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가 시진핑 사상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 시진핑 사상의 내용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그 수많은 보도와 서적에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이란 말이 많이 나오지만 솔직히 말해 필자는 아직 제대로 시진핑 사상을 설명하는 글을 발견하지 못했다.
게다가 중국 도서에서 찾아보면 시진핑 사상을 소개하는 책이 너무나 많다. 그 분야 또한 대단히 넓고 좋게 말해 풍부하다. 이념, 문화, 역사, 법리, 교육 등 없는 곳이 없다. 그러나 필자는 이런 책들의 앞부분을 펼쳐 보고 대충 훑어보면 아무래도 이 책은 본론이 아니라 각론으로 여겨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한 가지 방법을 선택했다. 학생들을 위한 교재를 찾은 것이다. 아무래도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명하는 교과서 종류라면 쉽고 또 개요 위주로 서술하지 않았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필자는 교과서를 샀다. 그리고 그 교과서를 읽어 보았다.
그런데 필자는 앞장에서 뒷장까지 읽어 보았지만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나 싶기만 했다. 죄다 상투적인 말이고 어떤 의미로 당연한 말만 나열되어 있어서 정작 시진핑 사상이 무엇인지 적시되어 있는 것이 없었던 것이다. 가장 강조되고 많은 분량으로 설명되는 내용은 다름 아닌 "중국이란 국가는 중국 공산당이 이끈다"라는 것이었다. 아니 이걸 뭐 또다시 강조할 필요가 있는가 말이다. 이 세상 사람 대부분이 중국은 중국 공산당 일당 전제 정치라는 것을 안다. 그걸 중국 사람들에게 또 강조를 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로 보이거니와 그건 다른 교과서에도 다 나와있는 내용이니 굳이 시진핑 사상을 설명하는 부분에 이런 내용으로 채워놓는 것은 불합리해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필자가 잠을 자고 있다가 갑자기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아마 이런 생각을 다 적어 두었으면 필자는 제법 똑똑한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대부분 그냥 자버리기 때문에 다음날 아침에는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것은 시진핑 사상의 가장 핵심은 역시 가장 강조하고 있는 내용일 것이라는 아주 당연한 생각이었다. 즉, 시진핑 사상의 중핵은 다름 아닌 중국은 중국 공산당이 영도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중요한 의미이려면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바로 중국을 중국 공산당이 영도하는 것을 반대하는 세력이 존재하고 그것도 현재 중국 공산당이 역설할 정도로 강력하다는 전제이다.
이런 전제는 중국에서 말이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자 시진핑 사상을 둘러싼 이런저런 것들이 설명되기 시작했다. 필자는 예전에 장쩌민이 삼개대표이론을 발표하였을 때 가까운 중국 친구에게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삼개대표이론에서는 중국에서는 이미 공산주의 혁명을 이루어 계급 간의 모순을 해결한 것으로 본다. 그래서 화계(和谐)라는 말이 강조되었고 중국의 고속철의 이름이 허지에(和谐号)가 된 연유이다.
그 친구의 말에 의하면 이때 중국 공산당 내에 극열한 노선 갈등이 있었다고 한다. 공산주의 혁명을 사실상 다 이루었다고 보는 상하이방 주도 장쩌민 일파에 대해 태자당으로 대표되는 혁명 원로 집안 그룹의 반발이 격렬하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아직도 많은 프롤레타리아가 고통받고 있는데 공산 혁명이 이루어져 태평성대를 이룬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고 프롤레타리아 무산계급을 대표하지 않는 정당이 무슨 공산당이냐는 것이다. 더구나 당시 상하이방은 공산당 간부를 직접 선거로 선출하는 실험을 시작하였고 심지어 다당제 도입 논의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또한 장쩌민 일파는 공유제 경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하여 민영화를 급속도로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자파 그룹 인물들의 많은 이권 개입이 있었다.
이 모든 것은 태자당 및 전통적 공산주의자들의 집단적인 반발을 샀고 믿기 어려운 말이지만 내전 발생 직전까지 갔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삼개대표이론은 그 표현에 있어 반대파의 의견을 일부 받아들여 억제된 표현을 한 것으로 보이고 이념 충돌은 해결되지 않았지만 절충한 상태로 봉합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아마도 장쩌민으로서는 공산주의 혁명을 완수한 숭고한 지도자로서 역사에 기록되고 싶었던 것 같다.
