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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Sep 21. 2024

붉은 뱀의 탈출

미치광이 과학녀

주영범은 사방을 둘러보았다. 모두 하얀 벽이 있을 뿐이었다. 주영범은 이건 마치 정신병원 같군 이라고 생각했다. 다음 순간 어라 내가 미쳤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영범은 고개를 숙이고 기억을 더듬었다. 내가 여기에 어떻게 왔더라?


그렇다. 바로 여다혜의 집에서였다. 그 인간을 다시 본 것은. 거실의 그 사나이는 분명히 그때 원촨(汶川)에 있던 그 사내였다. 그때에도 사내는 중년의 꽃 미남이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 만났을 때도 하나도 변한 것이 없어 보였다. 그 사내는 원촨에서 만났을 때 분명히 무장경찰 대령이었다. 무장 경찰 대령이면 중국의 한 성에서 가장 높은 직급이다. 중국의 무장경찰은 한국의 헌병대, 보안사, 나치 독일의 친위대와 같은 역할을 하는 권력 기관이다. 그래서 중국 공안들도 무장경찰을 만나면 쪽을 못쓴다. 2008년에 대령이면 지금은 장군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아니 장군이 아니라 퇴임을 해야 하는 나이가 아닐까? 지난 며칠간 없는 일들은 너무나 많이 겪었기 때문에 주영범은 이제 어떤 일에도 놀라지 않을 것 같았다. 남자가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정도는 지난 며칠간 그가 겪은 것에 비하면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때 삐걱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사실 문이 있다는 것도 주영범은 지금에서야 알아차렸다. 그리고 주영범이 쳐다본 문으로 들어온 것은 바로 그 원촨의 사내였다. 그리고 그 뒤에는 한 여자와 두 사람의 위병이 서 있었다. 사내는 잘 생긴 얼굴로 싱긋싱긋 웃으며 주영범에게도 다가왔다.

"어이, 살아났군! 난 자네가 죽는 줄만 알았네. 글쎄 아직 완전히 산 것 같지도 않지만 말이지."

그는 뒤에 서 있던 여자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여기 장청청 박사가 애를 많이 썼어. 자네가 살아 있는 것은 순전히 장박사 덕일세."

여자는 고개를 끄덕 한번 수그려 사내의 말을 받았다. 그리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주영범이 여자를 살펴보니 제법 귀여운 얼굴이고 나이는 삼십 전후로 보였다. 중국에서는 이십 대 박사가 많으니 별로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다만 과학 기술계에 미인 박사는 드문 편이라 인상적이었을 뿐이었다. 주영범이  한국에서 개발한 PAX, 의료용 화상 시스템을 가지고 중국 여기저기 영업을 다닐 때 중국 위생부에서 몇 사람의 여자 의사들을 접촉 할 기회가 있었다. 그중에는 P4 연구소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등 능력이 출중한 의사도 있었지만 당시의 중국 의료 수준이라는 것은 정말 한심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 주영범의 눈에 들어오는 이 장소의 인테리어, 여의사가 맵시 있게 입은 하얀 가운, 그리고 위병들의 절도 있는 모습들은 당시의 중국과 지금의 중국이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영범은 고개를 숙여 여 의사에게 인사를 했다. 아무튼 본능이 이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고 소리를 치고 있으니 잘 보여 두어 나쁠 것이 없었다. 장청청도 고개를 까닥하며 인사를 했다. 하지만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은 영범이 익히 보아왔던 것이었다. '이 늙다리야. 행여라도 언감생심 나에게 관심 갖지 마'하는 그 얼굴 말이다. 이들의 인사를 보고 있던 사내는 씩 웃더니 위병들에게 명령했다.

"이 친구 옷 좀 벗겨봐."

위병들이 영범의 상의를 벗기자 사내는 다시 말했다.

"아랫도리도 다 벗겨!"

위병들은 묵묵히 영범의 옷을 벗겼다. 전등 아래 드러난 영범의 몸은 빈약한 팔다리에 불쑥 튀어나온 배, 여기저기 늘어지는 살. 그야말로 역겨운 살찐 중년 남의 비계 덩어리 그대로였다. 


하지만 영범의 맨 몸을 보자 장청청이 눈을 반짝하더니 영범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영범의 몸을 볼펜으로 꾹꾹 찌르며 중얼거렸다.
 "붉은 선들이 사라졌군. 침입 세포들이 제거된 것인가?"

