻게 되든 신속히 감염 확대를 겪고 경제 활동을 재개할 생각으로 보인다. 기업 활동과 정부 재정 모두 최악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12월 중국 제조 PMI는 지난 수년 이래 최악이며 국가통계국은 항상 하던 변명이나 포장하는 발언도 이번에는 내놓지 않았다.

여기에 부동산 기업들의 도산도 많이 일어났고 또 금융 기관들도 흔들거린다. 중국 구이저우의 재정 문제가 있는 지방 정부 금융 기관(LGFV)은 은행으로부터 대출 기간을 20년으로 일률적으로 변경하여 156억 위안(23억 달러)의 대출금 상환을 연기할 수 있는 승인을 얻었다. 남서부 도시 쭌이(遵义)에서 가장 큰 LGFV인 Zunyi Road and Bridge Construction (Group)이다. CSCI Pengyuan Credit Rating Co. Ltd. 의 메모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구이저우의 80개 이상의 LGFV가 비표준 채무 불이행을 기록했으며, 이는 성급 지역 중 가장 많은 수치라고 한다. 헝다 에버그란데의 도산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금융 기관들이 비틀거리는 것이다.

✔️https://www.caixinglobal.com/2023-01-04/debt-plagued-local-financing-vehicle-in-china-gets-unprecedented-extension-to-repay-loans-within-20-years-101985404.html


정점을 지났다고 전해지는 베이징, 상하이도 이미 감염 확산 제2파가 5, 6월 경 올 것이라는 전문가의 예상이 나와 있다. 이 와중에 중국에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코로나 치료제의 가짜 약이 범람하고 있다는 말도 돌고 있다. 그리고 일어나 항의하고 조직하고 싸우려는 세력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지난번 백지 혁명처럼 이번에도 폭죽 혁명에 대한 기대는 너무 크게 갖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은 모두들 내 한 몸 건사하기도 벅찬 시간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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