만일 이러한 일들이 사실이라면 그 후 주석에 취임한 후진타오의 어정쩡하고 도대체 무엇을 주장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과학발전관(科学发展观)"이라는 것도 해독이 된다. 추진타오의 이 과학발전관은 크게 두 가지를 주장하고 있는데 하나는 "그래도 우리 중국은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고 "발전의 과실은 일부 소수가 아닌 전 인민의 것이 되어야 한다"라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 중국은 발전해 나가야 한다"라는 말은 장쩌민 일파의 주장을 수용하면 공산주의 혁명이 완성된 상태가 되어 이상적인 궁극의 상태에 들어선 것이 되는데 그러한 주장을 받아들인다 해도 중국은 지속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설명은 공산주의 혁명이 완성된 것으로 보는 파벌과 공산주의 혁명은 미완이며 계속해서 혁명을 해 나가야 한다고 보는 파벌 모두를 포용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발전의 과실은 일부 소수가 아닌 전 인민의 것이 되어야 한다"라는 주장을 하는 핵심은 사람이 기본이다로 공산주의 혁명을 도덕적이고 정치적인 윤리로 대치하여 공통된 목표로 삼은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통합 영도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이러한 후진타오의 과학발전관은 기실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여 자신의 입지를 확보하려는 노력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과학발전관이 어떻게 삼개대표이론에서 탄생되었는지를 설명해 준다.
후진타오는 집권 10년을 사실상 장쩌민의 바지 사장 노릇을 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래서 차기 주석의 선정에 있어 장쩌민 일파의 입장과는 매우 달랐고 현재의 중국을 공산주의 혁명이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더욱 혁명을 더해야 하는 상태로 보는 시진핑 일파와 노선이 유사했던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후진타오-시진핑 파벌의 동맹, 다시 말해 공청단파와 태자당 파벌의 연합은 자연스러운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시진핑의 사상과 이념의 문제점이 드러난다. 사실상 혁명을 계속해야 한다고 믿으면서도 장쩌민으로부터의 정치권력을 승계받은 후진타오와 시진핑은 그간 장쩌민의 업적과 삼개대표이론을 계승한다고 이야기해 욌기에 갑자기 지금까지의 이념 논리를 뒤집어엎을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사실상 그리고 내용상 장쩌민의 삼개대표를 부정하고 중국을 더욱 가열찬 혁명을 지속해야 한다는 이론을 펴기 위해서는 껍데기는 장쩌민 이론을 계승하면서 내용 상으로는 부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모순 속에서 시진핑 사상의 키워드는 왜곡되게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필자는 국가는 당이 영도한다 라는 말이 그렇게나 중요하게 된 것은 이 말이 사실상 각 지역에 자리 잡은 상하이 방 세력을 압박하며 중앙 정부, 중앙 당을 따르라는 말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직접 선거나 다당제 도입 같은 말은 입에도 올리지 말라는 말이면서 조금만 생각해 보면 사실상 삼개 대표 이론을 매장하는 말인 것이다. 여러분들이 인터넷상에서 검색해 보면 삼개대표이론이 좋다는 말은 나와도 정작 삼개대표이론의 내용을 설명하는 콘텐츠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왜곡되어 표현될 수밖에 없는 시진핑 사상의 태생 환경을 이해하면, 다시 말해 필자의 가설이 옳다면 시진핑 사상이 말하는 것은 지난 공산당 사상 중 마르크스주의, 마오쩌뚱 사상, 덩샤오핑 이론이며 그것은 중국의 이념이 변증법적 발전을 계속해 왔고 중국에서의 실천과 실천 과정 중에 나타난 모순을 극복하는 "중국특색"을 가지게 되며 그 결과는 공산주의 혁명을 지속하는 개혁을 위한 공산당 일당 독재의 두 개의 핵심 "两个核心"과 시장 경제와 대외 개방을 지향하여 공유제와 사유제를 병진하는 두 개의 동요하지 말아야 할 것 "两个不动摇"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은 시진핑 일파의 입장에서는 공유제와 사유제를 변증법적으로 모순 극복한 새로운 이념이며 따라서 "인류 공영을 위한 새 비전"이다.
물론 지금 현실에 나타나고 있는 중국 경제의 추락과 서방과의 갈등은 그 반대 방향을 보이고 있다. 아무튼 필자는 시진핑 사상의 이해를 지금까지의 추론을 통해 수용하였다. 필자의 시각이 꼭 맞는 것이라 주장할 수 없으나 여러분들의 시진핑 사상에 대한 이해에 어떤 단초를 제공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은 간절하다. 또 필자의 생각에 모순이 있거나 잘못이 있으면 바라건대 지적해 주셨으면 한다. 진심으로 필자가 시진핑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고자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