사내가 뒤에서 물었다.

"뭔가 변화가 있나?"

"네. 일단 침입 세포들의 활성도를 낮추기 위해 체온을 낮추고 신경 전달 물질을 차단하는 약제를 투입했습니다."

"그래서?"

"몸에 보이던 붉은 선들은 이자의 몸 세포가 아닌 외부에서 침입한 세포로 여겨지는데 지금 사라졌군요. 세포 자체가 사라진 것인지 아니면 색깔만 없어진 것인지 봐야겠습니다."

장청청은 주머니에서 몇 개의 면봉을 꺼내더니 영범의 몸 여기저기의 표피 세포를 채집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아! 하고 소리 질렀다.

"뭔가?"

"장군님, 여기를 좀 보십시오."

장청청은 흥분한 목소리로 사내를 부르더니 영범의 성기를 잡아 올렸다. 


영범은 '장군'이라는 호칭을 듣고 대령에서 20년도 넘었으니 장군이 되고도 남겠군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도대체 이 자는 몇 살이나 먹었을까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장청청이 자신의 성기를 붙잡고 모두들의 눈앞에 들이대자 깜짝 놀라 장청청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위병은 총부리를 영범의 옆구리에 집어넣으며 눈을 부라렸다. 정말이지 이게 무슨 신세인가 싶은 주영범이었다.


'장군'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장청청이 집어 들어 보여주는 주영범의 성기를 들여 보았다. 우선 성기라고 해야 할지 붉은 뱀이라고 해야 할지 모를 형상으로 변해 있었다. 마치 붉은 살덩어리가 주영범의 성기를 대체해 버린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붉은 뱀과 같이 귀두의 모습이 살짝 앞이 뾰족한 모습이었고 귀두 아래 목에 해당되는 부분은 대단히 얇았으며 그 아래 부분은 다시 굵게 변해서 마치 어깨 같은 인상을 주었다. '장군'이 눈을 가까이하고 들여다보자 영범의 성기는 '꿈틀'하며 반응하였다. 장청청은 재빨리 성기의 목을 힘주어 잡아 누르며 말했다.

"실험실에서 분석해 보아야 하겠지만 외부 침입 세포들이 성기 쪽으로 모여서 군집을 이룬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럼 이 놈 물건에 똬리라도 틀었단 말인가?"

"육안 상으로 볼 때는 이 자의 신체에 융합한 것처럼 보입니다."

"최대한 빨리 분석해 보도록 해!"

"네!"

큰 소리로 대답을 하며 일어나는 장청청의 눈빛은 그야말로 흥분하여 서치 라이트라도 토해 내는 것 같이 형형한 것이었다. 하기는 과학자로서 이런 현상을 목도하고 분석한다는 것은 큰 자극이 아닐 수 없을 것이었다. 


장청청은 종종걸음으로 나가더니 이내 무엇인가 도구들을 들고 돌아왔다. 그리고는 다시 한 손으로 영범의 성기를 잡고 작은 갈고리처럼 생긴 도구를 꺼내 성기 위를 긁었다. 그러자 영범의 성기가 갑자기 크게 꿈틀 하더니 강력한 빛을 뿜어 내었다. 장청청은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성기를 놓으려 했다. 그러나 성기, 아니 붉은 뱀의 모양을 한 살 덩어리는 고압 전기라도 방전하는 것 같았고 장청청은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마치 엄청난 크기의 자석에 들러붙은 지남철 같은 형국이었다. 장청청은 고압선에 감전된 사람들이 그러하듯 고통에 찬 비명을 질러 대며 몸을 이리로 꺾고 저리로 꺾으며 고통스러워하였다.  


모두들 심지어 주영범까지 놀라 어쩔 줄을 몰라했지만 문자 그대로 어쩔 줄을 모를 뿐으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주영범은 이러다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자 자기 두 손으로 자신의 성기를 뽑아 던졌다. 아니 성기를 덮고 있었던 붉은 뱀, 붉은 살덩어리를 뽑아 던졌다. 이상하게도 주영범에게는 붉은 살 덩어리의 전기가 통하지 않았다. 살덩어리는, 아니 이제는 거의 뱀처럼 보이는 그 존재는 주영범에 의해 바닥에 내 팽개쳐지자 이번에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장청청의 입을 향해 쏜살처럼 움직여갔다. 장청청은 자신의 입을 향해 돌진하는 살덩어리를 보고 본능적으로 자신의 입을 두 손을 막았다.


하지만 다음 순간 살덩어리가 향한 곳은 장청청의 치마 속이었다. 장청청은 살덩어리가 자신의 치마 속으로 날아들어오자 기겁을 하며 사타구니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장청청의 동작은 살덩어리를 막기에는 늦었다. 한 순간의 차이로 살덩어리는 장청청의 치마 속으로 돌진했고 다음 순간 장청청의 입에서는 헉! 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누구의 눈에도 지금 살덩어리가 어디로 파고들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다음 순간 장군이 소리쳤다. 

"위병! 살덩어리를 붙잡아라!"

위병들은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였지만 여자가 두 손으로 치마를 붙잡고 있는 상황에서 그 안으로 들어간 살덩어리를 붙잡기는 남사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머뭇거리는 위병들을 보자 장군은 화가 나서 멍청이들 하고 소리 지르면 장청청의 치마를 뒤집었다. 장청청의 손은 사타구니를 붙잡고 있었는데 이미 살덩어리는 보이지 않았다.


장군은 일이 심상치 않게 되었음을 직감했다. 그는 장청청의 사타구니 사이로 손가락을 밀어 넣어 더듬었다. 그러자 장청청은 눈을 뒤집으며 실신해 버렸다. 그리고는 장청청의 몸 곳곳에 붉은 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음부에서 시작된 붉은 줄은 마치 거미줄처럼, 아니면 울타리를 향해 촉수를 뻗치는 나팔꽃처럼, 장청청의 몸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장군은 위병에게 손짓을 하며 외쳤다. 

"수갑과 동아줄을 가져와라!"

한 위병이 수갑을 내밀자 장군은 일단 장청청의 손을 등뒤로 돌려 수갑을 채웠다. 다른 위병이 동아줄을 가지고 오자 두 위병으로 하여금 장청청의 몸을 꽁꽁 묶게 했다. 그리고는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 일이 고약하게 되었습니다."

전화기 저쪽에서 나이들은 노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는데 다른 사람들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장군은 사건의 경과를 간단히 설명하였다. 전화의 상대방은 음, 음하며 듣더니 뭔가 이야기하는 눈치였다.

장군은 "네, 네"하며 대답을 하더니 전화기를 끊고는 몸을 돌렸다.


사람들은 돌아선 장군의 모습을 보고 등골이 오싹했다. 장군의 모습은 마치 지금부터 누구라도 다 죽여 없애버릴 것 같은 살기등등한 분위기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장군은 위병에게 소장과 경비대장을 불러오라고 명령했다. 이윽고 소장이라는 뚱땡이와 경비대장이라는 덩치가 나타나자 장군은 주영범과 장청청을 모두 확실히 제압되고 통제 가능한 곳에 가두라고 주문했다. 그러자 경비대장이 실험용 육식 동물을 가두어 두는 곳이 있고 우리가 여러 개 있으니 그곳에 가두면 될 것 같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소장이라는 자는 어떻게 사람을... 운운하다가 장군이 쏘아보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입을 닫았다.


결국 경비대장이 7, 8 명의 위병들과 함께 주영범과 장청청을 우리에 가두러 갔다. 뚱땡이 소장은 높은 사람에게 아부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인물 같았다. 그는 소내를 감시하는 CCTV를 켜고 위병들이 우리로 가는 모습을 중앙 화면으로 디스플레이하고는 장군을 향해 연신 CCTV 앞에 있는 의자를 권했다. 장군은 스크린 앞으로 걸어가서 위병들이 두 사람을 우리에 각각 하나씩 들여보내고 자물쇠를 채우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는 소장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소장, 장청청의 생물학적 진단과 분석을 해야 되겠소. 지금 당장 전문가들을 모두 불러 오시오."

"장군님, 담당자 한 사람이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장군은 뚱땡이 소장의 목덜미를 눌러 테이블에 밀어붙였다. 뚱땡이 소장의 캑캑 소리를 들으며 장군은 말했다.

"오늘 당신 제대로 기민하게 움직이지 못하면 내일 아침에는 시체가 되는 수가 있어!"

"아이고, 저는... 저는..."

장군이 손을 풀어주자 소장은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더니 황망하게 여기저기 전화를 돌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전문가들이 하나 둘 도착하기 시작했다. 모두들 밤중에 갑자기 불려 나와 투덜댔지만 사람을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쏘아보는 장군과 그 옆에 바들바들 떨고 있는 소장을 보고는 모두들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장군의 명령에 따라 장청청의 신체검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우리 속의 장청청을 보고는 깜짝 놀랐지만 아무도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들은 묵묵히 정청청의 혈액을 뽑고 눈과 피부를 조사했고 그중 여자 전문가가 장청청의 음부에 기구를 집어넣어가며 무엇인가를 살폈다.


이윽고 이들의 부산한 움직임이 멈추자 장군은 소장을 향해 턱으로 신호를 했다. 소장은 땀을 뻘뻘 흘리며 연신 장군의 눈치를 살펴 가며 보고를 했다.

"일단 장청청의 건강 상태는 큰 이상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의식은 찾지 못하고 있는데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몸에 퍼져 있던 붉은색 선들은 주영범의 몸에 퍼져 있던 붉은색 선들과 같은 종류의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다만 원가?"

"유전자 분석 결과 장청청의 붉은 선의 유전자 구성과 주영범의 붉은 선 유전자 구성은 많은 부분 겹치지만 가른 부분도 상당히 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주영범의 붉은 선에는 주영범 본인의 유전자가 어느 정도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장청청의 붉은 선의 세포에는 주영범의 붉은 선 유전자 외에 장청청의 유전자가 결합되어 있는 듯합니다."

" 그 붉은 선에 유전자가?"

"네 붉은 선 부분은 본인의 유전자와 아마도 저 살덩어리의 유전자가 결합한 것 같습니다."

"주영범의 몸에서 붉은 선이 사라졌는데 그럼 유전자가 원 상태로 다시 되돌아갔단 말인가?"

소장은 난감한 듯이 어쩔 줄 몰라하더니 말을 이었다.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서 그게 가능한지는 알 수 없지만요..."

장군은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더니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오늘부터 이곳은 비상 상태에 들어간다. 모두들 퇴근할 수 없다. 위병들은 연구소를 떠나려는 자가 있으면 무조건 사살하라. 두세 시간 후면 군병력이 도착해서 경비를 강화할 것이다."

장군은 전문가들을 바라보며 또 다른 지시를 내렸다.

"지금부터 너희들은 장청청의 몸에 들어간 살덩어리의 정체를 밝혀야 한다. 유전자 분석이든 무엇이든 필요한 작업을 수행하고 특히 살 덩어리를 장청청의 몸으로부터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분리해 내야 한다. 알겠나?"

전문가들은 어어, 하며 자신 없는 듯한 소리를 내며 흩어졌다.


장군은 초조했다. 살 덩어리가 무엇인지도 중요하지만 이 일로 인해서 장청청에게 무슨 일이 생겨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그놈의 늙은이가 음침한 목소리로 "청청이는 별일 없겠지?"라고 했는데 만에 하나 장청청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 또한 목숨을 보전하기 어려울 터였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친 장군은 소장의 귀를 잡아끌어 속삭였다.

"소장, 여기 전문가들은 장청청에 대해서 알고 있나?"

"네, 뭐..."

"분명히 말해! 모르는 사람도 있나?"

"네 아마도 한 두 사람 정도..."

"알았네."

한 두 사람 정도면 별 일 아니었다. 장군은 어쩌면 이 연구소 전원을 사살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라고 생각하며 부하들이 어서 빨리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당초 주영범이라는 놈이 잡혀 왔을 때 장청청을 만나게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했어야 했다. 장청청이면 손쉽게 살덩어리나 주영범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한 것이 잘 못이었다.


연구소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이곳은 우한의 P4 연구소.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세균전 대비 연구소이며 이 연구소의 바이오전 대비 능력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P4 급으로 최상급이었다. 한국 같은 국가는 단 한 개도 보유하고 있니 못한 곳이다. 여기서는 에볼라 바이러스를 비롯하여 매년 중국에서 발생하는 각종 괴질의 병원체들도 보유하고 있었다. 만일의 경우 연구소 인력들을 청소해야만 한다면 이 세균들에 대한 처리도 문제가 될 것이고 세균전 전문 인력을 다시 양성하기 위해서 또 얼마나 시간이 소요될지 몰랐다. 장군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머리가 아팠다. 그리고 장군의 머리가 아프건 말건 연구소의 밤은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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